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관성에 빠져도 다시 자각하고 다짐하며

동료 상담실⑤ 현장 비평과 성찰

자니스밴드는 예술가와 예술교육실천가들이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고민과 성찰 지점 등을 자유롭게 나누는 네트워크다. 이번 모임에서는 ‘현장철학 읽어주기’를 주제로 자신의 예술교육 활동에 관한 ‘철학적 해석’과 ‘비평’의 경험,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을 나누었다.
상담 일시‧장소 : 2025.11.17.(월) 온라인
동료 상담가 : 강진주(무용 예술교육가), 손현정(시각예술가·예술교육가), 유병진(문화기획자), 유은정(연극 예술교육가), 이초영(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최서연(무용 예술교육가)
Q.

돌아가는 길 위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초영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겁이 납니다. 제가 생각했던 내용이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늘 궁금하고 긴장되거든요. 현장에서 제가 의도했거나 나누고 싶었던 주제들이 공유될 때는 긴장이 좀 풀려요.
최서연  잘했다는 느낌보다 ‘아쉽다’ 또는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더 자주해요. 좋은 질문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한 점이 늘 마음에 남고, 첫 만남의 중요성도 알기에 학생들에게 더 잘 가닿을 수 있도록 좋은 환경과 수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손현정  돌아가는 길에는 시작점이 다시 떠올라요. 크고 작은 후회와 아쉬움부터 ‘다음에 하게 되면 이렇게 해야지’ 하는 성찰과 준비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유은정  수업이 끝나면 그다음을 먼저 생각해요. 1차시가 끝나면 2차시를, 프로그램 전체가 끝난 뒤에도 바로 다음을 계획합니다. 실행한 것을 돌아보기보다 참여자 반응과 환경을 살피며 다음 단계로 시선을 옮기는 것 같아요.
유병진  기획하고 돌아가는 길에는 늘 ‘이 프로그램을 하면 사람들이 올까?’라는 질문이 떠올라요. 공급자의 예상과 수요자의 필요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해도 그에 맞는 대상을 찾아 정확히 안내하고 연결하는 과정이 어려워요.
강진주  자유롭고 건강한 예술교육 생태계를 바라는 마음은 또 다른 질문이 되어 돌아와요. 현장이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자유롭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일하다 보면 구조 안에서 무게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이상적인 현장을 만들고 싶은 마음과 그에 따른 책임감이 나란히 존재해요.
Q.

피드백은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주고받나요?

이초영  저는 만족도 조사를 꼼꼼히 살펴보는 편인데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의견에 도움을 받곤 해요. 최근에는 참여자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노트를 만들어 기록·공유해 봤는데 참여자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함께 확인하는 동시에 멘토링 지점도 파악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참여자의 피드백을 어떻게 잘 이끌어내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유은정  현장에서는 수업 내용이나 기록 방식보다 참여자 한 명 한 명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눠요. 동료들과 서로 다른 시선을 공유하다 보면 새로운 영감이 생기고 그 자체가 기록이 되기도 합니다. 수업은 조정하면 되지만 참여자 반응은 매번 달라서 이런 대화가 큰 도움이 돼요.
유병진  저는 참여자 관점에서 ‘내가 수업을 들었다면 어떻게 느꼈을까?’를 기준으로 동료에게 피드백해줘요. 즉각적 리뷰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걷자니’(자니스밴드 소모임)처럼 함께 차 한 잔을 마시거나 산책하면서 대화를 나눠요.
최서연  최근 수업 회고 모임에서 함께한 분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큰 힘을 얻었어요. 참여자와 현장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에, 지역에서 작은 단위로라도 자발적으로 모일 동료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수업 후 혼자 돌아보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어서 좋은 질문이 담긴 셀프 회고북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Q.

현장을 어떤 방법으로 기록하고 돌아보나요?

손현정  저는 블로그를 공적인 일기장이라 생각하는데, 활동일지와는 조금 다른 결로 현장을 기록하고 돌아보고 또 공유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아카이빙 되는 느낌도 있고요.
유은정  사진을 찍고 또 들여다봐요. 프로그램할 때 찍은 사진을 보면 그때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놓쳤던 참여자들의 표정이나 몸짓도 볼 수 있어요.
강진주  사진이나 일지를 통해 스스로 성찰하고, 팀 프로젝트에서는 동료들과 정기적으로 현장 리뷰를 겸한 연구 모임을 진행해요. 이런 공동의 성찰이 예술교육을 지속하는 힘이 된다고 느낍니다. 아카이빙 할 때는 무엇을 어떻게 남길지 고민이 필요해서 전문 아카이비스트를 요청하기도 해요. 입체적인 기록을 위해서는 다른 시선에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문화예술교육의 수업 비평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서연  ‘비평’은 옳고 그름을 나누는 느낌이 드는데, 모니터링에서 평가보다 질문을 통해 의도를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교육가 자신도 생각을 정리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이초영  모니터링은 문화예술의 맥락에서 각자의 가치와 방향을 살피는 과정이기도 해요. 비평 역시 옳고 그름보다 ‘가치’를 논해야 하기에 의도를 이해하지 않은 채 개인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창작자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 생각합니다.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주고받는 보완적 피드백은 좋지만, 의도를 읽지 않은 채 더해지는 비평은 불편해요.
유병진  타인을 비평하는 과정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해요. 비평 전에 창작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의도가 불명확하거나 관성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아요. 비평이 작품의 전체 맥락과 의도를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거나, 질문과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창작자와 비평가 모두 자신의 관점과 방향을 정리할 수 있어요.
유은정  비평에 익숙해져야 진짜 성찰이 가능할 것 같아요. 상대에게 상처 주기 싫어서 좋은 말만 하다 보면 정작 필요한 피드백도 놓칠 수 있으니까요.
강진주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의 비평도 큰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제3자의 시선이 문제를 풀기도 해요. 누구의 피드백까지 ‘수업 비평’으로 볼 수 있는지 질문해 볼 필요도 있어요. 학생과 동료 등 다양한 대상과 다양한 방식의 성찰이 내부 논의로 이어질 때, 그것 자체가 곧 건강한 수업 비평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손현정  예술교육은 무엇에 의미와 가치를 두는지에서 시작되고, 그 지점이 교육의 동력과 방향을 결정해요. 때때로 관성에 빠지기도 하지만 참여자의 피드백이 처음의 의도와 서사를 다시 자각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Q.

현장의 실천을 우리는 어떻게 함께 읽고 비평할 수 있을까요?

이초영  저는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경험을 지닌 분들에게 배우려는 마음으로 일하는 동시에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확실히 책임지고 채워드리고자 합니다.
강진주  예술가와 시민 모두에게 ‘질문이 있는 예술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예술교육 현장은 여전히 기술 중심의 교육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기술 중심 교육과 질문 기반 교육 사이를 오가며 예술교육의 본질을 고민해왔고, 지금도 무용에 대해, 예술에 대해 고민하며 성찰하는 활동에 집중해요. 이런 과정은 미적 체험과 성찰이 살아 있는 현장을 만들어나가고, 예술교육과 춤을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만드는 순환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병진  예술·예술교육은 기술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극·문학처럼 질문 자체가 중요하거나 음악·미술처럼 ‘왜 이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를 묻는 과정이 포함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기획하는 수업도 기술 전달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탐색하게 하는 방식을 지향합니다.
최서연  일을 지속하려면 ‘의미’를 찾아야 하고, 진짜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그 의미를 확인하게 해줘요. 한 사람에게라도 진심이 닿는 경험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그래서 예술교육을 지속하려면 동료와 함께 현장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손현정  지속적이고 건강한 활동을 위해서는 스스로 의미를 찾거나, 그 의미를 함께 나눌 동료가 중요해요, 제게는 ‘혼자읽자니’(자니스밴드 소모임) 모임이 그런 존재이자 장소예요.
유은정  ‘난 전문가다’라는 굳건한 마음을 바탕으로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데이터에서 나온 신념, 자신감을 갖고 현장에 존재합니다. 서로를 읽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과 안정, 성장의 에너지를 느껴요. 비록 지금은 곁에 없더라도, 곧 그런 동료를 만나게 될 것이란 기대감 또한 제게 힘이 됩니다.

📢 동료 상담실은 ‘이달의 주제’와 관련해 예술교육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질문을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예술교육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자신만의 노하우를 동료 상담실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함께 해답을 찾아가겠습니다. – [아르떼365] 편집팀

손현정
손현정(손솜씨)
일러스트레이션·드로잉 기반 시각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가로 활동한다. 아트스튜디오 ‘점그리고선’을 운영하며 일상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예술로 기록하고 또 나눈다. 산책길에서 마주친 다양한 존재들과 영감 조각을 주고받으며 슴슴하게 살아간다.
handmadesohn@naver.com
인스타그램 @son_somssi
섬네일 사진제공_손현정 시각예술가·예술교육가
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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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12월 18일 at 1:10 PM

    때로 관성에 빠져도 다시 자각하고 다짐하며
    동료 상담실⑤ 현장 비평과 성찰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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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12월 18일 at 2:30 PM

    때로 관성에 빠져도 다시 자각하고 다짐하며
    동료 상담실⑤ 현장 비평과 성찰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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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경연 2025년 12월 24일 at 9:47 PM

    예술교육자나 기획자가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되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직간접적인 경험을 해본게 된 좌담회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협업은 예술가뿐 아니라 지자체 지역주민등 여러 주체가 참여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하기에 이런 분들의 목소리 하나하나 경청하고 피드백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르떼가 그 좋은 소통의 플랫폼 역할 잘 수행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 author avatar
    김수현 2025년 12월 30일 at 10:31 PM

    현장의 돌아오는 길에서 생긴 질문들을 기록과 대화로 나누며 예술교육가들은 서로의 시선 속에서 다음 실천을 준비한다

  • author avatar
    이지연 2026년 02월 01일 at 9:29 PM

    손현정 작가님 기사 잘 봤어요
    뜻하고 원하시는일 모두 이루시길 바라고 새해엔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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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12월 18일 at 1:10 PM

    때로 관성에 빠져도 다시 자각하고 다짐하며
    동료 상담실⑤ 현장 비평과 성찰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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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12월 18일 at 2:30 PM

    때로 관성에 빠져도 다시 자각하고 다짐하며
    동료 상담실⑤ 현장 비평과 성찰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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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경연 2025년 12월 24일 at 9:47 PM

    예술교육자나 기획자가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되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직간접적인 경험을 해본게 된 좌담회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협업은 예술가뿐 아니라 지자체 지역주민등 여러 주체가 참여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하기에 이런 분들의 목소리 하나하나 경청하고 피드백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르떼가 그 좋은 소통의 플랫폼 역할 잘 수행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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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2025년 12월 30일 at 10:31 PM

    현장의 돌아오는 길에서 생긴 질문들을 기록과 대화로 나누며 예술교육가들은 서로의 시선 속에서 다음 실천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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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연 2026년 02월 01일 at 9:29 PM

    손현정 작가님 기사 잘 봤어요
    뜻하고 원하시는일 모두 이루시길 바라고 새해엔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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