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분명 의미 있을 오늘의 실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목소리 ‘오늘부터 나도 그린’

기후위기는 빠른 속도로 일상을 위협하며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르떼365]는 ‘오늘부터 그린’ 연재를 통해 전지구적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실천하는 예술가·활동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기획에 참여한 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일상의 순간에서 기후위기를 마주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지난 7월 24일부터 3주간 진행한 ‘오늘부터 나도 그린’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의 환경을 위한 실천 사례를 들어보았다. 일상 속 작은 실천과 다짐을 독자들의 ‘그린일지’을 통해 만나보자. 관심을 두고 살피면 보이는 것들 일상의 소소한 발견이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는 아파트에

2023년 8월 해외 문화예술교육 동향

유럽 「문화의 사회적 측면 측정」 핸드북 발간 등

8월 해외 문화예술동향 주요 소식 1. 유럽 MESOC(문화의 사회적 측면 측정) 프로젝트 핸드북 발간 2. [프랑스] 300개 프로젝트, 8,000명의 예술가와 함께하는 ‘문화 여름 2023’ 개최 3. [호주] 청소년 예술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한 지원과 새로운 국가 문화 정책 ‘리바이브’ 1. 유럽 MESOC(문화의 사회적 측면 측정) 프로젝트 핸드북 발간 문화 정책의 사회적 가치 및 영향력 측정을 위해 진행한 유럽의 ‘문화의 사회적 측면 측정(Measuring the social dimension of culture, 이하 MESOC)’ 연구 프로젝트에서 2023년 5월 연구 주요 결과와 권고사항을 요약하여 담은 핸드북을

아무렇지 않고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가족

새로운 고향과 보금자리를 만드는 ‘우리들의 성장이야기’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대문이 열려있는 집이 약속한 장소다. 이곳은 서른 살 첫째부터 중학생 막내까지 열 명의 아이들과 ‘총각엄마’가 함께 사는 곳이다. 아이들 등교를 도와주고 돌아오는 길이라며 차에서 내리는 총각엄마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눌 주방의 커다란 식탁으로 안내받아 앉자마자 총각엄마는 접시에 가지런히 담은 롤 케이크와 차를 내어주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내 쪽으로 틀어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초면의 어색함도 잠시, 예전에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친구 어머니를 만났을 때 같은 익숙한 안정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곳이 더욱 궁금해졌다. 식탁에

지역 사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예술로 365길④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이용안내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금로1길 10, 1층 평일 12:00~18:00, 토요일 12:00~17:00 043-732-8116 인스타그램 @doombung_grs “우리 지역 청소년 갈 곳 없다.” 1989년 9월 30일 [옥천신문] 창간호 1면 기사 중 일부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이들을 위한 공간이나 활동은 담보되지 않던 시절, 이를 걱정한 지역사회의 감각이 꽤 오래전부터 벼려져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그 후속 조치도 일찍이 실행됐을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신문 지면에 오르내리던 청소년 문화 향유에 대한 염려 어린 기사는, 정작

진실로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 꼭 안아준다면

장은정 안무가·춤추는 여자들 대표

바야흐로 돌봄의 시대다. ‘고령화 시대, 고령화 사회’와 같은, 미디어상에서 매일같이 유통되는 키워드가 상징하듯이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거나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은 우리 주변 도처에 산재해있다. 지난 2017년 발간된 「사회적 돌봄서비스 강화를 위한 법제 연구」(한국법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돌봄은 “어린 자녀 또는 가족 구성원 중에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의 이유로 다른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가족 내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런 점에서 흔히 돌봄이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사 노동의 한 방식으로 이해되곤 했다. 그러나 가사 노동의 주체를 특정한 성별, 나이, 지위, 역할에만

희망과 절망이 뒤엉킨 그곳에서, 꿰뚫어 볼 것들

돌봄과 예술에 관한 분열적 소고

5남매 큰딸이자 엄마와 아내와 주부였고, 사회운동 판에서 35년여간 여성 활동가로 살고 있고, 그중 10년은 임금노동 시장에서 최저임금 시급 돌봄 노동자로 밥을 벌어왔으며, 최근 10여 년은 “돌봄”에 대해 글 쓰고 강의하며 사는 사람이지만, 아니 그래서 더더욱, 나는 돌봄이라는 단어와 계속 불화 중이며 여전히 재해석 중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하며 “돌봄”이 더 중요해졌다지만 오히려 더 문젯거리가 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돌봄에 관한 숱한 담론과 전망이 왈가왈부 되는 판에 숟가락 하나 얹은 사람으로서, 우선 나부터 인식보다 먼저 닥치는 느낌은 말초적 거부감이며 불화니 재해석 이전에

탐색하고 시도하며 제대로 연결될 때

혜영 사진작가·성평등교육활동가

‘돌봄’.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행위, 건강한 생활을 지속하고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돕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기에 제대로 된 돌봄을 하고,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술 경험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타자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게 함으로써 서로 돌봄하는 힘을 더 단단하게 한다.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팬데믹 이전부터 돌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시도해 왔다.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돌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표가 매번 떠올랐다. 이 고민에 대해 깊이 있고 촘촘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불안과 고립을 넘어 안전하고 조화롭게

〈돌봄과 애도연습〉으로 맺어가는 돌봄의 안전망

돌봄청년으로서의 사적인 경험담 아버지는 2016년 5월 4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한 빌딩 건축 현장에서 떨어졌다. 외상성 뇌출혈로 머리를 열어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고 중환자실에 한 달이 넘게 있다가 겨우 의식 정도는 돌아와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어린이날이 한참이나 지나서야 깨어난 아버지는 어린이가 된 것만 같았다. 아버지를 돌볼 수 있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마땅찮아 나는 떠안듯 그를 돌봤다. ‘돌봄’의 정의, 범주, 방법을 다 설명할 순 없지만, 그의 아들로서 책임감으로, 나아가 의무라 여기고 할 수 있는 만큼 돌봤다.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 그러니까 돌봄청년이

길 잃는 사이에서 만난 것들

예술가의 감성템⑮ 생각, 몸, 헤매기

유년 시절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져 있는 작은 동네에서 살았다. 우리 집 뒤편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조금 더 걸어가면 산과 들이 펼쳐져 있었다. 다른 쪽으로는 회색 도시가 둘러싸고 있었다. 도시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던 시기 우리 동네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었고 나는 그 더딘 시간 덕분에 자연을 즐기며 그곳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살았다. 나를 지지하는 – 생각 어느날,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어떤 집을 송충이 떼가 뒤덮었다는 소식을 듣고 열심히 달려갔다. 털이 송송거리는 귀엽지만 징그러운 송충이 떼가 한 집을 뒤덮은

가꾸고 돌보며 찾아낸 공존의 언어

예술가의 삶과 돌봄

말라 죽어 가던 새싹에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한 물과 거름을 주거든 그 식물은 제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아름다움과 향기를 얻고 배를 채운다. 올해의 수고로 어쩌면 이듬해에 향긋한 꽃과 실한 열매를 또 한 번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아이는 자기 자신은 상상도 못 할 만큼의 힘차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데, 이는 아이를 돌보는 가족 구성원에게 있어 값을 매길 수 없는, 대체 불가 에너지로 환원된다. 아이를 돌보아 받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지금까지

지극히 당연하게, 소리 없이 다가오는 봄과 같이

오늘부터 그린㉑ 만물과 더불어 나누고 돌보는 삶

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무더운 날들이 이어진다. 따가운 햇볕 아래 오이는 오이답게 푸르고 가지는 가지답게 보랏빛으로 묵직하게 익어간다. 이른 아침 풀을 베고 있는데 삼총사 언니들이 산에서 내려온다. 잠깐만요, 밭에서 소리 지르고, 서둘러 집에 와서 보따리를 싼다. 보따리라야 별거 없다. 가지와 오이고추와 옥수수와 토마토가 다이다. 보따리 전해주고 헤어져 돌아오다 수돗가에서 일하던 승분 언니를 만난다. 잠깐 집에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언니 집에 들어가 커피 마시며 얘기 나누다, 피클에 가까운 오이짠지와 수박 반 통과 튀겨온 강냉이와 말린 버섯 얻어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의 집 숟가락

교육·돌봄을 위한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초등 교육·돌봄 통합서비스 ‘늘봄학교’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되는 등 양육환경 변화로 돌봄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비해 달라진 생활과 학습 부담 등이 커지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 전후로 여성 경력 단절 현상이 심각하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유아 중심의 돌봄 정책에서 벗어나 초등 돌봄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초등학생 정규수업 이후 오후 시간은 사교육에 과잉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출발점 시기의 사교육 격차는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과열된 사교육 수요를 해소하고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초등학교 방과후 활동

주어진 기준을 의심하고 진짜 나를 알아차릴 때

이충열 여성주의 현대미술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와 상관없어 보였다. 걸리지만 않는다면 그 시기는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팬데믹을 초래했고 3년간 지속되더니 결국 나와 우리 모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이 수습될 즈음,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 시대가 빠르게 펼쳐지고 있다. 이 흐름은 관계에 대한 모호함과 인간 존중의 부재를 가속화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유연한 관계맺음과 존중의 태도를 키울 수 있도록 예술교육에 필요한 시선과 고민은 무엇일까? 마침 여성주의 현대미술가 이충열 작가를 만나 주제와 밀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충열 작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통합교과

보이지 않는 진심을 경청하며, 리스펙트

어글리밤이 힙합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

‘힙합’ 이 두 글자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묻고 싶다. TV쇼, 래퍼, 스웨그, 드랍 더 비트 등 많은 해석이 가능한 문화이다. 하지만 우리는 힙합의 겉모습에 끌려 가장 중요한 핵심 하나를 놓치곤 한다. 그것은 바로 리스펙트(respect)다. 힙합 다큐멘터리 <프리스타일: 아트 오브 라임>에서는 리스펙트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힙합은 인종차별에서 오는 분노를 떨쳐버리기 위해 탄생했기에 프리스타일 래퍼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거친 랩으로 뱉어내는 모습이 서로를 헐뜯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공동체의 유대감을 느끼며 리스펙트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힙합 문화는 공감과 존중의 경험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참여자와의 관계,

손 내밀고 손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은 변화한다. 작년 12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발표되었다. 이번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팬데믹과 인공지능의 발전 등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은 한 개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역량인 창의성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을 ‘포용성’이라는 낱말로 표현하고 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사계절출판사, 2018) 『입 없는 아이』 (박밤, 이집트, 2020) 존중의 관계를 맺는 최선의 방법 학교와 사회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 정체성을 품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단적으로 16만

일상, 사람, 예술을 잇는 예술의 상호작용

어쩌다 예술쌤㉓ 학교 중심 프로젝트

학부모들이 하얀색 우비를 입고,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어린 시절, 모난 돌을 줍고 잡초를 뽑던 벌칙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장면이 생경하면서도 재미있어 웃음이 났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교육일까? 교사도 아닌 내가 예술꽃 씨앗학교 ‘씨앗가꿈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충북 영동 부용초등학교)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는 활동을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모두의 정원 학교로부터 시작되는 모두를 위한 예술 장마가 시작되던 늦은 6월, 학부모 대상으로 ‘모두의 정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자녀들이 스스로 가꾸어 놓은 공간을 체험하고, 봄꽃이 저문 자리에 새로운 식물을 보식하는 활동이었다. ‘모두의 정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