작은 씨앗으로 어느새 꽃을 피운 ‘우리’

대구관천초등학교 ‘관천우드윈드연합오케스트라’

나의 악기는 클라리넷이었다. 찬란한 은색 키가 마치 아름다운 식물의 줄기나 잎처럼 검은 몸체를 유연하게 감싸고 있는 모습에 반했다. 무엇보다 악기가 다섯 조각으로 분리되어 역시나 검은색에 은색 테가 둘린 작은 케이스에 깔끔하게 들어갔다. 악기도 가방도 참 예뻤다. 정말 세련된 악기라고 생각했고, 그 외모에 단번에 반했던 것 같다. 한 학년이 한 반이나 두 반 정도 되는 시골의 작은 학교였고, 시범사업으로 오케스트라가 시작되었다. 읍내라고 해도 음악과 관련된 것은 배울 수 있는 곳은 피아노 학원 한 곳이 전부였던 작은 마을이었다. 대구관천초등학교에 관한 기사를 찾아

답 없는 질문을 품고 다시 카메라를 든다

오늘부터 그린㉜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

해녀 삼춘(제주에서 남녀 무관하게 웃어른을 일컫는 말)에게 물었다. “삼춘, 언제까지 물질할 꺼?” 삼춘이 답했다. “나는 언제까지고 하고픈데, 나보다 바다가 늙어 못할 거라. 해녀가 줄어 바다에 잡을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세상이 발전하는 만큼 바다는 늙어가더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의 막내 해녀인 명자 삼춘의 말이었다. 2012년, 우연히 제주에 들렀고,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 모습에 홀려 카메라를 이고 지고 바다에 들었다. 온평에 살면서 몇 년 동안 미친 듯이 찍었던 해녀 사진은 나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그 당시 50대 초반이었던 명자

사람을 걱정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19세기 사상가 다산 정약용 선생(1762-1836)은 “나라를 걱정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不憂國非詩也)”라고 썼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농민들의 민란이 가장 많았던 19세기를 살았던 지식인으로서 ‘시(예술)’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한 언급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이 문장은 시대착오적인 명제가 아니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보듯이, 민주주의가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시인-시민, 혹은 시민-시인으로서 제 할 일을 다해야 하는 시대를 여전히 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나는 이 명제에 등장하는 나라(國) 대신에 ‘사람(人)’을 넣어 지금 여기에서 사유하고 실천해야 할

2024년 10·11월 해외동향

영국, 문화예술 분야 인력 동향 연구 발표 외

영국, 문화예술 분야 인력 동향 연구 발표 클로어 리더십(Clore Leadership)은 잉글랜드예술위원회, 영국 연구혁신부(UKRI) 예술 및 인문학 연구위원회, 폴햄린재단(Paul Hamlyn Foundation)과 협력하여 문화예술 분야 인력 동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 「다르게 상상하라-변화를 위한 개입(Imagine it Different – Interventions for Change)」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재정적 제약, 신뢰 약화, 새로운 기술, 변화하는 인력 동향 등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과 리더십의 특성을 탐구하는 연구 사업 ‘일의 세계(World of Work)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추진하였다. 클로어 리더십은 문화예술 분야 인력 동향에 대한 주요 연구 결과를

변화의 틈바구니에 뿌리는 실천의 씨앗

2024-2025 균열과 재구성① 변화를 향한 질문

디지털화, 탈경계화, 세계화(다문화, 다양화)라는 시대 변화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예술교육가 또한 충돌의 틈새에서 조정과 이해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예술(교육)가가 만난 ‘균열’(변화)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2025년 ‘재구성’을 위한 준비와 다짐을 들어본다.   ① 변화를 향한 질문    ② 2024년 돌아보기    ③ 2025년 내다보기 2024년은 문화예술교육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지각변동이 있었고, 그 틈새를 메꾸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정책과 예산의 변화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까지.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주체들은 어떤 균열(변화)을 감지하였고, 벌어진 그 틈에서 어떤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경계 없는 빠키의 세계

빠키 작가

과감한 색감과 기하학적 패턴의 작품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 빠키 작가의 작품을 한번 접한 사람은 단번에 작가를 기억한다. 작가는 화이트 큐브의 전시장뿐 아니라 공장의 외벽, 박물관의 로비, 애플 스토어, 도시 공간의 공사 가림막 등 다양한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 키네틱 아트, 설치, 영상, 퍼포먼스와 디제잉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시각언어를 펼쳐내는 빠키의 작품 세계는 눈에 보이는 심플함과 달리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본인을 규정하길 거부하고 장르, 매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오가며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내고 있는 작가 빠키를 만나보자. Q. 디자인을

엉뚱하고 재밌게, 무지개 너머로

황이선 공상집단 뚱딴지 대표‧꿈의 극단 홍보대사

‘조금은 엉뚱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기치로 창단한 ‘공상집단 뚱딴지’는 그 이름처럼 일상의 사소함을 생경하게 관찰하고, 무대의 물음표를 무대 밖 느낌표로 확장하고자 하는 연극단체이다. 뚱딴지에서 올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극단’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강명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제작해 발표했다. ‘꿈의 극단’은 이전에 음악과 무용 장르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꿈의 예술단’ 사업을 연극, 뮤지컬 장르로 확장해 올해 시범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공상집단 뚱딴지 대표 황이선은 길잡이를 맡아 아이들과 함께 무지개 너머 오즈로 긴 여정을 함께했다. 그녀가 만났던 도로시와

아이들과 함께 꿈꾸는 지역 문화예술 공동체

지역사회를 예술로 아우르는 ‘꿈의 무용단 송파(에뚜왈)’

송파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문화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지방 공공기관으로, 예술교육을 지역 공동체적 관점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21년부터 시작된 ‘송파인생학교’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송파문화재단이 개발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이다. 2022년에는 아동 대상 프로젝트인 를 통해 서울발레시어터와 협력하여 발레리나, 발레리노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와 참여자가 함께 성장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그리고 <너랑 나랑 발라레!>를 운영하며 축적된 발레 문화예술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3년 ‘꿈의 무용단 송파(에뚜왈)’을 기획했다. 너랑 나랑 발라레! 꿈의 무용단 송파(에뚜왈) 지역 공동체의 의미를 찾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

꿈의 예술단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계

2024년 꿈의 예술단 사업 브랜딩을 위한 모색과 방향

2010년 8개의 지역 시범 거점기관으로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난 14년간 단원 30,332명, 누적 공연 횟수 약 1,400회, 꿈의 오케스트라만의 레파토리 1,638곡, 이 사업을 통해 음악 예술을 전공하는 23명의 졸업 단원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다. 이 성장을 발판으로 2022년 ‘꿈의 무용단’, 2024년 ‘꿈의 극단’으로 이어진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사업은 지역, 공연예술 장르를 연결하며 문화예술교육 장의 새로운 지대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24년, 78개의 기초 거점기관이 ‘꿈의 예술단’이라는 정책사업으로 모이게 되면서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무용단, 극단까지 각 사업의 성과를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누구와 어떤

자치와 분권, 지역이 주체로 서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하여

지역문화예술교육의 균열과 재구성

2024년도부터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에서는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 강화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이 지방이양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지역에서 자체 예산을 확보하여 지속하는 사업도 있지만, 사장되어 역사 속으로 들어간 사업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28일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예산안 중점 투자 방향’ 속에는 ‘지역문화예술교육’ 확장과 미래를 위한 어떤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지방이양의 틈에 덩그러니 놓인 지역 국어사전에 나오는 균열의 여러 뜻 중에 ‘친하게 지내는 사이에 틈이 남’이 먼저 눈에 띈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사이’이다. 지방이양되기 전부터 지방이양이 되기까지 그사이에

현장의 생생한 질문들로 채워진 소통의 장

[아르떼365] 창간 20주년 매거진 토크 ‘변화무쌍 속,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을 것’

[아르떼365]는 지난 20년간 문화예술교육의 현장과 담론을 기록하며,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웹진 특성상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독자와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2024년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창간 20주년 매거진 토크’가 코엑스 오디토리움 로비에서 열려 편집위원들과 독자가 직접 만나 소통하는 특별한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변화와 전환의 시기를 맞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독자들이 발 딛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준비하고 있고, 나아가는지 고민과 질문을 나누는 독자 소통 토크를 마련했다. 변화무쌍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경험담과 그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다른 국적도 문화도 공기처럼 감싸는 예술의 기운

2024 국제 청소년 예술교육 워크숍 〈아트모스피어〉

지난 11월 10일부터 4일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하는 국제 청소년 예술교육 워크숍 <아트모스피어(Artmosphere)>가 열렸다. 세계 각국 청소년이 한국의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서 창의적인 예술 교류를 경험하도록 기획된 행사였다. 몽골, 싱가포르, 필리핀, 한국의 청소년 40명이 그 주인공이었고, 각 나라의 예술교육가(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 행정가, 통역, 기록, 안전 등 진행 스태프가 행사를 위해 모였다. 필자는 무용 분야 예술교육가로 이 특별한 만남에 함께 했다. 4개국 청소년이 만나 함께 하는 무용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결과발표 공연을 준비하며, 예술교육 현장에서 보고 느낀, 짧지만 강렬했던 <아트모스피어>의 잔상을 나누고자 한다. 하나로 연결되는

흔들림 속에도 놓치지 않을 가치와 신념

[좌담] 문화예술교육의 균열과 재구성② 재구성을 위한 질문들

문화예술교육 20년을 앞둔 지금, 관련 정책과 예산의 변화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환경 변화까지 예술교육가의 활동과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은 어떤 균열을 감지하고 있으며,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실천을 모색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눴다. ① 균열의 징후를 다시 읽기 ② 재구성을 위한 질문들 좌담개요 • 일 시 : 2024.11.8.(금) 오후 3시 • 장 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라이브러리 • 참석자 좌장. 김선아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본지 편집위원장) 패널. 나진억 성동문화재단 경영정책실 실장

양적 팽창이 멈춘 뒤, 전환의 가능성

[좌담] 문화예술교육의 균열과 재구성① 균열의 징후를 다시 읽기

문화예술교육 20년을 앞둔 지금, 관련 정책과 예산의 변화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환경 변화까지 예술교육가의 활동과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은 어떤 균열을 감지하고 있으며,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실천을 모색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눴다. ① 균열의 징후를 다시 읽기 ② 재구성을 위한 질문들 좌담 개요 • 일 시 : 2024.11.8.(금) 오후 3시 • 장 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라이브러리 • 참석자 좌장. 김선아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본지 편집위원장) 패널. 나진억 성동문화재단 경영정책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실천과 모색

2024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기념행사 포토리뷰②

<2024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맞이하여 10월부터 한 달간 국내외 곳곳에서 공연, 전시, 체험 워크숍·강연, 종합축제, 포럼·컨퍼런스·세미나 등 288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그 여정을 마무리하는 기념행사가 11월 13일, 14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토론회를 중심으로 기념행사 둘째 날 펼쳐진 공연, 학술세미나 등 현장을 만나보자. 문화예술교육 정책 토론회 2024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기념행사 둘째 날인 11월 14일에는 문화예술교육 정책 20주년을 앞두고 <2025년 문화예술교육 정책 방향을 말하다 –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실천방안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변화에 발맞춰 미래를 준비하는 끝없는 도전

대전환의 시대, 교육의 변화와 문화예술교육

교육은 성장 세대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 변화에 민감하고, 변화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오프라인 세계가 축소되고, 디지털 가상 세계가 확대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젊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지역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고, 빈자리를 외국인이 메우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5%를 넘고 있다. 일례로 충북 음성군 중소기업 인력의 15%가 외국인이다. 앞으로 저출산이 심화할수록 국내 외국인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