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를 향한 국제사회의 움직임

2023 유네스코 다자회담 리뷰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유네스코와 국제사회 관계자들의 굵직한 논의는 2006년으로 거슬러 간다. 제1회 유네스코 세계예술교육대회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렸고 ‘예술교육 로드맵’이 결과물로 도출되었다. 이후 2010년에 서울에서 제2회 대회가 개최되었고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서울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가 그 결과물이었다.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다시금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2023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제3차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동시대 사회문화 등 변화에 발맞춰 그간의 어젠다를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로 개정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다양한 층위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섹터와 교육섹터가 협력하는 유례없는

무심코 뜯은 과자봉지에서 소비의 태도를 인식하기

아주 사소하고 비밀스러운 기록 〈비닐스런 과자 팩토리〉

택배 비닐, 상품 포장 비닐, 과자 비닐, 비닐장갑, 간편식이 담긴 팩 비닐 등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일회용품이나 비닐을 우리는 언제부터 사용해 왔을까? 너무 무감각하게 사용해 왔던 것은 아닌지, 소비하기 전에 이것을 의식할 수 있다면 사용량을 줄이거나 개선하려는 어떤 다른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비닐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그 종류에 따라 몇십 년에서부터 몇백 년까지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수백 년을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터무니책방에서 만난 동네 예술가 친구인 방영경, 신현진, 엄선 작가는 각자의 관심사였던 소비,

우리에겐 다른 상상력이 필요하다

위기의 시대, 문화예술교육이 이야기해야 할 것들

어느 날 도서관에서 환경 수업이 끝나고 어린이들이 두고 간 그림을 봤다. 그림 속에는 뻘뻘 땀을 흘리는 지구, 활활 타오르는 지구,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지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북극곰과 꿀벌도 빠지지 않았다. 중간 중간에 구름 그림과 그 속에 CO2, 오존층, 탄소중립 같은 글자를 쓴 것도 보였다. 그림들을 보니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을 받고 수업 후기로 그린 것 같았다. 기후위기에 대한 전형적인 표상들이 여지없이 등장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구야 미안해’, ‘기후야 미안해’라는 글귀를 볼 때는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아니, 왜? 어린이들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소집

예술로 365길② 갤러리 소집

소집 이용안내 강원도 강릉시 공항길 30번길 5 개방시간 | 수,목 12:00~19:00, 금~일 12:00~18:00 (전시 준비로 임시 휴관일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꼭 운영 여부를 확인 바랍니다.) 0507-1345-1018 | 이메일 storysozip@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storysozip 페이스북 @storysozip 인스타그램 @storysozip 어제의 소집 – 소집을 다시 소집으로 “소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이곳이 예전에 소가 살았던 집이라서 이름이 ‘소집’이라고 하면 공간의 변화에 놀라워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소들의 안부부터 묻는다. 처음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부모님이 대신 발 빠르게 답변을 해준

온전한 교감으로 깨우는 생태적 본능

강술생 생태미술가

“생태미술가이신 강술생 작가님을 아시나요? 지난 전시에서는 수확한 씨앗의 수를 일일이 세셨대요.” 여느 때보다 강렬한 초대 전화를 받았다. 마음은 어쩐지 고요해졌다. 수확한 열매의 씨앗을 일일이 헤아리는 건 어떤 마음일까. 감사의 의식일까? 염원의 방식일까? 끝없이 떠오르는 물음이 내심 반가웠다. 검색창에 ‘생태미술’, ‘강술생’을 번갈아 입력하며 만남을 고대했다. 생태적 경험이라곤 베란다에 키우고 있는 깻잎, 호박, 미나리가 전부인 나지만,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설렜다. 한여름처럼 뜨겁던 5월의 어느 날, 강술생, 김미숙 작가가 함께 발표한 전시 《108 walking

쓸모 이상의 상상,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예술가의 감성템⑭ 철물, 탐조, 쌍안경

흥미진진한 가능성 – 철물 어린 시절 살던 집에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붙박이장이 있었다. 성인 한 명이 웅크리고 들어갈 크기의 작은 창고였는데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면 못, 나사, 철사와 끈은 물론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데 필요한 톱, 망치, 끌과 같은 수동 공구와 전동드릴, 직쏘(전동톱의 일종)와 같은 전동 공구가 들어있었다. 그 외에도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부속품이 많았다. 어린 나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가끔 붙박이장을 열어 보고는 했다. 이것저것 꺼내다 못과 톱날에 찔리고 긁히기도 했지만 그곳은 그 어떤 장난감보다 흥미진진한

거대한 전환의 어젠다는 우리 삶과 어떻게 만날까

유럽연합 그린딜의 문화적 차원 ‘새로운 유럽 바우하우스’

2021년 국가 수준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고 그린뉴딜 정책이 쏟아질 때, 문화예술부문은 예술현장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에서 예술의 가능성과 역할을 모색해왔다. 몇몇 예술지원기관에서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여전히 국가나 지역 단위에서 ‘전환’의 논의에 문화정책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왜 예술현장에서는 그리고 여러 유럽 국가는 기후위기 대응정책과 문화정책의 연계에 주목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유럽연합(EU) 그린딜(Green Deal)의 문화적 차원으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유럽 바우하우스’(New European Bauhaus) 사례를 통해 기후정책과 문화정책의 접목, 더 나아가 전환의 어젠다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의미를 살펴본다. 탄소중립 대응을

보이지 않는 세상을 드러내기, 가능한 희망을 꿈꾸기

거대한 기후변화에서 찾은 예술가의 역할

2019년 겨울, 환경을 주제로 한 레지던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겪은 팬데믹 3년의 시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때이다. 다소 주제가 넓다는 생각에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어 새삼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것이 맞을까, 너무 때늦은 접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추상적이고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세 번의 기후변화 레지던시를 하면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가 되었고, 위기는 다시 기후비상사태가 되었다. 그리고 요즘 나는 다시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작은 텃밭에 흐르는 ‘드는’ 시간들

오늘부터 그린⑲ 텃밭에서 만난 순환

생이 들고 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쓰고 버리는 쓰레기들을 오랜 시간 바라보게 했고, 내가 먹고 싸는 것에 몰두하게 했으며, 내가 숨 쉬며 만나고 사그라지는 것들의 관계로 다가가게 했다. 그저 살아가며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이었기에 한 발짝 더 내 삶을 스스로 일구며, 내가 심고 키운 것을 취하며 살고자 했다. 그런 시간이 흘러 흘러서 만나게 된 것이 마을 텃밭이었다. 강북마을텃밭 모내기 수확하고 밭에 남겨진 작물들 생의 시간을 이어가는 나의 흔적들 북한산 아래 자리한〈강북마을텃밭〉은 마을의 여러 주민이 자연과 더불어 농사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이 사람과 지구를 구한다

〈쓰레기 영웅〉과 사라진 쓸모를 찾는 여정

2022년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기후 비극을 막을 골든타임이 3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겠다며 배달 음식은 시켜 먹지 않고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려 애써보지만, 어느새 수북이 쌓이는 쓰레기를 바라보거나 카드명세서를 확인할 때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쓰레기 더미 앞에서 가벼운 죄책감이나 윤리적 피로감 대신, ‘너도 나처럼 쓸모가 없어졌구나’라며 쓰레기에 감정 이입한 적이 있었던가. 정크아트 작가로 쓰레기를 통해 환경 이슈를 다루면서 인간의 ‘버려진 마음’을 함께 얘기해온 구형승 작가의 작업은 어떤 마음으로 시작된 걸까.

그토록 자연적인 인공, 발굴되고 연결되는 둠벙

지역기반예술연구소 르바 〈왕송못 시즌2 : 둠벙 이야기〉

더위가 막 시작된 5월 중순, 경기도 의왕시 왕송못(왕송호수) 주변은 새들의 천국이었다. 온갖 새소리가 매우 크고 방해 없이 들렸고, 형태와 색의 세부를 알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눈높이에서, 꽤 오래 하나의 개체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를테면 가마우지는 생각보다 더 까맣고 윤이 나는 도톰한 깃털을 과시하며 밭은 하늘에서 우리 주변을 우아하게 맴돌다, 어느새 물속으로 쏜살같이 꽂히더니 수면 위로 나와 물을 털어내는 한바탕의 쇼를 보여줬다. 돌고래쇼를 하는 철새라니! 그런가 하면 인근 농로를 막고 갑자기 나타난 왜가리(로 보이는) 녀석은 우리 일행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객들을

상상하고 헤아리며 공존을 터득하는 대화

어쩌다 예술쌤㉑ 예술교육실천가의 생태 전환 일기

요즘 내가 제일 재밌어하는 것은 도시에서 만나는 동물들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길을 가다가 날아가는 까치에게 어디 가느냐 묻고, 참새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치면 무얼 먹고 있는지 묻는다. 가끔은 수풀 속에 숨어 있는 고양이와 비슷한 눈높이로 앉아 ‘뭐해?’하고 묻는다. 그리곤 귀여운 상상에 빠진다. 까악ㅡ까악ㅡ 하고 지나가는 까치는 ‘나 지금 바빠! 나중에 얘기해!’라고 말하는 것 같고, 참새들은 ‘오늘 여기 쌀알이 엄청 많아! 너는 아침 먹었어?’라고 되묻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내가 이렇게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하는 사람이 된 데에는 개인적인 생태

미래인재 양성, 신진예술인 지원 확대

2023년 5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문체부, 5개 대학과 손잡고 미래인재 집중 양성 (′23.5.10.)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K-컬처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서울예술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KAIST, 한국예술종합학교 5개 대학이 5월 10일(수), ‘예술 및 문화콘텐츠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5개 대학은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예술 및 문화콘텐츠 산업의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서 ① 기초·응용예술 교류, ② 문화예술·콘텐츠 교육 및 전문 인력 육성, ③ 문화예술·콘텐츠 연구 및 기업 산학프로그램 운영, ④ K-컬처 분야 발전 방안 협력 및 문화예술·콘텐츠 생태계 강화 등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중성과 예술성을 넘어, 진실한 감동은 자명하다

[대담] 어린이라는 세계를 만나려면

연극놀이 전문가와 어린이 TV 프로그램 연출가의 만남 교육의 목적, 예술의 관점 흥미로움을 넘어 다양성으로 진실함이 주는 감동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어린이의 정서 발달과 감정 표현에 어려움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미래세대인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5월 5일 EBS <딩동댕 유치원>에서는 ‘팬데믹 세대’ 어린이들이 예술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싹틔우고 표현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코너 ‘다빈치룸의 반짝이는 예술가들’을 새롭게 열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정재 EBS PD와 양혜정 연극놀이전문가가 어린이를 위한 예술교육과 미디어가 만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대담

달그락 움직이니 마을이 달그락

예술로 365길 ①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

달그락달그락 이용안내 전북 군산시 월명로 475-1 세한빌딩 3층 개방시간 | 화~토 9:00~21:00, 일 14:00~19:00 063-465-8871 | 이메일 jbyar@daum.net 홈페이지 www.youthauto.net 페이스북 @youthautonomy 블로그 @dalgrak_dalgrak 근대역사문화에서 자치하는 소리 군산은 근대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일제강점기에 호남평야가 있는 곡창지대의 쌀 수탈에 아픈 현장이었고, 한강 이남 최초로 3.5 독립 만세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저항정신이 높은 지역이다. 고군산열도와 월명산, 은파호수공원과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삶을 살아 내는 시민들의 문화적 감수성도 높은 곳이다. ‘달그락달그락’(이하 달그락)은 군산의 근대역사 문화지역의 한 곳에 있다. ‘달그락’은 무언가 움직이며 부딪치는 소리다. 앞에

AI와 문화예술교육, 변화의 흐름 속에서 찾는 새로운 가능성

제2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 리뷰

제2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이 ‘AI 인공지능과 새로운 창의성, 미래사회 우리 삶과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2023년 5월 19일 서울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개최되었다. 미래 사회 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모색하고 문화예술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올해부터 시작한 미래 문화예술교육포럼은 지난 2월 첫 행사를 통해 미래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의미를 조망하였다. 이어지는 이번 제2회 포럼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AI가 인간의 삶과 문화예술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미래사회의 창의성과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논의했다. [1부] 발제 : 상상력과 질문으로 만들어 가는 문화예술교육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