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질문하며 나아가기

[좌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의 방향

좌담 개요
일시: 2025.4.3.(목) 오후 3시
장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라이브러리
참석자: 김혜영 예술가, 윤성원 천안성성초등학교 교사, 이채원 아트센터 나비 연구원(좌장)
이채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저는 디지털 아트 전문 미술관인 아트센터 나비에서 근무하고 있다. 예술교육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중장년, 전문 창작자까지 다양한 대상과 예술과 기술을 키워드로 만나고 있다.
김혜영  장르나 분야를 넘나들면서 경계 없는 창작 작업을 하는 창작자다. ‘예술창작연구소 깍지’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융합에 대한 개념이나 기호의 의미 작용에 관한 연구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이나 작업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동시대적 담론이나 가치가 담긴 언어(기호)의 본질적인 의미를 탐구하고 싶어서 유심히 관찰 중이다.
윤성원  천안성성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중이다. 관심 분야는 예술, 환경, 인권이다. 예술을 활용해서 환경과 인권을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인 2020년부터 AI 교육과 코딩 교육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현장의 고민
이채원  개인적으로는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지가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 분의 시각을 듣고 싶었다. 일상에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겠다.
윤성원  개인적으로는 기술로 사람들의 인식이나 시야가 넓어질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교육자의 입장으로는 너무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교육 현장에서 학생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나 디지털아트가 생겨나고 표현 방법이 확장되는 건 반가운 일이겠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이 기술을 활용한 예술을 어떻게 향유할 수 있을지는 고민이 된다.
김혜영  언어를 기반으로 한 챗GPT나 그록(Grok)과 같은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같다. AI 기술을 비서나 작업 동료처럼 잘 활용하면 데이터를 개발하고 생각을 확장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엔 안경 같은 웨어러블 형태의 기기가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기술이 나의 신체 일부가 되어 내 생각을 지배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본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동안은 관찰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보고, 선택할 수 있을지 리터러시에 관련된 생각도 하고 있다. 또 최근 정책이나 트렌드에 따라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사업이 많다. 이렇게 되면 예술에서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질문이 사라질 수 있다. 예술의 가치가 퇴색되는 건 아닐지 우려되기도 한다.
이채원  저는 사실 일상에서는 기술과 친숙한 사람이 아니다. 아날로그 한 것을 추구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개인의 생각이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기술을 창의적으로 사용하려면 그 기술을 잘 알아야 한다. 기술과 거리를 두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양극단 사이에서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늘 고민이다.
윤성원  교육 현장에서 AI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극단적이다. 교육부 지원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긍정적이었다가 반대로 돌아서는 분들도 있고, 애초에 반발심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나왔을 때,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가 AI 디지털 교과서를 출판한 출판사에 넘어가면 사교육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예술교육에서 AI를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의 취향이나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각자 다른데 이미지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어느 순간 분위기가 비슷해진다. 이 과정이나 결과물이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예술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면 지금보다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스티커 사진처럼 즉각적으로 표면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면서 ‘예술이 과연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감상하는 것에서 끝나는 건가?’라는 고민이 들었다. 지금의 생성형 AI 기술은 기존의 예술을 흉내만 내고 이야기가 없는 채로 끝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영  이미지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것들은 인간의 언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예술 작업도 데이터를 모아서 패턴화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이 들고 그 의미와 감정, 맥락들이 쌓인다. 노력과 시간을 예술의 가치로 볼 것이냐 아니냐에 관해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예술에 감동하는 이유는 그 안에 오랜 시간과 경험, 감정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에는 없는 부분이다.
이채원  대부분 예술이 갖는 고유한 특성을 건들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때로는 재료를 능숙하게 다루는 숙련도 높은 표현 과정이 인공지능으로 아주 간편하게 대체되며 창작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연성마저 의탁하게 되고, 개성이 상실되는 것에서 허무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면 지금보다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생성형 AI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것이 예술인가’를 얼마나 고민할까 싶다. 그들은 기업가로서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술과 기술을 구분하는 질문은 결국 우리,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지금보다 더 새로운 기술이다. 때로는 우리도 기술과 예술을 분리해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기술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다가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교사들은 어떤 경우인가?
윤성원  크게 두 가지 양상이 있다. 첫 번째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술을 도입했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기대했던 학습 효과가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교사의 역할을 고민하는 분들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수업을 참관해 보면, 담당 교사가 고민하는 지점이 수업에 바로 나타난다. 국어 교과 글쓰기와 연계한 AI 수업이었다. AI를 활용해서 학생 개개인의 글쓰기 실력이나 성취도를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피드백을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한 학생이 글쓰기 주제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다른 사람이 써놓은 글을 붙여 넣었다. 선생님의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알맹이는 빠지고 결과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난 거다. 정책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융합 수업이나 프로젝트를 권고한다. 그래서 AI를 활용했을 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보다 실적을 위해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생님이 연구하고 시도하지만, AI를 활용한 수업이 학생들에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돌아서기도 한다.
이채원  현장에서는 기술을 활용하면서 고민하고, 회의감도 느끼는 과정을 거쳐 가는 것 같다. 개인적인 관심이든 정책적인 목적이든 두 분이 문화예술교육과 기술을 엮어보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혜영  SNS 알고리즘에 AI 기술 관련 콘텐츠가 많이 뜨더라. 새로운 호기심과 함께 사용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겼다. 그렇게 생성형 AI 기술 초창기에 동화책 만드는 수업을 수강했었다. 초창기 AI라서 기술이 정교하지 않았다. 동화 주인공 얼굴이 조금씩 달라져서 힘들었던 경험을 했는데, 주인공이 한 명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동화를 재구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리서치를 하면 할수록 인간과 기계의 정체성 차이가 무엇인지, 사회학자나 철학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기술을 사용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AI 윤리를 이해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프로그램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짧은 시간 안에 AI 윤리를 다루기에는 제한이 있어서 그중에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딥페이크를 활용해서 ‘진짜인가 가짜인가’를 주제로 철학적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놀이 형태로 된 예술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교사와 예술가가 함께하는 ‘예술로 탐구생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AI 기술을 활용하여 기획한 저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다. 초창기에는 AI 기술 발달 과정을 좇으며 자료를 모으고 습득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과정을 좇기에는 불가능하고 핵심 기술을 이용해 도구로 활용하려고 생각 중이다.
윤성원  AI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는 ‘수많은 교육 트렌드 중 새로운 게 또 하나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기류로 정책에 반영되면서, 이걸 모르면 도태될 수 있고, 비판하더라도 알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도대체 뭐길래 찬양하는 사람도 많고 정책에도 반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실제로 활용한 사례도 많이 접해보고 직접 시도해 봤다. 처음에는 많이 감탄했었다. 남학생 중에는 본인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해서 미술 수업을 싫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술 수업에서 뭘 해도 즐거워하질 않는다. 그런데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미술 수업은 미술 실력과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는 콘셉트와 방향만 잘 잡으면 멋진 결과물이 나오니 학생들이 매우 좋아했다. AI 기술을 활용해서 작품을 만들고 서로 감상하는 활동도 했었다. 그런데 본인이 정한 방향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거나,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도 섞여서 나오다 보니 감상 활동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기능적인 면에서 보완을 받는 건 좋지만, 이야기를 담아내고 경험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선이 필요해 보였다.
이채원  예술에서는 동기부여나 관심도가 중요한 것 같다. 두 분은 처음부터 기술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에 관한 호기심으로 접한 경우인 것 같다. 아마 현장에 있는 많은 분이 그럴 것 같고, 그래서 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저도 예술교육을 기획하면서 이 기술을 활용하는 당위성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항상 고민한다. 이 매체의 특성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예술의 가치가 퇴색하지 않고 그 영역을 존중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예술은 동기가 중요한 영역이기에 동기 없이 시작하는 것에 대한 물음표가 자꾸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 김혜영, 윤성원, 이채원
가능성과 한계의 경계에서
이채원  기존에는 기술을 활용하려면 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했다. 그래픽 아트를 하려면 코딩을 알아야 했고, 3D 기술을 사용하려면 블렌더와 같은 툴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율성이나 성숙도가 동반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그런 과정 없이 활용 가능하다. 기술 자체가 주제가 될 때, 기술로 인한 문화와 영향이 주제가 될 때도 있고, 기술이 표현의 도구가 될 때도 있을 것이다. 갈래에 따라 접근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씀하신 접근 방식과 함께 인상 깊게 본 프로그램 사례나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은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
윤성원  초반에는 AI 기술을 단순히 프로그램에 문장을 입력해서 나온 결과물을 공유하는 도구적인 관점으로 활용했다.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상태가 이어질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AI 기술을 활용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AI를 어느 방향으로 활용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에 이정표가 되는 경험을 했다. ‘다양성’을 주제로 융합프로젝트를 하면서 학생들이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각적인 자료가 무엇일지 의논하다 AI를 활용해 다양성이 사라진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양성이 사라진 사회’를 시각화한 이미지 덕분에 학생들은 직관적으로 다양성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양성이 사라진 사회를 화두로 생물 생태계에서 하나의 생물이 사라지면, 문화 측면에서 다양성이 감소하면 사회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학생들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때 이미지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다양성이 사라진 미래의 모습을 이미지로 만들었다. 학생들이 상상하기 어렵고 경험을 초월한 질문에 관해서 AI 기술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김혜영  예술로 탐구생활 프로젝트로 기획했던 프로그램은 AI 윤리와 딥페이크 문제를 예술로 간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학생들이 기술을 활용하면서 철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를 질문하려고 고민하다가 딥페이크를 주제로 ‘AI 윤리 수사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총 6차시로 진행했고, 첫 회를 제외하고는 과정 드라마로 진행했다. 3·4회차에서 심리학의 정체성이 담긴 질문을 통해 종이 가면과 생성형 AI 가면을 만들었다. 종이 가면은 ‘보여주고 싶은 나’의 정체성을 담았고, 서로 누가 어떤 가면을 만들었는지 모르게 했다. 이 가면은 ‘AI 윤리 수사대’라는 가상세계 속의 얼굴이 된다. AI 윤리 수사대에 한 의뢰인이 자신의 얼굴을 도용당했다며, 자신의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달라는 신고를 한다. 딥페이크를 악용한 인물들은 종이 가면(얼굴)에 담긴 정체성을 서로 자신의 얼굴이라고 주장하며 공방전을 펼친다. AI 윤리 수사대원들은 각 주장을 들어보고 진짜 얼굴의 주인을 찾아보는 활동이다. 그러나 딥페이크가 그러하듯 실제 가면의 얼굴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마지막에 피해자와 피의자, 수사대 각각의 입장에서 서로의 체험 소감을 나누며, 딥페이크의 윤리에 관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채원  저 역시 예술교육의 매체가 기술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지 질문을 정말 많이 한다. 인프라가 없으면 안 되는 것도 많고, 전문성도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질문의 방향이 꼭 기술 매체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제 경우에는 기술을 도구로 사용할 때 오히려 기술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기획하고자 하는 교육의 흐름과 맥락에 적합한지를 많이 본다. 같은 매체를 사용하더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는데 각 프로그램의 요구 조건에 맞게 풀어져 있는지 많이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을 가상으로 구현해 내는 증강현실의 특징을 반영해서 공생의 환경을 상상하거나, 지역 주민의 시선과 이야기를 증강현실로 장소와 연결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했었다. 이때 초점은 관계와 이야기, 과정에 맞춰져 있는 것이지 기술에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기술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서 상호작용하고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을 늘 고민한다. 한편으론 과정과 결과가 가상화되는 것에 관해서도 고민한다. 다른 분들도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가능성뿐 아니라 한계도 발견하셨을 것 같다.
김혜영  딥페이크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성범죄다. 심각한 문제임에도 학교 현장에서 그걸 다루기가 쉽지 않아서 현상 위주로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는 정도로 그쳐야 했다. 또 제가 예술교육을 했던 학교는 디지털 선도 학교로 지정되어 이미 AI와 관련된 용어나 법적 문제까지 교육한 상태였다. 학생들이 이런 사회적 문제가 생겼을 때, 기술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이미 학습이 된 상태여서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순서가 바뀌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하나는 학교에서 과정 드라마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드라마 속 가상세계의 분위기를 만들려면 현장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예산이나 환경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해 줬고 반응이 좋았다. AI 전문가는 없었지만 모두 같이 기술을 탐구하는 과정이었고, 학생이 교육의 참여자가 아닌 파트너로서 참여했다. 이런 새로운 시도로 배움의 장을 함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윤성원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질문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상호작용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일본의 미디어아트 그룹 ‘팀랩’(teamLab)은 작품을 터치하면 꽃이 피었다가 사라지거나 하는 식으로 예술 작품으로 소통하는 것을 추구한다. 저도 AI 기술을 활용해서 학생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활발해질 방법을 고민하지만, 실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자기 삶과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 중이다. 한편으로는 생성형 AI가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 챗GPT를 좋아하는 학생이 많다. 챗GPT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달리 화를 내지 않는 데다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고 잔소리도 친절하게 한다. 오히려 이게 독이 되지 않을까. AI는 사람이 아닌데, AI에 감정을 이입해서 정서적인 교감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 사례도 있지 않나. 실제로 생성형 AI에 지나치게 의존한 사람이 자살하는 사례도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건 좋지만,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AI 윤리나 디지털 리터러시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 결국 어떤 의도로 질문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AI를 활용해서 만든 결과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자기 삶과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확장이 가능하다면, AI로 예술적 향유를 하는 기회는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김혜영  이미지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이게 왜 필요한 거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지금은 놀이의 영역인 것 같다. 일부 영역에서는 활용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꼭 존재해야만 하는 기술인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 기술의 가치에 비해 위험한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말씀해 주신 부분에 매우 공감한다. 어린아이들은 관계에서 사회성을 배워야 하는데, 친절하게 원하는 것을 얘기해주는 챗GPT와 더 많이 소통하길 원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윤성원  저학년 학생들은 인형이나 자기가 만든 레고에도 인격을 부여하는데 사람처럼 소통하는 대상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우려된다. 하지만 디지털 소양 교육을 잘할 수 있다면 오히려 학생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보완하고 가다듬어 잘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AI라는 예리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나한테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내 생각과 감정을 섬세하게 조각해서 구체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가는 예술의 물음표
이채원  새로운 흐름이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반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이 노력하고 계시고 또 그것을 한계가 아닌 가능성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능성과 한계는 기획자의 몫인 것 같다. 동기로부터 발현된 지식과 내용이 조금은 얕을 수도 있고 편향될 수도 있고, 거기서 오는 가능성과 한계도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주어진 것을 빨리해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인공지능을 1년 동안 공부했다면 더 재밌고 다양한 주제가 나올 테고 우려되는 부분은 경계하면서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장 인력의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그럼에도 일상을 뒤집어 생각하는 건 예술의 역할이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처럼 인공지능도 우리가 사는 세계에 새롭게 등장한 무언가로서 뒤샹처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 우리에겐 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가능성은 예술의 힘 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알고리즘의 편향과 불평등 그리고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문제가 대두된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가져야 할 방향이나 고민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윤성원  입시생들이 의대에 몰리는 모습도 결국 알고리즘화된 사회의 인식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이른바 ‘7세 고시’를 통과해서 의대 입시반에 들어가고 의대에 입학한 이후에나 자신의 인생이 시작된다는 사회 관념이 깔린 건 아닐까. 그런데 이런 현상이 비단 특정 직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여기저기에서 일종의 절차를 거쳐야만 자신의 인생에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웹툰이나 소설에서도 게임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나의 퀘스트를 달성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서사 구조를 보면서 ‘퀘스트만 수행하면 언제 자신에 대해 탐색할까? 자신의 취향과 스스로에 대한 고민은 아예 없는 건가?’ 갸우뚱했다. 우리 사회가 범람하는 게임 서사의 웹툰이나 소설처럼 ‘퀘스트–보상–퀘스트–보상’ 구조와 같이 정해진 루틴을 따라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제시하는 것처럼 느껴져 우려스러웠다. 여기서 예술이 정해진 절차 중 하나의 알고리즘을 선택했을 때만 인생이 안정적일 거라는 위태로운 생각에 하나의 물음표를 던져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여가 시간에 직접 체험하고 향유하는 삶이 아니라 유튜브나 OTT에서 제공하는 알고리즘에 따른 콘텐츠를 많이 시청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 역시 나의 알고리즘에 내가 지친다. 적어도 알고리즘화된 세계에 살 거면 다양한 알고리즘을 만나서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몇 개의 알고리즘만 보며 세계를 향해 벽을 세워 두는 건 악순환이다. 초등 교육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학생들이 어린 시절에 많은 경험을 하면서 다양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예술교육이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고 확장하고 향유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김혜영  AI는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효율성과 자본 중심의 기술로 변모했다. 그렇다고 AI가 없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AI와 공존하려면 비판뿐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AI는 인간의 지능에 비해 결핍된 지점이 있지만, 그 차이로 우리는 예술의 본질을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AI로 만든 예술과 인간이 만든 예술의 가치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지, 왜 공존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것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계속 바뀔 것이고, 그것에 맞추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또한 AI 윤리 교육을 의무화해야 하지 않을까. 강의식의 수업보다는 서로 질문하고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예술과 융합한 수업으로 진행되면 좋겠다.
이채원  아이러니하게도 예술과 기술을 대척점에 두는 질문이 많다. 다르다고 배척하는 순간부터 멀어지는 거다.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본질을 알기 위해 힘쓰고 다른 방향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인공지능과 예술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질 만한 동기를 심어주고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에 그다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만큼은 더 많이 공부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기술과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혜영

김혜영

‘예술창작연구소 깍지’를 운영하며 경계 없는 융합 예술을 지향하는 창작자이다. 각 분야 언어(기호)의 본질과 동시대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의미의 빈틈을 탐색하고 연결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융합은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감각과 언어 사이를 잇는 언어체계라 믿으며 그 가능성을 예술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 및 공공기관 지원사업 등을 통해 이러한 탐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윤성원

윤성원

‘교사는 한 개인의 어린 시절 한 조각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11년째 학생들에게 학교에서의 기분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고자 연구하고 실천 중이다. 인생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터널 같은 시간을 학교에서의 밝았던 기억들이 작은 온기가 되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채원

이채원

관람객과 미술관을 매개하는 다양한 배움과 예술적 방식에 관심이 있다. 국내외 시각 예술교육, 미술관 교육 관련 소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뉴스레터 [미술랭가이드]를 운영한 바 있다. 현재는 아트센터 나비 교육팀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자연, 감각, 지역 등을 주제로 어린이, 청소년과 중장년을 위한 융복합 교육을 연구하고 기획한다.
프로젝트 궁리
정리_강지영 프로젝트 궁리 선임 에디터
좌담 사진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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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5월 17일 at 3:13 PM

    낯선 도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질문하며 나아가기
    [좌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의 방향
    공감이 가네요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05월 17일 at 3:23 PM

    낯선 도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질문하며 나아가기
    [좌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의 방향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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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 author avatar
    김양남 2025년 05월 17일 at 3:13 PM

    낯선 도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질문하며 나아가기
    [좌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의 방향
    공감이 가네요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05월 17일 at 3:23 PM

    낯선 도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질문하며 나아가기
    [좌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의 방향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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