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고독을 지나 다양한 노년의 삶을 찾아

[좌담]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흐름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며 2018년부터 고령 사회로 진입했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연장된 노년기를 위한 노인 대상 예술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더욱 복잡다단해지는 만큼 노인의 예술 참여 욕구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단지 나이와 취향뿐 아니라 사는 지역, 경제적 형편까지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면서 노인 예술교육의 목적 역시 더욱 세분화 하는 추세다. 현장에서 노인 예술교육을 진행하며 느낀 변화의 흐름에 관하여 이야기 나눴다.
좌담 개요
일 시 : 2023. 8. 12.(토) 오전 10시
장 소 : 허브 36.5
참석자
  • 권기원 문화기획자‧아트앤마트 대표
  • 변희정 문밖세상 대표
  • 이성재 똥자루 무용단‧모미코 대표
  •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본지 편집위원(좌장)
이선철  10월 주제가 노인 대상 문화예술교육이다. 오랫동안 예술교육 분야에 몸담아 오신 만큼 노인 대상 예술교육 활동 경험과 그 사이 여러 사회 변화에 부응하며 느낀 변화 등을 자유롭게 얘기해 주시면 좋겠다.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변희정  저는 지방문화원 두 곳에서 문화예술교육 등 문화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다가 2012년에 ‘문밖세상’을 창업해서 현재까지 11년째 운영을 하고 있다. 제가 서예를 전공해서 서예나 미술 등 시각예술 중심의 예술교육과 타 장르의 예술가‧예술교육가와 협업하는 형태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해오고 있다.
이성재  저는 ‘똥자루 무용단’이라는 이름으로 무용 관련된 공연을 기획하거나 안무, 연출을 했고 가끔 무용수로도 활동했었다. 이후에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속성을 갖고 싶어서 사회적기업 모미코를 창립했다. 똥자루 무용단도 여전히 활동한다. 요즘은 하남시에서 <토요 아파트 예술광장> 시즌 6을 진행하고 있다.
이선철  똥자루 무용단이 마포에서 노인요양보호사 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했을 때 평가위원으로 방문했었다. 이 프로그램은 권기원 대표님과 함께하신 것으로 안다.
권기원  저는 서울발레시어터에서 홈리스 대상 발레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한 바 있다. 동시에 장애인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돌봄이라는 맥락에서 아이나 노인이 다르지 않고, 앞으로 내가 나이 들면서 노인 대상을 많이 만나게 될 거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내가 나이 들어가니 노인을 안다고 말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경험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요양보호사 자격증 수업을 들었다. 노인을 돌보는 기관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어떤 수요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노인은 생각보다 예술교육에 참여하기 쉽지 않았고, 오히려 요양보호사가 예술적인 경험을 하고 좀 더 행복해지면 그들이 돌보는 노인도 행복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이성재 대표님과 상의했고, 그 후 요양보호사를 도와주는 센터와 연결되고, 요양보호사 대상 무용 교육 프로그램을 했었다.
(왼쪽부터) 권기원, 이성재, 변희정, 이선철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다양한 방식
이선철  약간 워밍업을 했는데, 구체적으로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변희정  대학 졸업 후 예술교육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대상도 아동부터 노인까지, 장르도 다양하게 접근 해왔다. 꽤 오래전인데, 한국문화원연합회 ‘어르신 문화학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연극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예술가도 기획자도 아닌 직장인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였다. 눈이 펑펑 오던 어느 날, 어르신 한 분이 저를 찾아오셨다. 민원인인 줄 알고 긴장하며 맞이했는데 “너무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줘서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꼭 마련해 주세요”라며 제 손을 꼭 잡으시더라. 사실 참여자분들이 으레 하시는 말씀이라 그러려니 하고 들었는데, 남편과 사별한 후 깊은 슬픔에 빠져 2년 동안 대문 밖을 나오지 않았다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용기를 내서 정말 오랜만에 나왔다고 하셨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내고 하나의 서사가 되고 마지막에는 무대에도 오르면서 친구도 생기고 소녀 때 꿈도 이루고 너무 기쁘다고 하셨다. 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었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 계기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문밖세상을 창업했다. 예술교육을 통해서 마음속 문을 두드려 주면 스스로 문밖으로 나올 수 있는 용기나 희망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재  제 경우는 조금 다르다. 똥자루 무용단 공연이 너무 잘 됐지만, 일이 잘 안 풀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계속 누워 있는데 너무 외롭더라. 그냥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때 30년 동안 맨날 소파에 앉아 계신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생각났다. 나는 잠깐 이러고 있어도 외롭고 힘든데 두 분은 얼마나 외로울까, 얘기만 들어줘도 너무 좋겠다 싶었다. 마침 하남문화재단 공모 기간이었고 1시간도 안 걸려서 지원신청서를 썼다. 그렇게 ‘황혼 사랑방’을 만들었다.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마지막에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들어서 가족들에게 보여드렸다. 어르신들이 이런 생각을 하시는지 몰랐다며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더라. 다음 해에도 지원사업에 또 뽑혔다. 여기까지는 똑같다. 그런데 2차연도에는 너무 절망적이었다. “나는 배운 것도 없고 돈도 없고…” 어르신들이 의욕 없이 같은 얘기만 하시는 거다. 같이 진행하던 예술가들이 자기의 미래 모습 같다면서, 자신까지 우울해져서 더는 안 하겠다고 했다. 너무 답답해서 솔직히 하고 싶은 게 뭐냐고 어르신께 물었다. 그랬더니 본인이 뭔가 하려고 하면 우리가 계속 “앉아 계세요, 제가 해드릴게요” 그랬다는 거다. 혹시 어디 부딪치거나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본인이 다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더 이상 못할까 봐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거다. 그러면서 “너희가 격려해 주면 못할 게 뭐 있냐. 내 나이 80밖에 안 됐는데”라고 하시더라. 그 말씀이 너무 재밌어서 “그러면 아버님이 계획하세요. 저희와 같이 하시죠” 그랬다. 그다음부터 완전히 설정을 바꿨다. 처음에는 우리가 계획한 뭔가를 해드리려고 했었는데, 어르신들과 회의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어르신들에게 뭔가 기술을 가르쳐 드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걸 통해서 자기 자신과 관계의 변화를 느끼고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신다. 그런데 기술적인 부분 말고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참여할 수 있는 부분만 만들어 놓아도 뭔가 계속 공유하고 꺼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돌봄무용단(요양보호사 무용교육) 교육 및 공연 연습(똥자루 무용단)
뭉뚱그리기보다 세분해야
이선철  가끔 우스갯소리로 시골에서는 70대가 마을회관에서 물 주전자 나른다는데 유머가 아닌 실제 상황이다. 평창에 있는 우리 마을에서 제가 아직 최연소다. (웃음) 또한 노인들은 식사나 교통 등 다양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예술교육도 시작할 때와 달리 교육 방법이라든가 본인의 태도, 사회적 환경 등 변화가 있지 않은가? 그런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자.
권기원  노인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대상을 세분화할 필요를 더 크게 느꼈다. 아이들도 유치원 이전, 유치원, 초등 저학년, 고학년, 중학교 등 15살까지 한 5단계 정도로 나누어서 교육한다. 지금 60대 초중반은 40대에 ‘애니팡’ 하던 분들이다. 요즘 새로 나온 피시방 게임은 아닐지언정 간단한 핸드폰 게임 정도는 소일거리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핸드폰으로 주식도 하고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다. 과거의 60대와는 정말 다르고 자기가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60대라도 경제적인 활동을 못 하는 사람들은 돌봄 영역으로 급속하게 편입된다. 한편, 아래 세대와 교류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저는 그분들이 누군가와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지점에서 게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고스톱 게임을 세대와 관계없이 온라인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노인 대상 예술교육의 범위가 좀 더 넓어져야 할 것 같다. 취향을 고려하는 40~50대와 달리 60대 이상은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예술교육이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제가 최근에 힙합을 공부하고 있는데, 문득 요즘 사람들과 대화하려면 만연체의 너무 긴 글이 아니라 힙합의 랩처럼 압축된 글, 그러니까 운율 따지고 틀 따지는 정형시를 공부해서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할머니들이 힙합 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있긴 했었다. 요즘 트렌드나 지금 세대와 훨씬 더 넓게 쓸 수 있는 이분들의 표현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서 힙합과 게임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성재  처음에는 저의 외로움에서 시작하여 노인분들께 뭔가 주려고 노력했었는데, 나중에는 그분들이 갖고 있는 걸 끄집어내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본인이 20년, 30년 했던 걸 별것 아니라며 창피해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게 끄집어 나왔을 때 반응이 굉장히 좋고, 자존감도 굉장히 높아지시더라. 그런데 좋아하는 걸 넘어서 ‘이게 노인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 앞에 내가 해드릴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아드리고 얘기를 들어드리는 것이 무척 중요하고, 그분들 역시 만족하고 행복했다고 말씀하시지만, 그 이후의 변화가 없고 계속 돌봐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느 순간 내가 지치더라. 그 후로는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힘들었다. 지금은 신중년과 같이하는데, 이들은 핸드폰도 컴퓨터도 잘 사용한다. 유튜브 쇼츠 영상 편집을 배워서 의외로 구독자가 생겼다며 너무 좋아하더라. 그런 걸 보면서 앞으로 미래에 대한 부분을 더 많이 설계하게 된다.
저 역시 권 대표님 말씀에 동감한다. 대상을 세분화시키지 않으면 참가자도 우리도 만족도가 떨어지고 매너리즘 빠지게 된다. 그래서 제가 한때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자 했었다.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어르신들과 참가자를 모집하는 단체를 매칭하는 거다. 누가 어디 있는지 모르니까 근처에 있는 사람들만 계속하고,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서 갈등도 생기고 권력 구조도 생긴다.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어서 뭔가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게 잘 일어나지 않는다.
권기원  그 지점에서 고민인 것이, 우리는 보통 장르 아니면 나이대로 1차원적으로 분류했었는데 이제는 그걸 가로세로로 묶어야 하는 상황이 좀 피곤해지는 거다. 어쨌든 80대와 70대, 60대는, 정치적으로 분석해도 그렇고, 완전히 다른 세대라고들 얘기한다.
이선철  X축이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등 장르면, Y축은 50대 40대 30대 등 연령. 여기에 가로지르는 Z축이 또 생긴다. 서울 같은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등. 시골 노인과 달리 도시 노인은 은퇴하자마자 일이 없어진다. 여기서 더 세분된다. 경제적인 수준. 상업 영역에서는 이 많은 팩터를 조합하는 것이 돈이 되니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공공에서 진행하는 예술교육은 대부분 그렇게까지 세분된 구조를 가지기 어렵다. 대상도 더 세분되고 방법도 다양해지는데, 이걸 다 완벽히 조합하려면 하나하나가 다 비용이기에 공공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성재  그런데 그 구조를 세분화하지 않으면, 하는 사람이 지친다. 효용성이 계속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권기원  맞다. 유아, 아동, 청소년까지는 좀 더 단순화되는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자기 고집과 취향이 명확해지고 세대 간에 급격한 차이가 나타나는 속에서는 세분화가 꼭 필요하다.
변희정  제가 원주와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경험한 노인은 연령대는 동일해도 자신의 욕구나 경제적 수준, 생활방식에서 너무 편차가 컸다. 노인을 단순히 나이로 묶을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의 ‘5060씨의 Cheer Up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에 연구자로 참여했던 적이 있다. 참여자들의 경제적 편차가 너무 크니까 그 안에서 또 이상한 분위기와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말씀하신 대로 어린이보다 훨씬 더 세분화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또 하나 재밌는 건, 제가 20대 때 만난 노인과 달리 최근에 만난 노인분들은 그사이에 벌써 세대가 교체되었고 욕구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예전에는 은퇴자로서 나의 삶, 여유, 여가, 취미생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아직 독립하지 않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자녀가 20세 미만인 경우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60, 70대까지도 여전히 제일 중요한 화두는 경제적 활동이다. 예술교육에 참여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고, 참여하더라도 이게 나의 노후,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주는 하나의 재능이 되어서 어떤 경제적 활동을 담보해 주기를 바라는 욕구가 굉장히 강해졌다. 실제로 저희가 주민 대상 프로그램을 했을 때 커뮤니티 창업, 보조 강사 참여, 작품 판매 등에 관한 요구를 많이 경험했다. 당시에 저희 교육에 참여한 40~50대분들이 ‘글씨유랑단’이라는 커뮤니티로 전환됐고, 50~60대까지 이어지며 어느 순간 강사로, 작가로, 지역 활동가로 점점 성장하면서 경제활동으로 연결해 나갔었다. 물론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분들의 활동이 미미하지만, 예술교육을 통해 자기 노후를 설계하는 계기를 만든 사례다.
또한, 최근 들어서 예술교육에 대한 신중년의 욕구가 더 다양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술을 전공했지만 경력이 단절된 분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통해 다시 활동할 수 있게끔 하는 사업을 서울시50플러스재단 북부캠퍼스와 진행했다.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1년 정도 팀빌딩(team building) 등에 관한 멘토링이나 예술교육 운영과 사업화에 관한 코칭을 지속해 왔었는데, 작년 연말에 고유번호증을 내고 올해 한국메세나협회 지원사업에 채택되었다. 이것은 예술교육의 수혜자보다는 실행자 혹은 공급자로서의 욕구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참여자의 욕구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어디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 기획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대상보다는 교육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모 사업이나 정책적 지원 영역에서 먼저 나이보다는 목적성에 집중하여 사업을 기획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 청춘다이어리(2014~2015), 청춘드로잉(2017) (문밖세상, 정릉실버복지센터 협력)
목적과 방향성을 중심에 두고
이선철  예술교육에 참여한 노인들의 목적이 단순한 여가냐 취미냐 또는 직업교육이냐 아니면 뒤늦게 제2의 인생을 찾는 원대한 꿈이냐에 따라 교육의 형식과 내용이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노인을 교육 참여자에서 일종의 느슨한 동업자로 발전시키는 것인데, 나이 든 사람을 채용하거나 그들과 협업을 하는 일이 어렵지 않나. 다른 분들도 유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준비하고 계신 것이나 전략이 있을까?
권기원  저는 거의 모든 동기부여를 제 아이에게서 받는다. 11살인데, 힙합도 게임도 아이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끔 지하철에서 저보다 연배가 있는 분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본다. 디지털 기기에 친숙해지기 위한 것뿐 아니라 게임으로 풀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다. 힙합은 아까 말한 대로 요즘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형태의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랩처럼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낸 것이다. 음악적인 운율을 만드는 것은 어렵더라도 글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노인 예술교육에서 새로운 장르를 더 끄집어내고 점점 장르를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영역은 은퇴 이후에도 나이와 관계없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그걸 찾아보고 싶다.
이성재  계속 답답한 부분은 참여자 모집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왔으면 하는 것은 저도 똑같다. 그런데 이번 중장년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의 일과 삶을 연결하고 싶었다. 경력단절 여성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일을 연결해서 자존감도 높이고 취직할 수도 있는 예술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오차가 생겼다. 참여자마다 일에 대한 욕구가 엄청나게 달랐다. 바리스타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각자 욕구에 따라 연결하려면 또 시간이 걸리고 시스템이 안 돌아간다. 결과적으로는 일자리가 급한 사람들은 떨어져 나가고 여유 있는 사람들만 남았다. 그러니까 참여자에게 도움이 된 것은 일자리보다는 예술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나 혼자였으면 모를 친구들도 사귀었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었던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 프로그램 목적과 참여자의 요건이 명확해야 하고, 폭넓게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을 거다. 주변 사람들만으로는 프로그램 목적에 맞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10명을 채워야 하니 대상이 아니더라도 참가시킬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거기서 뭔가를 가지고 갈 사람들은 서너 명밖에 안 된다. 그러면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정말 이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가 했던 요양보호사 프로그램은 만족도가 엄청 좋았다. 원래 하던 일 외에 나눌 수 있는 걸 했더니 그 효용성이 매우 컸다. 우리도 정말 크게 만족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산의 지속성이 문제였다. 그러니까 예술 행정가들도 명확해져야 한다. 트렌드에 따라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대상을 건드리기 보다는 정확하게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투입하여 효용성을 발현할 것인지 조금 더 세부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변희정  현장에서 어르신이나 5060 신중년을 만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경제력이 있는 노인도 정말 많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면서 이미 많은 것을 이뤄놓은 분들이다. 저는 그분들을 대상으로 수익사업 모델을 만들어 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B2C 사업도 가능하지만, B2B 사업으로서 요양원이나 복지기관 등 다양한 곳과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 공포와 사회적 공포감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정책적 지원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는 문밖세상에서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한 무료 교육을 앞으로도 지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저희가 최근에 50플러스재단과 일하면서 경험했던 것처럼 신중년 예술가나 예술교육가를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 사업 역시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예술강사와 교육 참여자의 세대가 동일할 경우에 느끼는 동질감이나 공감대, 연대성으로 인해 또 다른 시너지가 확실히 있더라. 그리고 저와 같이 활동하며 함께 늙어 가는 분들이 노인이 됐을 때도 예술교육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재교육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권기원  예술교육은 어쩔 수 없이 공공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말씀하신 것처럼 직무 재교육, 그러니까 얼마나 버느냐와는 관계없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초점을 둔 사업이 훨씬 더 많아질 것 같다. 최근에는 제 아내의 은퇴 후 삶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직장인들은 회사에 큰 소속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쨌든 회사라는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사회적 공포를 포함한 것들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그 시간을 잘 보낼 방법을 찾는 중이다. 저와 비슷한 연배인 현재 40대 중후반이 노인으로 편입될 때를 대비하여 가까운 사람들에게 먼저 테스트를 좀 해보고 있다. 무의미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면서 약간의 돈도 벌 수 있는, 그 두 가지를 잘 붙일 수 있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완전히 수혜자였다면 이제는 강사이면서 강사 교육을 받는 참여자가 우리 연배쯤에 필요한 노인 예술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이선철  세 분이 직접 노인 대상 예술교육을 수행하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각별히 공감하는 부분도 많은 것 같고 의견 일치를 보는 부분도 많은 것 같다. 저도 이제 곧 노인으로 진입할 텐데 (웃음) 노인 공동체의 특성이나 노인 간의 관계도 매우 다양해지는 것 같다. 시골에서조차도 이제는 마을회관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어떤 사회학자가 얘기하기를,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공동체는 종교밖에 없다고 했다. 서로 위해 주고 들어주고 기도해 주고 함께 식사하는 등의 기능이 있으니까. 노인 개인이나 공동체가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정책을 만들거나 사업을 기획하거나 교육을 수행하는 사람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시장의 크기와 전문성은 비례하는 법이니 영역별로 더 세분화된 강사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권기원
권기원

아트앤마트 사장, 사방팔방 문화예술기획자
dorance@hanmail.net
변희정
변희정

문밖세상 대표이며, 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예술로 마음의 문을 두드리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기획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경영/기획/교육/연구·컨설팅에 이어 유튜브와 집필까지 영역을 넘나드는 ‘문화예술 N잡러’다.
munbak2012@naver.com
이성재
이성재

예술 관련 학과를 졸업 후 오랜 기간 공연과 문화예술 관련 기획을 진행하였고, 이후 문화예술의 확장성과 지속성에 대한 변화를 갖기 위해 지역의 사회적경제 단체들과 함께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가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 사회적기업 모미코, 똥자루 무용단을 운영 중이다.
hero@momeco.co.kr
이선철
이선철

예술경영인이자 문화기획자. 감자꽃스튜디오의 대표이며 연세대, 국민대, 경희사이버대, 야쿠츠크 북동연방대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6기 이사, 2기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수립 추진위원, [아르떼365]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potatostudio@naver.com
프로젝트 궁리
녹취‧정리_프로젝트 궁리
사진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프로그램 사진 제공_똥자루 무용단, 문밖세상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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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3년 09월 13일 at 2:06 PM

    고립과 고독을 지나 다양한 노년의 삶을 찾아
    [좌담]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흐름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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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3년 09월 17일 at 1:54 PM

    고립과 고독을 지나 다양한 노년의 삶을 찾아
    [좌담]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흐름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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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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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3년 09월 13일 at 2:06 PM

    고립과 고독을 지나 다양한 노년의 삶을 찾아
    [좌담]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흐름
    공감이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3년 09월 17일 at 1:54 PM

    고립과 고독을 지나 다양한 노년의 삶을 찾아
    [좌담]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흐름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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