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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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2025.4.2.(수) 오후 1시
장 소: 서울교육대학교 에듀웰센터
참석자: 권정민 서울교육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인공지능인문융합전공 교수,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본지 편집위원)
최도인 만나서 반갑다. 지난 3월 엔비디아가 주최한 GTC 2025에 다녀오신 거로 안다. 세계 최대 AI 콘퍼런스로 주목받는 행사인데, 그 현장까지 방문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했다.
권정민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안 열렸다가 작년에 처음 갔다. 제가 챗GPT 나오기 전에 엔비디아 주식을 좀 샀다. 코로나 때 학교에서 AI 코딩 실습 강의를 해 주었는데, 강사가 엔비디아 칩을 고르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 맥북에 정말 좋은 칩을 쓰고 있는데 그걸로 안되냐고 했더니 “AI는 엔비디아 칩으로만 됩니다.” 그러는 거다. 그래서 강의 끝나자마자 바로 엔비디아 주식을 샀다. 사실 주식 시장에서는 미래를 최대한 정확히 예측해야 하지 않나. 교육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예측하고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정확히 보고 뭘 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 보고서에서도 미래 비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더라. 저는 미래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 비전을 누가 제시해 줄 수 있을까. 그러다가 엔비디아 콘퍼런스에서 미래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갔다.
최도인 거기서 어떤 미래를 보셨나?
권정민 로봇이다. 작년에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기조연설 후에 갑자기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오더라. 근데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가 있지 않나. 약간 섬뜩하고 경계심이 느껴지고, ‘저것은 나와 상관없는 먼 미래의 얘기야’ 누구나 이런 경계를 딱 친다. 엔비디아 칩이 들어가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한 10개 넘게 나왔는데, 갑자기 디즈니 로봇이 아장아장 나온 거다. 오렌지, 레드, 그린. 그걸 딱 보는 순간 너무 귀여운 생명체처럼 느껴지면서 로봇에 대한 경계심이 싹 사라지더라. 주변에 있던 20~30대 백인 남자들이 너도나도 “저거 얼마야? 저거 살래!”라고 하더라. 우리의 경계심을 헐어버리는 것은 로봇이 얼마나 사람같이 행동하냐, 얼마나 똑똑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냐였다. 그것이 기술력이다. 1가정에 1로봇이 들어가는 것은 그리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고, 그 모든 로봇에 엔비디아 칩 들어갈 것이다. 그날까지 계속 주식을 팔지 않겠다. (웃음)
최도인 전 너무 일찍 팔아서 수익을 많이 못 봤다. (웃음) 그런데 교육이 주식 시장과 유사한 성격이 있다는 비유가 정말 재밌다. 어떻게 보면 교육, 특히 어린이 청소년 교육은 미래에 대한 예측과 투자라고 보는 것 같다.
권정민 국가 차원에서 교육 투자는 멋있고 근사하고 올바르기만 하면 되는데, 부모 입장은 그렇지 않다. 부모는 진짜로 자기 돈이 들어가는 것이니 그에 대한 합당한 결과를 원하지 않겠나. 특히 예술 쪽은 확실한 보장이 없고, 지금 AI에 의해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영역이다. 그래서 미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기술 진보 속 방향 찾기
최도인 특수교육과 인공지능인문융합, 에듀테크 전공 교수이기도 하다. 논문도 굉장히 다양한 영역을 다루더라. 특히 교육 분야에서 AI나 기술적 진보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결합되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내 상황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양상을 전반적으로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다.
권정민 선진국 트렌드는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우리나라는 입시 제도에 매몰되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그런데 기술을 사용하려는 의지와 희망은 매우 미래적으로 가고 있다. 그러니까 엇박자다. 교육의 방향은 후퇴하는데 미래적인 기술을 사용해서 후진 교육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얘기다. 교육의 목표와 방향 자체가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한다. 그다음에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에 세탁기, 청소기 같은 기술도 그렇지만, AI가 만들어진 이유는 사실 인간이 하기 싫은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서다. 그중에 ‘생각’이 들어간다. 왜냐하면 생각은 매우 고통스럽다. 막 쥐어짜는 고통의 과정 없이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글 쓰는 것도 그렇고, 수학 문제를 풀거나 대학 수업을 들을 때에도 이 쥐어짜는 고난(struggle)이 있어야 깊은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기술이 많이 들어갈수록, 미래를 향한 교육일수록 더 많이 고군분투(struggle)하게 해야 한다. 기술을 이용해서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대신하게 하면 안 된다. 학습자들은 고군분투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오래 걸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에 AI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AI는 그 고통을 대신해 준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과정에 기술이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지금 선진국들의 방향이다.
우리나라 초등 4학년 과학 교과서에는 하천에 사는 10~20가지 생물이 나오고 그걸 외워야 하지만,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바칼로레아)식 교육은 1년 동안 지역사회 하천에 직접 가서 거기 뭐가 사는지, 어디에 알을 낳는지, 실제로 과학자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 기반 교육도 되고 자연스럽게 진로 교육이 되고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다 외워지는 훨씬 더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거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좋은 교육은 반드시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IB식 교육에서 테크놀로지를 안 쓸 수가 없다. 데이터를 입력하려면 엑셀을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하지만 하천에 사는 생물을 외우는 데에는 테크놀로지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AI 디지털교과서 만들어서 억지로 끼워 넣는 거다.
기존에 세탁기, 청소기 같은 기술도 그렇지만, AI가 만들어진 이유는 사실 인간이 하기 싫은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서다. 그중에 ‘생각’이 들어간다. 왜냐하면 생각은 매우 고통스럽다. 막 쥐어짜는 고통의 과정 없이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글 쓰는 것도 그렇고, 수학 문제를 풀거나 대학 수업을 들을 때에도 이 쥐어짜는 고난(struggle)이 있어야 깊은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기술이 많이 들어갈수록, 미래를 향한 교육일수록 더 많이 고군분투(struggle)하게 해야 한다. 기술을 이용해서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대신하게 하면 안 된다. 학습자들은 고군분투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오래 걸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에 AI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AI는 그 고통을 대신해 준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과정에 기술이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지금 선진국들의 방향이다.
우리나라 초등 4학년 과학 교과서에는 하천에 사는 10~20가지 생물이 나오고 그걸 외워야 하지만,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바칼로레아)식 교육은 1년 동안 지역사회 하천에 직접 가서 거기 뭐가 사는지, 어디에 알을 낳는지, 실제로 과학자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 기반 교육도 되고 자연스럽게 진로 교육이 되고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다 외워지는 훨씬 더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거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좋은 교육은 반드시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IB식 교육에서 테크놀로지를 안 쓸 수가 없다. 데이터를 입력하려면 엑셀을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하지만 하천에 사는 생물을 외우는 데에는 테크놀로지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AI 디지털교과서 만들어서 억지로 끼워 넣는 거다.
최도인 최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하여 큰 이슈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포함하여 AI의 활용이 긍정적으로 보이는 사례들도 있을까?
권정민 우리는 이미 컴퓨터 없이 못 사는데, 학교는 매우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어서 컴퓨터도 못 쓰게 하고 세상과 단절시킨다. 사실 이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제가 2018년 즈음 연구년으로 미국에 있었다. 그때 이미 초등 4학년 교실에서 모든 학생이 1인 1컴퓨터로 논문을 쓰더라. 물론 엄청난 논문은 아니지만 3쪽짜리라도 논문 형식을 다 갖췄다. 반드시 근거를 확인하고, 여러 사람이 비슷한 얘기를 하는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확인해야 하고, 가짜 뉴스는 빼야 한다. 표절 예방 교육과 나의 논리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주장을 펼 것인지까지, 내가 대학원에서 강의하는 것을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얘기하고 있더라. 블룸(Bloom)의 교육목표 분류법 등이 다 포함되었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1인 1기기를 성공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학교 밖에서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테크놀로지를 쓰고 있고, 모든 창작 활동, 창의성 교육, 예술교육을 테크놀로지 없이 하기는 불가능하다.
최도인 알고리즘이라는 용어가 페르시아 수학자 이름에서 시작했더라. 주어진 수학의 문제들을 푸는 절차나 방법론을 알고리즘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학이나 프로그래밍, 특히 IT 쪽 사람들이 주로 쓰고, 보통은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였는데,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 같은 용어가 사용되면서 ‘알고리즘화된 세계(algorithmic world)’ 개념들이 많이 통용되는 것 같다.
권정민 우리가 이미 AI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본다. 이미 AI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걸 먹고, 추천하는 걸 보고, 추천하는 걸 입고, 모든 것이 알고리즘이 시키는 대로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까지도 알고리즘이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본다. SF영화로 생각하면 알고리즘은 정말 나쁜 거고 그것과 맞서 싸워야겠지만, 뭔가 물리적인 실체가 있어야 폭파시키든 할 수 있을 텐데 실체가 없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고, AI 시대에는 자기 성찰이 무척 중요하다.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을 갖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에 관해 이해하고 자신의 약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기 성찰로 귀결된다고 본다.
최도인 사실 알고리즘은 문제를 푸는 능동적 도구 아닌가. 유튜브나 새로운 미디어들, 알고리즘에 의해서 작동되는 콘텐츠가 계속 생성되고 제공되면서 세계가 극단화되었다. 알고리즘에 의해서 우리 생활이나 콘텐츠 수용, 지식 등에 패턴이 생기는 것에 관한 우려가 큰 만큼 전문적인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는지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어린이 청소년 교육, 어린이 청소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들이 교육학적으로나 다른 학문적 연구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권정민 이번에 알게 됐는데, 유튜브에 의한 청소년 우경화 현상에 관한 연구도 없고 청소년에 관한 연구가 별로 없다. 해외에는 조금 있긴 한데, 그것도 다른 분야에 비해 아주 많이 연구되지는 않았다. 어떤 외신 기자는 이것을 ‘코로나 후유증’으로 표현하더라. 코로나 때 유튜브가 폭발하면서 생긴 최근의 현상이기도 하다. 그때 사람들이 유튜브에 빠지게 되고 유튜버들도 굉장히 많이 생겨났고 극우 유튜버들이 성장했다. 코로나 시대의 병리적인 현상들이 지금에 와서 곪아 터진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최도인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세상과 그 세계에 종속되는 현상이 어느 정도 역동성이 생기는, 임계점(critical point)을 넘어가는 상황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교수님의 2021년 논문 중에 무척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유튜브를 사용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는 청소년 – 자제분을 관찰하면서 쓴 논문인 것 같다. 그때가 코로나 시기와 겹쳐 있기도 하다. 이 논문에서 주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유튜브 생산-소비에서 생산 측면에서 교육의 피드백 같은 것인가?
권정민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유튜브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수익을 내는 유튜버가 된 거다. 코로나 때라 집에서 원격수업하려고 마련했던 컴퓨터, 조명 등을 다 뺏겼다. (웃음) 근데 그 과정에서 아이가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다. 구독자가 언제 많이 보고 어떤 내용에 반응하는지 분석하고, 구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고자 설문조사를 하면서 통계를 익히게 되었다. 입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학교 제도권 교육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고자 논문으로 기록했다. 그런데 남편과는 엄청 싸웠다. 내가 볼 때는 매우 중요한 학습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볼 때는 입시에 도움 되지 않는 시간 낭비였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모든 문제는 이것으로 시작된다.
최도인 현재의 교육 환경은 극단적으로 두 갈래로 나뉘지 않나. 일정 학년에 올라가면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기가 정말 어렵다. 반면 탈 제도권, 탈 입시화된 교육의 양상도 있다. 서울교대 교수로서, 제자들이 학교 교사로서 제도 교육안에서 가르치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 그 안에서 내적인 갈등이나 해법이 있나?
권정민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초등 교육은 입시에서 아직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마음만 먹으면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중고등학생 학부모 대상으로 연수할 때다. 좋은 교육을 해야 한다, 사교육은 나쁘다고 말해놓고서 나는 사교육 할 수는 없지 않나.
편향성을 벗어나서 함께 살아가기
최도인 알고리즘화된 미디어 환경이나 콘텐츠 환경이 만드는 편향성이 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더 강화하고 굉장히 좁은 시야를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유튜브 등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의 알고리즘을 우리가 인식할 수 있을까? 작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 교수는 AI가 만들어내는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때가 거의 왔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알고리즘은 수리적 알고리즘의 세계를 넘어선 것이며, 어느 정도의 지능을 지녔는지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얘기하더라. 최근 챗GPT 등이 멀티모달(Multi Modal)이나 이미지, 동영상을 학습하기 시작하면서, 인간 지능을 훨씬 더 뛰어넘는 세계에 이미 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AI와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할지 근본적인 질문도 생긴다.
권정민 이번 GTC 2025에서 얀 르쿤 메타 부사장·AI 수석 과학자는 우리가 AI에 의해 지배당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I가 그렇게 하도록 인간이 내버려두겠느냐는 굉장히 신선한 논점을 제시하더라. 그것이 맞을지 틀릴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AI와 공존하느냐 못하느냐 어떻게 공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한다는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 이것을 인지하느냐 못하느냐, 즉 비판적 사고력의 문제라고 본다. AI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변하는 세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내가 무엇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것이다. 청소년도 비슷하다. 왜냐하면 학교라는 곳이 세상과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이것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우리가 그동안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엄청 열심히 했는데, 비판적 사고력 없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만 가르친 결과가 무엇인가? 기술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매우 피상적인 것 – 이것을 이용해서 어떻게 돈을 잘 벌까, 이걸로 어떻게 내가 더 즐겁게 살까만 교육해서는 안 된다. 비판적 사고력은 정말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계속 돌아봐야 한다. 내가 지금 제대로 하는 건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있는가? 너무 좁게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편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이런 것에 다 비판적 사고력이 들어간다.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도 텔레비전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 거라고 얘기했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이 후퇴하진 않는다. 기술은 절대로 후퇴하지 않는다. 기술은 항상 앞으로 나간다. AI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많고 우려되고 인류가 다 멸망할 거라는 얘기가 나와도 기술은 계속 전진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의 호기심 때문이라고 하더라. 이것을 인간이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고, 위험을 알지만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거기에는 돈이라는 매우 강력한 동기(motivation)가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도 텔레비전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 거라고 얘기했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이 후퇴하진 않는다. 기술은 절대로 후퇴하지 않는다. 기술은 항상 앞으로 나간다. AI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많고 우려되고 인류가 다 멸망할 거라는 얘기가 나와도 기술은 계속 전진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의 호기심 때문이라고 하더라. 이것을 인간이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고, 위험을 알지만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거기에는 돈이라는 매우 강력한 동기(motivation)가 있기 때문이다.
최도인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 교육자들이 엄청난 노력을 할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의 역할도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로서 예술교육가들에게 비판적 사고력에 관해 좀 더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
권정민 어떤 사람은 사회적인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표현하고, 어떤 사람은 랩으로 표현하고, 우리는 논문으로 쓰는데, 미술 하는 사람들은 미술 작품으로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거다. 그런데 12년 동안 학교에서 미술 교육을 받으면서 한 번도 “네 그림을 통해서 사회에 문제 제기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관람할 때는 ‘칸딘스키는 그랬고, 앤디 워홀은 이랬구나.’ 거기에서 딱 멈춘다. 그렇게 미술관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림으로 문제 제기한 것을 보고 좋아했지만, 내가 그래도 되는 줄 몰랐다. 그런데 내가 직접 AI를 활용하여 영화를 만들려니까 너무 어렵고 진짜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일이더라. 아까 말씀드린 고난(struggle)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것을 AI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아직은 200불짜리 챗GPT도 못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그걸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너에게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니?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표현했니?” 궁극적으로는 언어로 표현된다. 실제로 미국 미술대학에 지원할 때는 그림마다 10장짜리 에세이가 들어간다. 완전히 비평(Critic) 문화고, 그림이 아니라 비평과 옹호(Defence)가 중요하더라. 그 사람의 생각이 중요한 거다. 예술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생각하는 능력으로 수렴된다.
최도인 아까 얘기했던 고난이라는 것이 교육학에서는 어떤 의미인가?
권정민 교육학에서 사용하는 전문적인 용어는 아니다. 보통은 안 좋은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Don’t Steal The Struggle”이라고 하면, 학생이 겪어야 할 고난을 교사나 부모가 대신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우리 교육에서는 교사나 부모가 다 해준다. 왜냐하면 오래 걸리니까. 그러나 고난 그 자체가 중요하다.
최도인 예술교육가에게 중요한 메시지 같다. 표현이나 표현의 방식, 표현의 완성도보다는 오히려 생각의 깊이를 갖도록 이끌어주는 것,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통찰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비판적 사고력은 단지 사회적인 영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성찰은 자기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며, 예술교육가 또한 이러한 성찰을 통해 깊은 사고에 이르게 된다.
교수님 말씀 중에 언어에 관한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언어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다. 특히 인간의 역량을 넘어서는 AI와 표현의 도구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생각의 깊이를 담는 언어가 훨씬 더 중요해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직관적으로 든다.
교수님 말씀 중에 언어에 관한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언어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다. 특히 인간의 역량을 넘어서는 AI와 표현의 도구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생각의 깊이를 담는 언어가 훨씬 더 중요해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직관적으로 든다.
권정민 지금 우리 교육에서 중요한 역량은 정답을 찾는 역량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생각을 혼자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도 한다. 교육학에서는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본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을 덤프(dump)해서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둘 간의 언어적인 소통을 통해서 거기 없던 지식이 자란다. 실제로 학생들한테 굉장히 어려운 텍스트를 읽게 한 수업에서도 느꼈다. 영어로 된 논문을 각자 읽어 오라고 하면 학생들 다 멘붕이 돼서 온다. 그런데 읽고 온 학생끼리 2시간 동안 토론하게 하면, 2시간 후에는 모두 논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내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 안에서 언어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없던 지식이 생기는 것이다. 교육학에서는 이것을 ‘사회적 학습’이라고 하고, 이 소통의 주요 도구(medium)가 바로 말, 언어다. 그래서 토론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자기가 가진 것을 내놨을 때 그것을 더한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솔루션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집단 지식 혹은 브레인스토밍해서 만들어내는 솔루션인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옆 사람과 상의해서 하면 속임수라고 한다.
나와 상호작용할 파트너는
최도인 예술교육에는 개인적 역량에 대한 창의력 교육도 있지만,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서로 성장하는 어떤 것, 또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들, 연극이나 오케스트라 음악을 한다든지, 하모니를 같이 만든다든지, 이런 것들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건 오히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요소일 것 같다. 사회적 학습 과정으로서 예술교육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을까?
권정민 거기에 한 가지 함정이 있는데, 내가 상의하는 그 다른 사람이 이제 AI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람보다 훨씬 똑똑하다. AI와 공존하는 시대에 브레인스토밍을 꼭 사람과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그 과정이나 방법에서 AI를 사용해도 된다고 본다.
최도인 사람이 아니라 AI와 상호 학습하는 것인가?
권정민 그렇다. 제가 케이팝을 좋아해서 덕질을 하는데, 이미 2년 전부터 AI를 이용해서 뮤직비디오 만들고 배경도 만들었다. 예술하는 분들이 제일 먼저 AI를 채택했다. 미드저니가 나오자마자 게임 회사들이 이제 더 이상 외주를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
최도인 최근에는 웹툰 배경에도 AI 도구들을 많이 사용한다.
권정민 그렇다. 그리고 그 동기는 돈일 수 있다. 돈은 굉장히 강력한 동기이다 보니까 비윤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아니라 AI를 선택한다. 사실 유튜브도 마찬가지지 않나. 알고리즘으로 인해서 엄청난 사태가 났는데,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투명하게 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무엇을 추구하느냐, 회사 소유주들이 무엇을 추구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최도인 기술의 변화 속에 [아르떼365]의 주요 독자인 예술교육가들이 처한 상황은 두 가지일 것 같다. 게임이나 웹툰 작가들처럼 나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창작력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케이스가 있을 것이다. 창작의 도구로서 더 수월하게 완성도를 높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가 혹시 뒤처지는 게 아닐까, 내가 모르는 새로운 기술이 있지 않을까, 내 방법론이 너무 아날로그적인 것은 아닐까 불안한 사람도 있을 거다. 예술이 원래 가장 진보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렇진 않다. 이렇게 다양한 입장에 처한 예술교육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달라.
권정민 AI가 많은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아직 AI가 모든 걸 해줄 수는 없다. 어느 단계에 어떤 AI를 써야 할지 알기 위해서 기초학문을 전공한 사람이 필요하다. 기초학문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다 해당한다. 컴퓨터를 잘못해도 괜찮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같은 기준으로 컴퓨터나 기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기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조금 불리한 건, 기술의 변화에 따라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변화하는데, 기술을 모르면 항상 뒤따라가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조금 불리할 수 있다. 레이트어답터(late adopter)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기술과 담쌓고 사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연하지 않은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기술을 채택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새로운 트렌드나 가치관이 들어올 때 그것을 인정하는 유연한 사고는 꼭 필요하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최도인 기술의 변화가 기능의 변화 이상으로 인간 인식의 변화를 주고 있다. 예술이나 예술교육도 인간 인식과 같이한다는 면에서 그런 변화를 유연성 있게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 같다.
권정민 그 유연성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 교육하는 분들이고, 특히 예술이기 때문에 정답을 정해놓으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미술을 좋아해서 대학생이 되어서도 미술학원에 다녔다. 입시생도 아니고 취미생인데, 선생님이 와서 틀렸다고 고쳐주고, 다른 선생님이 오면 그걸 다시 고치더라. 그래서 그만뒀다. 예술은 수학이 아닌데, 서로 “네가 틀렸다”라고 하더라. 그런데 미국에서 음악교육을 받아보니,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은 잘 못 쳐도 자랑스럽게 연주하고, 선생님은 그걸 또 잘했다고 칭찬한다. 이걸로 돈 벌 사람도 아니니까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그렇게 했는지 이해해 주고 질문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유연성이 길러진다.
최도인 어떻게 보면 알고리즘이라는 것 자체가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지 않나. 그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 기술도 계속 진화할 텐데, 거꾸로 보면 예측하지 않은 세계에 대해서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예술교육, 창의성 교육을 하는 예술교육가들은 예측하지 않은 방식과 사람, 그 지평을 계속해서 꼭 챙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답이 없음을 불안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권정민 그래서 AI 시대에 예술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력을 가르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권정민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교육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에 대하여 연구하고 실행한다. 유튜브 [권정민 교수가 확인해드립니다]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뿐 아니라 케이팝, 민주주의, 청소년문화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주립대학에서 교육공학 석사, 교육학(특수교육)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교육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인공지능인문융합전공, 에듀테크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도인
도시전략, 창조산업, 문화공간 등 분야에서 100여 개 프로젝트의 컨설팅과 기획을 총괄해왔다. 창의성과 역동성, 다양성이 만드는 도시의 변화와 창조 커뮤니티에 주목해 왔다. 『크리에이티브 시티 메이킹』의 한국어판 기획자이며, 『만드는 사람들의 도시』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녹서』의 공동저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새문화정책준비단 위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객원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이며 크리에이티브X성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

- 정리_남은정 프로젝트 궁리 기획자
- 대담 사진_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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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알고리즘화된 세계에서 배우고, 가르치고, 살아가기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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