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고립을 넘어 안전하고 조화롭게

〈돌봄과 애도연습〉으로 맺어가는 돌봄의 안전망

돌봄청년으로서의 사적인 경험담 아버지는 2016년 5월 4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한 빌딩 건축 현장에서 떨어졌다. 외상성 뇌출혈로 머리를 열어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고 중환자실에 한 달이 넘게 있다가 겨우 의식 정도는 돌아와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어린이날이 한참이나 지나서야 깨어난 아버지는 어린이가 된 것만 같았다. 아버지를 돌볼 수 있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마땅찮아 나는 떠안듯 그를 돌봤다. ‘돌봄’의 정의, 범주, 방법을 다 설명할 순 없지만, 그의 아들로서 책임감으로, 나아가 의무라 여기고 할 수 있는 만큼 돌봤다.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 그러니까 돌봄청년이

길 잃는 사이에서 만난 것들

예술가의 감성템⑮ 생각, 몸, 헤매기

유년 시절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져 있는 작은 동네에서 살았다. 우리 집 뒤편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조금 더 걸어가면 산과 들이 펼쳐져 있었다. 다른 쪽으로는 회색 도시가 둘러싸고 있었다. 도시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던 시기 우리 동네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었고 나는 그 더딘 시간 덕분에 자연을 즐기며 그곳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살았다. 나를 지지하는 – 생각 어느날,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어떤 집을 송충이 떼가 뒤덮었다는 소식을 듣고 열심히 달려갔다. 털이 송송거리는 귀엽지만 징그러운 송충이 떼가 한 집을 뒤덮은

가꾸고 돌보며 찾아낸 공존의 언어

예술가의 삶과 돌봄

말라 죽어 가던 새싹에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한 물과 거름을 주거든 그 식물은 제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아름다움과 향기를 얻고 배를 채운다. 올해의 수고로 어쩌면 이듬해에 향긋한 꽃과 실한 열매를 또 한 번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아이는 자기 자신은 상상도 못 할 만큼의 힘차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데, 이는 아이를 돌보는 가족 구성원에게 있어 값을 매길 수 없는, 대체 불가 에너지로 환원된다. 아이를 돌보아 받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지금까지

일상, 사람, 예술을 잇는 예술의 상호작용

어쩌다 예술쌤㉓ 학교 중심 프로젝트

학부모들이 하얀색 우비를 입고,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어린 시절, 모난 돌을 줍고 잡초를 뽑던 벌칙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장면이 생경하면서도 재미있어 웃음이 났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교육일까? 교사도 아닌 내가 예술꽃 씨앗학교 ‘씨앗가꿈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충북 영동 부용초등학교)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는 활동을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모두의 정원 학교로부터 시작되는 모두를 위한 예술 장마가 시작되던 늦은 6월, 학부모 대상으로 ‘모두의 정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자녀들이 스스로 가꾸어 놓은 공간을 체험하고, 봄꽃이 저문 자리에 새로운 식물을 보식하는 활동이었다. ‘모두의 정원’은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현황 공유 및 점검 포럼 개최

2023년 7월 문화예술교육 정책동향

1. 통계청, SDG(지속가능발전목표) 데이터 혁신 포럼 개최 (′23.7.4.) 통계청은 7월 4일(화), ‘절반의 시간: SDG로 다시 집중하기(Halfway to 2030: Refocusing on SDG)’라는 주제로 〈SDG 데이터 혁신 포럼 2023〉을 개최하였다.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전 세계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공동 달성하기로 유엔총회(2015.9)에서 합의한 17개 정책 목표로, 169개 세부 목표와 231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SDG 17개 목표] 올해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 원년인 2016년으로부터 목표 달성 시점 2030년까지 절반의 시간이 되는 해이자, 4년 주기의 SDG 정상급 회의가 열리는 시기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주어진 기준을 의심하고 진짜 나를 알아차릴 때

이충열 여성주의 현대미술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와 상관없어 보였다. 걸리지만 않는다면 그 시기는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팬데믹을 초래했고 3년간 지속되더니 결국 나와 우리 모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이 수습될 즈음,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 시대가 빠르게 펼쳐지고 있다. 이 흐름은 관계에 대한 모호함과 인간 존중의 부재를 가속화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유연한 관계맺음과 존중의 태도를 키울 수 있도록 예술교육에 필요한 시선과 고민은 무엇일까? 마침 여성주의 현대미술가 이충열 작가를 만나 주제와 밀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충열 작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통합교과

보이지 않는 진심을 경청하며, 리스펙트

어글리밤이 힙합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

‘힙합’ 이 두 글자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묻고 싶다. TV쇼, 래퍼, 스웨그, 드랍 더 비트 등 많은 해석이 가능한 문화이다. 하지만 우리는 힙합의 겉모습에 끌려 가장 중요한 핵심 하나를 놓치곤 한다. 그것은 바로 리스펙트(respect)다. 힙합 다큐멘터리 <프리스타일: 아트 오브 라임>에서는 리스펙트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힙합은 인종차별에서 오는 분노를 떨쳐버리기 위해 탄생했기에 프리스타일 래퍼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거친 랩으로 뱉어내는 모습이 서로를 헐뜯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공동체의 유대감을 느끼며 리스펙트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힙합 문화는 공감과 존중의 경험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참여자와의 관계,

손 내밀고 손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은 변화한다. 작년 12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발표되었다. 이번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팬데믹과 인공지능의 발전 등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은 한 개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역량인 창의성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을 ‘포용성’이라는 낱말로 표현하고 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사계절출판사, 2018) 『입 없는 아이』 (박밤, 이집트, 2020) 존중의 관계를 맺는 최선의 방법 학교와 사회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 정체성을 품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단적으로 16만

“당사자가 객석에 앉아있다!”

송김경화 극작가·연출가

삼일로창고극장 2층 스튜디오를 향해 계단을 오르며 어떤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했다. 스튜디오 앞에 도착하자 문 너머로 바닥에 엎드려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저분들일까? 문을 열고 인사하는 날 발견하자 나갈 준비를 하신다. 그때 스튜디오 안쪽에서 송김경화 연출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아, 이분들은 배우였구나! 송김경화 연출이 앉아있던 테이블에 놓인 책 『시설사회』와 청소년 인권 관련 서적들을 보며 깨달았다. 연습 중이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어떤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이라는 곳에서 청소년 주거권 의제를 제대로 알려내기 위해서 대본집을 준비

몬딱 몽땅 모두 다 함께

예술로 365길③ 문화예술공간몬딱

문화예술공간몬딱 이용안내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 1488번길 5 개방시간 | 10:00~18:00 010-3307-8805 홈페이지 www.monttak.net 인스타그램 @monttak_net 문화예술공간몬딱(이하 몬딱)은 2017년 제주도 서귀포로 이주해 온 김민수 작가가 자생적으로 만들어 가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2018년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소재 유휴공간이었던 감귤창고를 새롭게 개발하여 전시를 위한 갤러리,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아트클래스 공간, 공연예술을 위한 무대, 커뮤니티 활성을 위한 공유주방 등 복합적인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몬딱’은 제주어로 ‘모두, 다, 몽땅’이라는 뜻으로 ‘모두 다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을 지향하며,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음과 재능을 나누고, 문화와 예술을 즐긴다’라는 슬로건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 실현,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 발표

2023년 6월 문화예술교육 정책동향

1.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로 1:1 맞춤 교육 시대 연다 (′23.5.30.) 교육부는 지난 6월 8일(목),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는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가정 등으로 확대된다. 학생 데이터 기반의 ‘맞춤’ 학습콘텐츠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장애교원을 위한 화면해설과 자막 기능, 다문화 학생을 위한 다국어 번역 기능도 지원한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양질의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개발될 수 있도록 교과서 개발 경험을 보유한 발행사와 신기술을 보유한 교육정보기술(에듀테크) 기업이 협업할

완벽한 수업을 버릴 때 서로를 채우는 배움이 싹튼다

[좌담] 예술 수업에서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비대면을 지나 새롭게 만나기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관계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기 서로 기대고 배우며 성장하는 관계 예술교육에서 관계성은 늘 중요한 화두였지만, 비대면 수업을 경험한 이후 3년 만에 직접 마주한 수업에서는 뭔가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예술교육 현장에서도 상호 존중의 태도와 인권 감수성에 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예술교육 현장에서 예술교육가와 참여자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서로를 존중하는 예술 수업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 개요 • 일 시 : 2023. 6. 8.(목)

아직 오지 않은 선택과 관계를 연습하는 안전한 공간

‘우리들의 연결고리’가 만들어가는 만남과 수용

내 삶의 문제부터, 어린 시절의 나로부터 나에게 관계란 항상 미지의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미로 같기만 한 소통의 골목길을 헤매다 보면 내 옆에는 깨어진 관계의 조각만 남아 있었다. 10대 20대를 지내며 내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극심한 감정 기복과 우울은 내 삶의 경계선을 내 안에 만들도록 했다. 타인과 만남은 늘 부담스러웠다. 외로움에 잠기지 않으려면, 차라리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이란 게 따로 있는 것일까?’가 항상 의문이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는

반려식물과 함께 그린 일상의 즐거움

오늘부터 그린⑳ 원예수업으로 뿌린 작은 씨앗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성장하였고 결혼하며 경력 단절이 되었던 지극히 평범한 주부였다. 그런 나에게 자연과 식물이란 먼 이야기였을 뿐, 크게 관심을 쏟아 본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알 수 없으며, 삶은 계획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30대 초에 갑작스럽게 유방암을 겪게 되었고, 수술 후 건강 회복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생활을 통해 처음으로 자연과 식물을 접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살며 정원에 나무와 식물을 심고, 가꾸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텃밭에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면서

말이 아닌 몸으로 익히는 예측 불가능한 모험

평등하고 친밀한 관계 맺기를 위하여

평어 쓰기를 시작한 이유 작년부터 나는 강의실에서 대학생들과 평어를 쓰고 있다. 『예의 있는 반말』(이성민 외, 텍스트프레스, 2021)이라는 책을 읽고, 왠지 모르게 따라 해 보고 싶었다. 학생들과의 반말. 재미있을 것 같았다. 말끝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강의실이 달라졌다. 모두 조금 들떠 있었고 주고받는 얘기도 날쌔졌다. 평어의 원리는 간단하다. 어떠한 호칭도 쓰지 않고 (성을 뺀) 이름만으로 서로를 부르고 반말로 대화한다. 학생들은 나를 ‘진해’라고 부른다. ‘반말’이라는 기존의 말하기 방식과 ‘이름 호칭’이라는 새로운 호명 방식이 묘한 긴장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선물한다. 배움은 ‘스며듦’이다. 이전에 자신이 알고

연극이 있는 교실, ‘사회’가 살아 숨 쉬는 수업

어쩌다 예술쌤㉒ 사회 수업과 연극의 만남

“친구들의 연기를 통해 사법부의 역할을 알아보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연극으로 수업을 진행한 뒤, 어떤 학생이 내게 했던 말이다. 작은 예술적 경험이 때론 학생들의 꿈을 만들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다양한 문화생활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교사가 되기 전, 국립예술단체에서 공연 홍보와 마케팅을 맡았던 나는 지금 중학교에서 예술이 생소한 학생들에게 예술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사회 과목를 가르치면서 기존의 통념과 틀을 깬 활동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강의 형태를 벗어나 연극과 문화예술, 에듀테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사회 수업에 연극 더하기 중학교 [사회2] 과목에서는 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