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Creative Scotland)와 폴햄린재단(Paul Hamlyn Foundation)이 공동주최하고, 아트웍스연합(ArtWorks Alliance)이 협력하는 제3회 국제예술강사대회(The Third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ITAC3)가 지난 8월 3일(수)부터 8월 5일(금)까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렸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은 8월 4일 동시다발 세션에서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현황과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발표는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이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서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국제교류 활동을 소개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해외 프로그램을 국내에 들여와 안착시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뉴욕 필하모닉 협력프로그램 ‘꼬마작곡가(Very Young Composers)’와 국내의 노하우와 인력, 콘텐츠를 갖고 해외로 나가는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이 직접 교육강사로 참여한 임수연, 강선미 예술강사의 발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 세계 예술강사/예술가, 행정가, 연구자 220여명이 모였으며, 동시다발 세션에는 5~6개 세션이 진행되어 주제와 관심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한국 세션에는 한국에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국제 심포지엄 연사로 참석했던 전문가를 비롯해 30여명 정도가 참여했다. 발표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곳을 바라보고 함께 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으는 두 사람. 이들을 만나 제3회 국제예술강사대회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열정이 넘치는 강선미 강사와 수줍은 소녀 같은 임수연 강사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무더운 날씨보다 더 뜨거웠을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왼쪽부터 임수연, 강선미 예술강사
그동안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강선미2009년부터 무용분야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학교 예술강사로서 중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그 밖에 군인, 노인, 전공생 등 다양한 대상을 만나고 있다. 한국무용을 전공해서 무대에서는 춤꾼, 안무가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창작 작품도 하지만 전통 작품을 주로 하고 있다. 전통 작품은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기회가 많다. 문화예술 융복합 장르에 관심이 있어 다른 장르와 협업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임수연작곡을 전공하고 개인적으로 작업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4년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집이 안양인데, 항상 멀리 있는 곳으로 수업을 나간다. 첫해는 제일 먼 익산이었고, 그다음 2년은 대구, 지금은 의정부에서 하고 있다.
각각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과 ‘꼬마작곡가’ 사업에 참여하셨다.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
강선미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술강사를 하게 된 동기도 틀에 박힌 것이 싫어서였다. 아이들에게는 무궁무진한 알파 같은 것이 있다. 아이들의 그런 에너지가 나를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여러 지원사업을 찾아보고 참여하려고 한다. 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에서 선도적인 사업을 하고 있고,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도 그중 하나였다. 아직 문화예술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기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임수연지인의 소개로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지원했다. 강사로 선정되고 워크숍도 받고 아이들과 만나다 보니,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필요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4년째 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ODA’ 와 ‘꼬마작곡가’의 진행 과정을 듣고 싶다.
강선미베트남 라오까이 지역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현지 교수와 교사, 예비 교사를 대상으로 매개자 교육을 진행했다. 기후와 사람들의 성향이 우리나라와 많이 달라 답답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내가 진행한 수업이 첫 수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전에 수업을 진행하셨던 사진, 미술 분야 강사와 협업하여 팀티칭(team teaching) 방식으로 진행하며 참여자들의 장점을 파악해갔다. 참여자 시선에 맞추려고 노력한 결과 자연스럽게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육의 도입 부분을 시각자료로만 보여주고 이를 움직임으로 연결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무용이 아닌 단순한 움직임을 끌어낼 수 있는 일상의 상황이나 지시어를 주고 움직임을 찾도록 도왔다. 그렇게 찾아낸 움직임들을 연결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등 창작 작업을 해나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기존의 기능교육 중심의 무용교육에서 벗어나 가능성을 발견하는 듯했다. 마지막 단계에는 참여자들이 각자의 수업을 기초로 기획한 교육계획안을 다른 분야를 융합하여 만들었는데, 기초적인 단계지만 발상이 대단해 보였다. 올해도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작년에 이어 어떻게 연장선을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임수연‘꼬마작곡가’는 뉴욕 필하모닉 커리큘럼에 바탕을 두고 우리의 정서와 환경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 첫해에 10주차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5주차로 늘어났다. 본격적인 참여자 개인 작업은 8주차부터 시작한다. 그 전에는 작곡하기 위한 워밍업과 악기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놀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표현을 이끌어 낸다. 이때 활동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이 곡을 어렵게 쓰느냐 쉽게 쓰느냐의 차이가 나타난다. 그래서 매년 프로그램 과정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결과 발표는 15주차에 한다.
이번 국제예술강사대회 동시다발 세션에서 발표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강선미2013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 전반과 함께 2015년 직접 진행했던 매개자 교육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과 과정 등을 소개했다. ‘움직이는 건축물’을 주제로 마을에서 혹은 우리가 지금 뛰어노는 이 공간에서 몸과 마음을 알아가는 감각적인 놀이로 시작해 점, 선, 면을 이해하는 과정, 즉흥과 창작으로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라오까이 지역에 대한 인상 혹은 내 주변에 대한 인상을 탐색하고, 내 몸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내고, 그것이 다시 건축물과 연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작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사례를 발표했다.
임수연뉴욕 필하모닉의 ‘꼬마작곡가’는 미국적인 문화에서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도입한 2013년부터 우리의 문화와 환경을 고려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진행한 워크숍과 실제 프로그램 실행을 통해 변화된 과정을 소개했다. ‘꼬마작곡가’ 강사와 다른 예술가들이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며 프로그램을 발전시켰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어떻게 곡을 썼고 ‘꼬마작곡가’가 의미하는 바와 프로그램의 가치에 대해 발표했다. 뉴욕 필하모닉과 교류하는 영국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er)와 미국 링컨센터(Lincoln Center) 관계자도 참석했는데,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어떻게 적용, 안착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세션 발표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이나 발표내용이 있었다면 이야기해 달라.
강선미해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우리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발표는, 우리의 기준으로 보자면 문화예술교육이라기보다 커뮤니티아트에 가까운 프로젝트였다. 바퀴가 달린 침대가 시내 한복판에 놓여 있고, 침대위에 할머님 한 분이 앉아 뜨개질하는 것이다. 그 할머님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왜 이곳에 있지 궁금해 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대화가 생기는 지점, 계기를 만드는 행위 자체를 예술교육으로 보는 것이었다. 지금껏 나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방법론과 접근에 대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우리는 프로그램부터 만들어 내려고 한다면 이와 반대로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에 접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임수연표현의 자유로움이 눈에 보였다. ‘변혁적 통합의 미학’이라는 제목의 동시다발 세션에 참여했는데, 그림과 단어로 자기의 이야기를 쓰는 활동이 물 흐르듯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인상 깊었다. 내 수업에서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국제예술강사대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강선미내 인생의 모토는 ‘즐기자’이다. 계획대로 안 되도 즐기면서 하면 힘도 덜 들고 후회도 없다.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을 즐겁게 하려면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이런 생각이 더욱 굳건해진 것 같다.
임수연아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로움을 줘야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나는 교육이라는 틀에 갇혀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어릴 때 받은 예술교육은 기능 중심이었다. 지금과 같은 문화예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보다는 계획하고 준비한 문화예술교육을 현장에서 실행하기에 바빴던 것 같다. 국제예술강사대회를 통해 많은 예술교육자를 만나면서 나에게 없는 여유를 발견했다.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 문화예술교육을 소개하는 동시다발 세션의 발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예술강사 연수와 우리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질문과 답변을 이어나가면서 훌륭한 예술이 반드시 훌륭한 예술교육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만의 고유한 전문성과 가치가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해외의 경우 뜻이 있는 기관들이 자체적인 사업을 의미 있게 펼치고는 있지만 전국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나 시스템이 거의 없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이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고유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정책입안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이들에게는 꾸준한 과제가 되어왔다. 참여자들은 10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인프라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 한국의 사례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우리의 고민과 노력에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또한 한국과의 협력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해외 관계자들도 있어 국제교류의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전했다.
강선미
강선미

수원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부터 학교 예술강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무용수이자 안무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에도 참여해왔다. 2015년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에 참여하여 매개자 교육을 진행했다.
임수연
임수연

상명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석사과정에 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창작 활동 역시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제6회 음연 작곡 콩쿨(3등), 제3회 세일 한국가곡 콩쿠르(작곡부문 2위) 등 여러 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사진 _ 마루스튜디오

이보늬
이보늬
연극분야 예술강사. 세월초등학교 연극 창의체험 수업, 연천 에코+연극 꿈의 학교, 이주 청소년 연극 수업 등 다양한 현장에서 참여자들과 문화예술교육으로 만나왔다. 2014년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문화예술교육 국제실행 매뉴얼 개발 시범사업, 2015년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해외탐방조사(미국 필라델피아)에 참여하였다. 현재 문화파출소 강북 문화보안관으로 지역주민들과 문화예술교육으로 만나는 시도도 함께하고 있다.
bonui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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