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그빌 : 저희 쥬느빌리에 시립미술학교는 1968년 화가 그룹을 중심으로 한 전시회를 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0여년 간 이렇게 화가들을 중심으로 운영이 되다가 1978년에 도시 중심에 위치한 옛 시청 건물에 자리를 잡아 오늘에 이르게 되었죠. 이곳은 교육부의 정규교육과는 별도로 시에서 운영하는 미술학교*이구요,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등록하여 수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등록자격에 제한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학생으로 등록하여 수업을 받고 있죠. 모든 수업은 일년 단위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같은 학위가 수여되지는 않습니다.
쥬느빌리에 미술학교 아틀리에
현대예술창작과 지역문화예술중심지로서의 역할 수행
아르떼 : 학교 안에 갤러리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네요. 이름이 에두아르 마네 갤러리(Galerie Edouard Manet) 인데, 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나요?
롱그빌 : 인상주의 및 근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작가 에두아르 마네를 아시죠? 이 작가가 바로 쥬느빌리에에 살았더랬죠. 그래서 붙게 된 이름이구요. 저희 학교에서 이 갤러리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실 쥬느빌리에의 시민들은 파리와 근접해서 살고 있지만 여건상 파리 중심지로 나가서 양질의 전시관람을 하기에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지역적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저희는 이 130평방미터 정도 되는 전용 전시공간에 정기적으로 수준높은 현대미술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하고, 이 전시들을 지역주민 및 아동들의 문화예술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술관련 도서, 멀티미디어 출판물 등을 모아놓은 자료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컨퍼런스실을 마련해서 지역 주민의 생활 안에 자연스럽게 현대 예술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기도 하구요. 이를 위해서 시립무용학교, 도서관, 극장들과 연계하여 미술에서 보다 더 확장된 문화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어요. 많은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 걸어서 올 수 있는 도시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아이들 뿐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의 문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문화매개자와 전시장 안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들
아르떼 : 정말 여러가지 문화예술교육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군요. 그렇다면 미술학교라기 보다는 문화센터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롱그빌 : 지역주민들의 문화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저희 기관의 기본적인 성격은 조형예술 실기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저희 학교의 실기 수업 교사들은 일반학교 교사가 아닌 작가들이며, 이분들은 쥬느빌리에 미술학교 심의회에 의해 선발됩니다. 성인들을 위한 강좌, 아동을 위한 강좌들이 데셍, 회화, 조각, 점토, 사진, 디지털 예술, 미술사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죠. 아이들을 위한 강좌로는 나이대별로 수요일과 토요일에 많은 수업이 편성되어 있고, 15세부터 18세 사이를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반 수업은 중고등학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고등미술학교 준비반 같은 강좌도 개설하고 있구요, 시(市)의 심리의학전문상담소와 협력하여 운영되는 미술치료 특별 아틀리에도 편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과목들 외에도 쥬느빌리에 시에 위치한 여가 센터(Centres de loisirs)들의 영유아담당 교육자들을 위한 과목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는 각 문화기관에서 관객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짜는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게하기 위한 것이죠. 올해에는 이밖에도 ‘나도 현대미술을 좋아하기로 결심했어요 (J’ai decide d’aimer l’art contemporain.).’ 라는 제목으로 8회에 걸친 현대미술 컨퍼런스를 개설하여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미술수업 ? ‘우리 마을 바라보기’
아르떼 : 쥬느빌리에 미술학교는 시에서 주관하는 학교인데, 쥬느빌리에 시민들을 위한 특별한 행사나 프로그램도 있는지요? 일반 성인 아틀리에 수업이나 컨퍼런스 강좌들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 말이예요.
롱그빌 : 일단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전시는 모든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구요, 일년에 한번은 학교개방행사를 통해 수업을 듣지 않는 주민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것처럼 이보다 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시민프로그램들을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죠. 작년에 있었던 ‘우리 마을 바라보기(Vues sur ma ville)’ 프로젝트가 가장 최근의 예라고 하겠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도시를 아름답게 하기 위한 100가지 시민 프로젝트 (100 projets citoyens pour embellir la ville)’의 일환으로 시발전담당부서(Agent de developpement du Village)의 지역생활과(Direction de la Vie des Quartiers)와 협동으로 기획,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마을 바라보기 프로젝트
바늘구멍 사진기 스테노페(Stenope)를 아시나요? 간단한 상자에 구멍을 내서 그 안에 사진 인화지를 넣어 사진 이미지를 얻는 작업입니다. 작년 3월부터 6월까지 참가자들은 사진작가 막심 투라티에(Maxim Touratier)의 지도와 함께 사진 기술의 원리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도시 곳곳을 이 신기한 상자를 들고 누비면서 공사현장 등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우리 도시의 생생한 모습들을 담았습니다. 마지막 6월에는 전시실이 아닌 마을 곳곳에 설치된 광고 포스터판에 그동안의 작업을 2주간 전시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생활 속에 다가가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죠. 사진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도 누구나 간단히 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효과들이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갔던 우리 마을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와 재미를 만들어 주었어요. 예상치 못한 작업 결과에 흥미를 느끼면서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마을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시간을 들이기 (prendre le temps de voir)’ 시작한 겁니다. 일상 생활에 대한 관찰에서부터 예술이 시작된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깨닫기 어려운 사실을 느끼게 되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의무교육기관과의 연계협력 수업
아르떼 : 도시 내의 초중고등학교 등의 정규과정학교들 및 기타 학교들과는 어떤 식으로 협력하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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