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생태]에 대한 검색 결과입니다.

온전한 교감으로 깨우는 생태적 본능

강술생 생태미술가

“생태미술가이신 강술생 작가님을 아시나요? 지난 전시에서는 수확한 씨앗의 수를 일일이 세셨대요.” 여느 때보다 강렬한 초대 전화를 받았다. 마음은 어쩐지 고요해졌다. 수확한 열매의 씨앗을 일일이 헤아리는 건 어떤 마음일까. 감사의 의식일까? 염원의 방식일까? 끝없이 떠오르는 물음이 내심 반가웠다. 검색창에 ‘생태미술’, ‘강술생’을 번갈아 입력하며 만남을 고대했다. 생태적 경험이라곤 베란다에 키우고 있는 깻잎, 호박, 미나리가 전부인 나지만,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설렜다. 한여름처럼 뜨겁던 5월의 어느 날, 강술생, 김미숙 작가가 함께 발표한 전시 《108 walking

미래사회 문화예술교육 가치 확산으로 새롭게 발돋움한다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올해는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이 시행되는 첫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문화예술교육의 정책적 방향과 비전, 새롭게 발돋움하고자 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발전 방향에 관해 들어보았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문화예술경영을 가르치셨고, 문화예술 분야 여러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데 관여해 오셨다. 문화예술교육과도 인연이 깊으신 것으로 안다. 예중·예고를 거쳐 미대 졸업 이후 유학에서도 예술학교에 다녔으니, 평생 예술교육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살아왔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당시 우리나라에는 예술경영이라는 게 없었던 시기여서 방송사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인터넷과 IT 기업이 태동하는 시기여서 새로운 사고와 미래를

싸우는 예술, 조율하는 힘

정은혜 생태예술가·미술치료사

전염병의 대유행은 삶의 풍경을 바꿨다. 이제는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하지만 실외에서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아마 마스크가 없는 풍경이 현실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전염병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관계의 단절은 사람들을 외롭게 만들었고 우울과 무기력에 빠지게 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예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태예술가이자 미술치료사인 정은혜 작가를 만나

전환의 신호 앞에서 – 멈춰섬, 물러섬, 돌아섬

김혜일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가을 끝자락, 강화로 향하는 길은 겨울로 들어서는 길 같았다. 따뜻한 남도에서 겨울이 빨리 오는 곳으로 옮긴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김혜일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그는 올해 1월 정든 고향이자 활동지였던 광주를 떠나 강화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한국형 애프터스콜레(Efterschole)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청소년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해 첫 겨울을 앞두고 있다. ‘옆을 볼 자유가 필요한 청소년들의 전환학교’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농사, 음악, 미술, 체육, 글쓰기를 진행하며 학생들이 자연과 생태에 익숙해지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한 해를 보냈다. 예술(교육)가에서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전통을 잇고 틀을 깨며 끝없이 추구한다

송인현 민들레연극마을‧극단 민들레 대표

마을과 예술이 만나 지역 문화를 꽃피우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나아가 농촌 관광이나 경제까지 기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송인현 대표가 일구고 있는 민들레연극마을 사례는 문화예술 분야나 농업농촌 분야 모두에서 늘 탁월한 모델로 평가받아왔다. 그 성과는 고향을 사랑하는 한 연극인의 헌신에 기인한다. 얼마 전 경기도 화성에 있는 민들레연극마을에 방문하여 송인현 대표를 만났다. 공간과 프로그램 그리고 마을을 직접 체험하는 일은 물 흐르듯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만큼이나 신나고 감동이 느껴졌다. 대표님과 처음 만난 게 1989년인가, 제가 김덕수 사물놀이 일하던 때니까 한 30년

“당신 자체로 충분하다”

레베카 블랙만 잉글랜드예술위원회 디렉터

지난 5월 열린 2022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주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교육, 회복과 전환’이었다. 오프닝 행사였던 국제 심포지엄에 초청된 레베카 블랙만(Rebecca Blackman) 잉글랜드예술위원회 디렉터는 지난 10여 년간 국가지원사업으로 추진한 ‘창의적인 사람과 장소’(Creative People and Places, 이하 CPP)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 더불어 2018년 영국 정부가 고독 정책을 발표한 후 팬데믹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요 의제가 되었던 사회적 고립 문제와 연계하여 CPP 프로젝트가 추진한 다양한 역할과 가치를 함께 짚어주었다. 2012년 잉글랜드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ACE) 주도로 시작된 CPP는 잉글랜드 지역 내 예술 활동 참여도가 하위 20%인

잃어버린 일상의 신성함을 찾는
신화 창조자

김봉준 작가·오랜미래신화미술관 관장

문화예술교육에서 문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동의 바탕으로 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오랜 시간 쌓여 온 삶의 무늬의 한 실체인 전통문화를 박제된 형식으로서가 아니라, 생생한 현재로서 이어가는 것은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1970년대 민속문화 학습을 시작으로 50여 년 동안 오롯이 전통문화의 본질과 삶의 관계에 기반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봉준 작가를 만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문화예술의 속성과 가치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작가로서 자신의 여정을 민속문화 학습기-저항적 민중문화 시대-생태주의 시대-재신화화 시대로 구분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그간 주력해 오신

서로의 곁을 지키고 돌보는 소리와 진동

‘노래하는 옥수수’ 김주혜 음악가

구례의 겨울 아침, 맑은 공기와 밝은 볕을 품은 찻집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는 별안간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나타났다. 인터뷰가 끝나는 대로 3박 4일 일정으로 고창으로 향한다 했다. 농악에서 상모의 물채 끝에 새털이나 종이로 만든 장식인 부포를 달고 돌리며 펼치는 상모놀이를 배우러 간다는 거다. “다채로운 서식지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온 그의 예술 활동이 또 다른 길을 틔우는 듯했다. ‘노래하는 옥수수’라 스스로를 호명하는 김주혜는 “아름다운 노래, 정상적인 음악, 예술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성매매 여성과 노동자, 장애인 등의 곁을 지키며 여러 현장에서

몸, 움직임, 바라보기 그리고 연루되기

고헌·임금님 생태움직임연구소 소행성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빈 무대가 될 수 있다. 누군가 이 빈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다른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연극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피터 브룩의 『빈 공간』 첫 구절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미 수십 년 전에 발표된 이 구절을 인용한다. 간결하고 명료한 이 언명은 현대연극에 대한 많은 질문과 답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빈 공간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제거된 텅 빈 공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도를 채워 넣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행하다’와

위기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성찰하며

박신의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가 2021년 5월 서울에서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위기의 시대상을 반영한 이번 서울대회의 주제는 기후위기와 예술치유를 관통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환경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접촉의 공포에 대한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제4회 유니트윈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신의 경희대학교 교수를 만나 이번 서울대회가 제시할 문화예술교육의 실천과 행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7년 싱가포르에서 창립된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가 독일 뉘른베르크, 캐나다 위니펙에 이어 올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다. 학술대회의 의미와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이라는 주제 선정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닫힌 문을 열며, 일상의 회복과 연대

이승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

팬데믹으로 인해 문화예술 현장이 초토화되었다. 대부분의 예술공연과 문화행사가 취소되었고, 작가와 기획자는 창작과 활동, 그리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꿋꿋하게 문화예술의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이승욱 대표이다. 부산의 원도심에서는 최근까지 ‘신나는예술여행’의 일환으로 <부산 원도심 문화회복 프로젝트-OPEN THE DOOR, OPEN THE ARTS>가 진행되었다. 일상의 공간을 창의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삶과 예술의 텃밭으로 가꾸고 있는 이승욱 대표에게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들어보았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하 플랜비)에 관해 소개를 부탁한다. 지역의 문화예술 혁신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문화예술 기획, 정책 연구

품어서 하나의 숲을 만들 듯,
공생하는 예술

박李창식 문화살롱 공 대표

박李창식은 터와 사람을 만나는 퍼포머(Performer)다. 그의 몸과 일련의 예술 활동은 이런저런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향해 열려있는 ‘공(空)’과 같아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잠재성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예술을 통해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실천하듯 공동체 안에 이미 내재된 가치와 사랑을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난한 예술의 여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삶, 가는 곳곳 구구절절한 터의 역사, 그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이자 내부인으로 공동체와 뒤섞여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었고 애씀과 실천을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순례하듯

주인 된 마음,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지역화’ ‘지역 중심’ ‘주민 주체’라는 화두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진정한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 노력을 지속하기 위한 힘은 무엇일까?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온화하지만 강단 있는 눈빛으로 이 생태계의 ‘주인’으로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천 배다리 마을 한가운데 무심한 듯 아담하게 자리 잡은 생태공원을 지나 골목을 돌면 깡통 로봇이 반기는 스페이스 빔이 보인다. 2007년 이곳에 자리 잡은 후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예술적 매개와 촉매, 중재 역할을 고민하면서 서울 중심의 자기장, 제도와 관행, 관리와

생태적 삶을 향한 은근한 미학적 저항

전원길 자연미술가,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전시감독

코로나19의 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구는 이미 인류세에 접어들었고 그 파국의 위기가 도래한 듯 인간의 삶이 멈춰 섰다. 이미 오래전에 ‘멈춤’을 실천했어야 했다. 멈추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자연미술가 전원길의 삶은 느린 삶이다. 그 삶의 수행에서 생태적 삶의 대안은 무엇인지 물었다. 지난해 하동에서 열린 ‘차밭을 걷다’ 프로젝트를 아주 흥미롭게 보았다. 작가님도 참여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 경남 하동군 악양의 ‘지리산문화예술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에서 일하는 전민정 선생이 하동 차밭에서 야외설치미술전을 하면 어떻겠냐며 찾아왔다.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단순히 차밭에 작품을 놓는 것보다는 그 지역의

지구 서식자로서, 서로 의존하며 질문하기

김성원 Play AT-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장

물이 부족할 것이고 지구 온난화가 생길 것이라 했던 지난날의 예측은 이미 우리의 삶 안으로 들어와 놀랍도록 가속화되고 있다. 반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호주 산불, 40도를 웃도는 시베리아의 기온은 우리네 삶이 원인이자 결과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자원의 고갈에 더해 코로나19까지 곁으로 바짝 다가와 안전한 삶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직면한다. 예술과 교육에 있던 예술교육자의 사유 범주도 생태계 내적 존재로서의 고민이 추가되고 있다.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떻게 믿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재난 이후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면 어떤

교사로부터, 번지고 물드는
예술적 경험

남궁 역 세월초등학교 교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던 학교 교육의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서서히 다가오던 4차 산업 시대의 초연결성이라는 특성이 학교 현장에 다급하게 도입되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가 접촉에서 접속으로 바뀌었고, 오감을 동원하여 교류하던 교실은 시각과 청각만 열어놓으면 되는 프레임이 대신하고 있다. 이제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이어야 할까. 몸들이 한데 모여 함께 겪으며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가는 소중한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의 학교 교육에 있어서 문화예술교육이 담당해야 할 역할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문화예술교육은 ‘교사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