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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의 마음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술중심공간 보물섬을 움직이는 것

경북 경산시 구도심에 위치한 미술중심공간 보물섬(이하 보물섬)은 2016년 대구 미술가로 구성된 그룹 ‘썬데이페이이퍼’에서 <청년미술 페스티벌>을 위해 임시로 빌린 공간이었다. 미술그룹은 전시 이후에도 이곳을 작업실과 전시장으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경산에서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썬데이페이퍼는 2018년 해산했지만, 나는 경산에 머물며 지금까지 보물섬을 운영하고 있다. 보물섬에 정착할 즈음 과도하게 편향적이며 억지스러웠던 동시대 미술과 대구의 보수적인 미술계 분위기에 몹시 지쳐있던 터라 경산처럼 작은 규모의 도시 생활이 편안했다. 대구광역시의 위성도시인 경산은 경상북도의 다른 시·군과는 다르게 인구소멸지역이 아니라 매년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이다. 특히 대구 지하철 2호선 종착역인 영남대학교

비 온 뒤 무지개처럼, 넘어져도 일어나는

레인메이커협동조합의 이유 있는 실패

우리는 넘어지며 일어나는 종이다. 인간은 두 발로 걷기 위해 몸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직립보행의 모험 속에서 한 발이 넘어지는 순간 다른 한발을 내디뎌 나가는 법을 익혀왔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모든 위대한 이야기는 길을 떠나는 여정에서 시작되지 않던가.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어른이 되는 아이는 없는 것처럼, 사실 헤매거나 넘어지는 부분이야말로 이야기의 가장 매혹적인 부분들을 이룬다.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기억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아이들은 넘어지는 걸 못 견딘다. 넘어지는 건 걷기의 실패라 생각해서일까, 창피함에 얼른 일어나 홀로 쓰라림을 감내한다.

버틸 땐 버티고, 기댈 땐 기대며, 좀 더 행복하게

아르떼365 매거진토크: 실패의 알리바이

가을의 끝자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던 11월의 첫날 밤, 문화예술교육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이들이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에 모였다.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와 연계한 ‘아르떼365 매거진토크’에서 [아르떼365]의 찐 독자를 자처하는 예술교육가, 기획자, 행정 담당자 등이 편집위원과 만나 서로의 실패담을 나누었다. 만남 전에 보내온 사연을 살펴보니 참여자 모집의 어려움, 예산 관리의 실패, 기대에 못 미치는 만족도 등 실패의 모양은 가지각색이었다. 각자의 실패에서 알리바이(해석과 제언)를 찾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훗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위해 이선옥, 임상빈, 제환정 편집위원이 머리를 맞대었다. 지원사업에 떨어지면 실패인가요? 첫

예술이 꽃을 피워 알찬 열매를 맺기까지

속리초등학교 예술꽃 씨앗‧새싹학교 6년의 성과

추석을 앞두고 가을 색이 완연한 어느 날, 노란 들판을 지나 속리산 자락 법주사와 정이품송을 향해 난 길로 한참을 따라가니 작고 아담한 초등학교가 보인다. 1930년 개교하여 93년 역사를 자랑하는 속리초등학교다. 오늘은 월요일, 전교생이 다 함께 뮤지컬 수업하는 날이라 여울마루(강당)가 떠들썩하다. 속리초등학교가 만든 창작 뮤지컬 <1893.보은의 봄> 연습이 한창인데, 사또와 양반 역을 맡은 2학년 동생들이 숨바꼭질하는 동네 꼬마 역할을 하는 6학년 언니들에게 시끄럽다며 혼구녕을 낸다. 성별도 나이도 개의치 않는 젠더프리(gender-free)에 에이지프리(age-free) 캐스팅이다. 괜히 거들먹거리며 훼방을 놓는 사또와 양반들에게 동네 꼬마들은 양반이니 평민이니

귀 기울이는 청년 vs 살맛 나는 노년

나이듦과 세대를 연결하는 ‘이야기청’

무더웠던 8월의 중순, 성북구 오동숲속도서관 뒤뜰에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과 조주혜 무용작가가 모였다. 어르신 스스로 삶을 회고하고, 이야기 나눈 후 각자 10대부터 현재까지 그 시간을 함축할 한 단어를 찾고, 그 느낌을 점, 선, 그림 등으로 표현했다. 이어진 워밍업은 몸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몸의 감각을 깨워주었다. 점과 선, 그림은 이내 어르신들의 몸짓으로 옮겨졌다. 어색하고 더딘 몸짓에, 무더위에도 쓰고 있었던 마스크 너머로 웃음이 번졌다. 어르신들은 서로의 몸짓을 보며 ‘30대는 그렇지, 40대는…’ 하며 공감의 표현을 보태었다. 수업을 참관하는 잠시였지만 지나왔던 나의 20대와 30대,

보이지 않는 진심을 경청하며, 리스펙트

어글리밤이 힙합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

‘힙합’ 이 두 글자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묻고 싶다. TV쇼, 래퍼, 스웨그, 드랍 더 비트 등 많은 해석이 가능한 문화이다. 하지만 우리는 힙합의 겉모습에 끌려 가장 중요한 핵심 하나를 놓치곤 한다. 그것은 바로 리스펙트(respect)다. 힙합 다큐멘터리 <프리스타일: 아트 오브 라임>에서는 리스펙트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힙합은 인종차별에서 오는 분노를 떨쳐버리기 위해 탄생했기에 프리스타일 래퍼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거친 랩으로 뱉어내는 모습이 서로를 헐뜯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공동체의 유대감을 느끼며 리스펙트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힙합 문화는 공감과 존중의 경험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참여자와의 관계,

무심코 뜯은 과자봉지에서 소비의 태도를 인식하기

아주 사소하고 비밀스러운 기록 〈비닐스런 과자 팩토리〉

택배 비닐, 상품 포장 비닐, 과자 비닐, 비닐장갑, 간편식이 담긴 팩 비닐 등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일회용품이나 비닐을 우리는 언제부터 사용해 왔을까? 너무 무감각하게 사용해 왔던 것은 아닌지, 소비하기 전에 이것을 의식할 수 있다면 사용량을 줄이거나 개선하려는 어떤 다른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비닐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그 종류에 따라 몇십 년에서부터 몇백 년까지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수백 년을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터무니책방에서 만난 동네 예술가 친구인 방영경, 신현진, 엄선 작가는 각자의 관심사였던 소비,

그토록 자연적인 인공, 발굴되고 연결되는 둠벙

지역기반예술연구소 르바 〈왕송못 시즌2 : 둠벙 이야기〉

더위가 막 시작된 5월 중순, 경기도 의왕시 왕송못(왕송호수) 주변은 새들의 천국이었다. 온갖 새소리가 매우 크고 방해 없이 들렸고, 형태와 색의 세부를 알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눈높이에서, 꽤 오래 하나의 개체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를테면 가마우지는 생각보다 더 까맣고 윤이 나는 도톰한 깃털을 과시하며 밭은 하늘에서 우리 주변을 우아하게 맴돌다, 어느새 물속으로 쏜살같이 꽂히더니 수면 위로 나와 물을 털어내는 한바탕의 쇼를 보여줬다. 돌고래쇼를 하는 철새라니! 그런가 하면 인근 농로를 막고 갑자기 나타난 왜가리(로 보이는) 녀석은 우리 일행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객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이 사람과 지구를 구한다

〈쓰레기 영웅〉과 사라진 쓸모를 찾는 여정

2022년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기후 비극을 막을 골든타임이 3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겠다며 배달 음식은 시켜 먹지 않고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려 애써보지만, 어느새 수북이 쌓이는 쓰레기를 바라보거나 카드명세서를 확인할 때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쓰레기 더미 앞에서 가벼운 죄책감이나 윤리적 피로감 대신, ‘너도 나처럼 쓸모가 없어졌구나’라며 쓰레기에 감정 이입한 적이 있었던가. 정크아트 작가로 쓰레기를 통해 환경 이슈를 다루면서 인간의 ‘버려진 마음’을 함께 얘기해온 구형승 작가의 작업은 어떤 마음으로 시작된 걸까.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제힘으로 다양하고 평등하게 자라나다

세손가락 협동조합이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방식

청소년 시절 시작한 영화동아리가 청년이 되어서도 ‘지역에 평등을 녹이자’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꿈을 펼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예술 활동을 기반으로 함께 기획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세손가락 협동조합이 바로 그곳이다. 세손가락 협동조합은 2010년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프로그램 참여자로 만난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겨울협의회’를 결성하면서 싹을 틔웠다. 동아리 활동과 함께 자란 청년과 청소년들이 영화 말고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의미로, 미술, 음악, 연극팀을 만들고, 자신들이 오르고 싶은 무대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세손가락 페스티벌’(2013~2015)을 열게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2022년 협동조합으로 발전하게 된다. ‘손가락집’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덜어내고 더해가며 호응하는,
예술-이웃

대안예술공간 생산소

광명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비치된 잡지를 뒤적이다 보면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공주역에 도착한다. 고요함이 내려앉은 기차역 주차장 뒤편으로 걸어 나오면 운전이 서툰 외부인을 데리러 온 생산소 대표, 이화영 작가가 기다리고 있다. 탁 트인 도로에서 완연한 계절감과 정취를 느끼며 삼십 여분을 달리다 보면 커다란 나무와 고즈넉한 건물이 나란히 교차하는 부여 읍내로 진입하고 로터리를 두어 번 돌아 백마강(금강의 다른 이름)을 건너는 동안 굵직한 글씨의 현수막을 통해 부여의 크고 작은 소식을 접한다. 규암면 마을 어귀로 들어서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농협창고 옆에 차를

서로의 든든한 울타리, 함께 돌보고 숨쉬기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

인터뷰를 계기로 방문한 ‘문화숨’(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은 길고 가파른 경사의 꼭대기에 있었다. 초행길이라 이쪽저쪽 고개를 돌려보면서 올라갔는데 왼쪽엔 영장산 자락에 단풍이 든 나무들이 즐비하고, 오른쪽엔 좁은 골목들을 따라 빽빽이 모여 있는 집들이 보였다. 조금 일찍 도착해 1층 사무실(주민 커뮤니티공간)에서 기다리고 있자, 어느새 환한 웃음을 담은 황정주 문화숨 대표가 들어왔다. 이곳은 단풍도, 집들도, 웃음도 그리고 어떤 기대까지 가득한 곳일 거라는 첫인상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동네에 필요한 숨구멍되기 “삶에서 누구나 자기만의 숨구멍이 있잖아요. 우리가 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일상에서 누군가에게는 찰나가 될지라도 숨통이 트이는

음악과 함께 하는 꿈을 ‘지속’시킨다는 것

구로구립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오케스트라’의 모체가 된 것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였다.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이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1939~2018)가 1975년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를 설립했다. 스페인어로 ‘시스템’을 의미하는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폭력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미래와 꿈을 심어주는 ‘꿈의 시스템’이 되었다. 베네수엘라와 한국의 상황은 달랐지만, 모토는 같았다. 바로 음악과 예술을 통해 꿈을 심어주고 길러준다는 것. ‘오케스트라’란 관현악단을 지칭하지만 우리는 조화, 화음, 소통 등의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꿈의 오케스트라는 어린이들의 사회적 조화,

한 사람의 욕구가 우리의 기획으로

청년협동조합 뒷북이 만드는 기획의 문화

예전에 시민기획자들의 기획을 컨설팅할 때 기억에 남은 요구사항이 있었다. “기획이 더 문화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요구사항을 듣고 한참을 고민했다. ‘문화적’ 기획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아니, 문화기획이란 무엇일까? 나름 문화기획 교육을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때로는 다른 이들의 프로젝트에 조언하며 활동해오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화기획이 뭔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아직도 문화기획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문화기획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선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활동이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겠다. 청년협동조합 뒷북(이하 뒷북)은 의왕시에 작은 공간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2014년 공간을 만들고, 2016년 협동조합을 설립한

꽃을 피우듯 함께하는 마음, 평화를 향한 모두의 외침

우크라이나를 돕는 예술 활동

작은 움직임이 평화의 불씨가 되길 이선철_감자꽃스튜디오 대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압도적 우위의 대국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거나 곧 어떤 식으로든 적절한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거세어 양국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사회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이나 핵전쟁 또는 우크라이나의 만성적 내전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적 우려를 하게 되었다. 또한 전황이 전개되는 양상을 지켜보며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감하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부당한 침공에 맞서 기꺼이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에

어린 미적 인간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제주춤예술원 ‘춤추는 배냇저고리’ 프로젝트

어린 미적 인간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 시민 안에 내재한 내면의 야성(inner wildness)을 끌어내는 예술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예술교육은 미디어가 재현하는 ‘편집된’ 야생 프로그램을 소비하며 대리 만족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the real)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떼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200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유아 문화예술교육은 2019년부터 17개 시·도 지역문화예술교육센터와 협력하여 지역 내 고유한 문화시설 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으로 개편되었고, ‘아이와락(樂)’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시행된 영유아들의 놀 권리와 놀이를 통한 즐거운 배움을 강조한 개정 누리과정에 따라 만 3~5세를 대상으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