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익숙한 원칙에 대한 재해석일지도 모른다. 지난 5월 21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박은실 원장과 컬처웍스캐나다(Culture Works Canada, CWC) 그레그와르 갸뇽 대표가 서울에서 마주 앉았다. 문화와 예술, 교육과 사회의 교차점에서 각자의 현장을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인력 양성과 예술교육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통의 비전을 바탕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컬처웍스캐나다는 1994년 문화인적자원위원회(Cultural Human Resources Council)로 출범하여, 현재는 예술인과 문화종사자의 경력 설계와 권익 보호를 지원하는 유연한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공연예술, 시각예술, 공예, 음악, 영화, 디지털 미디어, 출판, 문화유산 등 폭넓은 문화예술 분야를 포괄하며, 예술가와 문화예술 종사자를 위한 다양한 인사관리(HR) 도구와 경력개발 툴킷(toolkit), 교육자료를 개발‧제공해 왔다. 특히 ‘예술 분야의 존중받는 일터 만들기(Respectful Workplaces in the Arts)’ ‘예술가의 경력 관리법(The Art of Managing Your Career)’과 같은 실무 중심 자료들은 교육자, 창작자, 행정가에게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대학원생 실습 프로그램, 중간 관리자급 리더십 멘토링(Talent to Lead), 유급 인턴십 프로그램(Young Canada Works) 등 실습 및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고용주와 교육기관 간의 파트너십을 촉진하고,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 간의 협력망을 조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갸뇽 대표는 “우리는 생태계를 조율하는 중립적 허브로서 지원 중심의 전략을 통해 예술인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라고 설명했다. 툴킷, 학습 자료, 네트워크 운영 등은 현장과 정책을 연결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05년 설립 이래 국가 주도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실현해 온 실행기관이다. 연 2만 5천 명 규모의 연수 프로그램, 문화예술교육사 자격 제도, 전문연수원 설립 등은 단기 훈련을 넘어 예술교육가의 생애전환을 고려한 구조적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이를 “삶의 경로를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하며, 단순한 교육자 양성에서 나아가 기획자, 행정가, 예술가로의 확장을 고려한 역량 강화 체계를 강조했다.
전문인력 양성, 구조화된 시스템으로
전문성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박 원장이 제시한 전문연수원의 4대 축-①경력 경로 설계 ②역량 강화 모듈화 ③직업 전환 기회 ④고용시장 연계-는 이러한 확장된 전문성을 길러내기 위한 구조다. 이는 다양한 직무를 병행하는 예술인의 현실에 실질적으로 응답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갸뇽 대표 역시 “예술인은 평균 1.7개의 직업을 병행하며, 하나의 정체성에 머물지 않는다”라며, ‘경력개발의 기술(The Art of Managing Your Career)’이나 ‘인력자원 실행 도구(Human Resources Toolkit)’ 같은 실용 자료를 통해 개개인이 스스로 생애 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컬처웍스캐나다는 힐스트래티지(Hill Strategies)와 협업하여 캐나다 예술인과 문화종사자의 노동 현실을 다룬 보고서(2024)를 발간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문화계 종사자 중 3/4 이상(71%)이 예술가이자 행정가, 예술가이자 교육자 등 두 가지 이상의 직군을 병행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공지능(AI) 기술과 디지털 환경은 예술교육의 언어와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기술은 도구이자, 감수성을 확장하는 새로운 언어”라고 정의하며, 예술가와 기술자, 교육자가 협업하는 창작 교육 모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을 교육의 종착점이 아니라, 예술가가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창의성을 중심에 놓는 전략이다. 갸뇽 대표도 이에 동의하며, “예술의 본질은 창작 과정의 기쁨과 의미”라며, 인공지능은 예술의 협업자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용적이고 간결한 교육자료의 수요 증가를 언급하며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콘텐츠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실증 기반 정책과 협력의 가능성
두 기관이 공통으로 강조한 또 하나의 방향은 실증 기반의 정책 설계다. 갸뇽 대표는 예술인의 다중 직업 실적 자료집(포트폴리오)과 수입 구조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하며, 이와 같은 조사가 교육정책과 제도 설계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 또한 “예술교육의 효과성과 생태계의 실질적 작동을 입증하기 위한 정량·정성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양 기관은 향후 공동 조사와 지표 비교 연구를 통해 더욱 정밀한 정책 기반을 마련해 가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
이번 대담은 선언을 넘어, 실천 가능한 협력의 접점을 확인한 자리였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실행력과 제도 설계 역량, 컬처웍스캐나다의 콘텐츠와 지원 시스템이 만나면 보다 입체적인 생태계 지원이 가능해진다. 경력 설계 실행도구(툴킷)의 공동 개발, 인턴십 프로그램 공유, 국제공동 조사 등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전문인력을 키우는 일은 단지 개인을 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지탱하고, 사회문화적 기반을 확장하는 일이다. 앞으로 두 기관이 함께 만들어 갈 길은 단순한 교류가 아닌, 공통의 철학 위에서 미래를 공동 설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 김세린
- 국제예술교육연구소 팀장. 국내외 공연장 내 교육 시설과 교육기관 내 공연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안팎의 예술교육 활동을 살펴보며 국가 예술교육 정책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예술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예술행정가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
skimhong@arte.or.kr - 사진_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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