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화, 탈경계화, 세계화(다문화, 다양화)라는 시대 변화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예술교육가 또한 충돌의 틈새에서 조정과 이해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예술(교육)가가 만난 ‘균열’(변화)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2025년 ‘재구성’을 위한 준비와 다짐을 들어 본다.
- ① 변화를 향한 질문
- ② 2024년 돌아보기
- ③ 2025년 내다보기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본지 편집위원
공공 정책 측면에서 정부나 문화예술기관이 하고자 하는 사업 과제들을 보이나, 본질적 질문이 생략된 채 돌진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대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는 모든 경영 조직(행정 조직 포함)이 5개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중 첫 번째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다. 인간은 ‘필요’에 의해 국가를 형성했고, 국가의 운영을 위해 정부를 구성하고, 시민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민주주의’라는 제도에 기반하여 합의한다. 문화 정책,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어떤 기반 위에서 형성되고,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너무나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그 내적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지 않으면 우리(문화예술교육)가 미래에 어느 곳으로 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최선영
문화기획자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등 대표적인 사업의 예산 삭감 소식이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논의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정책적으로는 그것에 공감하지 않는 신호를 자주 받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경우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내용적 고민을 하기에 무력감이 증폭될 수 있다. 현장에서 다양한 질문에 집중하며 실험과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정성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황유진
이랑고랑 대표
학교예술강사의 역할과 그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단순히 예산 삭감과 효율성의 문제로 축소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히 예술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표현하고 자기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민주적 발언을 배운다. 유년 시절부터 예술교육을 통한 능동적이고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숙련의 과정은 눈에 보이는 결과를 넘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가치 있는 투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선아
한양대학교 응용미술학교 교수·본지 편집위원
공공연히 회자되지는 않았을지라도, 많은 사람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슈는 아무래도 예산 삭감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급작스러운 예산 변동은 단순히 자원의 많고 적음을 넘어서, 선택과 집중의 어려운 의사결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종종 여러 이해관계자 간에 충돌을 일으킨다. 또한, 무엇을 중단하고 무엇을 지속할 것인가를 선별하는 과정은 지난 사업 성과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한다. 이때 ‘무엇을 지표로 문화예술교육을 평가하고 그 영향력(impact)을 가늠할 것인가’ 하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예산이 공유된 가치 체계 안에서 운용된다는 점에서, 이의 재배치가 촉발하는 것은 문화예술교육이 어디를 향해 달려왔는지에 관한 비판적 성찰일 것이다.
김옥진
마음놀이터 대표
문화예술교육 예산의 지역 이관으로 인한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변화가 아닐까. 여전히 성과의 중심이 정량적 평가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지역 재단이 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력의 벽을 돌파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광주는 지역특성화와 꿈다락이 동네예술배움터로 통합되고, 새로운 단체를 위한 인큐베이팅 사업이나 창의랩 같은 실험적인 사업이 올해는 모두 없어졌다. 다양한 그릇이 있어야 여러 시도가 가능한데 축소된 지원사업의 틀 안에서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성과를 증명해내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사업의 축소는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신(scene)을 얄팍하게 만든다. 일상의 공간에서 멀어진 문화예술교육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지금의 균열과 변화에 박차를 가하려면, 지역 재단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도하고,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성과를 예산으로 연결할 방법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
김자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미래사업본부장·본지 편집위원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지방분권, 돌봄정책, 기후위기, 외로움·고립감 등 사회 문화적 이슈와 도전 과제에 문화예술교육의 원리와 실천을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층위의 논의들을 진행했으며, 관련 정책사업을 개발하고 실행하였다. 내실 있는 현장을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문화예술교육(존재, 분야, 생태계)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사회환경 변화 속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역할,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사회적 영향력을 설명해 내면서, ‘담론으로서의 전환’이 아니라 2025년에는 실제 정책과 사업을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십수 년간 누적되었던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도전 과제를 하나씩 지워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공인애
독립서점 빛나는친구들 대표
그동안 진행해 온 것들에 대해서 ‘이런 것도 문화예술교육이 됩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아주 특수하거나 전문적이지 않고, 많은 사람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공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면, 특별한 학문적인 성취나 인문학적인 배경이 없더라도 자기 삶 속에서 살아온, 자기만의 개인적인 철학 같은 것을 가지고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것으로도 문화예술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참여자들이 서로에게 귀감이 된 부분이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책방에 오시는 분들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
서지혜
인컬쳐컨설팅·본지 편집위원
2024년은 ‘정책 차원에서 예술교육이 어떻게 브랜딩 되고 있는가’에 대한 예술교육실천가들의 의견을 많이 듣게 된 한 해였다. 문화예술교육은 여전히 사회적 공감과 이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천가들은 사람들과 감응하며 그들의 삶에 흔적과 가능성을 남기는 촉발자로 예술적 상호작용의 다양한 모습으로 예술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단순히 ‘예술 기술 교육’으로 축소해 인식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실천가들이 이루어 온 내적 상호작용과 실천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선 철학과 고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철학과 가치를 사회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소통이 필요하다. 예술교육이 각자의 삶에서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상상하게 하고, 그 본질적 가치가 더욱 널리 공감될 때, 실천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송수연
언메이크랩
인공지능의 생산성과 자동화가 가져온 창작과 교육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 모델을 생활과 창작, 학습 과정에 활용하며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으로 생성되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악은 인간의 지능과 감각이 다루는 속도를 넘어선다. ‘혁신 기술’에서 ‘사용 기술’로 자리 잡은 인공지능을 예술 창작과 교육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균형을 이루어야 할지에 관한 문제에 직면했다. 이 문제는 문화예술(교육)의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인간과 비인간에 대한 인문적 성찰, 사회 정의, 윤리 문제와의 연결 속에서 포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바로
양평초등학교 교사
늘봄학교 속 예술에 대해 크게 느낀다. 작년 한 해, 예술로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예술로링크’라는 사업을 만나, 교내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 곳곳에서 예술꽃을 잔뜩 피워냈다. 이 과정이 교사와 아이들에게 감동과 기쁨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교육과정 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발을 주제로 전시회를 만든다면, 국어의 어느 단원, 미술의 어느 차시와 연계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은 교사로서의 효능감에도 기여하는 바가 컸다. 교육과정 안에서 이뤄졌기에 ‘모두를 아우르는’ 교육이 가능했다고 본다. 늘봄학교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에게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 그러나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이뤄지는 예술교육에 대한 함의의 폭 역시 좁아지지 않아야 한다.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본지 편집위원
‘소멸, 지역, 삭감’, 이 세 가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이 바닥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도전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정 바란다. 없어지는 예산이 아니라 주도하는 정책이 되고, 소멸하는 지역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모델이 되는 지역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 물론 삭감된 사업은 되도록 복원이 되어서 연착륙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용세
예술교육실천가‧예술공간100℃ 대표
바야흐로 노인 100만 시대,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24년 문화예술교육계는 지역소멸과 초중고 통폐합 등 암울한 현장의 이슈를 외면하지 않은 채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적극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안테나를 켰다. ‘초고령’이란 단어에 압도될 필요가 없다. 도리어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이야기해 볼 시점이다. 문화예술교육은 관계 속에서 발아하는 씨앗이므로 관계 맺기를 위한 자료 수집과 적극적인 만남을 통해 세대 간 유사성과 연관성을 찾고 그 안에서 ‘질 좋은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일지라도 괜찮다. 미래세대의 주역이 될 노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그 질문들을 통해 조금 더 다정한 접근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운이 좋아 노인이 될’ 후배 시민들은 초고령 사회로의 입장을 통해 외로움, 슬픔, 벅참, 소중함, 등 다양한 감정의 요동, 그 중심에 있는 ‘사람’ 본질에 집중해 보자.
정민정
문화예술기획단 쌈
대표
올해 쌈이 생각하는 이슈는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로서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라는 보편적 가치가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 혹은 얼마나 먼지를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 올해 쌈은 그동안 생각지 않았던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에 발을 들였다. ‘장애인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그들과 함께할 방법을 모색했다. 문화예술교육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매개라면, 우리는 단순히 예술교육을 넘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와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함께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참여하신 분(가나다순)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본지 편집위원
김선아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본지 편집위원장
김옥진 마음놀이터 대표
김자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미래사업본부장·본지 편집위원
서지혜 인컬쳐컨설팅 대표·본지 편집위원
송수연 언메이크랩
이바로 양평초등학교 교사
정민정 문화예술기획단 쌈 대표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본지 편집위원
최선영 문화예술기획자
황유진 이랑고랑 대표
- 정리_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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