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지역'

최신기사

다양한 삶의 경험을 아우르고 연결하며

극장이 지역사회와 만나는 방법

2018년 8월, 나는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의 올리비에 대극장 객석에 앉아 〈페리클레스〉(Pericles)의 마지막 공연을 보고 있었다. 무대 위에는 5세부터 83세까지 나이도 제각각인 225명의 참여자가 마음을 담아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이 무대는 영국 국립극장의 전국 단위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퍼블릭액츠’(Public Acts)로 제작된 첫 작품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퍼블릭액츠 프로그램과 공연의 감독으로 이 과정을 함께하는 특권을 누렸다. 우리의 사명은 ‘극장과 공동체의 비범한 행위를 창조하는 것’이었고, 바로 이 순간,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벅찬 감정을 느꼈다. 8명의 아이 엄마인 라히마와 13살 아데가 마지막 대사를 마치고

을지로를 관통하는 예술가의 우연한 경로

고대웅 미술작가·작은도시이야기

지역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온 예술가가 있다. 모든 관계에는 우연과 필연, 기회, 사건, 낭패, 책임, 회피, 재건이 섞이기 마련. 세운협업지원센터에서 일하며 고대웅 작가를 만났다. 중간지원조직 담당자와 예술가로 처음 만나 호기심과 탐색의 시간을 거쳐 작업을 의뢰하고, 기획자이자 PD로 몇 가지 프로젝트를 협업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서로 지켜보고 응원했다. 세운-을지로 일대의 도시계획이 부침을 거듭하는 사이 우리 삶의 경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지역과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오늘 인터뷰는 을지로와 진하게 엮인 한 예술가의 경로를 중심으로 풀어본다. Q.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 어떻게

예술로 일구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골목

예술로 365길⑮ 10년후그라운드

10년후그라운드 광주광역시 남구 양촌길1 11:00~21:00 070-4763-5070 / 10y_ground@naver.com 홈페이지 https://10yground.com/인스타그램 @10yground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서 어른들을 위한 공간으로 양림동에는 50여 년간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였던 은성유치원이 있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몬테소리(Montessori)’를 도입해 신식 교구와 선진 교육 방식을 널리 알렸던 곳이다. 양림동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모두 이곳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수많은 세대의 추억과 역사가 깃든 이 공간은 2020년, ‘10년후그라운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던 장소가 이제는 10년 후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어른들을 위한 모임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토록 좋은

아이들과 함께 꿈꾸는 지역 문화예술 공동체

지역사회를 예술로 아우르는 ‘꿈의 무용단 송파(에뚜왈)’

송파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문화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지방 공공기관으로, 예술교육을 지역 공동체적 관점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21년부터 시작된 ‘송파인생학교’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송파문화재단이 개발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이다. 2022년에는 아동 대상 프로젝트인 를 통해 서울발레시어터와 협력하여 발레리나, 발레리노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와 참여자가 함께 성장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그리고 <너랑 나랑 발라레!>를 운영하며 축적된 발레 문화예술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3년 ‘꿈의 무용단 송파(에뚜왈)’을 기획했다. 너랑 나랑 발라레! 꿈의 무용단 송파(에뚜왈) 지역 공동체의 의미를 찾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

꿈의 예술단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계

2024년 꿈의 예술단 사업 브랜딩을 위한 모색과 방향

2010년 8개의 지역 시범 거점기관으로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난 14년간 단원 30,332명, 누적 공연 횟수 약 1,400회, 꿈의 오케스트라만의 레파토리 1,638곡, 이 사업을 통해 음악 예술을 전공하는 23명의 졸업 단원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다. 이 성장을 발판으로 2022년 ‘꿈의 무용단’, 2024년 ‘꿈의 극단’으로 이어진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사업은 지역, 공연예술 장르를 연결하며 문화예술교육 장의 새로운 지대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24년, 78개의 기초 거점기관이 ‘꿈의 예술단’이라는 정책사업으로 모이게 되면서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무용단, 극단까지 각 사업의 성과를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누구와 어떤

자치와 분권, 지역이 주체로 서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하여

지역문화예술교육의 균열과 재구성

2024년도부터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에서는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 강화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이 지방이양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지역에서 자체 예산을 확보하여 지속하는 사업도 있지만, 사장되어 역사 속으로 들어간 사업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28일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예산안 중점 투자 방향’ 속에는 ‘지역문화예술교육’ 확장과 미래를 위한 어떤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지방이양의 틈에 덩그러니 놓인 지역 국어사전에 나오는 균열의 여러 뜻 중에 ‘친하게 지내는 사이에 틈이 남’이 먼저 눈에 띈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사이’이다. 지방이양되기 전부터 지방이양이 되기까지 그사이에

세월에도 변함없는 편안한 친구처럼

예술로 365길⑭ 달리도서관

달리도서관 제주시 신성로12길 21-2(2층) 11:00~29:00 (일/월/화 휴관) 064-702-0236 공간이용로: 3,000원 (후원회원 무료) 인스타그램 @dalli_jeju 달리도서관(이하 달리)은 제주시청 근처의 고산동산이라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산’은 높은 산이고 ‘동산’은 야트막한 언덕인데 두 말이 붙어있는 것부터 무언가 남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위치한 달리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달리도서관은 다섯 개의 공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달리의 현관을 들어서서 제일 먼저 마주하는 공간 ‘모여드실’은 대다수 프로그램이 이루어집니다. 조금씩이지만 매달 새롭게 구비하는 신간을 비롯해 문학 류의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걱실걱실’은 집으로 치면 방과 방을 잇는 통로이자

게임오버? 함께 새 판을 짜자!

윤용훈‧김율리아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STAN:D

게임이론은 경쟁 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최적 행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행태를 연구하는 경제학·수학 이론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여 더 나은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거론되곤 한다.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규칙에 만족하고 있을까?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 큰 공동의 이익을 끌어낼 수 있을까? 12월 ‘성남 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를 맞아 그간의 문화예술교육에 ‘게임오버’를 선언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포럼을 준비 중인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STAN:D(이하 스탠드) 윤용훈 회장과 김율리아 사무국장을 만났다. 오늘은 두 분을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회장과 사무국장으로 만났지만, 예술가이자

우둘투둘해도 재밌게, 마음껏 인생을 연습한다

‘펀그라운드 진접’이 채워가는 사이와 틈

청소년기와 후기청소년을 지나 어느덧 후기 청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2024년 오늘의 나는 언젠가부터 눈뜨면 청소년을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하며 청소년의 삶과 행복의 질을 고민하는 사람들 곁에 서 있다. 돌아보면 누구나 우둘투둘했던 청소년기를 보낸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청소년기를 ‘환승하는 시절’로 가벼이 여겨왔던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들어 내가 가장 많은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대상은 청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존중받는 청소년, 행복한 청소년’ 펀그라운드 진접이 비전으로 내세우는 ‘존중’과 ‘행복’은 허울 좋은 단어에 그치지 않는다. 펀그라운드 진접의 청소년들은 우둘투둘할 법한 청소년기를 서로 존중하며 즐겁게 행복을 만들어가고

도약을 위해 마땅히 필요한 다양한 목소리

12년 차를 맞이한 ITAC이 당면한 과제

2년에 한 번 열리는 컨퍼런스로 시작한 국제 모임이 10년 이상 지속되어 오는 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ITAC(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이 향후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올해 9월 5일부터 3일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개최된 제7회 컨퍼런스 폐막 이후 이틀에 걸쳐 주요 관계자 회의가 이어졌고, ITAC(아이택) 특성에 걸맞게 변화를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모아졌다. ITAC7 개막식 ITAC7 동시다발 세션 ITAC은 2018년 뉴욕(ITAC4)에서 ‘ITAC’의 ‘C’를 컨퍼런스에서 콜라보레이티브(Collaborative)로 확장하며 더 다양한 참여 형태와 기회를 제공하는 티칭아티스트리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존중이 마음을 연다, 연결이 시작된다

패치워크가 추구하는 매개의 역할

요즘 나는 대부분 시간을 배다리 마을에서 보내고 있다. 배다리 마을은 인천의 원도심으로, 한때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활발한 마을이었다. 큰 시장이 서는 곳이기도 했고 40여 곳의 헌책방이 늘어서 전국 3대 헌책방 거리로 불렸을 정도다. 지금도 다섯 곳의 헌책방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이곳에 온 건 2021년이다. 워낙 오래된 것과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인천의 원도심에 놀러 왔다가 책방과 문구점이 모여 있는 모습과 그사이에 섞여 있는 오래된 건물들에 반하고 말았다. 평온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렇게 빨리 공간을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이 동네를 만나면서 커피

예술을 쌈 싸 먹는 특급 레시피

문화예술기획단 쌈

‘문화예술기획단 쌈’의 홈페이지와 SNS 계정을 둘러본 뒤 검색창에 무심코 ‘쌈’을 적어보았다. 오호! 예상외로 여러 가지 뜻이 나온다. 익히 아는 채소에 싸서 먹는 음식과 싸움의 준말 정도로만 예상했는데 바늘, 옷감이나 피혁 묶음을 세는 단위, 금의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갑자기 ‘쌈’이라는 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목포에서 시각예술 장르를 주축으로 하는 청년들이 활동하는 ‘문화예술기획단 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담고 쌈의 작업실로 향했다.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쌈은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적으로 밥하고 쌈장만 있으면 무엇을 싸 먹어도 맛있잖아요. 또 그렇게 많이들 먹기도 하고요.

담론에서 실천으로, 충돌과 성찰을 통해 얻은 유연함으로

[대담] 지역 문화예술교육 20년을 돌아보며

대담개요 일 시 : 2024. 6. 12.(화) 오전 10시 장 소 : 합정 더 벙커 참석자 : 임학순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김선아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본지 편집위원) 김선아  ‘지역’이라고 하면 늘 새로운 것처럼 이야기한다. 예전 경험들이 종종 간과되는 느낌인데, 문화예술교육의 첫출발이 지역이었다는 점을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상기되지 않을까 싶다. 20년 전인 2004년 처음 지역과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주관하셨던 교수님께서 당시 생각했던 지역의 범위, 성격, 역할은 무엇이었나? 임학순  2004년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때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이 없었기 때문에 문화관광부가 주도했다가 2005년 교육진흥원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모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하여, 변함없이 변화한다

문화·교육 거점으로서의 지역 미디어센터

디지털 미디어가 일상화된 후 ‘일반 시민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힘입어 미디어 콘텐츠의 저장, 해석, 전유, 변형, 재유통 과정에 참여하는 문화(Jenkins, 2003)’, 즉 ‘참여문화’는 ‘지역 미디어센터’의 등장 배경이자 주요한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미디어센터는 디지털 미디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시민·공동체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과 미디어 참여를 지원하는 지역의 전문조직이자 시설로 「지역문화진흥법」 상 생활문화시설에 포함된다. 영상미디어센터, 시민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지원센터, 시청자미디어센터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지만 ‘지역 미디어센터’는 미디어의 가치와 역할, 그리고 미디어와 관련된 시민의 권리를 전제로 해당 지역(시군)의 특성과 디지털‧미디어 기술변화를 반영하며 사업을 기획‧운영한다.

로컬로 향하는 행복한 반전이 필요하다

[대담] 지역의 현재와 가능성, 미래를 위하여

대담 개요 일 시 : 2024. 6. 7.(금) 오후 3시 장 소 : 무수책방 참석자 : 정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본지 편집위원) 김규원  요즘 지역이 화두다. 지역 소멸, 인구 소멸 등 지역이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지역의 의미를 바꿔야 지역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지역이란 무엇인가? 정 석  지방, 지역, 로컬이라는 단어가 있다. 처음에는 지방이라는 말을 썼던 것 같다. 서울도 지방이지 않은가. 서울지방경찰청, 서울지방병무청, 서울지방국세청. 그런데 어느 순간 서울, 경기, 인천은 수도권이고, 나머지는 주변,

문화예술교육의 지속성, 지역에서 답을 찾다

2023 지역 문화예술교육 성과사례 모음집

문화예술교육은 늘 지역에서 이루어져 왔다. 우리 모두는 지역에 살고 있고, 문화예술교육은 우리 일상과 삶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여 년간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특별한 힘과 가치를 중심으로 시대적 소명과 함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며, 과정과 맥락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교육으로서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저변을 확대하는 토대를 만들어 왔다. 이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출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절대불변의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이슈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3 지역 문화예술교육 성과사례 모음집 – 문화예술교육의 지속성, 지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