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개관한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는 융합형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이다. 스스로 나아갈 바를 정하고, 행한 ‘입지(立志)’라는 신사임당의 철학 아래에 예술가와 함께 평등한 기회와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 스스로의 예술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서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의 그간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고자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과 만났다.
일시 : 2024.04.24.(수)
장소 :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
인터뷰어 :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참석자 :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_김우영 팀장·서지원 주임·김의정 주임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강원도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전문 공간은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가 처음이라고 들었다. 이 공간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나.
김우영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 팀장  경포초등학교가 이전하면서 폐교가 된 건물을 강릉시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했다. 처음에는 공예 중심의 창작공간인 강릉예술창작인촌으로 운영되었다가 꿈꾸는 예술터 사업과 연계하여 기초 문화예술교육의 거점 기관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역 내의 여론에 의해서 현재의 모습으로 구성되었다. 다양한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운영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많은데, 중심이 될 컨트롤 타워가 필요했다. 문화예술 관계자, 교육자, 지역 주민의 염원과 꿈꾸는 예술터 사업이 만나 지금의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도인  지역사회나 강릉문화재단에서도 이 공간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 같다. 운영자로서 기대했던 점과 현재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나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서지원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주임  공간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외부 회의실을 빌려서 책상, 의자를 옮기고 겨우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이 공간이 생김으로써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시민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거나 이 공간을 예술가와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로 채워나가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쉬운 공간은 그림책방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와 동생들이 그림책방에서 그림책이나 미술 관련 책을 보면서 기다리곤 한다. 프로그램 외에도 예술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 그러나 아직은 휴게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또 재료실이 1층 교육 공간 옆이 아닌 3층에 있어서 아이들과 재료를 고르러 가기에 불편하다. 올해 재료실과 휴게실 공간을 바꿔볼 예정이다.
최도인  이 공간을 기획하기 전에 사전 활동이 있었나.
서지원  여기서 진행되진 않았지만, 정식 개관 전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융복합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지역의 예술교육 매개자 양성 프로그램으로 VR 관련 워크숍을 진행했다. ‘틸트 브러시’라는 앱을 사용해서 3D 드로잉을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고, 지역의 예술가와 활동가가 함께 하는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미래는 지금이다>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워크숍에서는 마이크로컴퓨터 ‘아두이노’를 활용해서 물의 오염도를 측정하거나, 모서리의 소리나 감정의 소리를 수집해서 예술로 표현하는 등 3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도인  이 공간을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구성했는지 궁금하다.
서지원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경포초등학교에서 사용하던 반 이름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가져와서 5개의 교육 공간을 만들었다.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방향을 합쳐 인-예술랩, 의-융합랩, 예-미디어랩, 지-건축랩, 신-메이커스랩으로 각 공간의 특징을 살려 구성했다. 예를 들면, ‘의-융합랩’에서는 VR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데, 가상 세계에서 현실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폴딩 도어를 활용해서 옆 공간이나 외부 공간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지-건축랩’은 체육관으로 쓰이던 별관 건물을 활용했다. 건축이라는 특징에 맞게 건축 자재를 그대로 노출시켜서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워크숍 <미래는 지금이다>
  • VR프로그램 개발 워크숍 <가상이상>
함께 맹글어 나가는 공간
최도인  이 공간을 이용하는 주요 타깃은 어린이, 청소년인가?
김우영  개관 후 2년 간은 매개자 양성 과정이나 매개자와 협업으로 만들어진 실험적 프로그램을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운영하는 랩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지금까지는 문화예술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실험적 프로그램에서 실질적인 프로그램으로 안정화 할 계획이다.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앞서 국가 교육 정책 방향, 지역 교육 프로그램 현황 등을 조사했는데, 대개 성인 중심의 기능적 예술교육이거나 노년층 대상 교육이 많았다. 지금까지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해 왔는데, 문화재단에서 하는 다른 예술교육과의 차별성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방향이 ‘가족’이었다.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커뮤니티 예술, 가족에서 지역 공동체로 확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한다면 다른 기관과 중첩되지 않으면서 구별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김의정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주임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이다 보니 학부모가 데려다주고 근처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는데, 아이들보다 학부모들이 더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어른이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어른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체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다.
최도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프로그램으로 발전되는 좋은 프로세스라고 생각된다. 그간 진행하면서 자랑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나.
서지원  공동창작 워크숍 <맹글 콜라보 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맹글다’는 ‘만들다’의 강릉의 방언인데, 이름대로 함께 만들어가는 실험 프로그램이다. 예술교육 향유자와 예술가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다는 취지로, 교육 장소부터 모든 것을 함께 정하고 만들어간다. 참여자는 별도로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어린이, 청소년이 가장 많다. 올해는 성인, 가족 프로그램까지 구성되어 있고, 앞으로 좀 더 확장할 계획이다.
김우영  <맹글 콜라보 랩>은 예술가에게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적인 매개체가 되어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연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실험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참여자에게는 형식적이거나 정량적인 평가를 위한 예술교육이 아니라, 예술가와 참여자가 대등한 관계로 의논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건축사와 함께하는 어린이 건축학교
최도인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가 예술교육가와 파트너십을 이루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파트너십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가.
김우영  모든 예술가가 예술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예술교육은 예술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예술가는 많으나, 예술교육가는 많지 않다. 그래서 워크숍 형태의 매개자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예술가가 일상의 이웃으로 선한 영향을 널리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서지원  강릉 지역에는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는 예술가가 드물었는데, 융복합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예술가에게 기술을 가르칠 것인지, 기술자를 섭외해서 진행할 것인지부터 고민했었다. 지역의 예술가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예술가가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자신의 예술 활동의 범위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했다.
<맹글 콜라보 랩>이 신규 매개자를 발굴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업이었다면, 매개자 양성 워크숍 <사리사욕>은 타지역의 예술교육가와 네트워킹도 하고 어떤 문화예술교육을 하는지 들어보며 매개자의 기획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현장 탐구활동이다. 다른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하고 이를 문화예술교육과 연결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도인  매개자 양성 워크숍에 참여했던 예술가가 예술교육가로 참여하기도 하나?
서지원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VR 관련 워크숍 중 의상 디자인 수업이 있었다. 그때 참여했던 한복을 만드는 최선희 작가가 이후에 현장 역량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신중년 여성 대상으로 한복을 만들어보는 <나빌레라> 프로그램을 함께했었다. 이후에는 아이들과 한복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최도인  건축학교는 진행하기 쉽지 않을 듯한데, 장수 프로그램으로 유지되는 비결이 무엇인가.
김우영  건축학교는 강릉지역 건축사회와의 연계로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 조성 전부터 운영하던 사업이다. 의지와 열정에 가득 찬 건축사가 함께하여 운영비 일부를 기부하기까지 하면서 진행해온 프로그램이다. 건축에 관련된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유아, 어린이, 청소년, 성인으로 나눠서 개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성인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도 있는데, 우리 지역에 있는 건축 양식을 보면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건축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까지 설명해 준다. 건축을 배우는 대학생이 보조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김의정  참여하는 15명의 건축사가 건축학교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는 덕분에 오랜 기간 진행할 수 있었다.
최도인  건축학교 프로그램의 전통이 ‘지’ 공간에 메인 프로그램과 공간으로 함께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김우영  맞다. 실외 공간을 많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하반기에는 건축학교 프로그램과 연동해서 교육받은 청소년과 함께 예술 아지트를 만들어서 예술놀이터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건축사와 함께하는 어린이 건축학교
일상에 더 넓고 깊게 퍼지기 위해
최도인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에서 꼭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
김우영  맑은 날, 이 공간에서 놀고 즐길 수 있는 청소년 코스프레 예술축제를 만들고 싶다. 얼굴을 가리고 자기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도록, 예술가와 협업해서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다.
서지원  오죽헌을 중심으로 이 동네를 돌아볼 수 있는 건축 투어 프로그램 개발하고 싶다. 가족 단위로 진행하거나, 관광객 대상으로 진행해도 좋겠다.
김의정  올해의 방향성과 일치하게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참여하는 가족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같이 뭔가를 만들거나 일상에서도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싶다.
최도인  강릉시나 문화재단에 조금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운영자 입장에서 더 필요한 자원이나 역량은 무엇인가.
김우영  이미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교육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이고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를 믿고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정책에 흔들리거나 바뀌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서지원  운영자로서 더 많은 시민이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예술버스’가 운행되길 바란다. 외곽 지역에 있는 아이들은 교통수단이 없어서 보호자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참여하기가 힘들다.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할 수도 있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예술교육 전문 공간으로 오도록 하고 싶다.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다른 문화예술 공간을 경유해서 다닐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다.
김의정  꿈꾸는 사임당 예술터가 도약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지역에 관한 분석이 제대로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에서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니즈가 무엇인지, 지역 예술가가 바라는 예술교육은 무엇인지 분석하고 조사하면 그것을 토대로 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안녕, 필름카메라> 최예지 학생 작품
김우영
김우영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한 나라의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평등의 정도는 그 나라 국민이 누리는 예술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신념으로 대학교수에서 문화기획가로 30년을 걸어왔고 현재는 문화비평가로서의 지혜로운 눈을 가지기 위하여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서지원
서지원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주임. 지역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공예인으로 살아가다 재단에서 인턴으로 인연을 시작했고, 우연히 건축학교 운영을 돕다 문화예술교육의 매력에 중독되어 현재는 강릉을 사랑하는 문화예술교육사로 이 구역을 맴돌고 있다.
김의정
김의정

강릉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주임.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꿈의 무용단 ‘강릉’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예술행정가로서 풍요로운 삶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권리라는 신념아래 모든 국민이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예술교육 분야에서 힘쓰고 있다.
최도인
최도인

도시전략, 문화공간, 창조산업 등 분야에서 100여 프로젝트의 컨설팅과 기획을 총괄해 왔다. 찰스 랜드리의 저서 『크리에이티브 시티 메이킹』의 한국어판 기획/감수, 『만드는 사람들의 도시』 공동저자이다.
프로젝트 궁리
정리_강지영 프로젝트 궁리 선임에디터
wldudv2820@daum.net
현장사진 제공_꿈꾸는 사임당 예술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