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연결, 실천과 동행의 발걸음으로

2022-2023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② 2022 이슈와 평가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지금 여기’의 예술교육이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 새로운 대면의 규칙을 찾아야 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위험과 불안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자임해왔다. 어느덧 다가온 겨울은 현장에서 예술교육의 가치를 탐구하고 전달하며 쉼 없이 달려온 예술(교육)가에게 회복과 치유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자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되어줄 것이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아르떼365]가 만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

덜어내고 더해가며 호응하는,
예술-이웃

대안예술공간 생산소

광명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비치된 잡지를 뒤적이다 보면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공주역에 도착한다. 고요함이 내려앉은 기차역 주차장 뒤편으로 걸어 나오면 운전이 서툰 외부인을 데리러 온 생산소 대표, 이화영 작가가 기다리고 있다. 탁 트인 도로에서 완연한 계절감과 정취를 느끼며 삼십 여분을 달리다 보면 커다란 나무와 고즈넉한 건물이 나란히 교차하는 부여 읍내로 진입하고 로터리를 두어 번 돌아 백마강(금강의 다른 이름)을 건너는 동안 굵직한 글씨의 현수막을 통해 부여의 크고 작은 소식을 접한다. 규암면 마을 어귀로 들어서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농협창고 옆에 차를

잠시 지구에 머무는 동안

오늘부터 그린⑭ 로컬쓰레기로 연결하고 성찰하기

나의 작업은 재료가 될 쓰레기를 구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나는 야생에서 먹을만한 열매를 채집하는 야인이 되어 길바닥을 샅샅이 살피며 출근한다. 어제는 왼쪽 골목으로 갔다면, 오늘은 오른쪽 큰길로 출근해 새로운 쓰레기가 있는지 탐색한다. 운이 좋으면 쓸만한 쓰레기를 줍는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야생은 그런 것이니! 주운 쓰레기를 작업실에 가져가면 쓸만한지 한 번 더 살핀 후, 잘 닦는다. 그러면 드디어 나의 재료가 된다. 이렇게 모으는 재료는 예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주운 재료와 인사를 나누고 살피며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다시 얼굴을 맞대고, 새로움을 말한다

2022-2023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③ 2023 전망과 다짐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지금 여기’의 예술교육이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 새로운 대면의 규칙을 찾아야 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위험과 불안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자임해왔다. 어느덧 다가온 겨울은 현장에서 예술교육의 가치를 탐구하고 전달하며 쉼 없이 달려온 예술(교육)가에게 회복과 치유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자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되어줄 것이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아르떼365]가 만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

길 위에서의 마주침

예술가의 감성템⑨ 낙엽, 의자, 하늘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낙엽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바람과 함께 굴러다니기도 한다. 나뭇잎의 떨어짐을 천천히 느끼며 거리를 걷다 보면 보이지 않는 리듬이 느껴진다. 느닷없이 춤을 추고 싶어 여러 번 길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떨어진 낙엽을 유심히 보면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길 위의 낙엽 하나에서 다양한 것을 발견한다. 그것들이 모두 다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낙엽은 이렇게 나의 일상 안으로 갑자기 찾아와 다양한 생각과

지역 중심으로 향하는 신뢰와 발견

2022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사업 성과공유 포럼 ‘On the Ground’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지역 문화 분권 실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2022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사업」(이하 기초거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사업이 처음 시작된 이래, 3년여 시간 동안 총 22개의 다양한 주체가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 지난한 과정과 결과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지난 11월 28일 ‘2022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사업 성과공유 포럼’을 개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의 성과는 충분했고, 실체도 드러났으며, 끝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권리 보장과 안전에 관한 시대적 요구

2022년 11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예술인 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채익 의원 등 10인) 발의(22.11.9.) 이채익 의원 등 10인은 지난 11월 9일 「예술인 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예술인 복지법」의 제정 취지는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보호 및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정함으로써 예술 현장에서 예술 활동 증명 제도를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제도로 오인하고 있는 한편, 예술 활동을 증명하지 않은 사람은 일반적인 직업적 지위와 권리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번 일부개정법률안은 ‘예술 활동 증명에 대한

변화에 대응하는 프랑스 문화예술교육

2022 해외 문화예술교육 기획리포트 3호

각 국가의 문화예술교육은 사회, 경제, 문화적 맥락과 정책적 환경에 따라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실행도 변화해왔다. 특히 최근 팬데믹의 위기는 문화예술교육의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이번 “변화에 대응하는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에서는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이 변하지 않는 기본 원칙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은 1959년 문화부 창설 이후, 변하지 않는 프랑스 문화정책의 기조인 ‘문화 민주화’ 실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문화부 창설 직후 ‘가능한

뭉치고 흩어지고 비우고 채우는 나만의 겨울나기

2022-2023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① 창의적 동면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지금 여기’의 예술교육이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 새로운 대면의 규칙을 찾아야 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위험과 불안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자임해왔다. 어느덧 다가온 겨울은 현장에서 예술교육의 가치를 탐구하고 전달하며 쉼 없이 달려온 예술(교육)가에게 회복과 치유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자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되어줄 것이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아르떼365]가 만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

칸에 갇힌 상상을 깨면 변화가 보인다

[좌담] 공모사업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② 모니터링과 평가

뽑혔으면 됐지, 뭘 또! 컨설팅? 모니터링? 평가? 스스로 변화를 살피기 다시 공모사업 신청의 계절이 온다.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면서 한 번쯤 공모사업 지원신청서를 작성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지원신청서를 쓸 때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운 좋게(?) 선정된 후에는 잘하고 있는지 불안해하며 홀로 분투하기도 한다. 공모사업 선정 과정에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다룰까? 모니터링과 컨설팅 과정에서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평가는 어떻게 환류되는 걸까?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예술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까? 공모사업 심사, 평가에 밝은

기억의 숲에서, 손이 들려준 인생 이야기

어쩌다 예술쌤⑯ 다양한 장르를 융합한 노인예술교육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전 생애에 걸친 인간의 발달과정에 대한 충분한 통찰과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이 연구가 시작되었다. 급속히 발전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어르신들의 삶의 지식과 경험의 가치가 퇴색되고, 역할 또한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노년’이라는 명칭에서 우리는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삶의 역사를 퇴색되었다는 이유로, 지나간 기억으로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에 기여한 공이 너무도 크다. 이들의 삶이 그 시대의 발전 동력으로써, 희생의 연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업에는 깊이 있는 고찰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삶을

마음에 씨앗을 심는 넉넉한 이야기방

예술가의 책방⑨ 책방심다

빌려주던 작은 방 전라남도 순천시 조곡동 151-38. 방이 많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 1978년 완공된 이 공간은 오랜 시간 동안 순천역에서 근무하던 철도 노동자들이 장기 숙박을 하던 여인숙이었다. 철도산업의 변천과 시설 노후로 인해 수요가 점차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을 종료하였다. 비교적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지만, 전혀 관리되지 않은 이곳에 2019년 작은 책방을 열었다. 여러 개의 쪽방 벽을 헐고 방과 방을 연결했다. 창고와 화장실을 털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각자 다른 이야기와 사연이 있던 ‘빌려주던 작은 방’은 이야기가 모이고 나뉘는 ‘이야기방’이 되었다. 2016년, 순천역 앞

스스로 그리는 동면의 방향

예술교육가의 창의적 동면

12월이 오면, 마음이 바빠진다. 최근 몇 년간, 크고 작은 사업을 운영하며 배인, 무의식적 정서다. 영수증을 스캔하고 수천 장의 사진을 정리하고 인쇄 시안의 오타를 들여다보는 밤샘 작업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초겨울의 일상이었다. 올해는 소소한 활동들과 배움에 집중하며 보내서, 그럴 일이 없는 데도 문득문득 마음이 바빠지는 것은, 그간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몰아치는 12월을 지내면, 급작스러운 고요가 찾아온다. 가을부터 다음 해의 사업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사업은 당해 2월이 되어야 공모를 시작하는데, 그것도 기획서를 보내고 면접을 보는 과정일 뿐, 정작 본 사업은

전환의 신호 앞에서 – 멈춰섬, 물러섬, 돌아섬

김혜일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가을 끝자락, 강화로 향하는 길은 겨울로 들어서는 길 같았다. 따뜻한 남도에서 겨울이 빨리 오는 곳으로 옮긴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김혜일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그는 올해 1월 정든 고향이자 활동지였던 광주를 떠나 강화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한국형 애프터스콜레(Efterschole)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청소년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해 첫 겨울을 앞두고 있다. ‘옆을 볼 자유가 필요한 청소년들의 전환학교’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농사, 음악, 미술, 체육, 글쓰기를 진행하며 학생들이 자연과 생태에 익숙해지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한 해를 보냈다. 예술(교육)가에서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냉정한 성찰을 바탕으로, 소통과 합의를 동력으로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통해 본 새로운 지원 시스템의 가능성

“쟁기가 아무리 날카로울지라도, 설령 황소가 무거운 걸음으로 느릿느릿 걷는다 해도, 쟁기는 황소 뒤에 매다는 편이 낫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일이 정신없이 일어나고 변화를 요구하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지역문화재단의 기본 역할인 ‘지원’과 ‘향유’라는 두 축을 기본토대로 삼는 것이 황소 뒤에 쟁기를 매다는 것이 될 것 같다. 나는 작년 8월 1일부터 김해문화재단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예산이 줄어들어 일이 많지 않을 텐데 월급은 꼬박꼬박 받는 문화재단’ ‘공무원보다 더 형식을 따지는 관료성과 애매한 행정으로 일하는 문화재단’이라는 말을 들었다. 전국에 116개의 기초단위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서로의 든든한 울타리, 함께 돌보고 숨쉬기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

인터뷰를 계기로 방문한 ‘문화숨’(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은 길고 가파른 경사의 꼭대기에 있었다. 초행길이라 이쪽저쪽 고개를 돌려보면서 올라갔는데 왼쪽엔 영장산 자락에 단풍이 든 나무들이 즐비하고, 오른쪽엔 좁은 골목들을 따라 빽빽이 모여 있는 집들이 보였다. 조금 일찍 도착해 1층 사무실(주민 커뮤니티공간)에서 기다리고 있자, 어느새 환한 웃음을 담은 황정주 문화숨 대표가 들어왔다. 이곳은 단풍도, 집들도, 웃음도 그리고 어떤 기대까지 가득한 곳일 거라는 첫인상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동네에 필요한 숨구멍되기 “삶에서 누구나 자기만의 숨구멍이 있잖아요. 우리가 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일상에서 누군가에게는 찰나가 될지라도 숨통이 트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