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에 귀 기울일 때 세상은 변한다

지역과 현장을 만나야 할 이유

언제부턴가 “나”와 “너” 사이에 대한 고민이 더욱 처절해진 시간이 지속된다. 문화기획자로 활동할 때부터 절실했는데 기초문화관광재단의 대표를 맡으면서 숨이 턱턱 막히도록 절박해졌다. 간절함이 있었던 시간을 되돌아보면 바로 현장에 발을 딛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북구문화의집에서 연간 예산 1억여 원을 가지고 수많은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진행할 때 가장 최전방의 목표는 당신이 행복한가에 집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의 삶에 더 천착하는 방식으로 실천해 갔다. 그가 살고 있는 터전은 어떤 상황이며, 그 기반 위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날것의 말씀, 즉 ‘터무니’에 집중해 듣는 것에 주저함이

양육자의 삶을 ‘예술’로 켜다

급변하는 시대, ‘활활살롱’이 선택한 속도

“하루를 다 마치고 나면 엄청나게 많은 일이 분명히 일어났는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예요. 말 한마디조차도요. 그래서 기록을 해야만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박초연 활활살롱 대표 제주 ‘활활살롱(VivaBookSalon)’은 글쓰기와 명상, 예술을 매개로 양육자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공동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사회 속에서, 이곳은 느리게 기록하고 천천히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사라지기 쉬운 하루와 감정을 붙잡아 두는 일, 그 자체가 이 공동체가 수행하는 예술이다. 마음오름-제주명상 1분 1초가 전쟁 같은 시간 속에서 2026년 1월 24일 토요일 오전, 제주시 아라동의 한

표현의 길 위에 경사로 놓기

모두의 예술교육⑧ 예술교육에서의 접근성

발달장애 또는 자폐 스펙트럼, 신경다양인으로 불리는 아동, 청소년들과 경기도 북쪽 연천군에 창작공간을 마련해 함께 시각예술 작업을 하고 있다. 2025년에는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으로 다양성을 담는 넉넉한 예술이라는 의미의 시각예술 교육 프로그램 <넉넉>을 진행했다. <넉넉>에는 이미 자신의 그림 언어를 가지고 있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한 사람과 아직 그렇지 않은, 자신만의 무엇을 발견하지 못한 또는 크게 흥미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 같이 지원했다. 후자의 그룹을 관찰하게 된 이야기다. 창작공간ㄴㄴ(니은니은) 외부 우재만의 가을 감각하기 우재(가명)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첫날, 부모님과

함께 작당하며 뿌리내리기

예술로 365길㉖ 브로컬리연구소

브로컬리연구소 제주특별자치도 belocally.lab@gmail.com 홈페이지 “제주에 와서, 함께할 사람이 없다.” 귀향하거나 이주한 청년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제주 안에서 각자의 일은 어떻게든 꾸려가지만, 고민을 나누고 문화를 즐기며 관계를 쌓을 연결망은 부족하다. 지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자산을 기반으로 삶이 지속되도록 특화된 공간이지만, 현실에서는 각자도생의 방식이 반복되고, 많은 청년이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방향을 잃거나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혼자가 아닌 함께, 지역적으로 살자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브로컬리연구소를 만들었다.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들과 이 지역에서 계속 함께 살아갈 동료를 만날 수 없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환경이 되는 예술교육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 참가기②

2025년 9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에 참여해 영국과 프랑스의 주요 문화예술교육 기관을 방문했다. 동시대 예술교육이 기술·공간·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직접 관찰하고, 그 운영 구조와 교육 방식을 우리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이르캄(IRCAM) 현대음향연구소, 라 빌레트(La Villette), 국립 거리예술 및 공공장소 예술센터(CNAREP, 크나렙) 등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이 구축해 온 구조적 생태계와 그 안에서 발견한 주요 특징, 그리고 그 경험이 우리 문화예술교육에 남긴 질문을 정리해보았다.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결국 함께 살아가는 힘

예술교육으로 전한 웰빙②

광고와 SNS에서 보여주는 행복한 삶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만들고 채워나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일상의 행복감, 삶의 만족을 느끼는 데 예술교육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이, 예술은 주관적 웰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예술교육가는 예술과 함께 ‘일상 속 작은 기쁨’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예술 활동을 통해 참여자와 함께 ‘진짜 나다운 순간’을 찾는 경험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가의 이야기를 4주에 걸쳐 만나본다. 사실은, 나를 사랑해서 공채린 가야금연주자·예술교육가 한동안 나는 타인에게 예술을 건네는 일이 두려웠다. 너무 큰 책임감을 느꼈고,

나란히 자라는 농사

오늘부터 그린㊸ 농사로 배우는 공존의 감각

지난여름이 무색한 까까머리 밭에는, 그곳의 생명들과 어린 농부들이 나란히 성장했던 시간이 촘촘히 박혀있다. 지난봄, 아이들과 이 밭에 마주 섰을 때 우리의 첫 질문은 ‘무엇을 얼마나 심을까?’가 아니었다. 우리는 맨발로 흙 온도를 재며 물었다. “지금 땅은 우리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우리의 농사는 밭의 생산성이 아니라, 그곳에 깃든 수만 가지의 관계성을 향해 있었다. 관찰자를 넘어, 머무는 주체로 ‘초록놀이터’라는 이름을 달고부터, 우리는 줄곧 ‘자연을 어떻게 예술교육 안으로 가져올 것인가’를 연구해왔다. 그러나 자연에 시선을 멈추게 하고 숲을 일상에 들이는 다디단 작업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곤

무대 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 참가기①

연극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특히 셰익스피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런던이라는 도시를 쉽게 지나칠 수 있을까? 필자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한 ‘2025 우수 예술교육가 발굴대회’ 수상 특전으로 주어진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를 통해 런던의 살아 있는 문화예술 현장을 경험할 귀한 기회를 얻었다. 해외 유수 예술·교육 기관을 방문하여 국내 예술교육 현장에 적용·도입할 수 있는 다양한 영감을 얻고자 기획된 이번 연수는 2025년 9월 21일부터 7일간 영국과 프랑스에서 진행되었다. 기대에 잔뜩 부푼 연수였지만, 마음 한켠 부담도 있었다. 9월은 마침 내가 교육 및 연출

일상의 작은 틈 사이로 잠시 비치는 빛

예술교육으로 전한 웰빙①

광고와 SNS에서 보여주는 행복한 삶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만들고 채워나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일상의 행복감, 삶의 만족을 느끼는 데 예술교육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이, 예술은 주관적 웰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예술교육가는 예술과 함께 ‘일상 속 작은 기쁨’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예술 활동을 통해 참여자와 함께 ‘진짜 나다운 순간’을 찾는 경험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가의 이야기를 4주에 걸쳐 만나본다. 어둠이 잠시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 김진 분더캄머 대표·미술작가 예술교육은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구분되는 일이라기보다,

끓어오르기까지, 채우고 비우고 나누는 에너지

안용세 예술교육실천가‧예술공간100℃ 대표

지난가을 안산에서 청소년들과 노란 벽면에 그려진 동네 지도를 보며 한참 수다를 떨다 눈물을 떨궜던 날이 있다. 바로 안산의 ‘청소년열정공간99℃’의 수수밥 모임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요리한 소시지 볶음밥을 나누어 먹고, 그들이 자라온 기억 속 마을 풍경에 초대받으며 서로의 부족함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다시 찾은 99℃ 공간에서 예술교육실천가이자 예술공간100℃ 안용세 대표를 만나 좋은 삶을 빚어내는 이야기 공동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고요 속에서 되찾는 회복의 에너지 산뜻한 초록 니트 차림의 안용세 대표는 해사한 미소로 반기며 따뜻한 차를 한 잔 내어주었다.

접근성 수단이 예술로 자리 잡기까지

모두의 예술교육⑦ 서로 다른 속도로 함께 걷기

지난해 6월, 나의 첫 개인전 《터치투어⠁⠢마음씨》가 태어났다. 터치투어는 시각장애인이 전시나 공연을 이해하는데 촉각을 통해 돕는 수단으로, 미니어처 공간 모형이나 무대 위 소품을 직접 만져보고 배우의 동선을 경험하는 방식이 있다. 퍼포먼스와 지도 작업을 이어온 나에게 터치투어는 자연스러운 형식이자 작업 주제로 다가왔고, 이를 전시 제목으로 내거는 순간 나는 저시력자임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세계에 안겼다. 사전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부제로 ‘⠁⠢(‘그러므로’의 점자표기) 마음씨’를 붙였다. 당시 나의 가장 중요한 작업은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자’였다. 시각, 체계, 분석과 같은 단어로 가득 찬 나의 작업은, 나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예측할 순 없어도 감당할 순 있으니

예술교육가의 주관적 웰빙②

광고와 SNS에서 보여주는 행복한 삶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만들고 채워나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일상의 행복감, 삶의 만족을 느끼는 데 예술교육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이, 예술은 주관적 웰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예술교육가는 예술과 함께 ‘일상 속 작은 기쁨’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예술 활동을 통해 참여자와 함께 ‘진짜 나다운 순간’을 찾는 경험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가의 이야기를 4주에 걸쳐 만나본다. “예술이 힘들 때 위로가 되었나요” 공채린 가야금연주자·예술교육가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예술은 내게 치유의 대상이 아니었다. 버팀목도

불씨는 꺼지지 않도록

동료 상담실⑥ 예술교육가의 주관적 웰빙

나는 먼저, 창작하거나 교육하고 있지 않을 때 다들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그 안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인지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생경한 시도들, 따뜻한 죽 한 그릇, 요가나 명상, 30개월 된 딸과 나 사이 둘만 아는 사인, 좋아하는 작가의 뉴스레터, 집 정리, 아침마다 내려 마시는 드립 커피, 영화와 리뷰 감상, 아무것도 하지 않기…” • 상담 일시‧장소 : 2025.12.27.(토) 창작공간 다재다방 • 동료 상담가 : 고보경(시인·예술교육가), 공윤지(작가, 예술매개자플랫폼 얌지얌지 대표), 김설주(예술교육가, 커뮤니케이션 스페셜리스트), 윤채연(배우·예술교육가, 극단 숨 대표), 윤혜성(예술교육가, 통합예술플랫폼 소잔 대표), 임혜원(공예가·예술교육가)

꿈의 조각을 모아 하나의 무대로

꿈의 오케스트라 15주년 기념 프로젝트

전국 8개 지역에서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는 어느덧 전국 54개 거점, 누적 단원 4만 명이 참여한 사업으로 성장했다. 15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에 해당하듯이 이제 꿈의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이 사업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증명해 왔다. 이제는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넘어, ‘우리는 무엇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한때의 교육을 넘어, 아이의 삶에 남는 경험이 되었는가?” 꿈의 오케스트라 15주년 기념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흩어진 꿈의 조각을 모으는 시간 15년의 세월을 이어온 핵심

“밭 몇 마지기나 더 사지, 쓸데없는 짓 허네”

예술교육가의 주관적 웰빙①

광고와 SNS에서 보여주는 행복한 삶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만들고 채워나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일상의 행복감, 삶의 만족을 느끼는 데 예술교육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이, 예술은 주관적 웰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예술교육가는 예술과 함께 ‘일상 속 작은 기쁨’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예술 활동을 통해 참여자와 함께 ‘진짜 나다운 순간’을 찾는 경험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가의 이야기를 4주에 걸쳐 만나본다. 예술 덕분에 만난 ‘위대한’ 철산4동 김진 분더캄머 대표·미술작가 미술작가가 되면 하루 종일 작업만 하면 되는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