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기후위기 사이, 숨은 연결고리 찾기

오늘부터 그린① 잇다

구지민 작가의 <The Chain – 착취사슬>을 펼쳐 보자. 어렸을 때 『월리를 찾아라』 속에서 빨간 줄무늬 옷의 월리(Wally)를 찾던 때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림에는 평범한 도시 속 사람들의 일상이 자잘하게 펼쳐져 있다. 편의점에서 비닐봉지를 한가득 채워 들고 나가는 사람, 화려한 광고 아래에서 옷을 고르는 사람들, 그릴 위에서 연기를 한껏 뿜으며 구워지고 있는 고기, 카페 테이블 위의 일회용 컵들, 동물원의 동물들, 바쁘게 움직이는 택배 노동자…. 어디서 본 듯한 여느 도시의 풍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은 일상의 조각들이 지구와 연결된 사슬이라면 우리의 풍경은 어떻게

일상을 존중하는 시간의 힘

칠곡 인문학마을 보람할매연극단 10년을 앞두고

‘나’라는 존재조차도 경제와 사회라는 시스템의 대상이 되어버린 시대. 예술과 문화도 어떤 목적성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그 사이 지역문화 현장에서 시민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온전히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고? 그게 말이 돼?’ 주체성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문화 영역에서 당사자들은 자신의 당당한 문화예술적 활동이 행정과 사업의 기준에 의해 무참히도 깨지는 경험을 해왔던 것이다. 그간 억압받은 주체들을 호명해서 스스로 ‘발화’할 수 있게 하는 문화예술은 과연 가능할까? 2012년 칠곡군이 창조지역 사업으로 인문학도시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다들 일반적인 마을동아리

놀고 설레고 쉬어가는 공간의 경험

이용자를 배려하는 세대 맞춤형 공간

마음 편히 거리를 거닐고 모이고 이야기 나누지 못한 지 1년이 넘었다. 학교와 직장, 집에서 잠시 빠져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과 공간이 주는 다채로운 경험에 대한 갈증이 여전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머물고 싶게 하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 공간을 이용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용자의 경험을 배려한 공간은 사람들을 다시 오고 싶게 하고, 오래 머물게 하며 결국 기억에 남는다. 여기에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개성 있는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열린다면 더할 나위 없다. 어린이, 청소년, 중년을 위한 맞춤형 공간을 만나러 가자. 그리고

렌즈를 통해 자신의 색을 발견하기

이종경 학교·사회 예술강사(사진 분야)

사진 분야 예술강사로 활동하는 이종경 사진작가가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만난 대상은 특수교육 대상자, 학교 밖 청소년, 지적장애시설 및 교정시설 거주자, 노인 등 다양하다. 청각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해 간단한 수화(手話)를 배우는 등 특별한 참여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에 진심인 그는 어려움만큼 보람도 큰 듯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 사진 예술교육은 무엇을 해야 할까. 참여자의 변화가 오히려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하게 만든다는 이종경 예술강사를 만나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경험을 들어보았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예술강사가 된 계기를 부탁드린다. 사진예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위기의 시대에 대응하는 예술교육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리뷰

올해로 4회째 맞는 유네스코 유니트윈(UNITWIN, University Twining and Network) 국제 학술대회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본래 작년에 개최되어야 했을 이 학술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어, 올해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과 연계되어 개최되었으며, 본격적인 학술대회의 사전행사로 국내외 인사의 축사와 기조발제, 예술공연,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사전 학술대회 등이 진행되었다. 제4회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는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이라는 주제 아래, 기조발제와 폐회세션을 포함하여 총 11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유니트윈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신의 경희대학교 교수는 팬데믹으로

예술이 말을 걸 때,
한 사람을 맞이할 때

당사자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하기

천성적으로 난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어려서부터 난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다. 옷차림, 말투, 걸음걸이, 사소한 습관, 표정, 더 나아가 ‘저 사람은 지금 어디를 가는 것일까? 집에서 나오기 전에 무엇을 했을까?’ 등 별 쓸데없는 상상을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을 보며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에게 관찰된 누군가는 내 상상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조연이 되기도 했다. 그 버릇이 지금도 남아서 지나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맥없이 말 걸기’는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물론, 시대가 변해서 모르는 아저씨가 걸어오는 대화에 동네 아이들

맛깔난 칭찬에 존중과 배려를 더하면

어쩌다 예술쌤① 친밀감을 형성하기

55년 동안 ‘배우’라는 한 길만 걸어온 윤여정이 대세이다. 그녀의 솔직함과 소신, 어떤 배역도 감당해내는 연기력, 나이에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열정, 자부심 그리고 건강. 나도 예술강사로서 그녀같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녀에 비하면 나는 이제 겨우 예술강사 16년 차. 조심스럽지만, 나의 예술교육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현장에서 수고하는 예술강사 모두가 ‘나도 그랬는데’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면 좋겠다. 도화지건반위 반음이해하기(제주) 밤의여왕 순서맞추기(아산) 칭찬과 격려의 맛 나는 대면과 비대면 수업에 상관없이 아이들의 작은 변화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브라보” “완전 잘하네” “굿(Good)” “너무 멋진데?”

코로나19는 학생들의 삶과 교육환경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2021년 4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코로나 19는 학생들의 삶과 교육환경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코로나 시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은 ‘비대면’, ‘원격’, ‘온라인’ 등의 단어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 평소처럼 학교에 가지 못하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이전보다 많아지며 가족관계는 긍정적 변화를 맞이한 반면, 온라인 학교생활은 이전보다 별로 좋지 않게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함께 만나고 공부하는 이전의 학교생활이 더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변화한 환경에 따라 학업 스트레스는 커졌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함께 깊어지게 되었다. (「2020 청소년종합실태조사」) 그렇다면 앞으로 교육과정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교육부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함께 지구를 뒹굴며 돌보는 힘

기후 정의 창작집단 ‘콜렉티브 뒹굴’

콜렉티브 뒹굴(이하 ‘뒹굴’)을 처음 만난 곳은 화성이었다. 지구 밖, 화성. 2019년 뒹굴은 화성 탐사 로버에 관한 공연을 했다. 작품은 연극축제 ‘화학작용 4:오프-스테이지 편’에서 진행된 워크숍 공연 〈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에서 출발하여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9 참가작 〈오퍼튜니티〉로, 또 인사미술공간 “막간극” 〈오퍼튜니티: →→ort→→〉로 나아갔다. 로버들은 멸종에 처한 지구를 떠나 화성에서 새로운 희망을 개척하는 의무를 맡고 있다. 앞서 화성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이어갔던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떠올리며 로버가 된 인간들은 뒤늦게 화성에 도착한다. 무의미한 동작의 반복과 끝을 알 수 없는 그들의 임무 사이에서 인간이 지금껏 쌓아온

당신 곁에선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소리로 느끼는 지구의 변화

몇 해 전, 아이들과 일상의 소리로 음악을 만들어보는 수업을 했던 적이 있다. 수업은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학교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소리를 발견해온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소리를 통해 공간의 작은 디테일을 발견하게 된다. 교실 앞문은 여닫을 때마다 작은 고리가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든지, 창문 옆에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 때면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든지, 매일 생활하면서도 몰랐던 사실들을 말이다. 소리는 풍경처럼 오래도록 머무르지 않고, 냄새처럼 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도

회복의 힘은 행복한 경험에서 나온다

위기의 시대, 학교 예술교육이 해야 할 일

코로나19 세계적인 유행은 학교의 풍경도 바꿔 놓았다. 예전에 지구 환경오염으로 인해 다가올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며, 학교 운동장에서 방독면을 쓰고 축구를 하는 풍경을 그린 적 있었다. 그런데 방독면이 마스크로 대체되었을 뿐 암울한 미래가 너무 일찍 우리 곁으로 온 것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쉼 없이 달려오던 길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나쁜 시간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긍정적인 변화의 원동력 언젠가 미술 교사들이 참여하는 학회에 참석한 적 있는데 ‘통합 교육’, ‘융합 교육’이 큰 주제였다.

위기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성찰하며

박신의 제4회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가 2021년 5월 서울에서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위기의 시대상을 반영한 이번 서울대회의 주제는 기후위기와 예술치유를 관통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환경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접촉의 공포에 대한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제4회 유니트윈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신의 경희대학교 교수를 만나 이번 서울대회가 제시할 문화예술교육의 실천과 행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7년 싱가포르에서 창립된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가 독일 뉘른베르크, 캐나다 위니펙에 이어 올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다. 학술대회의 의미와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이라는 주제 선정 등에 관한 이야기가

생태계와의 관계 회복하기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한 번 사이가 틀어지면 쉽게 고쳐지지 않더라.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닫게 되는 보편적 교훈이다. 한때 ‘없이는 못 살 것처럼’ 가까웠던 이들끼리도, 무슨 이유 때문에 수틀리면 순식간에 남남 되는 건 일도 아니다. 뭔가를 키우고 기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이 훼손되는 것은 잠깐이면 되는 것이 세상의 희한한 이치이다. 김한민 작가는 그래픽 노블 『혜성을 닮은 방』에서 관계를 식물에 비유한다. 너와 나 사이에서 싹트고 관계의 상태에 따라 자라는 하나의 살아있는 식물. 그것은 관계가 무엇이고 그 실체가 어떤지 잘 보여준다. 관계라는 백지장을

위기의 시대, 예술교육에 주목하는 이유

2021 제10회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프리뷰

여전히 팬데믹의 영향이 전 세계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쉽게 떠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어느덧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선포 10주년이자 「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가 발의된 지 11주년을 맞았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예술교육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을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된 가운데 열리는 2021 제10회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은 ‘사회 위기 속 참여적 예술교육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5월 24일부터 5월 30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5월 2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월 25일과 26일에는 국내외 문화예술교육 학자, 연구자, 관계자 간에 「서울 어젠다」의 의미와 실천, 예술교육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교류의 장이

홀로 수업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양정현 학교 예술강사(무용 분야)

올해 초 열린 아르떼 아카데미 학교 예술강사 대상 코스워크에서는 ‘정체성’을 주제로 학교에서 예술하는 어려움과 예술강사에게 기대하는 여러 역할, 역량 등을 다루었다. 여기에 패널로 참여한 양정현 예술강사는 올해 11년 차 예술강사인 동시에 예술, 융합,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애이비씨랩 교육이사로서 예술과 기술, 다양한 장르를 융복합한 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단체 활동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쁠 텐데도 예술강사 활동을 쉬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이라고 답한다. 보람과 긍지를 주는 아이들 덕분에 지금껏 소신 있게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양정현 예술강사를 ‘정체성’ 코스워크를 기획한 제환정 교수가 만나

“사실 내게는 인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트 프로젝트 프리뷰

사실 내게는 인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나를 필요로 하지요. 그래요, 여러분의 미래는 내게 달려 있어요. 내가 흥하면 여러분도 흥합니다. 내가 비틀거리면 여러분도 비틀거리거나 안 좋아지지요. 그러나 나는 영겁의 세월을 존재해 왔어요. 그리고 여러분보다 더 위대한 종들을 먹여 왔어요. 그리고 여러분보다 더 위대한 종들을 굶겨 없애기도 했죠. 내 바다, 내 흙, 내 흐르는 하천, 내 숲 모두 여러분을 데려오거나 데려갈 수 있어요. 여러분이 매일 어떤 삶을 택하든. – ‘말하는 자연(Nature is Speaking)’ (줄리아 로버츠) ,『창의성의 기원』(에드워드 윌슨) 재인용 딱히 할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