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넘어서는 자생과 활기의 음악축제 – 페트 들라 뮤직 (Fete de la Musique)

프랑스의 음악 축제는 1985년 “유럽음악의 해(Annee europeenne de la Musique)”를 맞아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도 개최되기 시작했고, 시작한지 15년이 되기도 전에 5대륙의 100여 개국으로 확산되었다. 베를린, 바르셀로나, 이스탄불, 룩셈부르크, 로마, 프라하 등 수많은 유럽 도시들이 “유럽음악축제 협력자 헌장(une charte des partenaires de la Fete europeenne de la Musique)”에 서명했고, 샌프란시스코, 뉴욕, 마닐라,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 브라질, 콜롬비아 등 수많은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도 매우 중요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청소년에게 다양한 음악적 표현에 친숙해지는 기회가 되는 음악 축제

국제적인 성공과 더불어 1998년에는 기념우표가 제작되는 등 주목할 만한 사회적 현상(phenomene de societe)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는 프랑스의 음악축제는 새로운 형태와 유행의 음악 장르를 소개하고 전통적인 음악을 새롭게 재해석하며 세계 각국의 문화가 담긴 음악들을 소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작곡가, 연주가, 아마추어 음악인, 전문 음악인 들이 모두 어울려서 가요, 락, 팝, 클래식음악, 현대음악, 재즈, 랩, 라틴음악, 블루스, 레게, 힙합 등 모든 형태의 음악의 다채로운 향연을 펼치고 있으며, 뉴 테크놀로지와 관련하여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창작에 대한 미래적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공식사이트 내에 ‘넷 뮤지컬(Net Musical)’ 이라는 코너를 개설, 음악서비스와 관련된 웹 사이트 사용에 대한 정보 링크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음악이라는 것은 그 성격상 춤, 퍼포먼스 등 기타 장르의 예술과 혼합된 형태로 확산되므로, 자연스럽게 타 장르의 예술적 표현에 익숙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이 음악 축제는 청소년들을 비롯한 프랑스 국민들이 여러 가지 음악적 표현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음악을 보다 적극적으로 즐기게 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국가의 문화를 접해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이 축제는 예술의 민주화를 표방하는 자끄 랑 전 문화부, 교육부 장관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행사이다.

퐁피두센터 앞의 사물놀이

또한 이 음악축제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축제다. 길 한쪽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아줌마 합창단의 노래가 들린다. 그리고 또 한 켠 에서는 젊은이들이 헤드 뱅잉을 하고 있다. 물론 음악소리들이 섞이기도 하고, 무질서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남이 하고 싶은 것도 존중해야 한다’는 일종의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의 관객은 미래의 주인공 – 음악축제 속의 어린이들

페트 들라 뮤직에서는 주로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지지만, 가족단위의 시민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다양한 길거리 공연들을 홀린 듯 구경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연주를 준비하여 행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도 있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고 있는 어린 삼형제들, 첫째와 둘째는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번갈아 연주하고 있고, 악기를 배우기에는 좀 어려보이는 막내는 형들을 위한 악보가 넘어지지 않게 열심히 받치고 있다. 형제들의 어머니는 좀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음악을 좋아해서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가르치고 있어요. 아이들이 대중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연주하는 것을 배우게 하고 싶어서 함께 나오게 되었습니다. 음악축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만인의 축제잖아요.” (아드리앙과 아모리 어머니) 이렇다 할 음향시설도 없고, 연주 자체도 썩 훌륭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연주하는 어린이들의 진지한 태도와 연주를 듣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격려는 여느 수준급의 콘서트에 못지않다. “올해로 두 번째로 (음악축제에 참가)하는 거예요, 작년에는 좀 떨렸는데 올해는 하나도 안 떨려요.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계속 할 거예요!” (아드리앙 Hadrien, 10세, 바이올린) “작년에 형이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하고 싶었어요, 좀 떨리는데 그래도 재밌어요” (아모리 Amaury, 8세, 오보에)


노틀담성당 앞의 삼형제 공연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는 ‘어린이들의 목소리(La voix des enfants)’이라는 연합회에서 주관한 아이들의 공연이 있었다. 뤼테리 위르벤 협회(www.lutherieurbaine.com)와 함께 하는 이 공연은 ‘어린이들의 목소리’들에서 주관하는 14국의 50명의 어린이들과 16명의 인솔자들이 참가하는 음악 교육캠프의 일환으로 준비된 것이다. 6월 14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 어린이들은 음악 전문가들의 특별한 수업을 그들의 모국어로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고, 음악캠프가 끝나기 하루 전인 21일 시청 앞 광장에서 그동안 준비한 공연을 선보였다.

이렇게 어린이들을 비롯하여 아마추어들이 대거 참여하는 음악 축제에서는 직접 연주나 노래를 통해서 참여하는 사람들과 이를 보는 사람들 사이의 벽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기존의 콘서트에 필요한 특별한 무대 없이 연주하는 경우가 많고 보는 이들이 즉흥적으로 함께 연주를 하는 경우도 많아, 크고 작은 연주들이 전체적인 축제의 색깔을 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앞 어린이들의 목소리공연

자생적 활기에 근거한 ‘무료’ 음악 축제, 페트 들라 뮤직

음악 축제는 무료의 원칙으로 진행된다. 참여하는 음악가들이 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으나, 이와 관계없이 대중에게는 모든 행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위해 작곡가, 에디터 등 음악인들의 모임인 사셈(Sacem)은 이날 상업적 후원 없이, 그리고 음악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준비되는 모든 무료공연에 한해서 음악 저작권을 청구하지 않는 것에 공식적으로 합의하였다.

이렇게 원칙적으로 음악축제는 자생적인 활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리고 모든 장르의 음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준수사항들이 있다. 연주자들은, 파리의 경우 공공장소의 관리와 책임을 담당하는 파리 시청과 공공의 안전보장의 임무를 담당하는 파리 경찰청에 공연하고자 하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연주하고자 하는 음악에 대한 설명과 함께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 이 신청은 신청하는 장소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허가되었거나 (이 경우에는 다른 가능한 장소들을 소개해준다) 안전상의 문제가 있을 때에는 거절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안전상의 문제가 유발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크고 작은 행사들이 암묵적으로 허용된다. 또한 문화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돕기 위해 웹 사이트를 통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상황(예를 들어 콘서트를 기획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는 경우, 장소는 있으나 함께 연주할 사람을 찾고자 하는 경우, 프로그램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어디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 가 등)에 맞는 참여 가이드라인을 지방별, 파리 시, 그리고 기타 국가들에 맞게 제공하였다.


레알의 인디언음악 공연(좌)과 이태리어센터 앞의 이태리그룹 공연(우)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과 귀가를 위해 각 지방 및 파리의 다수 지하철과 버스 노선이 밤새도록 운영되었다. 특히 여러 번 이동하는 경우를 위해 음악축제 특별 표(파리의 경우, 오후 5시 반부터 새벽 8시까지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2,5 유로 티켓)를 판매하였다. 또한 안전 확보를 위한 경찰병력이 곳곳을 순회 관리하여, 안전한 행사 진행에 총력을 다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부 거지들이나 노숙자들을 제외하고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어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과 관광객들이 많은 지역에는 간간히 음료수 판촉 행사 같은 것이 있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상업적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프랑스의 음악 축제는 1985년 “유럽음악의 해(Annee europeenne de la Musique)”를 맞아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도 개최되기 시작했고, 시작한지 15년이 되기도 전에 5대륙의 100여 개국으로 확산되었다. 베를린, 바르셀로나, 이스탄불, 룩셈부르크, 로마, 프라하 등 수많은 유럽 도시들이 “유럽음악축제 협력자 헌장(une charte des partenaires de la Fete europeenne de la Musique)”에 서명했고, 샌프란시스코, 뉴욕, 마닐라,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 브라질, 콜롬비아 등 수많은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도 매우 중요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청소년에게 다양한 음악적 표현에 친숙해지는 기회가 되는 음악 축제

국제적인 성공과 더불어 1998년에는 기념우표가 제작되는 등 주목할 만한 사회적 현상(phenomene de societe)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는 프랑스의 음악축제는 새로운 형태와 유행의 음악 장르를 소개하고 전통적인 음악을 새롭게 재해석하며 세계 각국의 문화가 담긴 음악들을 소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작곡가, 연주가, 아마추어 음악인, 전문 음악인 들이 모두 어울려서 가요, 락, 팝, 클래식음악, 현대음악, 재즈, 랩, 라틴음악, 블루스, 레게, 힙합 등 모든 형태의 음악의 다채로운 향연을 펼치고 있으며, 뉴 테크놀로지와 관련하여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창작에 대한 미래적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공식사이트 내에 ‘넷 뮤지컬(Net Musical)’ 이라는 코너를 개설, 음악서비스와 관련된 웹 사이트 사용에 대한 정보 링크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음악이라는 것은 그 성격상 춤, 퍼포먼스 등 기타 장르의 예술과 혼합된 형태로 확산되므로, 자연스럽게 타 장르의 예술적 표현에 익숙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이 음악 축제는 청소년들을 비롯한 프랑스 국민들이 여러 가지 음악적 표현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음악을 보다 적극적으로 즐기게 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국가의 문화를 접해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이 축제는 예술의 민주화를 표방하는 자끄 랑 전 문화부, 교육부 장관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행사이다.

  
퐁피두센터 앞의 사물놀이

또한 이 음악축제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축제다. 길 한쪽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아줌마 합창단의 노래가 들린다. 그리고 또 한 켠 에서는 젊은이들이 헤드 뱅잉을 하고 있다. 물론 음악소리들이 섞이기도 하고, 무질서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남이 하고 싶은 것도 존중해야 한다’는 일종의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의 관객은 미래의 주인공 – 음악축제 속의 어린이들

페트 들라 뮤직에서는 주로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지지만, 가족단위의 시민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다양한 길거리 공연들을 홀린 듯 구경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연주를 준비하여 행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도 있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고 있는 어린 삼형제들, 첫째와 둘째는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번갈아 연주하고 있고, 악기를 배우기에는 좀 어려보이는 막내는 형들을 위한 악보가 넘어지지 않게 열심히 받치고 있다. 형제들의 어머니는 좀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음악을 좋아해서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가르치고 있어요. 아이들이 대중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연주하는 것을 배우게 하고 싶어서 함께 나오게 되었습니다. 음악축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만인의 축제잖아요.” (아드리앙과 아모리 어머니) 이렇다 할 음향시설도 없고, 연주 자체도 썩 훌륭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연주하는 어린이들의 진지한 태도와 연주를 듣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격려는 여느 수준급의 콘서트에 못지않다. “올해로 두 번째로 (음악축제에 참가)하는 거예요, 작년에는 좀 떨렸는데 올해는 하나도 안 떨려요.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계속 할 거예요!” (아드리앙 Hadrien, 10세, 바이올린) “작년에 형이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하고 싶었어요, 좀 떨리는데 그래도 재밌어요” (아모리 Amaury, 8세, 오보에)


노틀담성당 앞의 삼형제 공연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는 ‘어린이들의 목소리(La voix des enfants)’이라는 연합회에서 주관한 아이들의 공연이 있었다. 뤼테리 위르벤 협회(www.lutherieurbaine.com)와 함께 하는 이 공연은 ‘어린이들의 목소리’들에서 주관하는 14국의 50명의 어린이들과 16명의 인솔자들이 참가하는 음악 교육캠프의 일환으로 준비된 것이다. 6월 14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 어린이들은 음악 전문가들의 특별한 수업을 그들의 모국어로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고, 음악캠프가 끝나기 하루 전인 21일 시청 앞 광장에서 그동안 준비한 공연을 선보였다.

이렇게 어린이들을 비롯하여 아마추어들이 대거 참여하는 음악 축제에서는 직접 연주나 노래를 통해서 참여하는 사람들과 이를 보는 사람들 사이의 벽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기존의 콘서트에 필요한 특별한 무대 없이 연주하는 경우가 많고 보는 이들이 즉흥적으로 함께 연주를 하는 경우도 많아, 크고 작은 연주들이 전체적인 축제의 색깔을 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앞 어린이들의 목소리공연

자생적 활기에 근거한 ‘무료’ 음악 축제, 페트 들라 뮤직

음악 축제는 무료의 원칙으로 진행된다. 참여하는 음악가들이 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으나, 이와 관계없이 대중에게는 모든 행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위해 작곡가, 에디터 등 음악인들의 모임인 사셈(Sacem)은 이날 상업적 후원 없이, 그리고 음악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준비되는 모든 무료공연에 한해서 음악 저작권을 청구하지 않는  것에 공식적으로 합의하였다.

이렇게 원칙적으로 음악축제는 자생적인 활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리고 모든 장르의 음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준수사항들이 있다. 연주자들은, 파리의 경우 공공장소의 관리와 책임을 담당하는 파리 시청과 공공의 안전보장의 임무를 담당하는 파리 경찰청에 공연하고자 하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연주하고자 하는 음악에 대한 설명과 함께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 이 신청은 신청하는 장소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허가되었거나 (이 경우에는 다른 가능한 장소들을 소개해준다) 안전상의 문제가 있을 때에는 거절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안전상의 문제가 유발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크고 작은 행사들이 암묵적으로 허용된다. 또한 문화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돕기 위해 웹 사이트를 통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상황(예를 들어 콘서트를 기획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는 경우, 장소는 있으나 함께 연주할 사람을 찾고자 하는 경우, 프로그램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어디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 가 등)에 맞는 참여 가이드라인을 지방별, 파리 시, 그리고 기타 국가들에 맞게 제공하였다.

  
레알의 인디언음악 공연(좌)과 이태리어센터 앞의 이태리그룹 공연(우)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과 귀가를 위해 각 지방 및 파리의 다수 지하철과 버스 노선이 밤새도록 운영되었다. 특히 여러 번 이동하는 경우를 위해 음악축제 특별 표(파리의 경우, 오후 5시 반부터 새벽 8시까지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2,5 유로 티켓)를 판매하였다. 또한 안전 확보를 위한 경찰병력이 곳곳을 순회 관리하여, 안전한 행사 진행에 총력을 다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부 거지들이나 노숙자들을 제외하고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어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과 관광객들이 많은 지역에는 간간히 음료수 판촉 행사 같은 것이 있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상업적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월드컵의 열기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던 지난 6월, 프랑스의 밤은 또 다른 축제로 뜨겁게 타올랐다. “음악을 하세요, 음악 축제(Faites de la musique, Fete de la Musique)”. 같은 발음의 문구를 중첩시킨, 프랑스 특유의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이 표어는 음악을 직접 함으로써 음악을 즐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올해 음악축제의 타이틀이다. 1982년 당시 문화부 장관 자끄 랑(Jack Lang)에 의해 시작되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매해 6월 21일 하지 날에 프랑스 전역에서 일제히 열리고 있는 이 축제는 남녀노소를 막론한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랑스의 대표적 축제 중의 하나이다. 축제 장소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거리, 카페, 레스토랑, 공원, 광장 등 다수의 시민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그리고 각 시에서 지정하는 범위 안에서 밤새도록 자유롭게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는 것이 이 축제의 특징이다.

 
카페의 연주자들

음악을 온 누리에 – 고대 전통에 바탕한 만인의 음악 축제

1981년 10월 문화부의 음악 및 무용부장으로 취임한 모리스 플뢰레(Maurice Fleuret)는 당시 문화부 장관 자끄 랑의 요청에 의해 ‘콘서트 없이도 음악이 어디에나 존재하는(la musique partout et le concert nulle part)’ 상태를 구현하고자 하는 자신의 이상적 이념을 실천하게 되었다. 그는 1982년 실시된 프랑스인들의 문화향유활동에 대한 한 연구를 통하여, 절반이 청년층으로 구성된 5백만의 프랑스인들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들을 거리로 불러내어 음악을 즐기게 하고자 하는 그의 소망을 프랑스 음악축제로 실현하였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긴 6월 21일 하지 날에 문을 연 축제 첫해의 프로그램은 수 천 명의 아마추어 및 전문 음악가들이 거리에서 밤 8시 반부터 9시까지 연주를 하는, 비교적 짧은 행사로 준비되었다. 그중에서도 파리 오페라 단의 베를리 오즈의 환상 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 거리 연주는 시민들에게 흔치 않은 감동을 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30분으로 예정되었던 이 첫 번째 축제는 시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넘겨 계속되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렇게 예상을 뛰어 넘는 축제의 성공은 교도소, 병원, 학교관련기관, 그리고 음악 학교의 행사들과 연결되면서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하였다. 이렇게 이 음악축제는 문화예술의 향유기회를 자연스럽고 민주적으로 제시하여, 도심과 외곽 지역의 교류를 이끌어내고 지방의 작은 마을들에 활기를 주는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모델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게 된 것이다.

 
2006 음악축제 포스터(좌)와 로고(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기반이 되긴 하지만 음악축제를 준비과정에서는 드락(DRAC) 등의 기관 및 여러 협회들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1]이들은 전체프로그램 리스트를 배포하고 홍보하는 역할과 축제를 준비하기 위한 가이드 역할과 상담, 안전 주의사항 등을 조언을 주는 상담자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전국의 라디오, 신문, 텔레비전, 잡지 등 언론 및 방송매체들은 행사의 홍보역할을 맡았다. 이밖에도 협력기관들은 개별적 홍보를 위해 한정 수량의 범위 내에서 포스터를 무료로 배포하고, 행사로고를 웹 사이트의 프레스 코너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건전한 축제 문화를 위하여

페트 들라 뮤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한국의 월드컵을 생각하였다. 경기를 보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가 과도하게 흥분한 응원단 속에서 고생을 한 사연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왜 그런데 애를 데리고 나와…” 라는 댓 글. 언제부터 ‘온 국민의 축제’라는 월드컵이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위험할 만큼 광적인 분위기로 치우치게 된 것일까? 물론 월드컵과 음악축제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축제의 밤을 만끽하는 프랑스 시민들의 모습과, 자율적으로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과음을 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등 아직은 축제에 서툰 (일부) 우리의 자화상이 대비되면서 왠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가스펠그룹의 합창

모든 사람들의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숙한 축제의식이 우선적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상업적인 행사들이 주객인양 판을 벌이고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내가 즐겁기 위해서는 남도 즐거워야 한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남이 하고 싶은 것도 존중해야 한다는 교육의 기본이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것 같다. 프랑스의 음악축제에는 연주를 직접 준비하여 참여하는 어린이들도 있고 단지 부모님 손을 잡고 나와 여름의 시작을 즐기는 어린이들도 있다. 어느 축제나 행사에서처럼 참여의 정도와 형태가 다양하다.
물론 행사를 직접 준비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이것은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된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축제를 어떻게 즐기는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각자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즐기는 배려의 마음을 먼저 갖지 않고서는 가족 단위의 시민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평화로운 축제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가운데 문화예술의 토대로서의 세련된 축제문화가 자리 잡는 꿈을 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1] ADCEP (Association pour le Developpement de la Creation, Etudes et Projets), DRAC(Direction Regionale des Affaires Culturelles), ARDMD(Association Regionale de Developpement de la Musique et de la Danse), ADDM(Association Departementale pour le Developpement de la Musique et de la Danse), ADIAM(Association Departementale pour l’Information et l’Animation Musicale), etc.

참고 사이트
www.fetedelamusique.cultur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