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열고 우리를 나누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 신남전기 신규빈, 남상철

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신남전기는 신규빈과 남상철, 두 미디어아티스트로 이루어진 팀이다. 이들이 구상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청소년 문화예술 진로탐색 프로그램 <빛나고 신나는 뉴미디어 놀이터>가 대학로에 위치한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진행 중이다. 예술관련 워크숍이나 특강 등에 예술가가 일정한 게스트로 참여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이렇게 예술가가 직접 예술교육프로그램을, 그것도 1년의 반 이상을 할애하는 장기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일은 흔치 않다. 작업실에서 자신들의 창작활동에 온 시간을 매진해도 아쉬울 예술가들이 왜 이 긴 여정을 시작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들의 프로그램 일부에 잠시 동참했다.
때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빛나고 신나는 뉴미디어 놀이터>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4월 마지막 주 토요일 한낮. 중·고등학생들이 각자의 노트북에다 무언가를 뚝딱뚝딱, 알음알음, 바쁘게 주고받는다.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분주히 오가는, 보이지 않는 저 무언가는 분명 프로그램 정보일 터. 입체조형물처럼 쌓아올려진 정육면체의 종이박스들에 그래픽이미지가 투사되는 순간, 프로그램에 갇혀있던 그 무언가가 실체를 드러낸다. 드디어 빛으로 통하는 세상이 열리고, 예술가로 거듭난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연출한 신세계를 바라보며 흐뭇해한다. 종이박스가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로 변신하는 이 빛의 세계에서 미디어아트그룹 신남전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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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전기’라는 팀 이름의 뜻 혹은 의도를 소개한다면.
전기가 원동력인 우리의 작업을 신나고 즐겁게 열심히 하다보면 보는 사람도 신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작업하는 사람도 신나고 보는 이도 신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리고 우리 각자의 이름인 신규빈, 남상철의 각 성(姓)을 따서 ‘신남전기’라는 명칭을 만들었다.
언제부터 두 분이 함께 팀을 이뤄 신남전기로 활동했나.
2009년 초에 처음 만났다. 당시 중앙대학교 대학원 랩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온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작업에 몰두했었는데, 그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다가 공통의 관심사를 알게 되었다. 내친 김에 팀을 이뤄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보자,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2014년 12월부터 “신남전기”의 이름으로 본격적인 협업을 시작했다.
개성 강한 예술가 둘이 협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협업의 문제나 한계는 없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나름의 방법이나 노하우도 알고 싶다.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각자 전하고자 하는 소재나 메시지가 있기에, 자칫 선장이 둘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 다른 점들을 조율하는 게 쉽지는 않다. 게다가 개인 작업은 하다 힘들면 스스로 포기할 수도 있지만, 협업에서는 그 책임감이 더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공동작업의 과정들이 더 득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어가고 있다.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분리하기보다는 매사 대화를 통해 서로의 부분들을 만들어나간다. 서로 다른 표현들을 쓰기 때문에 다른 줄 알았는데, 대화로 작업을 이어가는 중에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그래서 작업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하려고 애쓰게 된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나온 결과물에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협업을 추구하는 성향이 타인과 관계하는 교육활동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신남전기가 결성된 후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는가.
팀을 꾸린 초창기부터 이런 교육프로그램에 동참했던 건 아니다. 기존에 예술관련 워크숍과정에는 많이 참여했지만, 구체적인 교육프로그램 활동은 작년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부터 시작됐다. 미디어아트 관련 교육은 근래 대학교에 정규수업이 많이 생겨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 있지만,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그 기회가 매우 빈약하다. 현재의 우리를 있게끔 만들어준 시기는 청소년기인데, 그렇다면 가장 상상력이 활발한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심하다가 한번 해보자 해서 시작된 것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빛나고 신나는 뉴미디어 놀이터> 프로그램이다.
대학교육과 심지어 대학원교육을 마칠 때까지도 우리는 미디어아트 관련 테크닉을 손수 땅을 파듯 독학으로 터득했고, 그래서 아쉬움도 컸다. 이 기술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설 토양도 그만큼 더 넓어지고 함께 할 활동들도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이런 것도 있다고 알려주고 보여준다면 그들이 얼마나 더 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로 지원했다. 처음 시작한 작년에는 한겨울에 추위에 떨면서도 야외에서의 현장작업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했다. 아이들이 실제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어서다. 다행히 이 경험들의 결과가 조금씩 보여서 한 해 더 지속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작년에 함께 했던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한테도 권해서 참여하게 되거나, 우리 수업을 들었던 선생님이 그 학교 학생에게 추천해서 오기도 하고. 우리의 노력들을 인정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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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힘들어도 이 프로그램과 예술교육 활동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어떤 식으로든 파급효과가 나오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두렵지 않나.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남전기가 염두에 두는 교육관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사실 1년 52주 중에 총 30주의 매주 토요일을 이 교육프로그램 수업으로 채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수업과 별개로 진행하는 우리의 미디어아트 작업이 보통 주말에 이루어지는 공연행사들과 연계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쉽지 않다. 우리가 누굴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나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걸 누군가에게 준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면 더 좋은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임한다. 나눔은 분명 배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를 기준으로 획일화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은 없다.
물론 우리가 다양한 워크숍을 하면서 오픈해서 나누는 것들을, 때로 누군가는 배워서 영리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런 일들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나눠주고 싶다. 분명 선순환적인 결과가 있다고 믿는다. 수업과정을 마치고 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리를 ‘형’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교실에서 꿈꿨던 것들이다. 어렸을 때 꿈꿨던 것들.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면 좋겠는데, 아이들이 올라올 수는 없다. 내가 내려가야 맞춰질 수 있다.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줘서 그들이 올라가도록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작년에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우리의 열정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기초부터 고급단계까지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퍼줬다. 그랬더니 정작 아이들이 못 받아들이더라. 아무 것도 모르는 단계에서 시작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흥미다. 여러 가지를 흥미롭게 경험하는 가운데 깊이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자 한다.
나눔의 교육관이 인상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 작업의 프로세스를 전부 공개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모두 오픈한다. 웹에서 파일을 공개하는 것은 마인드의 공유와 같다. 그리고 거기서 신뢰가 생겨난다. 많은 미디어기술들이 애초에 미디어아트를 위해 생산된 것은 아니었지만, 오픈 소스와 하드웨어를 공유하고 그걸 통해서 더 새로운 것을 나눠 다음 단계로 함께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는 정신, 그걸 믿고 할 수 있다. 작품을 전시하고 나면 소스를 원천 공개한다. 우리의 것 역시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이 힘들지, 하다보면 자신을 오픈해야 또 발전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신남전기의 이런 마인드가 웹의 네트워킹을 넘어 오프라인, 즉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신남전기의 말대로 교육은 서로 나누는 것이다. 그렇다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변화하듯, 신남전기에도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을까.
프로그램의 마지막 수업은 각자의 최종작업을 발표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작업을 좀 더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려고 자신의 발표를 끝까지 미루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잊고 있던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혹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매달리게 되는 열정과 의지를 보면서 어릴 때 무작정 공부하던 아마추어적인 나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또 한 가지, 밝은 아이들에 감동하게 된다. 뉴스에서 접하는 학생들은 항상 입시에 매여 표정이 어둡고, 그래서 그들의 영혼도 어두울 것이라 넘겨짚고는 지레 주눅 들지 않으려 했었다. 그런데 세상이 어둡지, 오히려 아이들은 너무 밝다. 우리가 전하려는 바를 수학문제 풀듯이, 입시문제 대하듯 해석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마치 좋아하는 동화책을 읽는 듯한 표정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툴을 만든 사람보다 더 창의적으로 툴을 사용하는 아이들. 포토샵을 포토샵 이상으로 쓸 줄 아는 상상력. 순수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에게 늘 감동받는다.
신남전기의 비전을 알고 싶다.
일단 상반기에 해야 할 일들을 잘 끝내고 싶다. 미디어아트를 시작한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그 사이, 처음에는 우리가 독보적으로 다루었던 기술들이 20분 정도면 누구나 터득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 환경도 많이 변했다. 툴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뭘 만들지, 뭘 할지의 생각이 중요하다. 생각이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매순간 최전방에 서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 갈 길을 몰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미 했던 것을 되돌아볼 용기를 갖고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모르는 것을 탐색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리 둘 다 건강해야 한다. 너무 작업에만 몰두하느라 갇혀있는데, 몸도 챙겨야겠다. 마지막으로, 나눔의 정신을 끝까지 잃지 말자.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작업, 교육, 콘텐츠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길 바란다. 이게 평소 우리의 대화다.
요즘도 신나는가. 살 맛 나는지 궁금하다.
가끔 서로에게 묻곤 한다. “형, 요즘 우리 신나요?” 초창기에는 ‘매우 신남’부터 ‘매우 우울’까지 단계별로 상태를 돌아보는 일지를 썼었다. 지금 우리가 어떤 문제에 관해 웃고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은 그 문제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 외의 또 다른 부정적인 문제들은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기르고 있다.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지만, 기왕이면 부정도 신나게!
마지막으로 신남전기에게 ‘토요일’이란.
근무일. 월요일. 신남이 넘치는 요일. 신나요일. 신남!
신남전기(신규빈, 남상철)
신남전기(신규빈, 남상철)

‘신나는 일상’을 모토로 2014년 12월 설립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구분 없이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와 기존 예술의 결합을 통해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와 기술 개발, 미디어아트 교육 등을 주로 하고 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외에도 ‘한강 가을 빛 축제’ ‘여행을 나누는 기술 –코아프로젝트’ 등에 참여하여 다양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때로 각자 예술가로서의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기 위해 개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오는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일대에서 펼쳐지는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예술체험 워크숍에 참여하여 〈빛나고 신나는 뉴미디어 놀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홈페이지 : https://www.shinnamjeongi.com
영상 _ 강장원(미술작가)

전혜현
전혜현
대학에서 미디어아트이론과 매체철학 등을 가르치며 미디어이론가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센터 매체담론연구랩에서 디지털문화예술현상의 학제간 담론을 연구했고, 기술미디어와 문화예술의 융복합현상과 그 이면에 대해 관심이 많다.
wjsgpg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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