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 작가와의 대화: 다큐멘터리 작업과 설치미술

마닐라 올티가스에 위치한 로페즈 박물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Artist Talk)”는 다큐멘터리 분야에 대한 주제로 열렸다. 로페즈 박물관은 작가와의 대화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강의의 목적은 일반인들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다큐멘터리 제작과 그 외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지망 학생, 두 작가들이 만든 작품 애호가들이 참석했고,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박물관에서 마련한 작가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문화예술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해당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강연의 경우에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필리핀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리카 컨셉션(Rica Concepcion)과 현대미술가 키리 달레나(Kiri Dalena)는 제작 과정과 작업했던 경험을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리카 컨셉션은 필리핀의 다큐멘터리 분야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유니세프, HBO 방송국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녀의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리카는 남편과 함께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리카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등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세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전달했다.

리카는 다큐멘터리의 변화 과정을 화두로 열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사용하는 VHS, 슈퍼VHS, MiniDVD 등의 직접 보여주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제작 환경을 설명하였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작업했던 방대한 양의

 아날로그 필름들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 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리카가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무빙 카메라’를 선물 받게 되면서부터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69년부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가 촬영한 1957년 필리핀 지역 중 하나인 ‘바기오(Baguio)’와 그녀가 제작한 1995년 ‘바기오(Baguio)’는 다르면서도 닮아있다. 1957년의 바기오(Baguio)는 무성영화처럼 소리가 없고 흑백영상이다. 영상은 평범한 일상의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을 담고 있으며, 1995년의 바기오(Baguio)는 필리핀의 장례식 모습과 필리핀의 전통 음악과 관습, 양식 등을 담고 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서 같은 장소이지만 다큐멘터리의 성격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공동작업을 하는 파트너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달라서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여 조언하였다. 긴박한 상황에서 인터뷰를 거부당한다든지, 때로는 지켜보기에 마음이 아픈 장면을 계속 촬영 진행해야 한다는 등의 괴로움도 있지만, 다큐멘터리 작업은 힘들지만 즐거운 작업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다큐멘터리가 예술인지 작가주의인지 궁금하다는 청중의 질문에, “영상을 담는 필름 작업은 분명 예술적 작업이다. 스틸 카메라를 사용한다든지, 기술적인 요소가 필요한 작업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가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한 기획과 컨셉은 작가주의이다”라고 답변하였다.

다큐멘터리는 현재에 대한 기억을 과거의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리카의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필리핀 역사와 현재 모습을 생생하게 잘 담고 있다. 필리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부터 생활 모습,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한 영상까지 담고 있어서 예술적 영상미와 사실적 기록일 뿐 아니라 마음에 남는 메시지가 되는 다큐멘터리의 매력을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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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키리 달레나는 1970년대 필리핀의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그녀의 작품, “Barricade, book of slogans, erased slogans, and isolation room”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의 작업세계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키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필리핀의 대표적인 여성 현대미술가이고 영화제작자, 작가, 사진가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 필름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하였으며 미술, 영화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1970년대 필리핀의 모습을 기록한 수백장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본 후, 그녀는 처음 계획했던 것에서 변경하여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고, 어린 세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다시 기획하였다고 한다.

1970년대 다큐멘터리 사진 중에는 의자로 바리게이트를 만든 사진과 거리에 돌이 떨어진 사진들도 있다. 키리는 다큐먼터리 사진을 설치미술로 재현함으로써 그 당시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키리의 작품은 실제로 로페즈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었다. 그녀가 다큐멘터리 사진의 영향을 받은 설치미술작품들에서 어떤 감동을 받고, 어떤 마음으로 작업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작품 중 일부는 진흙으로 만든 조각들이 있는데, 박물관에서는 특별히 물기 있는 상태가 지속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박물관의 전시관은 그림을 위해 기본적으로 물기 있는 환경을 배제한다. 필리핀 박물관이 예술가의 입장을 배려하고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키리 달레나는 작업 과정과 기획에 대해 “일률적으로 늘 똑같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전시 공간과 사람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 기획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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