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가르칠까? 먼저 사람을 보라!

김인규 작가·예술교육가

장애인 예술 활동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김인규 작가와 10년 넘게 안부와 질문을 나누고 있다. 덕분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질문이 많아진 날에는 직접 전화하거나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읽기도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답답함을 풀어가야 할지 막막할 때 그의 꾸준한 실천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 해본 것들 안에 실마리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최근 나온 김인규 작가의 책 『우리는 왜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을까』도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인터뷰 현장에서 누군가가 해본 것들 이전에, 만나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교육 대상, 참여자라고 부르는

참여자의 세계와 함께하는 예술교육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2025년 1월 초, 제주 조천읍 선흘리에서 만난 할망들의 그림, 본풀이(이야기) 전시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할망들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인 창고, 소막(외양간) 등에서 펼쳐진 전시 《똘(딸의 제주어) 어멍 할망 그리고 기막힌 신들의 세계》는 11명 할망의 생애 서사가 스민 신화적 사고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엄함이었다. 제주 할망, 칠곡 할매와의 동행 선흘볍씨마을협동조합이 2021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으로 시작한 할망들의 그림 수업은 밤새 그림을 그리는 열정으로 이어졌다. 할망들의 소막, 창고 등을 개조해 소막미술관, 그림창고, 춘자회랑, 동백미술관, 생이미술관, 우영미술관, 황금창고, 초록미술관, 인자화실 등 마을미술관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게

[대담] 묵묵히 걸어온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10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아이들이 별이 된 그날의 아픔을 가슴에 새긴 엄마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2015년 10월 마음치유를 위한 ‘연극 대본 읽기 모임’에서 출발했다. 이어 2016년 3월 공식적으로 극단을 결성하고, 같은 해 10월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첫 무대를 선보였다. 그 후 10년, 엄마들은 멈춘 시간의 아픔과 기억을 딛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배역에 몰입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도 진심 어린 관객의 반응에 힘을 얻는 진정한 배우들이다. 여섯 번째 신작 <노란 빛

참여자-중첩되고 연결된 다발

전철원(여백)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만일 내가 사는 동네나 지역을 좀 더 알고 관계하고 싶다면, 최고 효율의 원클릭 온라인 쇼핑 대신 동네 상권 이용 비율을 높여보라. 몇 차례 구매가 반복되면 상점주나 직원과 스몰토크를 트게 되고, 품질 좋은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소비자의 마음에서 고마움의 덩이가 커질 것이다. 그러다 사업의 번창을 바라는 주인의 마음에 성큼 다가서서, 혹여 휴일이 아닌데 상점 문이 닫혀 있기라도 하면 매장을 지키던 얼굴을 떠올리며 제발 무슨 일이 없기를 원하고 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마 상대도 내가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으면

기다림에서 피어나는 시

모두의 예술교육② 느린학습자와 함께하는 시 창작

시는 인칭의 장르다. 정확히는 인칭의 범위를 새롭게 재고하는 장르다. 직접 선택한 낱말들과 그 배치를 활용해 ‘나’의 마음을 설명하고, ‘너’와 닮아 있는 것을 찾고, ‘우리’라고 불러보고 싶은 공동체의 범위를 새롭게 모색해 보는 일. 그렇게 인칭과 명사를 탐구하고, 우리를 부르는 이름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 묻는 일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을 새롭게 배치하는 과정과도 분명 맞물릴 것이다. 결국 시 쓰기는 호명의 역학 안에서 주체성을 새롭게 고민할 수 있는 굉장히 정치적인 수행이 될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 중에서는

“그래도 이게 우리한테는 행복인기라”

[대담] 용감하고 즐거운 보람할매연극단의 12년

2013년, 한글 공부로 모인 어르신들은 황인정 선생님의 권유로 대본을 손에 쥐고 연극에 도전했다. 처음엔 낯설고 어렵기만 한 무대였지만, 어느새 연극은 물론 긴 랩도 거침없이 소화하는 ‘무대 체질’로 거듭났다. 보람할매연극단의 활동은 어르신들의 일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 되었고, 마을엔 새로운 활기가 깃들었다. 그렇게 12년간 보람할매연극단은 멈추지 않고 여전히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극단 막내로 시작하여 이제는 든든한 중심 역할을 하는 최순자·정송자 어르신과 한글 강사로 시작해 연극강사로 거듭난 황인정 강사 그리고 인문학마을을 운영하면서 어르신들과 연을 맺었던 이창원 인디053 대표와 함께 서툴렀지만 용감했고, 고단했지만

섬세하게 준비하고 차근차근 다가간다면

동료 상담실① 참여자 관점 문화예술교육

사회참여적음악가네트워크(Socially Engaged Musicians’ Network, SEM네트워크)는 음악을 통해 사회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지역사회와 사회의 여러 필요에 음악적인 방식으로 다가갈 방법과 역할을 찾아가며 협력을 실천해 가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다양한 예술교육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SEM네트워크 구성원들이 모여 ‘참여자 관점의 문화예술교육’에 관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상담 일시·장소 : 2025.6.22.(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회의실 • 동료 상담가 : 장한솔(작곡가·SEM네트워크 대표), 김현주(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사무국장), 방지성(첼리스트·에티카 앙상블 대표), 소수정(작곡가·소리로 대표), 심은별(예술기획자·앙상블리안 대표), 이정선(피아니스트·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이재구(작곡가·전남대 강사), 천필재(작곡가·톤그레이 대표) Q. 참여자가 지망한 1순위 프로그램

‘나만 생산적이지 않다’는 그 마음에 예술이 건넨 손

2025 도시숲 예술치유 영국 로열발레 전문가 프로그램

“실컷 춤추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64세 김애경 씨는 43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지난 2월 말 퇴직했다.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나만 생산적이지 않다”는 불안과 공허 속에서 오래전 적어둔 메모 한 줄을 떠올렸다. 그것이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였다. 이 한 문장에는 생애전환기를 맞이한 중장년의 감정과 욕구가 진하게 담겨 있다. ‘쉼’과 ‘표현’을 동시에 갈망하는 이 시기의 정서적 복잡함은 김애경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현실이기도 하다. 생애전환기는 개인의 삶에서 주요 역할, 정체성, 가치, 생활방식 등의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이다.

놀이와 경험의 장이자 동네의 기억으로

[대담] 꾸물꾸물문화학교와 함께한 15년 돌아보기

‘어떻게 하면 동네에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 고민하던 강덕원 어린이와 아이들에게 동네의 기억과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윤종필 꾸물꾸물문화학교 교장이 처음 만난 건 2010년이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스태프로 활동한 시간은 20대 청년이 된 강덕원 씨에게 동네에서의 추억으로 수많은 경험으로 쌓였다. 두 사람이 만나 문화예술교육으로 켜켜이 쌓인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이제는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담개요 • 일 시 : 2025.6.9.(월) 오후 3시 • 장 소 : 꾸물꾸물문화학교 (인천) • 참석자 :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임선예 극단 평상, 하늘 날多 대표

임선예 선생은 충남 공주에서 ‘평상, 하늘 날多’라는 단체를 운영하며 예술가로서, 예술교육가로서 누구나 ‘삶의 아티스트’라는 마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한다. 2019년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에서 맺은 인연으로 결성된 ‘고마동창생’ 회원들과 동학, 유관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문제 같은 지역 이슈를 다룬 연극을 올리며 ‘예술적 시민성’을 고민한다. 동학의 정신처럼 우리는 누구나 ‘하늘’ 같은 존재로서 내가 ‘내켜서’ 하는 활동을 고민한다. 애니미스트(animist)로서 ‘되기’의 관점을 체화한 임선예 선생과의 대화는 사람과 사람은 일방적 수혜자가 아니라 ‘평상’처럼 수평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모두 ‘삶의 아티스트’다 Q. 2020년 10월,

고성과 청년, 폐교에 피어난 낭만

예술로 365길⑳ 고성청년예술촌

고성청년예술촌 경상남도 고성군 삼산면 미룡리 285 10:00~17:00 (매주 월, 화 휴무) 055-670-2713 인스타그램 @gs_young_art_space 경남 고성군 삼산면의 조용한 마을이 조금씩 복작거리기 시작했다. 2016년 폐교한 고성중학교 삼산분교를 2024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리모델링하며 ‘고성청년예술촌’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실내외 곳곳의 용도와 활용 방법도 달리하였다. 1층에는 청년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공용주방, 예술 체험 공간 등이 있다. 2층에는 퍼포먼스나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과 미디어, 시각, 조형 작품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 있다. 도시화와 함께 잊혀가던 시골 마을

음악으로 이어지고, 함께하며, 나아가기

[대담]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 10년을 기억하며

초등학교 5학년,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에서 비올라를 처음 만나고 음악의 세계에 흠뻑 빠진 유연지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까지 활동한 졸업 단원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 장한솔 음악감독은 2016년 처음 평창이라는 낯선 지역에 도착해 단원들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음악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 자신의 성장과 변화를 경험했다. 두 사람의 지난 10년간의 추억과 함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났다. 여전히 예술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담개요 • 일 시 : 2025.6.5. 오후 4시 • 장 소 : 블루라움 안암오거리점 • 참석자

뙤약볕과 폭우 속에도 생명을 길러내는 농부의 마음으로

오늘부터 그린㊳ 인도농사연극

요즘 열대 우림에서 건기에 더위 나기는 우리네 겨울나기처럼 생사가 걸린 일이 되었다. 그러잖아도 더운데 기후 변화로 온도가 더 올라갔으니 말 그대로 ‘더워 죽는 위기’를 체감하게 된다. 그런 때 공연을 보려고 사방이 다 뚫린 삼륜차 오토릭샤를 타고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열대 바람과 뙤약볕에 쏘이며, 요철 구간마다 엉덩이를 털썩털썩 좁은 골목길을 헤매다 컴컴해져서야 공연장에 도착한 적이 있다. 벼를 베고 난 자리에 세운 무대에서 <초승달>이라는 어린이 청소년 연극을 상연하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아도 씻어 걸어둔 초승달 같은 청량함을 무대 위에서 느낄 수 있었던

2025년 5•6월 국내외동향

중등 예비교사 작품감상 교육 운영 외

국립현대미술관, 중등 예비교사 대상 작품감상 교육 운영 국립현대미술관은 예술적 역량을 갖춘 매개 인력을 양성하고, 미술관 교육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예비 교사 대상으로 작품 감상 교육프로그램을 5월부터 11월(학기 중)까지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감상하고 미술관 작품 감상 교육 및 자료를 직접 체험하며 학교 내 감상 교육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프로그램 신청은 최소 15명 이상 단체여야 하며, 박물관·미술관 및 중등 미술교육 전공 학부·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 신청은 담당자와 일정 협의 후 확정할 수 있으며, 교육프로그램과 별도로 미술관 단체관람을 예약해야 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배움을 기획하고 참여를 설계한다

가르치는 시대에서 함께 만드는 시대로

AI 시대, 교육자의 새로운 도전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다. 특히 생성형 AI 등장 이후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왔던 지식의 생성과 재구성마저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교육자는 지식 전달자 역할이 아닌 ‘어떻게 더 깊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창출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교육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에 다시 주목받는 개념이 ‘참여’이다. 사실 참여는 교육학에서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20세기 초 진보주의 교육과 구성주의 학습이론은 이미 학습자를 수동적인 지식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인 의미 구성의 주체로 바라보며 교육의 중심에 두었다. 그런데 기술

지속 가능한 예술교육 생태계를 향한 공동의 노력

컬처웍스캐나다-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전문인력 양성 대담

예술교육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익숙한 원칙에 대한 재해석일지도 모른다. 지난 5월 21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박은실 원장과 컬처웍스캐나다(Culture Works Canada, CWC) 그레그와르 갸뇽 대표가 서울에서 마주 앉았다. 문화와 예술, 교육과 사회의 교차점에서 각자의 현장을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인력 양성과 예술교육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통의 비전을 바탕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그레그와르 갸뇽 컬처웍스캐나다 대표 컬처웍스캐나다는 1994년 문화인적자원위원회(Cultural Human Resources Council)로 출범하여, 현재는 예술인과 문화종사자의 경력 설계와 권익 보호를 지원하는 유연한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공연예술, 시각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