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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nnn번째 실패에서 얻은 n가지 기술

실패를 음미하기

대체 이런 글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 편집회의에서 “우리는 너무 실패에 대해 엄격하지 않나요?”라고 입을 뗀 것까지는 기억한다. 그러나 나 역시 고만고만한 성취와 고만고만한 실패 사이에서 곡예 하듯 살아온 자로, 독자가 있는 글에서 ‘망해도 괜찮다’라고 떠들 만한 호기도, 실패를 디딘 눈물겨운 성공사례 같은 것도 없다. “실패 원고”를 완성하려는 n번째의 시도는, 실패의 의미를 복기하는 것에서 실패하였다. 망한 아이디어, 좌절된 기회, 거절된 경험, 어긋난 관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몇몇은 상처와 민망함이 여전히 화끈거렸다. 그것들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던 기백이나, 남다른 교훈을

잡을 수 없는 균형과 숨길 수 없는 감정 사이

실패에서 얻는 힌트

나는 실패 애호가 또는 실패 성애자로 워크숍 프로그램에 실패를 설계하는 사디즘의 취미가 있다. 참여자들이 정성을 들여야 하는 작은 허들을 만들고, 못마땅하거나 괴로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더군다나 수긍할 만한 설명도 없이 세상엔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말만 내뱉고 나 몰라라 돌아선다. 이렇게 불친절한 아니 못돼먹은 워크숍의 정체는 ‘날달걀 세우기’인데, 게임의 규칙은 아주 간단하다. “알을 깨지 않고 평평한 바닥 위에 세우시오.” 미션을 받은 대다수 참여자는 하는 둥 마는 둥 건성건성 임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알 세우기는 얄미우리만치

최후의 보루가 있습니까

다시 실패하기 위하여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뮤지션이자 작가인 요조의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펴는 순간 마주친 문장이다. ‘모른다’는 말이 가진 양면성 앞에서 나는 어느 쪽인가. 아마도 생존을 위한 회피 본능과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호기심 사이에서 매일 매시간 휘청거리며 횡단하는 사람에 가까울 테다. 일을 하면서 혹시 도파민 중독인가 싶을 정도로 무언가에 매혹되어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리다가, 어느 순간 주저하고 도망치며 자괴감에 시달린다. 다시 용기 내어 성큼성큼 가고 있는 나 자신에 내심 뿌듯해하다가 갑자기 후회가 밀려와 뒷걸음질

그러나 두렵다, 그래도 설렌다

나의 실패담 또는 성공담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게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나 중단이다. 실패는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자 성장이나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성공은 어느 시점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 이 또한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성공이 현재가 축적된 미래라면 실패는 과거다. 과거, 현재, 미래 중에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건 오직 현재뿐이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기도 하다. 실패했다, 그러나 20여 년 전 서울에서의 활동을 정리하며 생면부지의 땅 평창으로 옮겨왔다. 그럴듯한 전원주택이나 근사한 사업 공간이 준비된 것도 아니고 누가 환영해

지금, 여기, 문화예술교육을 위하여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포토리뷰② 오프닝 특강 & 전시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의 막이 올랐다. 11월 1일(수)과 2일(목)에 걸친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전국 곳곳에서 180여 개의 문화예술교육 행사가 어우러진 연대와 화합의 장이 열리고 문화예술교육 정책 성과를 총망라하여 그 의미를 함께 나눈다.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에서 진행된 개막행사에서는 오프닝 특강, 포럼,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문화예술교육가와 행정가,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정보와 의견을 교류하고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았던 현장을 사진으로 만나보자.   ①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    ②오프닝 특강&전시 [개막행사] 오프닝 특강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마음을 울리는 예술가들의 이야기

우리 곁에 다가온 문화예술교육을 실감하기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프리뷰

해마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되면 다양한 먹거리와 콘텐츠가 가득한 축제들로 전국 곳곳이 붐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지역사회 곳곳에서 진행된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사업과 프로그램 현장의 결과와 의미를 공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수백 개의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 처음 열리는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는 이러한 행사들을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로 묶어내 서로를 인식하고, 연결되어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연대와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며 그간의 생생한 땀방울과 즐거움으로 빚어낸 공연과 전시부터, 올해도 멈추지

예술이 꽃을 피워 알찬 열매를 맺기까지

속리초등학교 예술꽃 씨앗‧새싹학교 6년의 성과

추석을 앞두고 가을 색이 완연한 어느 날, 노란 들판을 지나 속리산 자락 법주사와 정이품송을 향해 난 길로 한참을 따라가니 작고 아담한 초등학교가 보인다. 1930년 개교하여 93년 역사를 자랑하는 속리초등학교다. 오늘은 월요일, 전교생이 다 함께 뮤지컬 수업하는 날이라 여울마루(강당)가 떠들썩하다. 속리초등학교가 만든 창작 뮤지컬 <1893.보은의 봄> 연습이 한창인데, 사또와 양반 역을 맡은 2학년 동생들이 숨바꼭질하는 동네 꼬마 역할을 하는 6학년 언니들에게 시끄럽다며 혼구녕을 낸다. 성별도 나이도 개의치 않는 젠더프리(gender-free)에 에이지프리(age-free) 캐스팅이다. 괜히 거들먹거리며 훼방을 놓는 사또와 양반들에게 동네 꼬마들은 양반이니 평민이니

귀 기울이는 청년 vs 살맛 나는 노년

나이듦과 세대를 연결하는 ‘이야기청’

무더웠던 8월의 중순, 성북구 오동숲속도서관 뒤뜰에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과 조주혜 무용작가가 모였다. 어르신 스스로 삶을 회고하고, 이야기 나눈 후 각자 10대부터 현재까지 그 시간을 함축할 한 단어를 찾고, 그 느낌을 점, 선, 그림 등으로 표현했다. 이어진 워밍업은 몸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몸의 감각을 깨워주었다. 점과 선, 그림은 이내 어르신들의 몸짓으로 옮겨졌다. 어색하고 더딘 몸짓에, 무더위에도 쓰고 있었던 마스크 너머로 웃음이 번졌다. 어르신들은 서로의 몸짓을 보며 ‘30대는 그렇지, 40대는…’ 하며 공감의 표현을 보태었다. 수업을 참관하는 잠시였지만 지나왔던 나의 20대와 30대,

고립과 고독을 지나 다양한 노년의 삶을 찾아

[좌담]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흐름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다양한 방식 뭉뚱그리기보다 세분해야 목적과 방향성을 중심에 두고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며 2018년부터 고령 사회로 진입했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연장된 노년기를 위한 노인 대상 예술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더욱 복잡다단해지는 만큼 노인의 예술 참여 욕구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단지 나이와 취향뿐 아니라 사는 지역, 경제적 형편까지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면서 노인 예술교육의 목적 역시 더욱 세분화 하는 추세다. 현장에서 노인

뭉글뭉글 슴슴하게, 같이 놀며 만드는 춤

밝넝쿨 안무가·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대표

밝넝쿨. 이름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밝’이란 성이 존재했던가. 실제 성은 ‘박’이다. ‘밝’은 그가 선택한 성. 흥미롭게도 ‘넝쿨’은 그의 할아버지가 내려준 이름이다. 지금도 파격이나 당시로써는 더욱 파격이었을 터. 그래서인가. 단체명도 예사롭지는 않다.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보통은 안무가의 성이나 이름을 붙이거나, 혹할만한 추상적 개념어를 사용하곤 하는데, ‘오! 마이 라이프’라니! 오! 마이 갓!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는 인터뷰 답변을 확인하시기 바란다. 다만 그의 창작활동이 단체명과 맥을 함께 한다는 사실만 미리 언급하고 싶다. 덧붙여, 그 창작활동이 그의, (안무가) 부부의, 그리고 “(두 자녀와 함께 하는)

작지만 분명 의미 있을 오늘의 실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목소리 ‘오늘부터 나도 그린’

기후위기는 빠른 속도로 일상을 위협하며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르떼365]는 ‘오늘부터 그린’ 연재를 통해 전지구적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실천하는 예술가·활동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기획에 참여한 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일상의 순간에서 기후위기를 마주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지난 7월 24일부터 3주간 진행한 ‘오늘부터 나도 그린’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의 환경을 위한 실천 사례를 들어보았다. 일상 속 작은 실천과 다짐을 독자들의 ‘그린일지’을 통해 만나보자. 관심을 두고 살피면 보이는 것들 일상의 소소한 발견이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는 아파트에

보이지 않는 진심을 경청하며, 리스펙트

어글리밤이 힙합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

‘힙합’ 이 두 글자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묻고 싶다. TV쇼, 래퍼, 스웨그, 드랍 더 비트 등 많은 해석이 가능한 문화이다. 하지만 우리는 힙합의 겉모습에 끌려 가장 중요한 핵심 하나를 놓치곤 한다. 그것은 바로 리스펙트(respect)다. 힙합 다큐멘터리 <프리스타일: 아트 오브 라임>에서는 리스펙트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힙합은 인종차별에서 오는 분노를 떨쳐버리기 위해 탄생했기에 프리스타일 래퍼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거친 랩으로 뱉어내는 모습이 서로를 헐뜯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공동체의 유대감을 느끼며 리스펙트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힙합 문화는 공감과 존중의 경험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참여자와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