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소더비 인스티튜트 단기 연수 참가기

소더비 인스티튜트 단기 연수 참가기

 

싱가폴에 있는 소더비 분원으로 연수를 가게 되어 마음을 설레며 하루하루를 기다리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연수를 다 마치고 돌아와서 연수기를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역시 시간의 도도한 흐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과거 GATT체제하에서와는 달리, WTO체제하에서 서비스 교역과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 새롭게 다자 간 무역체제의 영역 내에 들어오게 되어 법조인인 저는 특히 지적재산권 보호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점차 성장해 가면서 국가의 부국강병을 이끄는 전통적인 요소들이 변화해가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와 같은 조그마한 중진국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 중 문화정책은 정말 지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국제적 거대투기자본이 연쇄적으로 흔들리면서 세계경제가 순식간에 붕괴위기에 휩싸이는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러니하게 그 당일 런던 소더비에서는 데미안 허스트가 피카소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경매가로 또 하나의 중요한 시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K옥션 등 국내의 미술시장 주축들도 홍콩, 싱가포르로 출품하는 등 한국문화예술의 세계진출의 태동이 힘차게 꿈틀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평소부터 문화예술 및 관광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한 한국의 사법시험을 통과한 법률가이기도 한 저로서는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법률가로서 체계와 권리보호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우리나라의 예술계의 실정은 어떠하고 이에 비하여 서구 국가들의 실정 및 교육은 어떠할까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원했는데 매우 감사하게도 연수에 참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원래 예상했던 연수과정의 내용은 소더비 인스티튜트 교육과정 중 “예술시장(Art Market)”이었습니다. 위 인스티튜트의 교육과정은 대학원의 석사과정에 해당하였고, 그 중 한 모듈을 수강하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소더비 측에서 파악하고 있는 예술시장에 관한 입장, 소더비 경매가 경영되는 기본 구조, 교육방법 및 교육내용, 그리고 실제 소더비 경매에의 참관, 예술시장의 경향 예측, 예술 애호가와 투자자들의 구별 및 각기 행동원리, 예술시장과 관련 법 및 제도 그리고 관련 로비 상황, 인스티튜트 과정 수료자들이 진출했던 진로들, 향후 계획 등 전반에 대한 개요 등을 배우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원의 한 학부과정에 끼어서 한 주간 수업 한 꼭지를 듣고 오는 것으로는 상술한 많은 것들을 알고 오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경매에 관한 내용은 실제 크리스티 경매에서 경매사로 20년이 넘도록 근무하고 있는 분이 강의하셔서 그 연수가 아니면 평생 들을 수 없었을 생생한 실전 경험에 기초한 정말 값진 지식들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국내에는 희소인력에 대하여 인지도가 미미하고, 희소인력이 양성되고 있지도 않으며 수요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실상 문화예술분야 시장에서는 개별 분야의 전문인력들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담당자가 여러 업무를 동시에 보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내의 예술시장 규모가 작아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일을 세분화해서 각각의 전문가를 활용할만한 여건이 형성되어있지 않고 희소인력도 부족한 것이 현 예술시장의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세계 13위권 국가로서 경제규모에 따른 국민의 문화예술생활 및 향유에 대한 욕구, 또한 국가경제규모에 상응하는 문화예술관련 수요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화된 희소인력은 현재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시의적절하게 희소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깨닫고 진흥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 지속될 희소인력 양성에 있어서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몇 자 적어봅니다.
‘누구를’, ‘어떻게’, ‘무엇을’, ‘얼마의 기간 동안’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희소인력 양성의 대상을 발굴할 때, 전공의 제한을 두지 않고 이 분야에 대한 자질과 열정이 있는지와 국외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면 희망 지원자 중에서 실제 현지에서 활용가능한 언어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고려하여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비로 교육을 지원하는 만큼, 충분히 공부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후원과 제재가 적절히 있어야 합니다. 희소인력의 분야는 사실상 매우 다양한데, 그것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가장 수요가 많은 분야부터 점차 전문인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만큼, 단기간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 연수를 통해 문화예술분야 희소인력에 대한 인식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음은 분명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최소 1년에서 2~3년의 교육과정과 실무 경험을 거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슴에 뜨거운 열정이 타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우왕좌왕한 우리 예술계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수를 통해서 비단 싱가폴 소더비 인스티튜트 과정 중의 한 내용을 습득하고 온 것뿐만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생각도 하게 되고 느낀 바도 많은 소중한 경험이 되어 감사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성경구절 중에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시작도 전혀 미미하지 않고 상당한 정도로 잘 시작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방향을 위해 항상 고심하는 조장은 대리님을 비롯한 교육진흥원 실무관계자분들, 그리고 저를 뽑아주신 면접관 교수님과 함께 연수과정에 참가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보고, 최선을 다해서 정말 문화예술계에서도 한국의 기적을 창출해 내는 멋진 희소인력들이 되어보면 좋겠습니다. 경제난으로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의 싹을 새로 틔워보는 연말연시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모두들 힘내시고 파이팅입니다!

「2008 문화예술 희소인력 양성 시범사업」 소더비 국내 초청 단기연수
  소더비인스티튜트, 아츠앤비즈니스와 전략적 MOU 체결
「문화예술 희소인력 양성 사업」 – 문화예술분야 희소인력 양성을 위한 현장 제언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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