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교육 20년을 앞둔 지금, 관련 정책과 예산의 변화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환경 변화까지 예술교육가의 활동과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은 어떤 균열을 감지하고 있으며,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실천을 모색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눴다.
- ① 균열의 징후를 다시 읽기
- ② 재구성을 위한 질문들
- 좌담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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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4.11.8.(금) 오후 3시
• 장 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라이브러리
• 참석자
- 좌장. 김선아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본지 편집위원장)
패널. 나진억 성동문화재단 경영정책실 실장 | 박호상 삼천포예술학교 대표·예술교육가(사진) | 정수정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문화교육팀 장학사 | 정진주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센터장 | 함형식 예술교육 생명나무 대표·예술교육가(연극)
김선아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변화를 이야기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균열’이라고 이름을 붙였던 것은 익숙해지려고 했던 것들이 다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20주년을 앞두고 그간 익숙해져 온 틀이 바뀌면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늘 나누는 이야기가 여러 고민을 안고 있는 현장에 어느 정도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기초지자체 중에서 비교적 문화예술교육 여건이 성숙한 성동문화재단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
나진억 성동문화재단 경영정책실 실장 성동문화재단은 2017년 서울에서 최초로 꿈의 오케스트라를 시작했으며, 2023년에는 꿈의 무용단도 시작했다. 꿈의 오케스트라 지원이 끝난 후 지자체에서 사업을 종료하는 경우도 있는데, 성동구는 꿈의 오케스트라를 지속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음악감독, 예술강사와 일종의 TF를 만들어 구의원 한 명 한 명을 설득해서 지원 근거를 조례로 만들고자 했다. 타당한 논리와 가용 범위에 최소한의 예산 제안까지 쉽지 않았다. 성동구 인구가 28만 명 정도인데, 성동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2천 명 가까이 된다. 이런 부분과 당위성을 강조하여 집행부와 의회를 설득했다. 그렇게 전국 최초로 지원 근거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꿈의 오케스트라의 경험이 꿈의 무용단 사업 도입과 확산에서 관계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근간이 되었다. 성동구는 관내 민간 기업과 거버넌스가 잘 구축되어 있다. 올해는 꿈의 오케스트라가 기업 후원으로 중국에 교류 음악회를 다녀왔다. 성숙한 공감대, 연대가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서울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공공 인프라, 특히 문화예술교육 인프라가 비교적 잘 되어있지만, 지역내총생산(GRDP)을 살펴보면 기초지자체마다 지역적인 편차도 심하고, 오히려 다른 지역의 지자체에 비해 열악한 부분도 많다. 지자체가 기본적으로 중앙에서 받는 예산을 제외하고, 지방비로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는 한정적이다. 특히 예산 배분 시 우선순위에 있어서 새로운 문화예술 사업 예산을 편성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서울은 기반과 여건이 좋다고 생각하여 중앙이나 국가기관의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위기의 요인으로 다가온다. 서울 대부분의 지자체가 내년 예산을 감편성했는데, 출연기관인 문화재단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기관도 민간처럼 공모 사업이나 기업과 연계한 사업으로 대처하여 극복해야 할 현실이다.
서울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공공 인프라, 특히 문화예술교육 인프라가 비교적 잘 되어있지만, 지역내총생산(GRDP)을 살펴보면 기초지자체마다 지역적인 편차도 심하고, 오히려 다른 지역의 지자체에 비해 열악한 부분도 많다. 지자체가 기본적으로 중앙에서 받는 예산을 제외하고, 지방비로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는 한정적이다. 특히 예산 배분 시 우선순위에 있어서 새로운 문화예술 사업 예산을 편성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서울은 기반과 여건이 좋다고 생각하여 중앙이나 국가기관의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위기의 요인으로 다가온다. 서울 대부분의 지자체가 내년 예산을 감편성했는데, 출연기관인 문화재단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기관도 민간처럼 공모 사업이나 기업과 연계한 사업으로 대처하여 극복해야 할 현실이다.
정진주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센터장 광역·기초지자체에서 가장 사라지기 쉬운 예산이 문화예술교육이다. 예산이 한정적이거나 특히 줄어들 때 창작 지원처럼 직접 지원에 조금 더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년 문화예술교육 예산이 줄어든다는 광역·기초문화재단이 많아 위기로 생각하고 있다. 기초는 예산을 구(區)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성동구처럼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광역의 역할에 관한 고민이 많다. 인천은 기초와 파트너 관계를 갖기 위해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단순히 기초에 사업 예산을 주는 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공감대나 거점으로서 필요한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등 광역재단 초창기와 같은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9년~2010년에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생길 때 그전에 있었던 기초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없애고 광역으로 치환한 상황이라 광역의 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새 판을 짜야 했다. 최근 정책 기조가 다시 기초를 향하면서 광역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광역센터는 오히려 지방 이양으로 인한 예산 확보에 불안감이 생겼다. 결국 지역 문화예술교육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광역과 기초가 연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전달 체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로 광역이 그간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문화예술교육의 양적 성장은 어렵다고 본다. 2010년 인천센터가 생겼을 때 예산 3억 원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연 22억 원이 넘고, 사업도 많아졌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정책사업이 내려오고, 예산이 늘어있던 시절을 지나, 예산의 위기를 겪으면서 양적 성장이 어렵다면 판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성동에서는 기업 후원을 말씀하셨는데, 인천은 지역 내 여러 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관내에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해양수산부의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교육청 등에 문화예술교육이 역할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나가고 먼저 제안하고 있다. 앞으로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운영하고 지켜나갈지 고민이 많다.
이제 문화예술교육의 양적 성장은 어렵다고 본다. 2010년 인천센터가 생겼을 때 예산 3억 원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연 22억 원이 넘고, 사업도 많아졌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정책사업이 내려오고, 예산이 늘어있던 시절을 지나, 예산의 위기를 겪으면서 양적 성장이 어렵다면 판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성동에서는 기업 후원을 말씀하셨는데, 인천은 지역 내 여러 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관내에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해양수산부의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교육청 등에 문화예술교육이 역할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나가고 먼저 제안하고 있다. 앞으로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운영하고 지켜나갈지 고민이 많다.
함형식 예술교육 생명나무 대표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교육 활동을 하다가 진흥원이 생기면서 20년 정도 예술강사로 활동해 왔다. 그간의 상황을 돌아보면 현재의 예술교육은 정체되어 있고 고착되어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화두다. 2008년도에 진흥원 예산이 교육부와 매칭되면서 예산이 두 배로 늘고, 일자리 사업이 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양적 팽창은 마치 새마을 운동과 같다. 수는 늘지만 질적 성장은 따라가지 못한다. 당시 학교에서 예술교육의 양적 증가 필요성과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예술교육의 시작을 함께 했던 예술강사들은 예술교육을 통해 바랐던 목표 지점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미 학교에는 음악·미술·체육이 교과 과정 안에 고착화한 형태로 있는데, 예술교육도 그렇게 고착화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했었다. 학교 창체 활동 내 동아리 발표, 교과 과정 안에서 발표 중심이 되어버리거나 교사의 수업 대체자로 들어가는 경우가 생겼다. 초기부터 예술교육가들은 융합 수업을 원했다. 도덕이나 윤리에서 다문화 문제를 예술교육으로 풀어본다거나, 국어 교과에서 소설과 희곡을 중심으로 연구해 보는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학교예술교육이 살아있는 게 아니라 퇴보하고 있다. 대상의 문제도 있다. 10년 전과 지금의 아이들은 다르다. 요즘은 표현 수업이나 상상력 수업을 하면 ‘모르겠어요’ ‘못 하겠어요’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지금이야말로 예술교육이 퇴보하지 않도록 더 구체적인 활로를 찾고 현장이 바뀌어야 할 시기인데, 예산을 삭감한다니 안타깝다. 예술강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 교사, 학부모 등 여러 이해관계 안에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정수정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문화교육팀 장학사 강원도는 전교생이 11명에서 20명 이내 소규모 학교가 많다. 오케스트라를 하고 싶어도 학생 수 때문에 할 수 없는 학교도 많다. 작년에 교육부에서 주최한 제1회 부총리배 학교예술 경연대회에서는 학교끼리 연합 오케스트라를 진행했었다. 두 학교가 주중에 방과후 활동과 토요일 연습을 했는데, 1시간 반 거리를 토요일 연습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고 한다. 합주, 협력형 예술 활동의 매력을 학생들이 알고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잘하는 아이들만 무대에 서지 않는다. 모든 학생에게 기회를 준다. 학생들이 즐기면서 공연할 수 있다면 무대에 설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학교 현장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예술과 다양한 진로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미술, 연극 계열 학생들의 진로만 예술과 연결되었다면,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역할도 많아졌다. 한 학교 동아리 이름이 ‘무대깔아드림’이다. 학생들이 뭔가 신청하면 마치 기획사처럼 홍보도 해주고 장소 섭외도 해준다. 그들은 이것도 예술이라고 표현하더라. 이처럼 예술교육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학생들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내년에는 졸업하거나 올해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도 있는데, 예산 문제로 내년에 하자고 하는 분들이 많다. 한 해 한 해 소중함을 담아서, 학생들이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학교 현장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예술과 다양한 진로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미술, 연극 계열 학생들의 진로만 예술과 연결되었다면,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역할도 많아졌다. 한 학교 동아리 이름이 ‘무대깔아드림’이다. 학생들이 뭔가 신청하면 마치 기획사처럼 홍보도 해주고 장소 섭외도 해준다. 그들은 이것도 예술이라고 표현하더라. 이처럼 예술교육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학생들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내년에는 졸업하거나 올해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도 있는데, 예산 문제로 내년에 하자고 하는 분들이 많다. 한 해 한 해 소중함을 담아서, 학생들이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박호상 삼천포예술학교 대표 가장 최근에 느낀 균열과 재구성은 ‘매개자’다. 매개자 연구에 현장 전문가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문화예술교육을 어떤 개념으로 어떻게 접근하려는지 방향이 보인다. 이번 학교예술강사 예산이 삭감되는 상황을 보면서 결국 시스템이 두 가지 방향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첫 번째로 교육과 예술, 그 외적인 것에 대한 경계가 흐려지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예술교육 판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예술교육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되지 못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이런 상황도 하나의 균열이라고 본다. 이제는 교육부, 국토부 등 다른 부처 사업이 계속 이루어지면서 이것이 예술인지, 예술교육인지, 교육인지, 활동인지 혼선이 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교육에 걸맞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 두 번째로는 지역 복지관에 어르신들이 엄청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역에 생산 인구가 없으니 학교가 폐교되고 갈수록 예산이 줄어든다. 노인 인구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다.
정진주 기초에는 문화예술교육 전담팀이 있는 경우보다 축제, 생활문화, 창작 지원을 담당하는 팀에서 예술교육도 함께 맡는 경우가 많다. 생활문화로 보이는 것도 있고, 문화도시 사업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면서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예산이 팽창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박호상 예산의 팽창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고, 경계를 흐리는 것이 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안에 밀도 있는 예술교육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예술교육의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김선아 예산의 팽창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말씀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예산이 늘어날 때 우리가 무엇을 놓친 것일까. 미처 짚지 못했기 때문에 양적 팽창이 멈추고 없어지니 내실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박호상 예산의 양적 팽창은 정책의 관점이다. 예산이 늘었지만 예술강사가 느끼기에는 그에 따르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밀도 있는 교육을 위해 강사료도 함께 팽창했어야 한다.
예전에 현장 교사와 예술강사로 구성된 사업 자문을 맡은 적이 있다. 변별성이 없으니 달라져야 한다고 의견을 드렸는데 반영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의견을 냈을 때 그것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필터를 거쳐서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를 여러 차례 보았다.
예전에 현장 교사와 예술강사로 구성된 사업 자문을 맡은 적이 있다. 변별성이 없으니 달라져야 한다고 의견을 드렸는데 반영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의견을 냈을 때 그것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필터를 거쳐서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를 여러 차례 보았다.
함형식 놓치고 가는 부분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느끼는 예술교육가들의 수많은 고뇌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 씁쓸하다. 그들의 소리를 온전히 들어주면 좋겠다.
김선아 현장의 경험이나 목소리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건 큰 문제다. 결국 소통에서 출발해야 하고,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광역이나 기초에서도 그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면서 사업을 하셨을 텐데,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시니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다.
정진주 2015년에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에 문제가 많아 광역센터에서 보이콧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사실 큰 균열이었다. 그전에는 광역센터에서 예술강사와 학교를 잘 매칭하는 관리의 측면으로 대변되었다면, 예산이 틀어지고 균열이 생기자 다른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다. 2015년의 균열로 인해 생긴 고민과 여유로 더 많은 현장의 예술가와 교사를 만나고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때 놓쳤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10년 20년 활동하신 분과 올해 시작하신 분의 강사료가 같다는 것이다. 지원사업 강사료가 정해져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늘 있었다. 처우와 관련된 논의를 광역에서 더 세밀하게 적극적으로 해야 했던 건 아닐지 싶다. 지방 이양 됐을 때 강사비를 올릴 기회라고 생각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 데도 20년이 되도록 강사비는 제자리인 수준이라고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현장을 떠나는 분들을 보며 한계를 많이 느꼈다. 그나마 예산이 지자체로 이양되던 시점에 인천시를 설득해 얼마간 인상할 수 있었다.
광역센터는 인천시, 진흥원, 문체부 등 여러 전달 체계 속에 있다. 그들의 변화에 따라 예산도 흔들린다. 다양한 주체를 설득하지만,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관된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렵다. 그나마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가와 연대하면서 광역이 바꿀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정책의 변화는 구름과 같이 떠 있고, 저희는 그 밑에서 돌도 옮기고 나무도 다시 심어보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느끼시는 바를 통감하고 책임도 느낀다.
광역센터는 인천시, 진흥원, 문체부 등 여러 전달 체계 속에 있다. 그들의 변화에 따라 예산도 흔들린다. 다양한 주체를 설득하지만,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관된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렵다. 그나마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가와 연대하면서 광역이 바꿀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정책의 변화는 구름과 같이 떠 있고, 저희는 그 밑에서 돌도 옮기고 나무도 다시 심어보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느끼시는 바를 통감하고 책임도 느낀다.
김선아 교사의 입장과 예술강사의 입장도 매우 다를 것 같다. 사업이나 정책을 반영하는 데 있어서 소통의 어려움을 느낀 경험이 있을까?
정수정 어떤 사업이든 소외 지역 대상이나 다문화 관련 지원이 많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 작은 학교나 소외 지역 학교는 시수가 적고 거리가 멀어서 예술강사와 매칭이 어렵다. 어떤 학교는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 3년째 신청하지만, 말씀하신 강사비 등 여러 문제로 강사가 배정되지 않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는 수업 시수를 줄이더라도 강사비를 조금 더 확보하면 좋겠다고 진흥원에 건의했지만 17개 시도가 함께 운영해야 하는 사업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공교육 안에서 전문가의 질 높은 예술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의 목적이라면, 강사 처우 개선은 물론이고 소외 지역 아이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함형식 학교문화예술교육은 학교와 교사의 절대적인 협력이 없으면 완성하기 힘들다. 1년짜리 단기 수업이 아니라, 3년 5년 단위로 예술강사가 학교와 협업해서 예술교육 커리큘럼을 짜야 질 높은 교육이 만들어질 수 있다. 마치 꿈의 오케스트라가 시간을 거쳐 발전하듯이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교육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1시간짜리 수업을 일주일에 12개 반에서 똑같이 하는 방식이면 당연히 질 높은 교육은 어렵고 강사는 지쳐버린다. 이런 부분을 놓쳤기 때문에 양적 팽창이 멈췄을 때 당혹감이 온 거로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어도 어떤 기조는 분명히 가지고 가야 한다. 현장에 맞는 기조가 있어야 한다. 요즘에는 학교보다 학교밖에 더 좋은 예술교육이 많아지고 있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혜택을 받는 학교 수가 줄더라도 열정 있는 교사와 열정 있는 예술강사가 만나 협업하고 학교의 충분한 지원이 오가면 오히려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진주 차라리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운영을 지역에 맞게 자율화하자는 요구도 있다. 이제는 지역의 노하우가 있으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학교예술강사 사업을 대하는 예술강사의 마음도 천차만별이다. 자기 작업을 해야 아이들에게 나눠줄 것이 생긴다고 1년에 60시수로 충분하다고 분도 있고, 더 많은 학생을 만나기 위해 300시수를 다 받기 원하는 분도 있다. 예술강사 모두 개별 역량이 있는데 한 명씩 학교에서 소비되는 느낌이다. 인천에서는 학교문화예술교육의 다른 방식으로 예술강사 지원이 아닌 프로젝트 매니저 방식으로 학교에서 예술교육 설계자 역할을 하는 협업 방식도 고민했었다. 요즘엔 학교가 작아졌으니 학교 단위가 어려우면 작은 지역 단위로 실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단편적으로 예술강사 한 명이 한 수업에 들어가는 것은 고착화하고 경색될 수밖에 없다. 함형식 선생님 말씀처럼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은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에 동감하고 그 간격을 메워가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김선아 학교에서는 일정 부분 경직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체제가 바뀌면 지금 있는 예산이라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큰 숙제 같다.
나진억 전국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 기업이 2,200여 개 있는데, 성수동에만 530여 개가 들어와 있고 문화예술 관련 기업이 많다. 우리 재단은 지역과 기업을 문화예술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직원 모두가 마케터로 활동한다. 소액이지만 후원 금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시간이 걸렸지만, 어느 정도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5년 전쯤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 기조가 바뀌면서 예산이 없어질 것 같다고 전국에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 관계자가 모인 적이 있었다. 2023년 기준 꿈의 오케스트라가 43개, 꿈의 무용단이 20개 정도인데, 꿈의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예술가만 600명이 넘는다. 600명의 강력한 연대가 있는 것이다. 성동구의 경험이 단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생각과 가치에 의사결정자들을 동화하게 만들기 위하여 다양한 구성원이 연대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김선아 성동구 지역 활성화에 문화예술교육이 여러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지역의 변화에 문화예술교육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무엇을 놓치고 왔는지 짚어보았고, 2부에서는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것에 관해 논의를 나누겠다.
김선아
미술교육, 문화예술교육, 다문화 교육, 예술치료, 미술관 교육, 디지털 미술교육 등 페다고지의 관점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 장애청소년, 미술영재 등 문화 다양성을 위한 사회소외 계층 대상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 미술영재교육원 원장, HEAD Lab 센터장, i보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나진억
서울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한양대에서 문화콘텐츠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성동문화재단의 경영정책실장으로 있으며 성동구문화도시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과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성동문화재단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해 왔으며 최근 성수동에 소재한 아티스트, 기업, 시민, 대학, 공공과 함께 글로벌 문화창조산업축제인 ‘크리에이티브×성수’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호상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 예술학협동과정 박사를 수료했다.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OUTSIDE OF GARDEN》 《A SQUARE – 작은 공원이 있는 풍경》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다. 2010년부터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초등학교와 노인 문화예술교육을 해왔으며, 2019년 고향 삼천포에서 ‘삼천포예술학교’를 설립하고 “삶이 곧 예술”이라는 생각으로 삼천포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함께 고민하며 예술교육이 중심이 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둔촌동에서 ‘실시간 실험실’을 운영 중이다.
정수정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경희대학교 음악교육 석사로 졸업했다. 학교에서 음악교사로 17년간 근무하였고, 현재는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문화체육특수교육과에서 장학사로 문화예술 업무를 하고 있다.
정진주
음악이 좋아 작곡을 전공했으나 음악을 매개로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 입사했다. 2010년부터 예술강사 지원사업,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동네 한 바퀴>,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학교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기관 협력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등을 담당해 왔으며,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즐겁고 유쾌하게 함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함형식
극단 소금창고 대표이자 연출가로서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변신> <중근처럼> <프라미스> <세일즈맨의 죽음>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2002년부터 문화예술교육자로서 사회문화예술교육과 학교문화예술교육에 두루 참여했고, 영등포여고에서 2004년부터 19년간 문화예술교육을 했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단체 예술교육 생명나무 대표를 맡고 있다.
- 정리_프로젝트 궁리 주소진·서련희
- 사진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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