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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유하지 않고 연구하기

오늘부터 그린㉚ 생태적 자연 관찰과 연구

매일 숲에 간다. 며칠 전부터 꽃피운 석산에 다가가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한다. 꽃봉오리를 발견한 늦여름부터 늘 그래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꽃잎 색이 옅어졌고, 떨어진 수술도 있다. 나는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다. 매일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나의 일이다. 식물세밀화는 식물종의 형태적 특징, 특히 분류키를 드러내야 하는 그림이다. 식물의 형태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생식기관이다. 꽃과 열매 그리고 씨앗. 나는 식물의 꽃이 피고 열매 맺은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내게 한 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의 개화, 결실 시기가 자꾸만

어제와 오늘을 회고하며 내일부터 다시 시작!

재촉과 재충전 사이, 계획과 결심하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새해 첫날 듣는 노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새해 첫날에 듣는 노래가 그해의 무드를 결정한다나. 주로 <파이팅 해야지> <이루리>처럼 희망찬 가사의 노래를 고른다. ‘새해송’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문화지만, 그와 비슷한 믿음을 가진 분의 보호 아래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1월 1일의 유난스러운 분위기가 사실 익숙하다. 우리 엄마는 1월 1일에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에 따라 그해의 운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으로. 우리 집에서는 새해 첫날만은 늦잠을 자서도, 짜증을 내서도, 동생과 싸워서도, 반찬 투정을 해서도, 아빠에게 혼날 짓을 해서도 안 됐다. 대체로 평소에도

돌아보고 이어지는 질문의 징검다리

예술교육가와 예술행정가가 말하는 결과 공유①

관계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감각 감동보다는 동감의 시간으로 함께한 이들의 변화와 성장으로부터 성찰을 엮어 새로운 서사로 만들기 보이는 숫자부터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일정 기간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마무리되면 과정을 돌아보고 의미를 확인하며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를 만든다. 공연·전시, 축제, 공유회, 포럼, 콘퍼런스 등 공유하고자 하는 내용과 대상에 따라 방식도 다양하다. 문화예술교육의 결과와 성과는 무엇인지, 그것을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나눠야 할지 예술교육가·예술행정가의 경험과 바람을 들어본다. ①결과‧성과 공유의 의미 ②결과‧성과 공유의 다양한 방식 관계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감각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 팀장 나는 예술이 곧 예술교육이라고

희망과 절망이 뒤엉킨 그곳에서, 꿰뚫어 볼 것들

돌봄과 예술에 관한 분열적 소고

5남매 큰딸이자 엄마와 아내와 주부였고, 사회운동 판에서 35년여간 여성 활동가로 살고 있고, 그중 10년은 임금노동 시장에서 최저임금 시급 돌봄 노동자로 밥을 벌어왔으며, 최근 10여 년은 “돌봄”에 대해 글 쓰고 강의하며 사는 사람이지만, 아니 그래서 더더욱, 나는 돌봄이라는 단어와 계속 불화 중이며 여전히 재해석 중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하며 “돌봄”이 더 중요해졌다지만 오히려 더 문젯거리가 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돌봄에 관한 숱한 담론과 전망이 왈가왈부 되는 판에 숟가락 하나 얹은 사람으로서, 우선 나부터 인식보다 먼저 닥치는 느낌은 말초적 거부감이며 불화니 재해석 이전에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다양한 관점으로 기록하기

기록의 시대다. 개인의 여가생활부터 가족사, 마을, 지역, 국가 단위 기록까지 기록의 대상과 가치는 더없이 넓고 깊어졌다. 기록을 모으는 아카이빙 역시 지난 기록을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늘을 실시간으로 담아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바로 공유할 수 있다. 과거의 기록을 새롭게 하고, 오늘을 기록하는 다양한 아카이브를 소개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2021년 경제활동 인구 기준으로 1인당 택배 이용량은 연간 128.2박스, 주 2.5회(「한국의 사회동향 2022」, 통계청)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생활 패턴의 변화와 함께 환경문제, 기후위기는 이제 개인의 삶, 일상에서 피부로

굳이 하는 일들

증발하는 순간을 기록하기

전지 만화와 미술로 하고 싶은 이야기와 공유하고 싶은 풍경을 그린다. 만화 『끙』 『오팔하우스』, ‘가족구술화 엄마편’ 『있을재 구슬옥』 『선명한 거리』를 쓰고 그렸고, 아카이브 드로잉 <채집운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1 청년장애예술가양성사업 ‘너와나의 티키타카’에 관찰기록만화로 참여했다. mademinority@naver.com 인스타그램 @hijeonji 사진·이미지 제공_필자

이미 존재했을지 모를
미래를 위한 사색

김진주 작가

사람은 무엇으로 남을까? 이 질문에 누군가는 확고한 자기만의 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지인은 ‘행장’이라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행장이란 한 사람의 죽음 이후 평생의 행적을 기록한 글 또는 몸가짐이나 품행 자체를 일컫는다. 결국 그에 관한 기록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기록은 어떻게 남고, 어디에 남아, 다시 의미를 갖게 될까? “아카이브와 기억에 관심을 두고 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인물을 만났다. 작가이자 큐레이터이자 문화예술 연구자인 김진주 작가다. 몇몇 키워드로 한 사람을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작가님도 여러 역할을 넘나든다. 이때 서로를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 구조의 문제가 되도록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나는 지난 20년 가까이 신문기자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글을 써왔다. ‘권력자’들의 얘기는 최대한 기록에 남김으로써 그들 자리에 값하는 책임성을 묻고 ‘사회적 약자’의 얘기는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릴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하지만 늘 미진함을 느꼈다. 상당 부분은 나의 능력 부족 때문이고, 내가 글 쓰는 매체가 가진 짧은 호흡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느꼈던 인터뷰이는 ‘사회적 약자’였다. 신뢰 관계 형성 없이 불쑥 그들 삶에 끼어든 나의 접근이 무례하거나 시혜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신경

전환의 출발점에서 모험을 꿈꾼다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인천센터’)는 2018년부터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하여 올해 4년 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사업을 담당하게 된 2020년에는 갑자기 닥친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져 일정 조정과 참가자 재모집 등 사업 진행에 품이 많이 드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어려운 사업일수록 평가를 제대로 하고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사업을 이어갈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그간 인천센터에서 해석하고 적용한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을 삼고자 한다. 2020 생활학교 2020

꾸밈없는 질문과 성찰이 방향을 만든다

서울시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말과 기록은 플러스마이너스1도씨를 항상 고민하게 한다. 문화예술 분야의 여러 작업자와 협업함에도, 기획을 했다는 이유 혹은 언어화에 좀 더 능하다는 핑계로 우리에게 쓰고 말할 권력이 자주 주어진다. 하지만 한 사람의 발화가 작업 전반을 대표할 때, 필연적으로 비약이 일어난다. 함께 한 이들의 존재, 다른 감각과 해석, 다음 방향에 대한 제안까지, 구구절절 적어도 놓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전체가 합의한 문장이 아니기에 검열이 늘어난다. 낱말 하나하나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품 청소년문화공동체’(이하 ‘품’)의 기록은 29년이 쌓였음에도 여전히 꼼꼼하고 진솔하다. 표현은 대담하고 그때그때의 고민을 거침없이 적는다. 품이

함께 세 들기, 예술공유 창작소의 실험

김현묵 미술작가·모나드 대표

우리에게 무언가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장소로서 ‘거점’은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종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다 거점·탈 거점 활동의 시대에도 물리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장소가 있다는 것은 그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문화를 만드는 근거지로서의 장소성이 덧대어진다. 예술과 거점을 고민하고 예술 표현과 향유의 보편적인 경험을 위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현묵 모나드 대표를 만났다. 예술가이자 예술교육활동가로서, 특히 충북문화재단에서 2019년 처음 시행한 문화예술교육거점 지원사업으로 지난 2년간 ‘도민미술학교’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얻은 경험과 코로나 시대 비대면 온라인 활동, 그리고 거점 공간의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거리로, 광장으로, 예술을 실어 나른다

사회적 실천에 연대하는 예술가

모든 예술은 그것의 생산과 수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이다. 주지하다시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예술가들은 여러 상호작용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간다. 심지어는 홀로 작업을 하는 예술가조차 창작에 사용하는 온갖 재료를 만드는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협력하는 모든 이들과 관계 맺는다. 그리고 이러한 창작의 결과물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큰 만족감을 불러일으켜 ‘소유’보다는 ‘공유’의 감각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게 마련이다. 이때 예술가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회 속에 자리 잡고 그들이 믿는 예술의 가치를 구현해나가므로, 한 사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관계와 의미로 연결된 새로운 발견

예술교육과 기록

당신이 만약 방금 어떤 공연을 보고 감동하며 극장을 나섰다면, 서둘러 핸드폰을 켜고 방금 관람한 작품의 정보를 찾아볼 것이다. 이때 당신이 선택하는 검색어는 공연 제목일 수 있고, 공연에 등장하는 배우이거나 연출가 혹은 작품의 원작인 희곡, 소설, 영화일 수 있으며, 공연에서 들었던 음악일 수 있고, 소품일 수 있으며, 무대 자체이거나 조명일 수 있다. 사실 공연이 아니더라도, 예술작품에 감동하였다면 이에 대해 더 알고자 할 것이고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검색할 것이다. 자료 저장소를 넘어, 관객이 알고 싶은 것 그렇다면 우리는 예술에 대한

민주주의와 공동체성을 위한,
발현하는 마을아카이브

예술교육과 기록

요즘은 ‘아카이브’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대체로 유용한 자료, 문서, 사진, 영상, 파일 등과 같은 기록을 모아서 정리하고 활용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기록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카이브를 기록물의 차원으로만 좁혀서 이해하면, 아카이브가 19세기 이래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장치로 발달해왔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국가아카이브에는 다음과 같은 스토리가 들어 있다. ‘정부는 기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공공기관에 아카이브를 만들어 업무수행의 과정과 결과를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행위의 증거는 기록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아카이브가

누구도 남겨두지 않도록,
재난에서 회복으로

리슨투더시티 ‘장애포괄 재난 관리 프로젝트’

“재난은 우리 사회에 평상시에 있던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뿐이지 새로운 문제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리슨투더시티의 프로젝트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2017년 포항 지진을 겪은 장애인 그리고 2019년 고성, 속초 산불을 겪은 노인, 2020년 코로나19를 겪은 사람들과 이에 대응해온 NGO 활동가들을 인터뷰하고 재난에 대해 사고하는 프로젝트이다. 구마모토의 한 인터뷰이는 위와 같이 말하며 재난이란 전혀 특별하지 않고, 그저 일상의 문제가 잘 보이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말은 재난의 두 가지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주위의 소외되고 몫이 없는 사람들은

품어서 하나의 숲을 만들 듯,
공생하는 예술

박李창식 문화살롱 공 대표

박李창식은 터와 사람을 만나는 퍼포머(Performer)다. 그의 몸과 일련의 예술 활동은 이런저런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향해 열려있는 ‘공(空)’과 같아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잠재성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예술을 통해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실천하듯 공동체 안에 이미 내재된 가치와 사랑을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난한 예술의 여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삶, 가는 곳곳 구구절절한 터의 역사, 그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이자 내부인으로 공동체와 뒤섞여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었고 애씀과 실천을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순례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