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예술: 베트남 미술교육의 실험과 변화

2022 해외 문화예술교육 기획리포트 5호

베트남 예술교육의 맥락 올해 6월, 세계 미술품·골동품 경매시장의 양대 산맥 중 한 축인 소더비의 홈페이지에 ‘베트남 미술이 지금 전성기를 맞는 이유, 소더비의 전문가들이 분석하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봄 홍콩에서 소더비 주최로 열린 모던 이브닝 세일에서 작가 ‘레 포’의 작품 <정원의 인물>이 베트남 미술 작품 역대 두 번째 낙찰가를 기록했던 것이다. 그 외에도 마이 쭝 트, 팜 허우, 레 꾸옥 록 등 베트남 거장 화백들의 작품이 대거 기록적인 낙찰가로 선택되며,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국제 미술계에서 인상적인 도약을 이루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소더비의 동남아시아

매일의 삶을 지키는 신성한 토대

리추얼의 힘

나의 의례 오래전 일이다. 다니던 대학원에 수영장이 있었다. 실기실에서 작업하다가 막히면 수영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혼자 곁눈질로 배운 수영이 접영까지 해낼 수 있게 되자 전생이 고래와 연결된 혈통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수업보다 수영에 진심이어서 등록금을 수영장에 바친대도 아깝지 않았고, 해가 저물고 근처 주막에서 얼큰해져 실기실로 돌아가다 말고는 불 꺼진 수영장에 대고 “문 열어 주세요!” 고래고래 객기부리던 기억도 난다. 그 뒤로도 지금까지 긴 세월 동안 아침 수영과 뗄 수 없는 삶을 지속해왔다. 출산일 전날까지도 수영했던 것은 물론이고, 잡지사 시절엔 새벽 동틀 때

해파리처럼 우아하게, 산처럼 든든하게

유지영·이종현 종달정

무용 수업은 종종 정신이 아득할 때쯤 끝이 났다. 숨이 턱에 차는 게 아니라 머리 숨구멍 어디에서 터질 것 같을 때. 뇌와 신경과 근육 사이의 미세한 대화 따위는 사라진 것 같을 때. 몇 번쯤 살갗이 벗겨져 감각이 더뎌진 발바닥이 저절로 이동할 때. ‘연습은 공연처럼, 공연은 연습처럼’ 같은 비장함을 신조로 삼던 선생님들이 즐겨 하던 말은 “다시!”였다. “다시”는 반복에 기반한 몸의 훈련이었으나, 소진하는 몸은 종종 감각과 사고마저 소진시켰고, 네가 충분치 않다는 거절로 읽혔으며, 때로는 부족에 대한 응징이기도 하였다. 찰나에 사라지는 예술이, 왜 반복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채워주는 연결공간

예술가의 책방⑪ 이랑

상가 뒤 5.6평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이랑’은 책을 통해 책방에서 할 수 있는 건 내 힘이 닿는 한 다양하게 진행 해봤다. 그러고 보니 이사도 많이 하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다 하고. 이랑은 나에게 꿈의 공간이다. “이랑. 하고 싶은 거 다 해”의 현실 버전.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도 많지만 그럼에도 행복을 찾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이랑 책방의 정체성인 것 같다. 2019년 상가 안의 공간에서 시작 후 브런치 카페 의 숍인숍(shop in shop) 책방으로 1년 정도 머물다 현재 가좌동에서 독립된 공간으로 이랑

굳이 하는 일들

증발하는 순간을 기록하기

전지 만화와 미술로 하고 싶은 이야기와 공유하고 싶은 풍경을 그린다. 만화 『끙』 『오팔하우스』, ‘가족구술화 엄마편’ 『있을재 구슬옥』 『선명한 거리』를 쓰고 그렸고, 아카이브 드로잉 <채집운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1 청년장애예술가양성사업 ‘너와나의 티키타카’에 관찰기록만화로 참여했다. mademinority@naver.com 인스타그램 @hijeonji 사진·이미지 제공_필자

내일은 무엇을 찍어야 할까

예술가의 감성템⑩ 카메라, 이북리더기, 스마트워치

기분이 좋아도 좋지 못해도, 날씨가 맑아도 흐려도 매일 촬영하고 싶다. 내가 서 있는 장소의 분위기 속에서 느낀 것을 촬영하고 사람들한테 보여준다.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해도 단 한 명만이라도 같은 걸 느껴준다면 그걸로 만족하고자 한다. 내일은 무슨 사진을 찍어야 할까. 사진은 나의 앞에 있는 것을 담아내는 것이다. 먼저 몸을 어디에 둘 것인가 고민해야 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사진을 촬영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인 국경도시 나콘파놈(Nakhon Phanom)으로 떠났다. 나콘파놈은 태국 동쪽 끝에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다양한 관점으로 기록하기

기록의 시대다. 개인의 여가생활부터 가족사, 마을, 지역, 국가 단위 기록까지 기록의 대상과 가치는 더없이 넓고 깊어졌다. 기록을 모으는 아카이빙 역시 지난 기록을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늘을 실시간으로 담아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바로 공유할 수 있다. 과거의 기록을 새롭게 하고, 오늘을 기록하는 다양한 아카이브를 소개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2021년 경제활동 인구 기준으로 1인당 택배 이용량은 연간 128.2박스, 주 2.5회(「한국의 사회동향 2022」, 통계청)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생활 패턴의 변화와 함께 환경문제, 기후위기는 이제 개인의 삶, 일상에서 피부로

나의 삶을 기록하며
서로의 삶을 추앙하며

누구나 기록하고 기록되는 세상

그녀는 딸만 내리 아홉이 태어난 집안에서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 겨우 두 해 남짓 학교에 다니며 익힌 히라가나가 배움의 전부였던 그녀는 해방하고는 그마저도 다 잊어버렸다. 그 시절의 숱한 여성들처럼 어려운 세월을 보내며 일찌감치 결혼하였고,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내조하며 열심히 살아냈다. 평생이 분주해 글을 모르고도 잘 지냈다. 그러다 나이 80이 되던 해에 문해학교를 나가기 시작했다. 기역, 니은, 디귿을 꾹꾹 눌러 자꾸 써도 진도는 더디게 나갔다. 지난 세월은 그녀의 기억력과 손 근육의 힘을 약하게 했지만 배움의 시간은 즐겁기만 했다. 그러다 놀라운 일이 생겼다. 문해학교에서

관객의 기억에서
작품의 역사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10주년 기념 인터뷰 <청소년극 하는 관객>

다 커버린 어른에게 청소년은 하나의 문제나 현상으로만 여겨질 때가 많다. 이미 지나온 시기라서 그렇다. 모두가 겪는다고 해서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추측이 아닌, 청소년으로부터 발화된 목소리다. ‘청소년극’이라는 분류가 굳이 필요한 이유다. 2011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개소했다. 청소년을 개별의 독립적인 존재로 인지하고 이들에게 닥친 현실과 감정, 고민을 있는 그대로 연극으로 옮기는 것이 목표다. <소년이 그랬다>를 시작으로 <트랙터>에 이르기까지 20여 편의 청소년극이 다양한 관객을 만났다. 나는 2021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개소 10주년을 맞아 ‘웹진’ 기획을 맡았다. 10주년 프로그램으로 이미 이야기판과 전시, 관객

고랑에 버려진
위기의 증거를 꺼내어

오늘부터 그린⑮ 출세한 쓰레기들

삶의 전환을 꿈꾸며 농촌으로 이주해 유기재배 농사를 짓고 있다. 30년 가까이 도시에서 살았지만, 시골 논밭을 뛰어놀았던 유년 시절의 기억 덕분인지 아스팔트 위 네모반듯한 건물은 어딘가 모르게 숨이 막혔다. 화려하고 편리한 도시의 생활 속에 어디서 왔는지 모를 것들을 입고 쓰고 소비하며 때때로 깊은 단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럭저럭 엑셀 함수와 컴퓨터는 다룰 줄 알았지만, 정작 삶의 기술은 하나 둘 잃어간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위기 속에 비로소 ‘전환’을 떠올리게 됐다. 자연을 가까이하기 위해 농촌에 살고자 했고, 그곳에서 새로운 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이미 존재했을지 모를
미래를 위한 사색

김진주 작가

사람은 무엇으로 남을까? 이 질문에 누군가는 확고한 자기만의 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지인은 ‘행장’이라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행장이란 한 사람의 죽음 이후 평생의 행적을 기록한 글 또는 몸가짐이나 품행 자체를 일컫는다. 결국 그에 관한 기록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기록은 어떻게 남고, 어디에 남아, 다시 의미를 갖게 될까? “아카이브와 기억에 관심을 두고 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인물을 만났다. 작가이자 큐레이터이자 문화예술 연구자인 김진주 작가다. 몇몇 키워드로 한 사람을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작가님도 여러 역할을 넘나든다. 이때 서로를

나비 같은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날개를

어쩌다 예술쌤⑰ 교사가 만드는 예술교육 프로젝트

“희嬉 프로젝트. 저는 이 프로젝트를 5년을 생각하고 기획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019년. 매해 희비가 엇갈리는 충북문화재단 ‘헬로우아트랩’ 프레젠테이션 심사장. 아직 선정도 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당당히 5년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상한 교사를, 껄껄 웃으며 얘기나 들어보자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예술’이란 단어가 붙은 프로젝트는 모두 기웃거리면서 복작복작 도전해왔던 나에게도 ‘희嬉 프로젝트’는 5년의 청사진으로 완성되는 회심의 프로젝트였다. 희嬉 프로젝트, 아지트 메이커스(Agit Makers) 직육면체에 세우는 오롯한 놀이 공간 직육면체 상자에 가득 채워진 책상과 의자. 글자가 빼곡한 칠판. 눈을 두는 그

현장의 움직임을 담아
정책을 더욱 두텁게

2022년 12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예술인·노무제공자 출산전후급여 지원대상 확대 및 고용촉진장려금 개편 (‘22.12.11.) 정부는 11월 29일(화)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법 시행령」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등 고용노동부 소관 2개 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그간 예술인·노무제공자 출산전후급여는 출산일에 고용보험에 가입 중인 경우에만 지원되고 있어, 계약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은 예술인·노무제공자가 실제로 지원받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이에 출산일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 중이 아닌 예술인·노무제공자도 출산전후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이 개정되었다.(시행일: 22.12.11.) 지원 대상이 되는 예술인·노무제공자의 구체적인 범위를 출산 등을 한 날 이전 18개월 중 예술인·노무제공자로서의 피보험 단위기간이

새로운 물길을 개척하는 항해자들의 기록

인천문화재단 아카이빙 프로젝트 ‘항해일지’

바다는 단 한 순간도 침묵하지 않는다. 쉴 새 없이 파랑을 만들어 내며 부서지고 높이 튀어 올라 출렁이는 흐름을 자아낸다.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바다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허공을 휘젓는 바람, 땅 아래 깊은 곳에서부터 생동하는 울림, 우리는 흔들리는 바다의 표면부를 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힘을 짐작할 뿐이다. 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그럼에도 인간은 디딜 곳 하나 없는 이 바다를 동경했다. 저 너머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란 확신, 그 과정에서 틀림없이 성취해 나갈 목표들.

오늘을 기억하게, 내일을 꿈꾸게

연애하듯 기록하기

지역, 집단, 사람을 만나 매력을 느껴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출판해야겠다는 욕구는 어쩌면 원초적이다. 연애처럼. 내가 느낀 것을 함께 나누고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닮았다. 기획 단계는 썸이라면 리서치 단계(콘텐츠 제작)는 연애 초반이고 완성 단계는 연애 끝자락이다. 주제 대상과 어떤 연애를 했는지는 결과물에서 알 수 있다. 어떤 매력을 느꼈고 얼마나 집중했는지, 얼마큼 애정을 쏟았는지가 모두 책에 드러나니까. 나 또한 연애하듯 지난 9년간 8권의 책을 만들어왔다. 지역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도, 특정 집단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도, 식물과 동물에 관심이 많아 그에 관한 책을 쓰기도

만나고 섞이고 흐르는 푸른 공유지

예술가의 책방⑩ 청색종이

어느 신문에 소개된 덕분에 많은 분이 책방에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주로 좋은 책을 알아보는 분들이지요. 고서를 수집하는 분, 좋은 시집을 찾아오신 분, 그리고 시집을 팔고 있는 시인이 안타까워 찾아오신 원로 시인. 고서를 수집하는 분이 찾아오셔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또 다른 분이 책방 문을 여셨지요. 고서를 수집하는 분이 그분을 알아보시더군요. “아, 용혜원 시인 아니신가요!” 처음에 저는 몰랐습니다. 사진으로도 뵌 적이 없었으니까요. “어떤 시인이 자기 전 재산을 내다 파나 싶어 하도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오자마자 책장을 보면서 여러 권의 시집을 바로 뽑아내시더군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