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여전히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불확실한 예산과 제도의 재편, 지역 생태계의 (부)조화와 (불)균형, 기술 환경의 빠른 확장 속에서 예술교육가와 현장의 동료들은 매일의 실천을 통해 균열을 체감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새로운 방식의 배움을 만들어냈다. 각자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2025년을 다시 읽고, 2026년을 준비하기 위한 감각을 깨우고자 한다.
- ① 성찰과 배움의 기억
- ② 나의 한해를 돌아보기
- ③ 새해의 고민과 화두
고대웅
미술작가·월간 작은도시이야기 발행인
지난 몇 년간 문화예술교육사 양성과정의 일원으로서, 예비 문화예술교육사들이 바라보는 세상과 그들이 만든 지도안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궤적을 따라 사람들의 귀한 이야기와 시선을 발견했고, 그것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했다. 예술이 ‘작품’으로 존재할 때, 그것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사고를 확장하는 기회를 주고 시대를 감각하게 해 기억의 단초를 제공한다. 더불어 예술이 ‘교육’의 형태로 존재할 때 그 영향은 한층 더 적극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예술교육을 통한 능동적인 예술 경험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삶에 스며들어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예술교육자들이 각자의 좌표에서 만들어낸 파장이 퍼져나가 서로 연결되고 교차되어 더 다정한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를 더 나답게 하고, 서로를 함께 살게 하는 문화예술교육에 관련된 모든 분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본지 편집위원
“가장 어두운 밤이 지나야 태양이 떠오른다.”
“Même la nuit la plus sombre prendra fin et le soleil se lèvera.”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중
지역문화에 위기가 오고 문화정책이 망가지는 상태에서도 사명감과 열정으로 임하는 현장의 예술교육가와 예술교육을 체험하는 학생들의 열기에서 오히려 많이 배우고 힘을 얻었다. 정책연구자로서 직장, 직업을 넘어 이러한 열정을 배울 수 있었다. 단, 아직 그 열정이 체화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서지혜
인컬쳐컨설팅 대표· 본지 편집위원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오래 들여다보고 함께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이 분야 사람들의 상상 이상으로 높은 문화적 감수성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현장에서 예술교육실천가는 말해지지 않은 마음의 무게를 읽어내고 미묘한 감정과 행동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은 기색을 조금씩 인지하기도 하고, 새로운 장면으로 부드럽게 전환해주기도 한다. 여러 지역과 현장을 오가다보면,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한다는 건, 세상의 작은 균열을 보는 눈, 말로 나오지 않은 목소리를 듣는 귀를 매일 조금씩 훈련받는 삶이라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곧 문화예술교육 실천은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을 계속 조금씩 재구성하는 삶의 방식임을 배운다. 문화예술교육실천가들 틈에서 그런 감각과 감수성에 자극받고 깨어있을 수 있음에 종종 감사해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그런 삶의 방식을 사랑한다.
이승정
미디어아트랩 얼스 대표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지키며 종종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집단, 예술가와 기술자 사이의 중간 관리자이자 번역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한쪽은 자신의 미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최대한 아름답게 펼치고 싶어 하고, 다른 한쪽은 명확한 구조와 결과를 요구한다. 같은 공간에 서 있지만, 두 집단의 시간 감각과 ‘완성’의 기준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초반에는 그 간극이 오해와 마찰로만 드러난다. 하지만 1년, 2년, 3년을 함께 지나며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이해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예술가는 회로와 코드의 흐름을 상상해 보고, 기술자는 작품의 서사와 감정선을 질문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요구를 번역하고, 갈등을 조율하고, 때로는 양쪽 모두에게 낯선 이방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결국 서로가 타인의 세계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을 곁에서 보는 일은 큰 감동으로 남는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내 성장에는 얼마나 성실했는가를 되묻게 된다. 교육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가르치는 덕분에 나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구조라는 사실을 이 현장에서 거듭 확인한다. 매일 새로 등장하는 기술과 개념들 앞에서 다시 초심자로 돌아가 공부할 수 있다는 것, 그 덕분에 겸손과 감사라는 오래된 단어를 조금은 덜 뻔하게 붙잡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내게 준 가장 큰 성찰이자 선물이다.
김자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미래전략사업실 실장·본지 편집위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는 참여자의 경험, 지역의 맥락, 예술가의 개입 방식이 과거보다 훨씬 다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스펙트럼은 이미 전통적인 ‘교육’의 범주를 넘어 보다 넓고 복합적인 지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간의 경험과 성과가 누적된 결과이자, 향후 문화예술교육의 진화 가능성을 말해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교육을 ‘문화 매개’ ‘문화예술 경험’을 중심에 둔 접근으로 확장할 때, 예술적 경험을 매개로 사람들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 전체를 지원하는 역할로 나아갈 수 있다. 국민이 일상 속 예술의 힘을 체감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인프라로써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사람과 예술, 지역과 공동체를 잇는 연결의 장을 만드는 방향으로 넓혀 나가리라 기대한다.
박아미
서울인수초등학교 교사
‘저마다의 자리’라는 무게를 실감한다. 각자의 거처에서 수많은 예술-교육가들은 개인의 사소한 진리들을 끝없이 고민하고 표현하면서 작품, 경험 혹은 활동으로 이야기되는 ‘예술을 한다’. 이러한 실천은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만 세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인간적 한계에 도전하도록 하고, 개인 인식의 지평을 조금씩 더 확장하도록 이끄는 듯 보인다. 그리하여 우리는 서로의 문제의식, 목소리, 곳곳에서의 실천에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술의 정치성은 특정 이슈를 직접 발화하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있는 인간 삶의 조건을 드러내고,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은 개인적 성찰과 사회적 의미가 교차하는 공간이고, 여기에서 예술-교육가로서의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갱신해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실천도 그러한 갱신에 기여하는지 오늘도 되돌아본다. 빚진 자로서, 또 빚을 지우기도 하는 자로서, 이 상호적인 관계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꺼이 바라는 마음으로.
천근성
작가·피스오브피스 대표
문화예술교육이 사전 신청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참여 경로가 있는 사람만 계속 참여하고, 처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는 점을 오래 고민해왔다. 그래서 올해 진행한 모든 작업은 ‘우연히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최우선으로 두었다. 시장커피도, 만물미술트럭도, 필사카페도 걸음을 멈추면 누구든 바로 들어올 수 있었다. 참여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예술적 경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설명하기 어렵지만 마음이 움직이고, 예상하지 못한 흥미가 생기는 그 짧은 시간을 믿고 싶었다.
올해의 실천들은 작은 우연과 즉흥이 오히려 깊은 배움과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앞으로도 예술이 특정한 사람들만의 것이 되지 않도록, ‘열린 구조’와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실험을 계속하고 싶다. 그리고 동료들이 서로의 작은 시도를 지지하고 확장해주는 현장이 된다면, 우리의 예술 활동 역시 훨씬 더 넓고 깊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신이명
미술작가
최근 동인천의 오래된 영화관, ‘미림극장’을 주제로 단편 다큐멘터리 <상영 중입니다>를 연출했다. 1957년 천막극장에서 시작한 미림극장은 구도심의 쇠퇴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으로 한 차례 폐관 위기를 겪고도 다시 불을 밝힌 단관극장이다. 이곳은 그 자체로 고전영화와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기도 하지만, 동네 어르신들의 쉼터이기도 하고 지역 예술가들의 작은 실험이 이루어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극장에서는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넓히기 위한 시도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것이 거창한 담론이나 가시적 성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림극장의 모든 활동은 자연스럽고 성실하게 지역 공동체와 함께 호흡한다. 미림극장은 누구나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구든 들어갈 수 있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을 수 있는 곳. 나는 미림극장을 통해 문화예술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새삼 묻게 되었다.
환대하는 장소는 공동체 속에서 존재가 인정받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 안에 머물 수 있게 하고 그 속에서 말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든다. 문화예술이,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이 개별 존재의 마음을 각자의 언어로 드러내고 그것을 연결하는 일이라면 미림극장은 그 자체로 이미 예술적 사건이다. 개인 간의 연결이 희미해지고 혐오와 배제가 일상이 되어가는 시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환대하고, 함께 연대하는 예술이 아닐까.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함께 존재하기 위해.
이다영
문화기획자
세상에는 이미 훌륭하고 의미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그 풍요 속에서 가끔은 거대한 회의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이렇게 좋은 콘텐츠가 많은데, 굳이 나까지 하나를 더 얹을 필요가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유의미한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스스로 만든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깊이 몰입한 사람들의 숨길 수 없는 반짝이는 눈빛을 볼 때 나는 정신이 번쩍 든다. 순도 높은 진정성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게으름 피울 수 없게 된다. 우리 안에는 저마다 자신을 반짝이게 하는 ‘예술적 인화점’이 하나씩은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거창한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영향력이 될 수 있다.
전철원(여백)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제는 습관적으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인간이고 싶은가?’ 이 물음은 여러 형태를 포함한다. 누구와 친밀하고 싶은가,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등등. 사실 스스로에게 물을 때마다 되새기고자 하는 집중점은 그때그때 다르다. 이는 당시의 내 상태와 관련이 깊다. 어느 젊은 시절에 나는 타인과의 대화에서 자주 경계를 짓고, 대화를 통해 사고가 확장되는 고양감을 잃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때는 시도하는 일마다 결과가 좋았기에 나는 점차 오만함에 가까운 부끄러운 상태를 가져가는 중이었다. 아마 그 시절이 조금만 더 진행되었다면, 나는 얼마나 못난 인간이 되었을까 싶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하곤 하다. 다행이랄까. 때마침 외부의 힘에 의해 강제로 자리를 잃었고, 그제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장으로, 구체적인 실천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나는 어떤 인간이고 싶은가?’ 그렇게 습관이 생겼다. 힘들 때, 벽에 닿았을 때, 이루었을 때, 자랑스러울 때. 그 모든 때마다 스스로를 경계하며 묻는다. 하고자 하는 것과 되고자 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기에.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본지 편집위원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내가 현장을 읽으며 느낀 점을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문화예술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함께 사는 삶’에 대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존엄을 지키고, 타인을 존중하는 삶의 바탕에 문화와 예술이 있다. 차별과 혐오의 세계가 재등장하려고 꿈틀거리고 권위주의적 국가, 사회 체제가 복귀를 서두르는 현실을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목격하고 있다. 공동체는 개인의 ‘탁월함’이 아니라 ‘부족함’에 대한 자각 위에 세워진다. 문화예술은 남보다 앞서가는 경쟁력을 키우는 도구가 아니라, 나의 결핍을 표현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복원해 내는 힘. 그것이 바로 문화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참여하신 분(가나다순)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본지 편집위원)
김자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미래전략사업실 실장(본지 편집위원)
박아미 서울인수초등학교 교사
서지혜 인컬쳐컨설팅 대표(본지 편집위원)
신이명 미술작가
이승정 미디어아트랩 얼스 대표
전철원(여백)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천근성 작가·피스오브피스 대표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본지 편집위원)

- 정리 _ 주소진, 양희경 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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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이 이렇게 멋진 마음을 가지고 계시니까 아주 든든합니다.
새삼스레 묻는다, 깨우치듯 배운다
2025 연말특집① 성찰과 배움의 기억
공감이 가네요
새삼스레 묻는다, 깨우치듯 배운다
2025 연말특집① 성찰과 배움의 기억
기대만점입니다
균열의 시대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관계를 회복하고 감각을 깨우며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배우게 했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감각을 깨우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우리 모두가 균열의 시대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소통의 의미를 다시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균열과 단절이 많은 시대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우리에게 회복과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덕분에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감각과 감정을 함께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