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과거를 지나오며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영감을 준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아프리카 유학을 하며 가치관의 변화를 겪은 과거, 철로 꿈을 형상화한 현재, 친환경 업사이클로 사람들과 공존하고픈 바람을 써 내려가는 상상 속 미래다. 시간의 흐름을, 오늘과 어제의 예술을 돌아보며 내일을 써 내려간다. 이로써 나의 영감은 현재진행형이다.
  • Fe01 재생복합 문화공간
삶의 아름다운 원소 – 철
애정을 갖고 정크아트에 몰두하니 어느새 십수 년의 시간이 흘렀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열정으로 보내는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유학을 마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영화 〈트랜스포머〉를 접하게 되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스스로 몸을 변형해 로봇이 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폐차장으로 달려가 영화 속 자동차가 변형되어 움직이듯 버려진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폐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정크아트의 세계는 그렇게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다년간 버려진 철을 새로이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했고 철은 자연스레 내게 친숙하고 아름다운 원소로 삶에 자리매김했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한 ‘Fe01’은 철의 원소 기호 ‘Fe’와 첫 번째라는 의미의 숫자 ‘01’을 더한 나의 공간이다. 정크아트 조형 예술품 1,200개가 벽체가 되어 안팎을 둘러싸며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었다. 용접을 포함한 다양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고철이 한 번의 사용을 끝으로 쓰임을 다 하는 것이 아닌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음을 알리며, 나에게도 공간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도 ‘철’의 한계에 관한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각자의 쓸모를 다 하고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공간 속 철제 조형물들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감정이 오간다. 이렇게 철은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메인 키워드가 되었다.
  • 개인 소장 중인 아프리카 미술 쇼케이스
사물을 새롭게 보게 한 – 아프리카
아프리카 유학 시절에 수집한 아프리카 소장품들을 공개하는 개인 공간이 있을 정도로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해외라는 특수 상황의 가치를 넘어 아프리카 사람들이 주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가치관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토속적이고 자연 친화적이며 정물 하나하나에 신앙이 깃든 그들의 생활상은 문화적으로 낯설다기보다는 익숙해지고픈 풍경이었고, 그곳에서 본 건축 문화는 아름답고 특별한 영적인 기운으로 기억에 남는다. 특히나 느린 속도로 벽돌을 한 장씩 쌓아 올리며 한 땀 한 땀 건축하는 그들만의 문화는 나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아프리카의 전반적인 문화를 보며 경제적인 것보다는 가치에 중점을 두게 되었고 일상에서 미술 작품을 제작할 때 무엇에 포커스를 맞출지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 소방관들의 외출
  • 용접공과 엑스레이 스파이더맨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 업사이클
정크아트(Junk art) 작업을 하면서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시간 역시 늘어난다. 다양한 나라의 폐자원을 활용해 광활한 정크아트 공간을 제작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곳곳의 환경 문제를 알 수 있었다. 모든 재료를 읊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많겠으나 주로 사용하는 폐자동차와 폐오토바이만 해도 구조적인 문제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질적 해결 방안도, 재활용을 획기적으로 할 방법도 마땅치 않기에 정크아트에 계속이 몰두해 올 수 있었다.
혼자보단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난여름 울산 간절곶 해변 일대에서 초등학생들과 함께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비치코밍(beachcombing) 활동을 진행하고 연계하여 창의적인 시간도 갖는 등 업사이클링의 요소가 될 수 있는 단체활동을 기획해 왔다. 현재도 관련 활동에 대해 주변 기관 및 유관 단체와 함께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에 대해 공감각적으로 고민해보는 시간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지금이야말로 문화와 환경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나에게 있어 원동력이 아닐지 싶다.
내게 정크아트는 놀이로 시작하여 자생할 수 있는 용기로 되돌아온다. 환경에 관한 새로운 창작활동을 고민하고 있으면 그 시간이 소중하고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마냥 즐겁다. 앞으로도 친환경 업사이클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미래 환경에 대해 탐구해 보고 싶다. 끝으로 나는 일상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들로 새로운 발상을 하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예술로 승화해 소통할 수 있는 전적인 과정이 즐겁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일상에서 고민하다가 언젠가 놓치고 있었던 영감의 느낌표가 나타나는 시간이 찾아오길 바란다.
김후철
김후철
정크아트 설치예술가로 활동 중이며, 재생복합문화공간 ‘Fe01’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시민 공원, 울산 간절곶 해변 등에서 외부 기획 전시를 다양하게 수행하였고 작가가 운영하는 울산시 울주군의 Fe01 재생복합공간은 한국관광공사의 이색회의 명소인 ‘코리아유니크베뉴 2023’으로 선정되어 울산광역시 시장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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