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예술영재교육, 엘리트주의를 뛰어넘어 문화적 다양성으로

1999년 영국 교육부에서 영재교육지원책(Gifted and Talented Initiative)을 구축하기 전까지 영국에서의 영재교육은 전통적으로 대부분 지방교육청, 지방 정부 각급 학교의 개별적 소관으로 이루어져 왔다.

각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려는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의 일환으로 2002년 설립된 국립영재아카데미(The National Academy for Gifted and Talented Youth 이하 NAGTY)는 우선적으로는 영국 내 우수한 어린 인재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잠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영재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각종 수업자료 및 워크샵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더불어, 아카데미 내에 설치된 연구센터를 통해 영재교육에 관한 체계적인 교수법을 모색하고, 이를 궁극적으로 정부 예술 및 교육 정책과 연계시키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영재교육을 국가정책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 교육개혁이 최근 의회를 통과한 반면, 최근 몇 개월간 <더 타임즈(The Times)>에 실린 영재교육 관련 기사들은, 국립영재아카데미(이하 NAGTY)가 소수의 그룹만을 위한 엘리트적인 발상이라는 여론의 논란에 둘러싸인 양상을 다루고 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현재 NAGTY의 영재교육 연구센터 부소장으로서 재직하며 특히 예술영재교육과 문화정책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 조너단 니란즈(Jonothan Neelands) 박사를 만나 영국의 예술영재교육의 현황에 대해 들어보고, 더불어 1997년 노동당정부 이후 영국 문화정책에서 일관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과 예술적 영재교육간의 연계성에 관한 논의를 들어보았다.

아르떼진: 먼저, NAGTY의 웹사이트와 영재교육과 관련된 정부의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면 영재교육을 두 개의 다른 용어로 분류해서 부르는 것이 유독 눈에 뜨입니다. ‘Gifted’와 ‘Talented’가 바로 그것인데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조너단 니란즈 : Gifted & Talented Education이란 용어는 원래 영재교육지원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입니다. 영국 내 각 도시에 있는 학교들을 중심으로, 각 분야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상위 5~10%의 학생들을 선발하여 그들의 잠재력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부가적인 학습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정책의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Gifted 라는 용어는 수학이나 과학, 영어 등 학습 교과목에 뛰어난 학생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고, 이와는 반대로 Talented라는 말은 음악이나, 무용, 스포츠, 드라마 등 실용적인 예체능 분야에 특출한 학생들을 지칭하는 말로 구분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정부정책에 있어 이러한 용어구분은 사실상 어떤 특별한 학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상의 용어구분일 뿐이지요. 프랑소와 가니예(Franois Gagn)라는 학자가 Gifts와 Talents를 구별하여 쓴 글이 있었기는 하지만, 본 정책에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가 말했던 것처럼, 수학과목에서의 특출한 재능과 음악에서의 특출한 재능을 어떤 수직적 분류로 가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두 분야의 재능 모두 중요한 것이니까요. 따라서 그 둘 사이의 구별성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재교육을 논하는 정부정책에서 두 용어를 굳이 차별화하기 시작했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제가 이해하기로는 일반적으로 ‘영재교육’을 자연스럽게 학문적 재능으로만 간주하고 예술적 재능에 관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상황을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국가적 차원에서 예술적 재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미래의 유능한 예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보다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지요.

아르떼진: 현재 영국의 영재교육과 이와 관련한 NAGTY의 역할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영국의 학문적 영재교육(Gifted Education)은 “영국식 방법(The English Model)”을 따르고 있습니다. 영국식 방법은 학문적으로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을 따로 뽑아서 이들만을 모은 다른 학급을 편성한다던가, 혹은 영재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학교나 사립학교에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학교의 학급 내에서 다른 보통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게 하고, 영재아이들의 개별적 차이에 따라 부가적으로 이들의 잠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규 교과과정 내에서 영재들의 학문적인 측면에 포커스를 두는 만큼, 지원체계는 교육부를 중심으로 하고 이런 지원체계는 NAGTY와 런던 영재교육기관(London Gifted and Talented)같은 기관과 연계되어 다양한 파트너쉽을 통해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 같은 경우, 특출한 아이들만 선별하여 영재들만이 모이는 특수학교에서의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지요. 영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즉, 정규 학교체계 내에서 보통의 학급에서 시작되는 통합교육을 영재교육의 시발점으로 삼는 것이지요. 정부는 각 학교로 하여금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상위 5~10%의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들에게 조언을 제공해줄 수 있는 ‘영재교육 조정관 (Gifted & Talented Co-ordinator)’ 을 배치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재학생들을 맡게 되는 선생님들에 대한 별도의 교육프로그램도 제공이 되고요.

NAGTY의 경우는 NAGTY에 등록된 학교에서 추천한 학생들 중, 전체 상위 5%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선별적인 셈입니다. 2004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영국 내 학교들 중 60%정도가 가입되어 있으며, 현재 83,0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NAGTY는 적극적으로 영재아이들의 재능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각 학교의 영재교육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조정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지요. 다양한 온라인 학습 자료나, 학생들 간의 채팅 공간, 포커스 그룹, 온라인 수업, 또한 주요 40여 개의 대학들과 연계한 3주간의 섬머스쿨을 운영하는 등, 영재아이들에게 필요한 개별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교사들을 위한 특별 워크숍이나, 자체 연구기관을 통해 영재교육 교수법 및 정부영재교육정책을 연구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르떼진: 최근 타임즈의 기사 등을 통해 NAGTY의 정책이 일부 소수 그룹만을 위한 엘리트적이고 차별적인 교육정책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 점과 관련해서 영국의 영재교육을 어떻게 바라보시는 지요?

아시다시피 문화를 논할 때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소위 고급문화(high art)와 대중문화(low art)의 경계에 관한 논란이 끊임없이 있어왔지요. 이 논란은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단히 유럽적인 사고방식이기도 합니다.

일단 영국의 영재교육이 택하고 있는 “영국식 방법”의 장점에 관하여 말씀드리면, 여러 연구결과 영재들을 따로 모아 교육을 시켰을 때 보다, 이들이 일상적 정규학교에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필요한 부가적 학습을 보충했을 때 학업성취도가 훨씬 좋은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타납니다. 또한 영재아들과 함께 공부하는 학급의 경우, 일반적으로 그 학급의 성취도도 함께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나지요.

이 ‘영국식 모델’의 기조철학은 어떤 소수특정그룹에게 특별한 대우를 하는 엘리트적인 입장이라기보다는, 영국 내 전체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보다 넓은 의미에서 상위학생들을 포함하여 전 학생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회 균등을 실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르떼진: 영국 영재교육정책이나 NAGTY의 활동을 살펴보면 주로 학문적 영재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고, 상대적으로 예술적인 영재교육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게 보이는데요.

옳게 보셨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학문적 영재교육에 있어서는 영국식 모델이라는 특정한 방식을 통해 체계적인 국가지원정책이 마련되어 있지만, 반면 아직까지 예체능(예술적) 재능교육(Talented Education)에 있어서 통합적 지원체계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스포츠의 경우 문화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PESSCL “(The Physical Education, School Sports and Club Links Strategy)” 이라는 프로그램을 따르고 있기는 합니다. 각 학교 내 정규교과 및 클럽활동 프로그램, 지방자치 단체와의 연계, 지역별 전문 스포츠클럽과의 연계, 각 청소년 스포츠 단체 등과 조직적으로 연계되어 부가적 훈련지원과 장학금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포츠 특정분야에 특별한 소질을 보이는 어린 영재아이들을 발굴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고, 이런 지원체계는 학문적 영재교육의 영국식 모델과 많이 흡사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음악, 무용, 드라마, 미술 등 일반적 예술 장르의 경우는, 어떤 특정한 모델이 확립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음악의 경우는 정규교과목의 하나로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과목에 소속된 드라마나 체육과목에 소속된 무용의 경우보다,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훨씬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합니다만, 사실상 문제는 과외적인 비용이 추가된다는 겁니다. 수학이나 과학을 배우면서 교과목당 돈을 따로 내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음악의 경우는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부가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학교들이 음악분야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문화부와 교육부는 쌍방간 공동협력을 바탕으로 학교 내 음악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뮤직 메니페스토(Music Manifesto)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용이나 드라마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의 경우, 이들을 위한 특수 교육은 통합적인 정규학교교육 시스템 내에서라기보다는, 이들이 해당분야의 특수 예술학교에 진학할 수 있거나 관련된 훈련기관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중앙정부(문화부와 교육부) 혹은 여타 공기관 차원의 개별적 지원프로그램이 산발적으로 실행되어 왔습니다.

아르떼진: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영재교육에서 학문적 영재교육(Gifted Education)을 예술적 영재교육(Talented Education)과 비교할 때, 통합적인 교육방식을 통해 각급 학교 및 지역사회조직, 지역교육청, 교육부 모두가 연계된 체계화된 지원구조를 중심으로 훨씬 짜임새 있게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군요.

예, 맞습니다. 전통적으로 예술적 영재교육은 지방정부에서 그 지원을 담당해 왔었습니다. 장학금을 주거나 주말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던가 하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모든 지역이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고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축소와 더불어 그러한 지원들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1999년 교육부 내의 영재전담과를 위시하여 국가적 지원이 시작된 이래, 영재교육은 학문적 영재교육에 그 실제적 무게중심을 두고 이뤄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아르떼진: 그렇다면, 예술적 영재교육에 어려움이 있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요?

예술적 영재교육에서 어려운 점을 생각한다면 우선은, 예술장르별로 그 재능을 발견하는 방법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NAGTY에서 영재아이들을 선별할 때 어떤 경우에도 단순한 일차원적 IQ 테스트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지요. 그 중의 하나가 교사들의 소견서입니다. 그러나 예술분야의 경우, 판단기준을 정확하게 확립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경우, 일차적으로 그 재능의 정도를 점수를 통해서 평가 받게 되거든요. 예를 들면 피아노에서 6등급, 7등급, 8등급 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 재능과 잠재력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지요.

또한, 장르별로 예술적 재능과 잠재력을 파악하는 시기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무용이나 음악의 경우, 아이들의 특출한 재능과 가능성을 비교적 어렸을 때 발굴해서 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여건을 형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러나 가령 드라마의 경우, 일반적으로 18세 정도가 되어서야 그 재능의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더불어, 예술관련 교육의 경우, 현실적으로 사교육이 그 대부분을 담당해 왔습니다. 이런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느냐의 여부는 경제적인 뒷받침이 주요한 결정요인이 되지요. 또한 영국 중산층 가정의 – 특히 여자아이라면 –  교양교육 차원에서 발레와 피아노쯤은 배워야 한다는 식의 전통관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관심 있는 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사교육을 통해 이뤄지게 됩니다. 따라서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의 아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그 재능과 잠재성이 일찍 발달, 파악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예술적 영재교육의 범위는 학문적 영재교육처럼 단순히 정규 학교교육을 관장하는 교육부 차원에서의 지원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예술, 각 학교들과 대학교육, 그리고 성인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공동적인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현재 교육부 내에 스포츠, 무용, 음악분야 영재아들을 위한 부서들이 있지만 산발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까지 그 부서들 간의 조직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예술적 영재교육을 위해 학문적 영재교육에 상응하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마련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NAGTY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물론 일관된 모델을 확립시키고 그대로 체계화할 수만 있다면 간단한 문제겠지요. 하지만, 말씀드린 각 예술장르별 재능파악의 문제와 더불어 장르적 특수성 때문에 보다 세밀한 연구와 지원체계 검토가 필요합니다. NAGTY에서는 현재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예술적 영재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의 성과와 진행과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정부정책과의 연계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정부로 하여금 보다 체계적인 국가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르떼진: 현재 정부에서 추구하는 예술영재교육의 방향성과 1997년 토니 블레어 정부가 들어온 이후 문화정책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던 ‘문화 다양성’ 문제를 연관시킬 때 어떤 연결점이 있을 수 있을까요?

NAGTY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형평성(Equity)과 우수성(Excellence)을 모두 지원하는 일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모든 아이들에게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필요한 기회를 골고루 제공하는 것이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기도 하고, 더불어 보통의 아이들보다 여러 방면에서 우수한 자질을 보이는 아이들이 그들의 능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교육과 문화정책 모두에서, 형평성과 우수성은 기본철학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이는 곧 현 노동당 정부의 기조 정책과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영국에서 논의되는 문화 다양성은 사회복지적 입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영국의 문화전통은, 유럽의 문화적 전통이 대개 그러합니다만,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계층이 향유하는 고급문화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진행되어온 과정에서 전체 다수의 대중을 대변할 수 있는, 또한 현재 영국이 백인만이 아닌 다양한 마이너러티 인종들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복합적 사회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지요. 이에 대한 인식과 적극적인 개선방안이 토니블레어 정부에서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였고, 더불어 문화나 교육정책에서 형평성과 우수성을 함께 확보하기 위해 현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아르떼진: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예술적 영재교육 프로그램 내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문화적 다양성’의 이슈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DADA 프로그램(The Drama and Dance Awards, 이하 DADA 프로그램: 드라마와 무용에 재능을 보이는 16세 이상의 영재들을 위한 장학금지원사업. 원래는 교육부내에서 주도된 사업이었으나, 2005년 직업교육원 (Learning and Skills Council) 전담으로 그 책임기관이 변경되었음.)의 최근 6년간의 성과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제가 발견한 것은, 정부의 예술 영재교육에 대한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생각한 만큼 형평성이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정부가 형평성 부재의 원인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DADA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시작했을 때는, 사교육을 중심으로 예술적 재능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가정환경 출신 학생들이 경제적 문제 때문에 교육의 균등한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무용과 드라마에 재능 있는 아이들로 하여금 사설기관에서 그들에게 알맞은 교육 및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각 사립 예술학교 및 기관들과 연계하여 장학금을 지급했던 것입니다.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사회적인 불평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형평성과 우수성의 문제가 함께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지난 6년간의 성과를 되돌아보면, 결과적으로 이들이 훈련기관을 끝내고 전문 무용수나 배우로서 직업을 갖게 되는 예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우선적으로 오디션의 문제를 살펴볼까요?

그들의 능력을 더 발전시켜 전문 무용수나 배우가 되려면 오디션을 거쳐야 하는 데, 대부분의 오디션은 런던에서 이뤄집니다. 지방의 학생들이 런던을 가야 한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또한 오디션의 경우도 별도의 오디션비용을 지불해야 하지요. 하지만 문제핵심은 경제적인 부분에 그치지 않습니다. 연극오디션의 경우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독백을 시험 보게 됩니다. 발레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의 용어들이 프랑스어로 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성장과정이나 가정환경/교육을 통해 상대적으로 세익스피어의 작품이나 불어사용에 더 익숙한 아이들이 유리하죠. 게다가 DADA 프로그램 통해 받은 훈련보다는 어려서부터 사적인 교육을 통해서 잠재성을 키운 아이들이 전문성을 요구하는 오디션의 요건에 훨씬 유리하게 되겠지요. 또한 이런 고급문화에 익숙하게 자라온 아이들의 경우는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심지어 먹는 방식조차도 자연적으로 그 선발요건에 가깝게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는 불리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무용학교의 경우,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는 지원자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사진과 함께 제출된 지원서류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연극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발레 무용수가 되기 위해서는 발레의 전통 관념에서 원하는 무용수의 외형적 조건(체형 및 피부색깔 등)을 갖춘 아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경제적인 지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불형평성이 사회전반에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정부는 예술적 영재교육에서 지금까지 고정관념식으로 이뤄져 온 예술장르 – 대부분 고급문화에만 한정되어 있었지요. – 에 대한 한정적 인식을 초월해서 다양한 예술장르를 포용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영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인종들의 문화가 정부의 문화정책을 비롯한 예술적 영재교육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아르떼진: 예술적 영재교육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계속 실현시키기 위한 NAGTY의 입장은 어떠한지요?

NAGTY에 등록되어 있는 상위 5%의 학생들은 전체 사회 계층을 골고루 대변한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월한 계층과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저소득계층이나 사회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그 정도도 적은 셈입니다. 물론 그 상위 5%에 소속된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계속 유지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NAGTY는 그 상위 5%가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계층에 치우쳐져 있는 방향성을 변화시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덜 혜택받아온 계층의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어 이들이 보다 많이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시작단계이지요. 그러나 이미 그 필요성을 인식하였고 정부 및 관련기관들의 적극적인 방안모색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르떼진: 마지막으로 정부정책적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통일된 예술 영재교육정책을 위해서 어떤 점이 우선적으로 선결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예술 영재교육을 위한 정부의 인식을 바탕으로 많은 경제적인 지원이 이뤄져 왔습니다. 그러나 교육부와 문화부로 나뉘어져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지원프로그램들의 비일관성이나 비형평성의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교육부와 문화부의 보다 긴밀한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하겠지요. 이런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다른 예술기관 및 예술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통합적 파트너십을 통한 연계성 역시 확보되어야 하겠구요. 물론 이런 파트너십이 현재 완전히 부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더욱 긴밀한 협조체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더불어 스포츠분야에 적용되는 PESSCL 지원체계 같은 방식은 예술장르와의 접합지점에 관한 보다 세밀한 연구를 통해, 예술적 영재교육을 위한 통합적 협력지원체계 모델 확립에 있어 기본적 골격으로서 효과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예술적 영재교육은 어떤 모델 하나로만 지원하기보다는 각 예술장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보다 융통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체계의 구축이 필요로 할 것입니다.  

아르떼진: 장시간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조너단 니란즈 박사  
국립영재교육원 (The National Academy for Gifted and Talented Youth) 연구센터 부소장

* 영국 국립영재교육원 (The National Academy for Gifted and Talented Youth)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