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학생들한테 난 ‘어쩌다 예술쌤’이 되어있다. 나는 교대를 다닐 때나 그전에도 미술을 좋아하지만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학창 시절 교내 미술대회에서 입상을 해보려고 열심히 밑그림을 그렸지만, 색칠하고 나면 맘에 안 드는 그림이 되어버린 경험이 꽤 있다. 그래서인가 미술 시간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데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을 볼 때면, 꼭 학창 시절 나의 모습을 보는 거 같다.
하나의 인공지능이 아닌, 20명의 공동창작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이 모든 산업 분야에 주축이 되는 것처럼, 교육 현장에서도 인공지능 기술로 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이나 도구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미술이나 음악 등 예능 교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과 활동에도 사용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교과 활동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작품을 표현해 보는 활동을 처음 시도한 건 2023년부터다. 5학년 우리 반 학생들과 ‘주제 중심의 융합 교과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생성형 AI를 도구로 활용했다. 하지만 2023년 8월,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급별 생성형 AI 활용 지침」이 발표되면서 지금은 생성형 AI 플랫폼을 학생들이 직접 활용하지는 않는다.
올해 맡은 4학년 학생들과도 학급 특색 프로젝트로 그림 동화책 만들기를 해보기로 했다. 2년 전에는 동화책 스토리와 그림 생성 등을 모두 생성형 AI를 활용했으나, 올해는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서로 협의하여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줄거리와 세부 내용을 정했다. 첫 번째 작업은 동화 선정이었다. 학생들이 많이 읽는 현대 동화책은 저작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되어 고전 동화 중 한 편을 선정한 후, 원작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토끼와 거북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콩쥐 팥쥐> <백설 공주> <선녀와 나무꾼> 등 다양한 후보작이 나왔고, 학생들의 투표 결과 <토끼와 거북이>가 선정되었다. 학생들은 원작을 각색할지, 원작에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 의논했고, 우리 반이 만드는 첫 동화책은 <토끼와 거북이-두 번째 경주 이야기>로 정해졌다.
우선 반 학생 20명 모두가 참여하도록 동화책의 전체 분량은 20페이지로 정하고, 줄거리와 각 페이지의 중심문장을 전체 토의로 정하기로 했다. <토끼와 거북이-두 번째 경주 이야기>인 만큼 경기 종목도 정했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 달리기 경주를 했으니 이번 경기는 수영 시합으로 하고, 우정을 주제로 동화가 주는 교훈을 구성해 보기로 했다.
학생들은 글 작성 도구로 평소 자주 사용하는 캔바와 구글 슬라이드 중 구글 슬라이드를 선택했다. 구글 슬라이드 20페이지 만들어서 페이지마다 중심문장을 적은 후, 학생들에게 구글 슬라이드 공유 권한을 주었다. 학생들은 자기 페이지의 중심문장을 보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자기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며 나가기 시작했다. 각자 개인 작업이 끝난 후에는 이야기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없는지 학생들과 천천히 전체적으로 글을 살펴보면서 최종 검토를 마쳤다.
두려움이 아닌 즐거운 과정으로
다음은 완성된 글에 맞는 삽화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동화책에 넣을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자신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부담을 느끼는 학생도 많았다. 먼저 학생들에게 ‘퀵드로우’와 ‘챗GPT’ 사용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퀵드로우는 사용자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면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추천해 주고, 그것을 클릭하면 사용자가 그린 그림을 선택한 이미지로 변환해 주는 인공지능 툴이다. 학생들이 퀵드로우를 사용해 보고 자신이 그리는 이미지를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챗GPT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교육 방침상 학생이 직접 챗GPT에 프롬프트를 작성해서 이미지를 생성할 수는 없으므로 각자 16절 도화지에 페이지의 중심문장에 맞는 그림을 그린 후,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하여 그림을 완성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우리 그림을 귀여운 동화책 그림처럼 만들면 안 되나요?”라고 물었다.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했고, 모두가 동의했다. 각자 그린 그림이 완성되면 내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챗GPT에 첨부한 뒤 프롬프트에 귀여운 동화 스타일로 변환해 달라고 입력했다. 그림을 변환하니 동화책이 무척 그럴싸해 보였다. 전자칠판으로 학생들의 그림과 챗GPT가 변환한 그림을 비교해서 보여주니 학생들도 매우 신기한 듯 바라보며 매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선생님, 다음 작품은 뭐 할 거예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학생들은 다음 동화는 언제 만들 건지 물으며 빨리하자고 나를 재촉했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생성형 AI 플랫폼이나 도구가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의 작품을 한층 더 완성도 있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한다면 어떨까. 나처럼 그림에 소질은 없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좋은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와 인재상에 발맞추어
3~4년 전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에게 진로 교육 강의를 할 때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가면 인공지능 기술로 새로 생겨날 직업과 유지될 직업, 사라질 직업이 있으니 인공지능 기술의 대체로 사라질 직업을 선택하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학생 여러분이 어떠한 직업을 선택하든지, 그 직업 분야(직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직종 내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기술이 변화하면서 사회 구조가 변화하고, 인재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변화된 인재상을 교육하고, 그들이 사회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닌 그것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기술로 활용한다면 많은 학생이 더 나은 미래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 천석경
- 교육부 아이에답(AIEDAP) 마스터교원과 터치(T.O.U.C.H.) 교사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 AI 에듀테크 선도교사단과 교육현장 컨설팅 지원단, 디지털 기반 수업·평가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원(융합 정보) 강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AI 에듀테크 도구들을 교육 현장에서 강의하고 있다. 공저로 『필수 과학 개념 with 첨단실험』이 있다.
seaform13@naver.com - 사진제공_천석경 서울백석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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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우정을 함께 상상하고 표현한다면
어쩌다 예술쌤㉜ 교실 속 인공지능 활용
공감이 갑니다
교육 현장에서 AI를 활용한 교육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아요!
토끼와 거북이의 우정을 함께 상상하고 표현한다면
어쩌다 예술쌤㉜ 교실 속 인공지능 활용
기대만점입니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발 빠르게 교육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는 게 놀랍고 한 편으로는 그 속도에 뒤처질까 두렵기도 하네요…!! 어떤 직업이던 인공지능을 활용하느냐 못 하느냐가 정말 큰 차이가 생길 것이라는 것에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