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찾아가는 문화부’, 드락

프랑스의 ‘찾아가는 문화부’, 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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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의 출범 이후 광주 및 부산비엔날레 같은 여러 가지 국제문화행사가 지방도시에서 개최되는 등 문화예술분야의 중앙 집중화 현상은 예전보다 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방과 서울, 외곽지역과 중심도시 사이의 문화적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응집력의 결정적 요소이며 발전의 기본이 되는 문화의 지역적 불균등은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때 국가 발전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방과 파리 사이, 각 지방들 사이, 그리고 중심 도시들과 외곽 지역 사이의 불균등이 존재하는 현실과 그 해소의 필요성을 일찍이 인식한 프랑스는 1977년부터 문화부의 기능을 분권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과 문화협력단체들의 주변에서 전문가와 조언자 역할을 담당하며 각 지방의 문화사업 및 활동을 총괄할 문화지방사업국 드락(DRAC : Directions regionales des affaires culturelles)을 각 지방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26개 지방[1]에 분포되어 있는 ‘찾아가는 문화부’ 드락의 구체적인 역할 및 사명, 활동 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오를레앙(Orleans)에 위치한 드락 성트르의 장루이 르프레트르(Jean-Louis Lepretre, 이하 JLL) 씨를 만나보았다.


[1]본 기사에서 말하는 ‘지방’이란 도시와 대비되는 지역을 가리키는 광범위한 개념의 용어가 아니라 프랑스의 지방자치의 한 단위를 의미한다. 프랑스 지방자치의 단위는 크게 지방(Region, 광역자치단체), 데파르트멍(Departement, 중역자치단체), 그리고 꼬뮌(Commune, 기초자치단체)으로 나뉜다. 각 자치단체는 해당 권한영역 내에서 완전한 자율권을 가지므로 각 단위 간의 상하주종관계 및 지도감독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데파르트멍은 다수의 아롱디스멍(Arrondissement)으로, 아롱디스멍은 다수의 캉통(Canton)으로 나뉘는데, 예외적으로 리옹, 마르세이유, 그리고 파리와 같은 대도시는 시립 아롱디스멍(arrondissements municipaux)로 나누어진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http://paris.klafir.or.kr/info/if01.jsp 을 참조.

드락, 지방정책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각 지방의 맞춤형 문화부

아르떼진: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드락 성트르의 활동과 성트르 지방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릴까요?

JLL: 프랑스의 성트르(Centre) 지방은 6개의 도(departements)–Loiret, Eure-et-Loir, Loir-et-Cher, Cher, Indre, Indre-et-Loire–로 구성된 프랑스 중부지방입니다. 샹보르, 쉬농소, 쉐베르니 등 루아르 강변을 따라 운집한 고성들로도 유명하지요. 잔다르크의 고장 오를레앙에 위치한 드락 성트르는 이전 담배공사(Manufacture des tabacs) 자리로 97년부터 이전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화재, 고고학, 조형예술, 영화와 시청각 분야, 서적 및 독서분야, 음악과 무용 분야 등 성트르 지방 내 문화예술사업의 전반적인 활동들을 분야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모든 장르의 현대예술창작 지원을 중시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중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지원에 주력하고 있죠. 이외에도 지방청(prefecture de region)와 지역 지청(prefecture de departement)과 함께 행정과 재정 계획의 관계를 담당하는 일반 행정 서비스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그림. 프랑스 지방 분포도

아르떼진: 문화의 여러 분야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할 텐데요. 드락의 인력 구성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JLL : 문화의 지역 정비와 대중적 확대, 문화예술교육지원, 문화경제육성 등의 활동을 위해 드락의 디렉터는 필수적으로 과학, 기술, 예술, 행정 등 매우 다양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팀과 일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의 고문(conseiller)들이 국가경쟁시험(concours)을 거쳐 선발되는데요, 현재 드락 성트르에는 조형예술분야에 1명, 서적 및 독서 부문에 2명, 음악부분에 2명, 문화예술교육분야에 1명의 고문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고고학과 문화재 분야는 분야 당 20여명의 인력이 배치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제(deconcentration)와 지방분권제(decentralisation)의 조화

아르떼진: 다른 분야에 비해 문화재와 건축 분야에 굉장히 많은 인력들이 편성되어 있네요.

JLL: 드락은 각 지방마다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문화행정을 위한 기관이므로 이와 직결되는 문화재 분야와 건축, 고고학 분야의 활동이 활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현재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지방별 문화재 및 역사기념물(monuments historiques)의 목록화(inventaires) 업무인데, 이를 위해 지방의회(Conseil regional)와 원활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사진.오를레앙에 위치한 드락 성트르 전경

아르떼진 : 국가 기관인 드락이 지방자치의회와 협력함으로써 지방분권제와 지방자치제가 적절하게 조화되고 있군요. 그렇다면 현대미술지방진흥재단 프락(FRAC, 아르떼 웹진 2005년 6월 기사 참조)과는 어떤 관계에서 협력하고 계시는지요? 프락이 일종의 드락 산하기관이라고 볼 수 있나요? 프락의 경우 각 지방마다 소장에 주력하는 작품장르들이 두드러지던데, 혹시 각 지방의 드락에도 일종의 특화된 분야가 있나요?

JLL : 우선 프락의 재정은 드락 지원 50퍼센트, 지방의회(Conseil regional) 지원 50퍼센트로 충당됩니다. 따라서 작품소장 결정회의 등에 각 기관의 대표들이 부분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죠. 그러나 완전한 수직관계라기 보다는 일종의 협력자 관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원칙적으로 드락의 목적은 문화예술분야를 전반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므로 어떤 장르를 특별히 지원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올해 무용을 장려하면 좋겠다고 국가 우선 지침(directives nationales en priorite)이 내려오더라도, 그 지방에 무용단이나 관련단체가 적을 경우에는 억지로 강요할 수 없는 거죠. 사실 이렇게 국가의 지침을 지역적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바로 드락의 임무이자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르떼진: 정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관계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겠군요.

JLL : 방금 말씀드린 바와 같이 드락은 각 분야의 중앙행정 지침을 적용하기에 앞서 지방 정책과의 연관성을 체크하는 곳입니다. 지방 의회와의 협력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이러한 지방의회와의 협력은 문화예술발전에 필요한 예술센터, 극장, 미술관 등의 구조적 장비(equipements structurants)의 밀도를 보충하는 것,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다 많은 문화활동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주변 지역의 문화 공간 생성을 장려하는 것, 문화예술기관과 사회교육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의 새로운 협력자 관계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교육부를 대표하는 지방교육청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지원

아르떼진 : 작년에 문화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이 공동으로 문화예술교육계획의 중요성을 재천명하면서 전국의 드락 및 지방교육청장을 대상으로 연설했던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문화예술교육지원을 위한 드락의 역할이 매우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락은 문화예술교육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요?

JLL: 아시는 것처럼 드락은 각 지방 교육청(rectorat)과의 협정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드락 성트르는 오를레앙-투르 지방 학군(academie)과 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문화가 포함하는 범위가 광범위하므로 농업 및 산림지방청과도 협정을 맺고 있죠. 드락에 상주하는 문화예술교육 전담위원(Conseiller pour l’education artistique et culturelle)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교육자, 예술가, 문화기관을 소개하고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진.오를레앙 현대미술센터및 연극센타

기본적으로 드락은 공인된 음악학교에 매해 재정지원을 하며, 지방에 따라서는 관련 교육감사원의 의견에 따라 조형미술학교에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락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기타 유아 및 청소년들을 맞이하는 보육원, 여가센터 등의 공간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지방교육청을 비롯한 기타 국가 서비스와 함께 다수의 활동을 지도하는데, 이러한 활동들은 문화유산의 이해, 예술적 언어에의 입문, 현대예술창작물에 대한 지식을 얻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학교기관들과 문화기관 사이의 협정 및 자매결연, 예술실기 아틀리에와 문화수업들, 혹은 예술가 스튜디오 설치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구요. 이밖에도 드락은 교사들과 문화활동가들의 양성 및 교육을 지원합니다.

아르떼진: 그렇다면 국립교육자료센터(CNDP)나 국립자원체(PNR)와의 협력은 필수적이겠군요.

JLL : 드락은 CNDP보다는 각 지방에 분포된 지방교육자료센터(CRDP) 및 도교육자료센터(CDDP)와 협력합니다. 오를레앙 PNR의 특화분야인 건축 주제와 관련해서도 원활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 도(departements)의 교육감사원(inspections academiques)을 비롯, 투르(Tours)의 현대창작센터(C.C.C.), 투르 대학, 오를레앙 대학 등은 성트르 지방의 대표적인 드락 협력 기관이죠.

아르떼진 : 학교 현장의 수업에 참여하게 되는 예술가들의 자격에 대한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JLL : 참여예술가의 자격을 심사하는 기준은 크게 학위, 작품(production), 그리고 보급 정도(diffusion)의 세 가지입니다. 이 기준들은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세 가지 기준 중 하나만 충족시켜도 되는 경우도 있고, 하나 이상을 적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드락은 국가나 지역단위의 문화예술교육수업을 지원하므로, 재정 지원을 드락이 아닌 학교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경우는 학교 기관 자체의 참여예술가 자격 심사가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재정지원 원천의 다원화 ? 사립지원 장려

아르떼진 :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드락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락의 활동 예산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각 드락마다 배정되는 국가 예산은 동일한 수준인가요, 아니면 이것도 지방마다 편차가 있는지요?

JLL : 드락의 기본적인 활동 업무는 100퍼센트 국가 예산으로 운영됩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에는 항상 다양한 여러 파트너들이 있고, 협력 과정에서 추가적인 예산이 각 협력자로부터 더해지게 되죠. 각 드락은 해당 시기의 특정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 신청을 합니다. 따라서 각 지방 드락의 예산이 당연히 같을 수는 없고, 지역적 특성과 시기적 필요에 따라 유동성 있게 배분됩니다. 예를 들어 프락 성트르가 2007년 경 건물을 이전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향후 몇 년 간은 프락을 위한 예산이 집중적으로 지원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각 지방의 현실(realite de terrain)을 충분히 고려한 운영을 통해 지역 격차를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지요.


사진.드락 성트르 디렉터 장루이 르프레트르씨

아르떼진 : 프랑스는 국가 및 지방 자치단체 등 공적인 지원 구조가 정말 잘 정비되어 있네요. 그렇다면 이러한 공적 지원 외에 개인기업 등을 통한 사적 문화예술 지원과 협력이 있는지요?

JLL : 문화 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기업에 도움과 조언을 주는 드락은 협회(associations)의 설립과 경영을 지원하며, 문화 메세나의 발전을 지원합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말씀하신 사적 재정의 문화예술지원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2004년 8월에 개정, 발표된 메세나 지원법입니다. 개인은 66퍼센트, 기업은 60퍼센트로 면세혜택을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이 발효된 이후, 사적 문화지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르떼진: 다른 지방의 드락과 협조하는 일도 있는지요?

JLL: 드락 대표자 협회(Association des DRAC)라는 것이 있어서 각 드락의 장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의견을 나누는데요, 이것은 구체적인 협력보다는 주로 아이디어 교류차원의 협력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지만 각 지방간의 문화적 협력이 훨씬 구체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patrimoine mondiale de l’UNESCO)으로 지정된 ‘루아르 계곡지역(Val de Loire)’은 성트르 지방에 인접한 페이 들라 루아르 지방(Pays de la Loire)까지 지리적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문화유산의 통합적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두 지방의 드락 및 지방 관계자들이 회의를 통해 연계적인 관리를 해 나갑니다. 이외에도 독일 인접 지역인 드락 알자스 지방의 경우는 독일의 접경 지방과 협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르떼진: 귀한 시간 감사드립니다.

JLL: 감사합니다.

프랑스에서는 80년대 초부터 이러한 문화예술분야 뿐 아니라 정책과 관련된 전반적인 국가 권력을 각 지방으로 분산하는 지방분권화가 지방자치제와 조화하는 방식으로 정착되어 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지역에 따라 효율적인 문화지원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프랑스 드락의 사례처럼 문화예술분야지원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줄 국가기관이 지방마다 준비되어 있지 않아 국가 네트워크의 창출이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지원을 위한 기관 지정의 문제에 있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방선거를 마친 지금, 지역이기주의나 선거 공약으로 남발되는 문화행사가 아니라, 각 지역의 상황과 필요에 부합하는 문화예술분야의 실속 있는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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