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는 교사가 학생에게 하는 대표적인 칭찬의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학생들에게 꼭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칠까요? 관계 형성에 있어 대화는 중요하지만 우리는 대화 속에서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혹은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학생을 자발적 인격체로 성장하게 끔 돕는 교사의 대화방법은 어떤 것일까요? 오늘은 교실 안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대화를 조명하는 책, ‘지혜로운 교사는 어떻게 말하는가’를 소개합니다.
중학교 시절 미술시간의 일이다. 그 친구는 너무나 조용해서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도 없을만큼 내성적이었는데, 선생님께서 갑자기 그 친구의 스케치북을 들어 올리면서 큰 소리로 칭찬을 하셨다. “모두들 여기 좀 봐봐! 정말 잘했지? 바로 이렇게 하는 거야!” 70명의 시선이 일제히 스케치북과 그 친구에게로 쏟아졌다. 그러자 그 친구는 갑자기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쟤 왜 저래?”라는 수군거림이 쏟아졌다. 외향적인 성격의 나는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직장에서도 내성적인 직원들을 대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문예창작학과와 문헌정보학과 출신의 조용조용한 여직원들로 구성되어있던 도서정보팀장을 맡았을 때, 그들이 나와는 매우 다른 성격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특별히 튀고 싶지 않으며, 한 사람만 특별히 칭찬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일반적인 당근과 채찍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동기 부여할 것인가? 나는 그들을 강하게 끌고 가려는 리더였고, 그들은 나를 따라오다가 지쳐 쓰러졌다. 뭔가 문제가 많았다.
그러던 중 나는 코칭(coaching)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격이었다. 코칭에 의하면 나는 팀원들을 덜 존중하는 무례한 상사였으며, 내 방식은 많이 잘못된 것이었다. 이후 전체 회의를 소집하는 대신, 코칭을 통해 팀원들과 1:1로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변화를 결심하게 하는 방법으로 팀을 이끌려고 노력했다. 모든 것이 다 잘 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팀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기에, 팀원들도 나의 노력을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요즘 현장의 선생님들과 부모님들도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이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데 어느덧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야단을 치고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과 부모님들을 꼰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지금 선생님과 부모님 세대는 절대로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은 있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본인의 모습에서 꼰대를 발견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교사들과 부모들이 아이들에 대해 바라는 것은, 단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칭찬을 받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자발적인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특성을 존중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구체적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이 책은 좋은 노하우를 제공한다. 전직교사이자 교육연구가, 상담가인 칙 무어만과 낸시 웨버가 쓴 이 책은 아이들에게 상처주지 않고 교사의 마음을 전하는 대화의 기술을 소개하며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교실 대화법 67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총 8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특별히 밑줄 그으면서 읽었던 네 가지 대목을 소개한다.
“참 잘했어요!”라는 말은 평가형 칭찬의 대표적인 예다(…) 평가형 칭찬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칭찬을 듣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이 아이들은 스스로를 칭찬하는 법을 모른다. 평가형 칭찬을 남발하면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데 더욱 집착한다. 그리고 주변의 누군가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신이 거둔 성과를 즐기지 못한다. 자신의 중요성과 능력을 증명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에 대한 적절한 내적 기준이 발달하지 못한다. (p.37)
“미안하다고 사과해!”라는 말은 교사가 종종 학생들에게 사용하는 대화법이다. 교사는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겠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진정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네가 정말로 말하고 싶은 말은 잊어버려. 화가 나도 꾹 참고 속상해하지 마. 진짜 감정은 억누르고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 교사가 화난 학생들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라고 가르치는 셈이기 때문이다. (p.104)
교사가 말과 행동으로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단다”라는 믿음을 확실히 전달했을 때, 학생들이 무력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갖도록 격려할 수 있다. 살면서 부딪치게 되는 장애들을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게 가르치자. 교사는 아이들이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불평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대신에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이끌어줘야 한다.(p.186)
갈등 상태에 놓인 아이들은 대개 ‘이기는 것’에 집중한다. 그들의 경험상 타협하면 원하는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너희 둘 다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라는 대화법은 아이들이 이기고 지는 승패의 관점이 아니라,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의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새롭게 확인하도록 도와준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이 표현은 서로 협력하도록 북돋아 모든 사람이 이길 수 있게 해준다.(p.243)
이 책은 특별히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지만, 아직 부모가 되지 않은 청년들과 모든 성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로 돌아가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읽다보면, 예전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님의 태도, 그리고 그에 반응했던 나의 마음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다.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사이코패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진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뿐이다. 우린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치유와 학습을 경험한 후 한번 써먹어 보는 거다. 예를 든다면 절대로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회의석상에서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를 던져보자.
“그래도 뭔가 해결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지금 우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협의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글쓴이_ 조정미 (시인, 출판인)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언론대학원에서 문학과 출판을 전공했다. 1993년부터 PC통신을 시작하였으며 지금도 SNS와 블로그를 통해 수많은 이들과 소통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른 코드를 가진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메타포가 필요하며, 이전 세대와 대화하기 위해 책을 읽고 다음 세대와 대화하기 위해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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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교사는 어떻게 말하는가? 화요일 아침에 읽어보니 너무 좋습니다. 좋은 책 소개를 받게 되어서 아르떼365를 더 열심히 들여다 보게 될 것입니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이 가을에 독서로 새롭게 충전을 하며 새해는 멋있게 출발해야겠어요. 윽박지르며 사과를 강요하지 않기, 어른의 잣대로 보지않고 아이의 감정에 충실해서 말하기 등 열심히 감정읽기 코칭 기술을 따라하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는 소통이 중요합니다.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서도 부모와 자식간에도 마찬가지겠지요? 대화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걸 깨닫고 있는 요즘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네요.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책한권이 간절하게 느껴지는 가을에 보기 딱 좋은 책이 될 것 같아요
교사와 학생간의 이야기를 넘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제가 빠져들어 읽게되는 이야기네요. 한창 말안듣는 4살 꼬맹이, 위에서 말하는 보통사람들의 반응과 제 반응이 같아 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교사가 학생에게 대하는 것보다 더 가까운 자녀와의 교육에 대입해보고 싶은 내용이네요 긍정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 저부터 실천해봐야 할 것같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이사를 하면서 전학을 시켰는데 활동적이였던
아이가 말수도 줄어들고 교우관계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는지
모른답니다. 평소 워낙 활발하고 친구들로 넘쳐났던 아이라서 크게 걱정을 안했는데
초등학생인 큰 딸아이에게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담임선생님과의 면담후 눈에 뜨이지 않도록
아이를 보듬어 주시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런 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잘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선생님의
보이지 않는 힘을 느껴봅니다..기억하렵니다…선생님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