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가 2021년 5월 서울에서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위기의 시대상을 반영한 이번 서울대회의 주제는 기후위기와 예술치유를 관통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환경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접촉의 공포에 대한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제4회 유니트윈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신의 경희대학교 교수를 만나 이번 서울대회가 제시할 문화예술교육의 실천과 행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7년 싱가포르에서 창립된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가 독일 뉘른베르크, 캐나다 위니펙에 이어 올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다. 학술대회의 의미와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이라는 주제 선정 등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유니트윈(UNITWIN)은 ‘University Twining and Network’를 줄인 것으로, 두 개 이상의 대학이나 고등교육기관이 유네스코와 연합하여 활동하는 연구 네트워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유니트윈-문화다양성과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예술교육 연구(Arts Education Research for Cultural Diversity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의 정회원이며, 회원국 간에 돌아가면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형식에 따라 진흥원이 주체가 된 것이다. 원래 작년에 개최했어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었다가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라도 주제를 정함에 있어 기후위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지구적으로 겪는 팬데믹으로 인류는 격리와 봉쇄로 엄청난 시련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백신이나 치료법 등으로 전염병을 물리친다고 하더라도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방역의 걸쇠를 그대로 잠근 채 격리된 생활방식을 고수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의 문제의식을 투영한 다양한 예술 활동이 세계적으로 왕성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예술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 유니트윈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국제적 사례와 담론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동시에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새롭게 성찰하자는 의미에서 주제 선정을 하게 되었다.
9개국 58명이 발표와 토론을 위해 지원했고, 그중 43명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선정 기준은 어떠했는가.
처음에는 다소 염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홍보도 그렇지만 온라인 행사라는 점에서 얼마나 많은 제안이 있을까 싶었는데, 적지 않은 제안서가 쇄도해서 조금 애를 먹었다. (웃음) 그럼에도 심사위원들과 회의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기준을 설정할 수 있었다. 일단은 사회적 가치와 연관된 구체성이나 참신함을 전제로 하자는 것과 문화예술교육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논문 형태와 별개로 현장 사례를 따로 묶는 방안을 논의했다. 실제로 한국 지원자들의 경우 현장 사례가 많았다. 이는 일반적인 학술대회 포맷과는 다르지만,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모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어떤 면에서는 이 기회에 한국의 사례를 해외 발제자들에게 소개하고, 또 관련한 토론이 주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장사례연구’라는 세션을 만들게 되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보면 기후위기 외에도 ‘서울 어젠다’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특별히 ‘예술치유’ 세션도 눈에 띄는데, 주제 배분과 세션 구성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기본적으로 유니트윈 프로그램의 목적은 서울 어젠다와 연계하면서 국제 예술교육 사례와 정책 등을 공유하는 데 있기 때문에 서울 어젠다 세션이 마련되었다. 사실 유니트윈과 서울 어젠다의 인연은 매우 깊다. 유니트윈 명예 회원인 래리 오패럴(Larry O’farrel) 선생이 바로 서울 어젠다 선언에 관여하셨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번 학술대회 주제로 기후위기를 앞세웠지만, 다양한 형태의 연관 주제에 대한 선택의 폭도 열어놓았다. 이에 따라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에서 연관 주제를 다루는 제안서들이 들어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 어젠다’ 외에 ‘예술치유’ ‘사회적·문화적 포용’ ‘교실 속의 예술’ ‘예술 참여’ ‘다양성과 문화적 묘사’ 등 주제별로 묶게 된 것이다.
특별히 팬데믹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예술의 치유적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치유’가 각별한 것이 사실이다. 예술교육 자체에 내재된 치유 효과를 떠올린다면, 심리방역이 거론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앞으로 더욱 이러한 면모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격리와 봉쇄 기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보여준 다양한 예술 패러디나 온라인 합창 등을 보면, 결국 예술을 매개로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고 연대적 정서를 공유하고자 한 열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아시아 혐오 폭력이나 배타적이고 좁은 의미의 민족주의 등으로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교육의 치유적 가치는 문화 다양성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오래전부터 ‘소셜 아트’의 개념을 문화예술교육과 연결하고자 노력해온 것으로 아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 알고 싶다.
기본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추구하는 바는 ‘누구나 예술가, 어디서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잠재한 창의성을 일깨우는 데 가치를 둔다. 여기서 예술가의 역할을 고려할 수 있을 텐데, 예술가가 일반인에 접근하고 소통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즉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예술가는 절대 창작을 목표로 하는 유형과 달리, 사회적 관계 속에서 예술의 접근성을 최대한 이뤄내는 유형이라 하겠다. 절대 창작방식을 고수하는 엘리트 예술의 경우 콘서트홀이나 오페라하우스, 미술관과 극장 등을 통해 관객을 만나겠지만, 소셜 아트는 삶의 현장으로, 사회적 이슈가 있는 현장으로 찾아가면서 아직 관객이 되지 못한 모든 이들을 만나게 된다는 차이가 있겠다. 물론 엘리트 예술도 플래시몹 방식으로 일상의 공간에서, 거리에서 일반인과 만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만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서 절대창작의 주체로서가 아니라, 매개자적 개념을 수용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차이가 있음에 유념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예술교육을 소셜 아트와 연결하려는 의도는 자칫 문화예술교육이 교육제도적 관점으로 도식화될 가능성을 고려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예술 창작을 일종의 행동과 실천적 맥락으로 두고자 하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예술의 행동과 실천은 각 개인의 내적 변화를 통한 본원적 가치 속에서 주어진다. 처음부터 사회적 변화를 도구적 가치로 목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암 환자에게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할 때, 목표가 암 치료가 아닌 것과 같다. 오히려 암 환자에게 내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을 이해하고 때로는 용서하면서 자아 존중감을 느끼는 것이 목표라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타인을 바라보게 되고, 공동체 인식도 형성되면서 사회적 관계에 자신을 결합하는 도구적 가치가 스필오버(spillover) 효과처럼 발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소셜 아티스트 혹은 티칭 아티스트는 엘리트 예술의 성과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비예술의 언어조차도 소통방식으로 차용하면서 예술 영역의 언어와 소통방식을 확장해 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소개되는 다양한 현장 사례에서도 이러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별히 이번 학술대회 주제인 기후위기에 집중하자는 의미에서 기획세션을 마련하였다. ‘지금, 기후위기 –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 기후위기’로 묶어보았는데, 5월 24일 사전행사로 진행될 것이다. 예술을 사람이나 생태계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것이라는 신념을 표명하면서 매력적인 활동을 펼쳐온 콜렉티브 뒹굴이나 제주도와 부산에서 자연을 만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사례,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시도하는 업사이클 아트 등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 유니트윈 학술대회의 발표와 토론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가 일으킨 언택트 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할까.
사실 지난해 전 예술계가 온라인으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 무척 곤혹스러워했다. 그나마 이제는 온라인으로 만나고 회의하고 강의하는 일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난감하고 어색할 때가 많다. 하지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이제 문화예술교육도 온·오프라인 병행이라는 새로운 구도를 놓고 고민해야 하리라 본다. 물론 이것을 여러 각도에서 고민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용자 중심의 사고’라는 가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사실 온라인 교육의 효과로 자주 거론되었던 지점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평소에 말도 잘 안 하고 숫기가 없던 학생이 온라인을 통해서는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게 된다거나, 혼자 있는 공간에서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몰입하는 환경이 조성된다거나 하는 점이었다. 최근에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예술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효과 연구를 하게 되었는데, 환자들의 온라인 수용 태도에 놀라기도 했다. 암 환자들은 외모 변화에 따른 부담감, 외출을 준비하면서 기운이 소진되는 등의 어려움이 있어 대면 수업보다 오히려 온라인이 더 낫다고 한 것이다.
어쩌면 온라인이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세대가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초등학생 가운데는 뭐 하러 굳이 학교에 가느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지난해 공공미술관의 온라인 관람객 만족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미술관의 온라인 콘텐츠는 즐기면서도 실제 미술관에는 방문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온라인이 갖는 고유함과 속성을 이해하면서 이를 최대한의 장점으로 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시공간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지점, 접근성을 훨씬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다만 상호작용의 실질적인 효과를 어떻게 얻어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결코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르네상스 형 예술가처럼 활동 분야가 미술사와 예술경영, 문화정책 등 여러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다양한 관심사와 다방면의 재능을 발휘하게 한 근원적 에너지는 어디에 있을까.
대학에서 시청각교육과 철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미술사학을, 그리고 최종적으로 박사학위는 문화경영학으로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문화예술경영과 문화정책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다양한 자문 활동을 통해 현장과 맞닿아 있다. 그 덕에 지금은 진흥원 이사장으로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인 얘기라 좀 쑥스럽지만, 어려서부터 예술에 몸과 마음이 끌려서 피아노도 쳤고, 작곡도 했고, 그림도 그렸고, 작문도 했고, 상도 좀 받았다. 대학에서는 4년 내내 연극반 활동을 했는데, 1년에 세 편이나 되는 작품을 올렸다. 내게 연극은 종합예술이었고, 그래서 좋았다. 또 미술사학을 선택한 것은 예술을 통해 사회, 정치, 역사를 가늠하는 통합학문이어서다. 그 가운데에서도 예술과 삶을 결합하는 토탈 아트, 아방가르드 예술, 예술과 기술 결합에 따른 장르융합, 미디어아트 등에 관심이 갔다.
기본적으로 내 삶의 기준은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예술은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데 가장 적합하고, 결국 그런 사유방식을 제공해준다고 믿는다. 예술은 현세적인 종교와도 같다. 현실에 정확히 발을 딛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장 풍부하게 할 수 있으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모든 사람은 총체적 역량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잠재우면서 가능하면 자본주의적 질서에 맞추어 공손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슬픈 현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불온한 것이다.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구조적 틀에 자신을 맞춰 살아가는 현실을 거스르고 저항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내재된 총체적 역량을 일깨우도록 돕는 그 자체가 반란이다. (웃음)
인터뷰 중에도 고유의 에너지가 느껴져 인상 깊다.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며 활동하려는가.
늘 오늘을 살아왔을 뿐인데, 벌써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연구 과제가 마구 생기는데 말이다. 요즘은 기술융합을 통한 학문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활동을 모색 중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예술 분야에 매우 유리한 변화가 예측된다고 보고 있어 할 일이 너무 많다. 기술을 통해 예술이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면서 창작과 향유, 유통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노동 개념과 산업 구조가 바뀌는 사회변화를 놓고 보면, 예술은 더 많은 사람이 즐기는 형태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가진 소셜 아트로서의 면모가 더욱 절실하다. 사회변화에 능동적인 태도로 기술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며, 여기에 예술을 덧붙여 모두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목표의식 말이다.
박신의
박신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친 후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미술사학 석사 및 DEA를, 인하대학교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1기 한국문화예술위원, 국무조정실 정책평가위원, 제1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 외교부 공공외교 정책 평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를 창립하여 1, 2대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GS칼텍스재단 이사, 국제문화교류진흥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관련 연구주제로 예술의 사회적 영향연구, 포용적 예술 및 문화예술교육, 폐산업시설 활용 문화공간, 예술기업가정신, 미디어아트, 박물관경영, 예술정책 및 국제문화교류정책 등에 이르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예술경영, 복합학문으로서의 전망』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정책』(공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 라즐로 모홀리나기』 등이 있다.

조은아
조은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및 독일 하노버음대, 파리 고등사범음악원, 말메종음악원을 졸업했으며, 서울시향 토크 콘서트, KBS 교향악단 실내악 시리즈 진행,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 KBS 클래식FM ‘실황연주&라디오 피아노 레슨’ 해설 및 연주 등 음악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 강연과 공연을 펼쳐왔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더겐발스 뮤직 소사이어티 멤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본지 편집위원.
echopian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