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예술 자체로서 미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의 삶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예술이 우리 삶에 실질적인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대중의 예술 경험 및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다. ‘미국 국민 예술 참여 실태 조사’(The Survey of Public Participation in the Arts, SPPA)는 주기적(4~5년 간격)으로 미국 국민의 예술 참여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조사 자료이다. 미국 예술진흥기구(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이하 NEA)가 1982년부터 2008년까지 약 26년간의 SPPA 시계열 설문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2011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 시절은 물론이고 성인에 이르기까지 예술교육을 받았던 경험이 향후 예술 참여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주1) 그러므로 예술교육은 향후 예술 참여율을 높이고, 예술의 실제적 가치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다. 또한 2022년 US 뉴스 리포트는 초·중·고 예술교육의 효과를 1) 적극적인 학교생활 참여와 스트레스 감소 2) 사회적, 정서적 교감 능력 발달 3) 경험 풍부화 4) 건설적 비판에 대한 이해 5) 학업 성취도 강화 6) 집중 능력 향상에 있다고 기사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주2)
문화예술교육 정책 담당자 혹은 입안자 입장에서 예술의 정성적 가치로 예술교육의 당위성을 설명하기에 한계점이 있다. 정량적인 분석 결과를 함께 제시할 때, 대중은 물론이고 정부와 교육 당국을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어떻게 정량적으로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논의와 어려움이 있음에도, 정책적 측면에서 효과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본 기고에서는 미국 문화 예술교육 효과 분석 사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미국예술인연합(Americans for the Arts)은 1960년대에 설립된 예술 지지를 위한 비영리 단체로, 민간이 예술 후원을 주도하는 미국 내에서 예술 참여, 후원을 위한 연구 및 다양한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예술인연합은 민간의 예술 지지와 옹호를 위해 매년 왜 예술을 후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10가지 이유를 발표한다. 시대 흐름과 동향에 따라 10가지 이유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항상 포함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예술이 학업 성적을 향상시킨다는 분석이다.(주3)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로 미국 초·중·고 정규 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학업 성적과 SAT(미국 대학 수학 능력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고, 고등학교 시기의 낮은 자퇴율과 높은 대학 진학률 – 2022년 미국 인구 조사에 따르면, 25살 이상 성인 중에 대학 졸업자는 37.5%(주4)로 한국 청년층(24~34세) 대학 교육 이수율 69.6%(주5) 보다 현저히 낮다. – 을 보인다고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자면, 미국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 SAT와 AP 등 표준화 시험을 주관하는 4,000여 개 대학과 교육기관으로 이루어진 연합 비영리 단체)의 2016년 SAT 리포트는 4년 이상 미술 및 음악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이 6개월 미만으로 받았던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SAT 성적에서 150점 이상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주6) 2012년 NEA가 발간한 예술과 위험 청소년의 성과에 관한 종적 연구 보고서에서도 저소득, 차상위계층 학생들의 예술 수업을 받았던 경험이 높은 대학 진학률로 이어짐을 보여주고 있다. 2002년 10학년(한국 기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을 2006년에 추적한 결과, 예술 수업을 더 많이 들었던 학생들은 32%,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19%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 수업을 더 많이 들었던 학생들의 고등학교 자퇴율은 4%에 불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5배 이하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주7)
초·중·고 정규 교육 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서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에서도 문화예술교육과 수학 능력 시험 점수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차상위계층 초·중·고 학생 대상의 각종 교육 바우처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효과 분석 연구 진행도 가능해 보인다.
미국은 주마다 교육 정책과 예산이 다르므로,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례 연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미국 예술 교육계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입증할 더 많은 최신의 실증 연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후술할 세 가지 효과 분석 연구에서 2001년과 2005년 논문이 포함된 된 것도 위에 언급된 이유에 기인한다. 그러나 각각의 사례가 개별 지역에서 서로 다른 예술 수업 방식과 다양한 결과를 가져오는 연구로 설계되어 있으므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사례 1: 도시 저소득 계층 아동을 위한 방과 후 예술 수업(주8)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들에 의해 개발된 ‘쿰바 키드 프로그램’(Kuumba Kid Program)은 아동들의 드라마와 댄스 활동을 통해 자존감, 비경쟁적 창의성과 창의적 문제 풀이 능력 개발을 위해 도입되었다. 리서치팀은 뉴욕주 도시 중에 무료 급식 비율이 높은 학교를 선정, 해당 학교와 지역 커뮤니티 센터, 지역 신문의 공고를 통해 사례 연구 참가자를 모집했다. 연구 대상에 아동이 포함되기 때문에 모든 부모님의 사례 연구에 대한 공지와 동의서 작성이 선행되었다. 방과후 ‘쿰바 키드 프로그램’은 16주 동안 2시간 세션으로 진행했다. 초기 연구 대상은 실험군과 대조군을 모두 포함해서 100명이었으나, 자료의 완결성을 갖춘 – 초기와 후기 설문을 모두 완성한 대상 – 최종 연구 대상은 실험군과 대조군 각각 25명으로 결정되었다. 학생에게는 자립성, 자존감, 학교에 대한 부정적 태도, 대인 관계, 무능력감의 5가지 항목에 대해, 항목별로 한두 가지 서술을 ‘네’ 혹은 ‘아니요’로 대답하게 하였다. 부모님에게는 자녀의 사회성, 리더십, 적응력, 집중력, 사회적 고립성의 5가지 항목을 각각의 4가지 다른 서술을 척도로 평가 – 전혀 그렇지 않다, 가끔 그렇다, 자주 그렇다, 항상 그렇다 – 하게 설문지를 설계하였다.
일반 회귀 분석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룹, 실험군의 학생에게서 자존감, 사회성, 그리고 리더십 항목에서 그렇지 않은 대조군의 학생들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를 보여준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더 나은 적응력과 낮은 문제적 행동을 보여준다는 가설은 실험 결과로 증명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지방 자치 단체가 주도하는 방과 후 예술교육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본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이 학생의 사회성과 사교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례 연구 설계가 가능해 보인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대면 관계나 친교에 있어서 이전과 다른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는 효과 분석 측면뿐 아니라 학생들의 실제 학교생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례 2: 예술 통합 교과 과정 이수가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주9)
‘아츠 임팩트’(Arts Impact)라고 불리는 예술 통합 과정 – 미술, 음악, 연극, 댄스를 예술 및 다른 교과과정의 학습과 결합해서 교육 – 을 이수한 학생들의 학업 능력 평가 점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이다. 오하이오주 4학년들의 학업능력 평가 점수를 비교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아츠 임팩트’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2개의 학교를 실험군으로 설정하고, 전통적 커리큘럼을 실시하는 2개의 학교를 대조군으로 설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자들은 인구 통계적 특징이 일치하는 실험군과 대조군 학교를 선정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고, 선정된 4개 학교의 커리큘럼 및 교육시간이 연구 전 4~5년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점을 확인했다. 실험군에 해당하는 4학년 학생들은 일주일에 120분에서 180분의 예술 통합 교과 수업을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대조군 학생들은 90분은 전통적인 예술 수업을 받았다. 연구자들은 통합 학업 능력 평가 점수 및 읽기, 수학, 과학, 도덕, 쓰기 각각의 점수와 함께, 소득 수준에 따른 점수 분포를 확보하였다.
커리큘럼과 소득의 두 가지 변수로 이원 변량분석(two way ANOVA)을 실시한 결과, 아츠 임팩트 프로그램을 실시한 저소득 실험군 학교 학생들의 수학, 과학, 도덕 과목의 학업 능력 평가 점수가 전통적 예술교육을 실시한 저소득 대조군 학교 학생들이 점수보다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에서도 실험군 학생들의 학업 능력 평가 점수가 대조군의 점수보다 높았지만, 연구자들은 예술교육은 저소득 학교 환경에서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사례는 문화예술교육 통합 커리큘럼 프로그램이 도입되지 않은 한국 교육 현실에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연구 사례는 다양한 변수를 활용한 학업 능력 평가로 미국 내에서 응용되고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 효과 분석 설계를 위한 기초 사례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사례 3: 휴스턴 예술 접근성 주도 계획에서 예술교육 경험의 인과 관계 연구(주10)
미국 표준 시험 기준의 교육 개혁은 초·중·고 예술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술이 학문적·사회적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경험적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라이스 대학 연구팀은 휴스턴 근교의 42개 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에서 8학년 학생 10,548명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하여 예술 교육의 효과를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 제공한 예술교육은 앞선 두 사례와 달리 학교 내 과정에서 실시한 교육이 아닌 학교와 커뮤니티 파트너십을 통한 지역 내 문화예술 단체와 교육예술가들에 의해 제공된 보다 광범위한 형태로 정의하고 있다.
이 연구는 휴스턴 교육 연구 컨소시엄 종적 데이터베이스 – 학생의 인구 통계적 특성, 학교 출석과 등록 정보, 텍사스주 학업 준비도 평가(State of Texas Assessments of Academic Readiness, 이하 STAAR) 성적, 징계 기록 – 를 바탕으로 휴스턴 독립 학교 지역(Houston Independent School District, 이하 HISD)과 조사 데이터를 결합하여 실험군 5,333명, 대조군 5,215명의 대규모 연구 대상을 확보한 후 치료 의향 분석(Intention to treat analysis)을 통해 결과를 도출했다. 광범위한 예술교육 경험은 징계받는 학생의 비율을 3.6% 감소시키고, STAAR 글쓰기 성취도는 표준 편차 0.13 증가, 다른 이에 대한 공감능력에서도 표준 편차 0.08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구 대상의 86%를 차지하는 초등학생의 경우, 이러한 예술교육이 학교 참여, 대학 진학 희망 및 예술을 통한 공감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예술교육이 학생의 학업 및 사회적 능력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세 번째 연구는 데이터베이스 기반으로 설계, 대량 연구 표본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예술교육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예술교육 혜택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교육부와 협의하여 사용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 실증적 연구 설계 시 참고하기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학생들에게 주는 긍정적 효과를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 정책에서 공공 예술교육의 확대를 위해서는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와 예시가 필수적이다. 한국과 미국은 공교육 체계와 후원 방식의 차이가 명백하게 존재하지만, 미국의 예술교육 효과 분석 사례를 통해 예술교육과 대학수학능력평가 점수의 상관성, 예술교육과 수학/과학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파일럿 스터디 등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도입부에 언급한 것처럼, 예술이 모든 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예술교육과 경험이 절대적이기에, 앞으로도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를 필자는 강력히 소망한다.

(주1) Arts Education in America: What the declines mean for arts participation, 2011,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주2) The Benefits of Arts Education for K-12 Students, Aug. 30, 2022, U.S. News & World Report.

(주3) Top 10 Reasons to Support the Arts in 2023.

(주4) Census Bureau Releases New Educational Attainment Data, Feb. 16. 2023.

(주5) Education at a Glance 2023, OECD Indicators.

(주6) SAT 2016 College-Bound Seniors Total Group Profile Report.

(주7) The Art and Achievement in At-Risk Youth: Finding from Four Longitudinal Studies, 2012, NEA.

(주8) Mason, M. J and Chuang, S. (2001). Culturally-based after-school arts programing for low-income urban children: Adaptive and preventive effects. The Journal of Primary Prevention, 22(1), 45-54

(주9) Kinney, D. W. & Forsythe, J. L. (2005). The effects of the arts IMPACT curriculum upon student performance on the Ohio fourth-grade proficiency test. Bulletin of the Council for Research in Music Education, 164, 35-48.

(주10) Bowen, D. H. and Kisida, B. (2019). Investigating causal effects of arts education experiences: Experimental evidence from Houston’s arts access initiative. The Kinder Institute for Urban Research.

* 이 기사가 수록된 「2023 문화예술교육 기획리포트 5호-변화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효과 측정」은 아르떼 라이브러리 연구자료실에서 전문을 내려받을 수 있다.
송주연
송주연
예술경영연구자, 교육자로 커리어 전환 전까지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금운용역으로 근무했다. 이러한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적용 가능성에 기반을 둔 정량/정성 융복합 예술 경영 전략 모델 – 지역참여예술모델, 예술기관 재무관리 프레임워크 등 –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juyeon.s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