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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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고 헤아리며 공존을 터득하는 대화

어쩌다 예술쌤㉑ 예술교육실천가의 생태 전환 일기

요즘 내가 제일 재밌어하는 것은 도시에서 만나는 동물들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길을 가다가 날아가는 까치에게 어디 가느냐 묻고, 참새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치면 무얼 먹고 있는지 묻는다. 가끔은 수풀 속에 숨어 있는 고양이와 비슷한 눈높이로 앉아 ‘뭐해?’하고 묻는다. 그리곤 귀여운 상상에 빠진다. 까악ㅡ까악ㅡ 하고 지나가는 까치는 ‘나 지금 바빠! 나중에 얘기해!’라고 말하는 것 같고, 참새들은 ‘오늘 여기 쌀알이 엄청 많아! 너는 아침 먹었어?’라고 되묻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내가 이렇게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하는 사람이 된 데에는 개인적인 생태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다양한 관점으로 기록하기

기록의 시대다. 개인의 여가생활부터 가족사, 마을, 지역, 국가 단위 기록까지 기록의 대상과 가치는 더없이 넓고 깊어졌다. 기록을 모으는 아카이빙 역시 지난 기록을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늘을 실시간으로 담아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바로 공유할 수 있다. 과거의 기록을 새롭게 하고, 오늘을 기록하는 다양한 아카이브를 소개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2021년 경제활동 인구 기준으로 1인당 택배 이용량은 연간 128.2박스, 주 2.5회(「한국의 사회동향 2022」, 통계청)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생활 패턴의 변화와 함께 환경문제, 기후위기는 이제 개인의 삶, 일상에서 피부로

고랑에 버려진
위기의 증거를 꺼내어

오늘부터 그린⑮ 출세한 쓰레기들

삶의 전환을 꿈꾸며 농촌으로 이주해 유기재배 농사를 짓고 있다. 30년 가까이 도시에서 살았지만, 시골 논밭을 뛰어놀았던 유년 시절의 기억 덕분인지 아스팔트 위 네모반듯한 건물은 어딘가 모르게 숨이 막혔다. 화려하고 편리한 도시의 생활 속에 어디서 왔는지 모를 것들을 입고 쓰고 소비하며 때때로 깊은 단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럭저럭 엑셀 함수와 컴퓨터는 다룰 줄 알았지만, 정작 삶의 기술은 하나 둘 잃어간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위기 속에 비로소 ‘전환’을 떠올리게 됐다. 자연을 가까이하기 위해 농촌에 살고자 했고, 그곳에서 새로운 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소비를 바꾸고 줄이는 개인의 실천부터 사회의 전환까지

오늘부터 그린⑪ 온실가스를 줄이는 시민행동

매년 전 세계적으로 기후재난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유럽과 미국은 최악의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가고 있는데, 파키스탄에는 최악의 폭우로 국토가 물에 잠겼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수도권 지역 폭우로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 위기는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기후재난의 발생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커질 텐데 걱정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끔찍하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100년까지 1.5℃ 미만으로

부디 작은 나무를 심어주오

오늘부터 그린⑦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기다림의 미덕

전 지구에 불어닥친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우리 모두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래도 괜찮을 정도로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거리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더니 이제 매일매일 우리의 일상에서 그 위협을 직면하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연례행사가 된 극심한 폭염과 기록적인 가뭄과 장마, 숨통을 조여 오는 미세먼지 등등. 또 지난 2년간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코로나19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야생동물 서식처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시작된 큰 범주의 환경문제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과

지구의 위기에 맞서 싸우는
첫 번째 행동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호주의 예술프로젝트

한여름의 더위 속, 시드니의 하늘에 얼음 한 덩어리가 띄워졌다. 에어리얼(공중) 공연과 신체극 창작을 주로 하는 호주 ‘렉스 온 더 월(Legs On The Wall)’의 신작 공연이다. 2022년 1월 시드니 항구 상공에는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2.7 톤의 얼음조각과 한 여성이 외롭게 매달려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그녀는 얼음 위에서 비바람과 산업용 크레인으로부터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얼음은 조금씩 녹아 아래로 흐른다. 관객들은 그녀가 직면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몸부림을 바라보며 어떤 영감을 받게 될까? 은 기후 비상사태에 각자의 역할에 고심하고

바닷길 따라, 지속가능한 예술의 미래를 향해

스칸디나비아 ‘기후를 위한 행동’의 예술적 실천

​덴마크에서 핀란드, 러시아, 에스토니아, 스웨덴까지 발트해를 가로질러 바다를 항해하며 공연하는 예술단체가 있다. 단체의 이름은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후를 위한 행동’(Acting for Climate)이다. 이름에서 눈치를 챘을 것이다. 이들의 항해가 그저 독특하고 낭만적인 기획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기후를 위한 행동은 컨템포러리 서커스 단체이다. 덴마크 출신의 시인이자 수학자이며, 가구 디자이너인 피트 헤인(Piet Hein)이 “예술은 해결되기 전에 명확하게 공식화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라고 예술을 정의한 것에 영감을 받아 2014년 노르웨이에서 시작되었다. 이 단체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길 끝에서 새 길을 튼다

2021-2022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② 2022 도전과제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에서 유행한지 벌써 2년여 시간이 흘렀다. 비대면·비접촉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가속화를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한편으로는 만남과 감각의 소중함이 대두되면서 지역과 생활권 문화예술에 관한 논의와 담론이 형성되었고, 예술과 기술, 인간과 동물, 생태와 기후환경, 소수자 공존에 관한 고민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공공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어 갔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아르떼365]가 필자로, 인터뷰이로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적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하며 각자의 다짐을 들어보았다.   ①

지구의 오늘에 함께 기여하는 액션!

탄소중립을 선언한 영국 피그풋시어터

탄소중립극단(carbon-neutral theatre company)을 단체명 앞에 내세우는 연극단체가 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그풋시어터(Pigfoot Theatre, 이하 피그풋)이다. 헤티 혹손(Hetty Hodgson)과 비 유데일-스미스(Bea Udale-Smith)가 공동예술감독으로 이끄는 피그풋은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기후에 관한 공연을 만들고 있다. 작품 안에서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며, 재활용품을 이용해 무대 세트를 만든다. 작품을 계획할 때부터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의 공연 후 쓰임까지 고려하며, 모든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고 기록한다. <How To Save A Rock> ⓒEd Rees | [이미지출처] 피그풋시어터 페이스북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극단의 도전 과연 가능한 일일지

태어나 처음 극장에서 만나는 지구

오늘부터 그린⑤ 만나다

어린이들은 비가 오면 바쁘다. “찰박찰박 텀벙!” 물을 튀기기 좋은 웅덩이를 찾고 빗줄기 사이를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비를 맞는다. 사람마다 시기나 기간은 다르지만, 내가 아는 한 모든 어린이들은 이처럼 인생에서 비를 처음 만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 첫 번째 비를 기억하나요? 가장 처음 비를 맞던 순간, 그 비를 기억하나요?” – 아기소리극 <환영해> 중 지금 우리가 만나는 모든 존재는 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지구는 들끓는 마그마로 아주 뜨거웠다. 그 위에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쌓여 대기가 되고, 마그마가 식어가면서 수증기는

슬픔도 불안도 이겨낼 이야기의 힘

오늘부터 그린④ 녹이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들,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기후위기를 삶에서 감각하는 것은 이러한 상실에서 기인한다. 나의 편안한 삶 저 너머에 사라지는 숲과 녹아내리는 빙하를 상상할 수 있는 힘. 바로 거기서 시작한다. 최근 그리스에서 일어난 큰 화재로 2,500살 먹은 올리브 나무가 불타 죽었다. 어른 열 명이 빙 둘러서야 겨우 감쌀 만큼 거대한 이 나무는 최근까지도 열매를 가득 맺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나무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화재로 사라진 수많은 것 중 이 올리브 나무가 특별히 마음에 남은 것은

폭풍우가 오기 전에, 함께 탈 배를 짓자

오늘부터 그린③ 짓다

두 개의 섬 아이슬란드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시간과 물에 대하여』 서문에서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대다수 사람에게는 “백색잡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그 안의 많은 소리를 부정하거나 넘겨짚고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멸종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매일을 살기 위해 애쓴다. 『그림자의 섬』에 등장하는 테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기나긴 악몽 끝에 왈라비 박사를 찾아간 그는 이런 결론에 마주한다. “당신, 테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씨는……멸종되었습니다.” – 다비드 칼리, 『그림자의 섬』 중 다비드 칼리와

파국이 시작되었다,
춤을 추자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시인 이문재와 소설가 최성각은 생태·환경 문제에 관한 한 누구보다 예민한 작가들이다. 이들은 생태·환경 문제를 단순히 소재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얕은 생태학을 지향하지 않는다. ‘파국’이 임박한 지구적 기후위기 문제를 비롯해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를 예민하게 의식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다. 물론 두 사람의 기질은 다르다. 시인 이문재가 『지금 여기가 맨 앞』(2014)에 이어 최근 『혼자의 넓이』(2021)에서 ‘세계감(世界感)’을 강조하며 지구를 걱정하는 시를 쓴다면, 소설가 최성각은 ‘환경운동 하는 작가’를 자처하며 환경책을 깊이 읽는가 하면 생태적 삶을 직접 살고자 고민하고 싸우는 작가이다. 그런 두

그들의 눈으로 만나는 지구

오늘부터 그린② 보다

지난해 화천 예술텃밭에서 진행된 『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에 참여하면서 산책을 자주 했다. 텃밭 위쪽으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농장이 하나 나온다. 비탈길에 서서 농장의 축사를 내려다보는데 소들과 눈이 마주쳤다. 소들은 나의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며 시선으로 나를 쫓았다. 심지어 축사 기둥 사이로 고개를 쭉 빼더니 더 잘 보려고 애를 쓰는 듯했다. 내가 소를 보는 줄 알았는데 소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존 버거는 그의 책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 그 한 가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나와 기후위기 사이, 숨은 연결고리 찾기

오늘부터 그린① 잇다

구지민 작가의 <The Chain – 착취사슬>을 펼쳐 보자. 어렸을 때 『월리를 찾아라』 속에서 빨간 줄무늬 옷의 월리(Wally)를 찾던 때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림에는 평범한 도시 속 사람들의 일상이 자잘하게 펼쳐져 있다. 편의점에서 비닐봉지를 한가득 채워 들고 나가는 사람, 화려한 광고 아래에서 옷을 고르는 사람들, 그릴 위에서 연기를 한껏 뿜으며 구워지고 있는 고기, 카페 테이블 위의 일회용 컵들, 동물원의 동물들, 바쁘게 움직이는 택배 노동자…. 어디서 본 듯한 여느 도시의 풍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은 일상의 조각들이 지구와 연결된 사슬이라면 우리의 풍경은 어떻게

함께 지구를 뒹굴며 돌보는 힘

기후 정의 창작집단 ‘콜렉티브 뒹굴’

콜렉티브 뒹굴(이하 ‘뒹굴’)을 처음 만난 곳은 화성이었다. 지구 밖, 화성. 2019년 뒹굴은 화성 탐사 로버에 관한 공연을 했다. 작품은 연극축제 ‘화학작용 4:오프-스테이지 편’에서 진행된 워크숍 공연 〈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에서 출발하여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9 참가작 〈오퍼튜니티〉로, 또 인사미술공간 “막간극” 〈오퍼튜니티: →→ort→→〉로 나아갔다. 로버들은 멸종에 처한 지구를 떠나 화성에서 새로운 희망을 개척하는 의무를 맡고 있다. 앞서 화성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이어갔던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떠올리며 로버가 된 인간들은 뒤늦게 화성에 도착한다. 무의미한 동작의 반복과 끝을 알 수 없는 그들의 임무 사이에서 인간이 지금껏 쌓아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