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회화의 전통적인 규칙과 패턴을 깨고 새로운 미술사조가 시작되었고, 발레의 정해진 동작과 형식을 깨고 새로운 무용 장르가 탄생했다. 독자들은 어떤 예술적 실험을 통해 틀을 깨고 새로운 유영을 만들고 있을까? 지난 7월 1일부터 3주간 진행한 ‘새로운 시도, 틀을 깨고 튀어’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도전과 예술실험이 벌어지는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교실 곳곳을 만나보았다.
미지수를 깨고
예술교육 현장은 변수가 넘쳐난다. 예술교육가는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매번 다른 상황을 마주한다. 어떤 수업은 기획안대로 잘 흘러가지만, 어떤 수업은 갑자기 수업 재료가 동나 계획한 것이 삐거덕댄다. 어제는 열심이던 학생이 오늘은 왜인지 모르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계획한 수업안을 모조리 뒤엎을 수는 없을 터. 예술교육가들은 참여자에게 귀 기울이며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어떤 센터에 연극 수업을 가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보고 영상도 보여주었지만, 학생들은 저에게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았고 다들 수업 내내 그림만 그리고 있었습니다. 항상 준비해 간 수업을 해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대로는 수업을 할 수 없어 진행을 포기하고 한 학생에게 다가가 “그림 그리는 게 좋아?”라고 물어봤더니 한 번도 대답하지 않던 학생이 “그림으로는 내가 못 하는 말을 표현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순간 내가 학생들에게 너무 힘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연극 수업이지만 대사가 아닌 그림으로 장면을 표현하는 수업을 진행하였고 수업 참여도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 학생들을 만남으로써 제가 생각해 왔던 교육관 또한 바뀌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김○희 님
연극 혹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들과의 작업을 고민하다가, 주어진 대사와 입 밖으로 내뱉는 말 자체에 무서움 혹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 뜻도 없이 씨부렁거리다’라는 뜻을 가진 ‘지브리쉬’는 말 그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대사처럼 뱉는 것으로, 아이들은 룰루룰루룰, 뺙뺙뺙 등 외계어와 의성어 등으로 자유롭게 장면을 만들어나갔다. 이 활동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부담 없이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언어적 의미 대신 순간의 감정과 몸짓을 극대화하고 느끼는 것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에 좋은 활동이었다. – ○예 님
저는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참여하여 지금도 박물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를 색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그중 초등학교 여학생이 호랑이를 검은색으로만 칠하고 있었습니다. 장난치는 듯 성의가 없어 보여 “너는 왜 호랑이가 그렇게 무섭냐”고 했는데 그 아이가 너무나 해 맑게 웃으면서 “그쵸, 무섭죠? 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호랑이 그리고 있어요” 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표현하라고 했으나 이쁘고 정형화된 호랑이를 마음속에 넣고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관점과 시선의 전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유○상 님
사고의 틀을 깨고
싹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겨우내 잠들어 있던 흙을 뒤엎고 신선한 바람을 쐬어 주어야 한다. 관점의 전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트기 위해선 동면하고 있던 사고를 깨고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어야 한다. 관점을 전환하기 위해 독자들은 어떤 시도를 하고 있을까? 틀에 박힌 교육을 깨기 위해 역량강화 연수에 참여하고, 교육의 장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을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만나보았다.
2024 아르떼 아카데미 ‘기후위기 시대, 예술로 살아남기’ 연수에 참여하였습니다. 장소는 ‘서울새활용플라자’였는데, 지금까지 다양한 연수를 받아봤지만, 장소부터 너무나 독특하고 재미있었고, 프로그램도 새롭고 재밌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미술교육자로서 미술교육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학교’라는 딱딱하고 작은 공간에 갇혀 틀에 박힌 교육을 해왔던 게 사실인데, 이번 연수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해봤던 잊히지 않을 소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 장○욱 님
지역 내 폐교 시설을 문화예술교육의 장으로 선호하고는 합니다. 폐교라고 하더라도 기본적 교육 시설 인프라가 갖추어진 곳이라 이보다 더 좋은 곳도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 활동과 작품전시회도 할 수 있고, 방치되어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하는 폐교에 새로운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예술활동의 본질과도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폐교 활용이나 처리 문제를 놓고 많은 고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교육을 접하는 공간이자 지역 문화예술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써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 박○우 님
학교 현장에서도 다양한 예술적 시도가 이어졌다. 이론 중심 수업에서 예술을 접목한 수업으로 커리큘럼을 전환하고, 예술적 사고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동아리 활동을 만들기도 한다. 학생 간 화합의 도구로 예술 활동을 시도한 선생님도 있었다.
교과 수업을 꼭 진지하게 이론을 중심으로 한 강의에 비중을 두고 해야 할까요? 수업은 진지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즐겁고 흥미로운 게임이나 몸을 움직여 체득하는 활동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전폭 전환했어요. 예를 들면, 버추얼 갤러리 탐방하며 미술작품 감상, 4컷 스토리텔링 만들기, 사고의 시각화 활동 등. 수업마다 학생들로부터 매우 높은 만족도와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어 교육자로서 매우 뿌듯하답니다. – 비키리 님
초등학교 자율 동아리 주제가 ‘AI와 소프트웨어’였습니다. 주로 코딩이나 에듀테크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에 반해, 우리는 ‘예술과 AI’를 주제로 삼았답니다. AI가 창작물을 만드는 시대에서 예술의 가치와 역할, 의문점을 짚어가며 함께 토의했고 영화·문예창작·미술·음악·웹툰·창업 분야별로 실습하거나 기업을 탐방했습니다. – 김○은 님
제가 지도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은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함께 하나 되고 화합할 수 있을지 적잖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학생들이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보려고는 합니다. 함께 호흡하고 하모니를 만들며, 자연스레 우애도 다지고 무언가 성취했다는 자신감도 기를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 김○현 님
미술교육은 작품의 완성도 중요하지만, 감상자로서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직접 작품을 보고 안목을 키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여의찮을 경우 ICT기기를 활용한 VR 감상이나 원격작품 감상을 통해서 예술 작품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다양한 시점에서 다른 학생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논의하는 그런 교육을 해보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작품이나 제작 과정을 웹 아카이브 상에 공유해서 누구라도 언제라도 서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작품의 안목을 기르고 예술성을 향상하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 류○종 님
망설이는 마음을 깨고
“한 번도 춤을 춰본 적이 없는데”
“난 그림 잘 못 그리는데”
“내가 이 수업을 들어도 될까?”
“난 그림 잘 못 그리는데”
“내가 이 수업을 들어도 될까?”
여러 독자가 예술교육 수업에 참여한 경험을 새로운 도전으로 꼽을 만큼 수강 신청 버튼을 누르는 일은 때론 용기가 필요하다. 예술교육 수업에 참여하면서 독자들의 삶에는 어떤 인식의 변화가 생겼을까? 독자의 도전하는 마음과 용기를 들어보자.
지역 청년센터에서 마크라메 수업이 열렸어요. 마크라메를 평소 배워보고 싶었지만, 청년이 아닌 제가 방해되지는 않을지 염려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망설이다가 어렵게 참여했는데, 환대 속에서 즐겁게 배우는 경험을 했어요. 다양한 세대가 한 공간에서 같은 활동을 하며 어우러져 함께 배우는 경험을 통해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고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권○례 님
저는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만든 그림 소스를 구매해 상세 페이지를 제작하는데요, 내가 직접 그려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식물 세밀화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수업 내용 중 흑백 식물 도해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도 이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수업에서 배운 흑백 도해도를 조금씩 그려보며, 언젠가 나의 그림이 새겨진 패키지를 만드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 soft15moon 님
평소 독서를 즐깁니다. 독서를 통해 제한된 나의 한계를 벗어나 더 넓고 깊게 세상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언제나 제 위치는 독자였는데요. 우연한 기회로 제책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글귀나 나를 위한 메시지들로 책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통해 독자의 위치에서 나만을 위한 책 제작자의 위치로 옮겨가 보는 경험이 참 즐겁고 짜릿했어요. 책의 세계에는 작가와 독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참 많은 역할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체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교육경험이었습니다. – 선○ 님
새로운 분야의 글을 써보고 싶어 시 쓰기 수업에 참여해 봤어요. 글 작업을 하다 보면 늘 벽에 가로막혀서 괴로웠는데 물체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여러 가지 접근법을 새롭게 시도해 보니 답은 하나가 아니었음을 배웁니다. 우리 삶도 답은 시시각각 변해야 하는구나 깨달아 인간관계까지 선하게 달라져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오랜지 님
지난 7월부터 [아르떼365]는 ‘유영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이리저리 자유롭게 헤엄치는 문화예술교육을 다루었다. 자유로운 유영에는 여러 준비와 시도가 필요하다. 물에 뜨는 연습부터 시작하여 호흡 방법을 익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차기와 다양한 영법을 터득한 후 울렁이는 파도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는 수없이 물을 먹기도 하고 발에 쥐가 나기도 한다. 독자참여 이벤트를 통해 모인 이야기 속에는 예술교육 현장에서 도전과 시도를 거듭한 끝에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독자의 노력과 용기로 자유로운 문화예술교육을 향한 항해는 계속될 것이다.
- 정리_서련희 프로젝트 궁리 에디터
yhee5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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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을 깨고 고루함을 벗어나
예술을 유영하는 독자의 도전 ‘새로운 시도, 틀을 깨고 튀어’
잘 보고 갑니다
망설임을 깨고 고루함을 벗어나
예술을 유영하는 독자의 도전 ‘새로운 시도, 틀을 깨고 튀어’
기대만점이네요
예술이라는 장르는 끝이 없는거 같아요~
꼭 예술을 하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예술을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독특한 이야기들이 나오는거 같아요~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개인의 아이디어와 예술적 혼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