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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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12월

현장 텍스트와 여백

책장을 펴고 글의 내용에 빠져들다 보면, 텍스트가 여백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흰 종이 위 덩그러니 놓인 몇 개의 단어로 쓰인 한 편의 시가 더 많은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많은 여백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여백 없이 온통 검은 글자로 뒤덮여 있는 페이지를 본다면, 그것은 글이 아니라 벽이 될 것이다. 텍스트가 저자에 의해 쓰인다면 여백은 독자의 몫이라 할 수 있다. 남겨진 공간 안에서 곱씹어보고, 상상하며, 달리 생각해 보면서, 작은 글씨의 메모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때 여백은 읽기와 쓰기가 교차하는 공간이 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는 매일 수많은 텍스트가 숨 가쁘게 쓰인다. 이 텍스트는 베틀에 팽팽하게 고정된 정책, 사업, 프로그램, 예산이라는 날실에 실패, 좌절, 의미, 가치, 감동의 씨실로 엮어가는 형형색색 태피스트리같이 잘 짜인 이야기이다. 이번 [아르떼365]에서는 문화예술교육 현장 텍스트에 작은 여백을 만들어 메타 텍스트(meta-text) 쓰기를 시도한다. 그저 남겨진 공간이 아닌 기꺼이 비워 문화예술교육을 관계적으로 성찰하는 사유의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론이 실천을 혹은 실천이 이론을 어느 한 방향에서 규정하기보다는, 조급함의 물살에 휩쓸려가기 쉬운 경험의 의미를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내면서 상호 침투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획득되는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는 나름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한다.김선아 3기 편집위원장·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