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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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도보로 5분 거리 아파트 사이, 요즘 보기 드문 터줏대감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낡은 건물이 나왔다. 간판 하나 없는 겨자색 벽에 ‘행화탕’이라는 글씨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었다. 건물 안은 어떤 예술 공간이 펼쳐져 있을지 상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권효진 기획자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밝은 목소리로 행화탕에 대해 설명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일에 대한 확신과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행화탕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예술로 목욕합니다>는 원래 목욕탕이었던 행화탕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이다. 10명의 기획자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나는 주로 시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뉴타운인 아현동에서 이주민과 정주민이 서로 동네 친구로 만날 수 있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학창시절 무용을 전공했는데,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무용수는 연습과 노력, 그리고 타고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무용수의 길 보다는 기획자의 길을 걷고 싶었다. 서울발레시어터에서 지역특성화 사업으로 노숙인 발레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후 아르떼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연수도 참가하고,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교육 관련 종사자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내면에 숨겨진 나를 승화시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다. 과정의 순간순간이 즐거워 내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용은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 연출, 무대, 의상 등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예술이다 보니, 기획하면서 전체를 아울러 보는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이 무용을 전공한 장점인 것 같다.
살롱다트(Salon d’Art)로 2014년 학습공동체, 아르떼 동아리(이하 아르떼 동아리)에 참여했다. 아르떼 동아리 활동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
살롱다트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CoP(학습공동체, Community of Practice, 이하 ‘CoP’)이다. 무용과 국악에 관심을 가진 나와 시각예술분야의 기획자 두 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우리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시각예술 감상가이드북을 제작하는 것으로 주제를 정했다. 가이드북을 만들기 위해 스터디를 하면서 팀원들로부터 시각예술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 미술에 생소한 나는 시각예술 부분에 대해 일반인의 시각에서 피드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와 같은 상호교류가 현대예술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각예술의 감상 방식을 적용하여 무용을 바라보는 신선한 접근이 나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을 느꼈다.
살롱다트의 진행 과정과 성과가 궁금하다.
우리 팀은 관객들이 예술작품에 최대한 쉽게 접근하고, 작품을 느끼고 즐기는 방법을 가이드북에 담고자 했다. 각자 소속이 다르고 하는 일이 있다 보니, 가이드북을 지속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지인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전달했다. 아르떼 동아리를 하면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을 즐겼던 것 같다. 이후에도 각자의 영역에 활동하면서 아직도 예술에 대한 이슈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동반자가 되고 있다. CoP는 다른 분야의 훌륭한 전문가들을 만나는 인맥의 장이 될 수도 있다.
2015, 2016년에는 아르떼 동아리 멘토로 참여했는데, 참여자들이나 연구주제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2015년에는 팀이 구성된 지 얼마 안 된 초기 워크숍에 참여하여 전년도 경험자로서 CoP에 대한 맥락 정도만 설명했다. 2016년에는 중간과 최종 워크숍에 두 번 참여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르떼 동아리 참가자들이 점점 현실적인 주제를 잡는 것 같다. 중간 워크숍 때는 명확한 주제는 있지만, 방향성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팀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과거 현장에서 관찰하고 경험했던 사례 등을 바탕으로 조언을 드렸다. 최종 워크숍에서는 연구주제를 실제로 실행했던 팀도 있었고, 모든 팀이 중간발표 때보다 팀별로 명확한 주제와 결과들이 있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다. 스스로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 CoP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 생각하는데, 올해 참여자들은 무엇을 보충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달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2018년에는 나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CoP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다른 기관에서 하는 CoP도 많지만, 아르떼 동아리처럼 주기적으로 열리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CoP는 과정이 중요하므로 결과를 정해놓고 과제를 설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왜 CoP를 하고 싶은지, 왜 이 대상과 이 주제인지에 대해 진정성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평소에 철학이 맞는 멤버들과 미리 팀 구성을 하고 나서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또 이 분야에 대해 모르는 누군가에게 제안서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연습도 필요한 것 같다.
문화예술분야의 기획자로서 자기계발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축적한 모든 지식을 프로젝트에 열정적으로 쏟아 낸 후엔 늘 새로운 배움을 갈구하게 된다. 그 첫 번째 노력이 CoP 활동이다. 공모기간이 촉박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시간에 쫓기면 완성도가 높지 않아 아쉬운 면이 종종 있었다. 반면 CoP의 특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준비를 할 수 있어 차후 프로젝트에 좋은 밑거름이 된다. 두 번째는 드로잉이나 훌라춤 등 평소에 관심 있던 장르를 배우려 노력한다. 다양한 장르와 관심사를 내 몸과 머리에 채워 넣고 기획자로서의 활동에 기폭제가 되도록 미리 축적해놓는다. 이런 경험들이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더욱 알차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해준다.
평소 기획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고 있나? 요즘 관심을 두는 분야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나와 관련된 일상생활의 주제가 기획의 바탕이 된다. 예를 들어, 주부가 되니 의식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기획으로 연결이 되는 경우이다.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 참여자들도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주제에 접근했던 것 같다. 또,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웹진 [아르떼365], 다른 문화재단의 웹진, 트렌드에 예민한 패션 잡지, SNS, 뉴스 등을 통해 사회의 이슈 등을 꼼꼼히 파악하고 다른 단체들과 그 이슈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요즘 홈가드닝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는 생활예술의 또 다른 방식이고 표현방법인 것 같다. 예술이 유통되는 또 다른 채널을 경험하고 싶어서 홈가드닝으로 프리마켓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자신만의 자세와 철학이 있다면?
기획자로서 참여자들을 직접 만나기보다 예술가나 예술강사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행화탕 프로젝트는 달랐다.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참여자들에게 애착이 많이 갔고,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행화탕에 놀러 온 남자아이가 대화 중에 “예술은 마음이 편해져요.”라고 하더라. 어린이도 예술을 이렇게 느낄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예술을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지금처럼 참여자들에게 애착을 갖고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CoP란?
나에게 CoP는 연료와 같다. CoP를 통해 공부하면서 지식도 쌓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맺고, 새로운 기회를 향해 정진할 수 있게 하는 연료인 것 같다.
권효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경희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 MBA를 수료했다. 2012년 서울발레시어터에서 <노숙인 발레교육>으로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시작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국악원, 경기도문화의전당, 과천시민회관 등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현재 동료들과 아현동 재개발지역에 문 닫은 목욕탕 ‘행화탕’을 다시 열고 <예술로 목욕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문화예술 기획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영상 _ 강장원(미술작가)
- 이엄지
-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받았다. 현재 학교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이자 통합문화예술교육단체 옴브라쏨브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아동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여러 기관에서 강의하고 있다.
artist_um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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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진 기획자의 글을 보면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의식주의 기본적인 것에서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기획자님에 대해 더 알고싶은 것은 어떤 소재가 기획의 기반이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아 아쉬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