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시대의 선택: 도구인가, 노예인가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오래된 뉴스를 뒤져보다 흥미로운 기사를 보게 되었다. 1976년 주판과 전자계산기의 대결이다. 무려 국제대회였고 그 이후에 방송매체에서도 간혹 주산과 전자계산기의 대결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대결이기도 하다. 주판이든 전자계산기든 둘 다 사람의 손으로 입력하는 대회 방식으로 누가 더 빠른 손놀림을 가졌는가 겨루기 때문이다. 여전히 주산을 배우는 사람이 많고 일종의 스포츠로 대회가 열리는 것에는 적극 찬성이다. 그럼 왜 주판으로 계산하는 주산이 급격히 사라졌는가. 모든 문서가 수기(手記)로 처리될 때 주산은 최고의 효율성을 내지만, 최종 처리가 데이터화되기 위해 타이핑해야 하는 것이라면 주판은 오히려 방해 요소다. 실제로 손글씨로 빼곡했던 통장과 은행이 보관한 장부의 대조를 일일이 수기로 처리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원본과 사본의 차이없이 복사가 가능하고, 분류와 열람이 가능해지자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성이 생겼다. 컴퓨팅 기술은 주판의 발명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디지털화한 정보는 단지 컴퓨팅 이상의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우리는 다양한 신호체계 안에서 안전을 보장받기도 하고 기상정보를 얻고, 효율적인 예측이나 선택을 한다. 여기서 데이터를 저장-수집-정의-재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알고리즘이 동작하는 세계에 들어섰다.
  • 브라이언 크리스천, 톰 그리피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청림출판, 2018)
  • 야니스 바루파키스, 『테크노퓨달리즘』 (21세기북스, 2024)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삶의 전략’이라는 말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치열한 삶을 선택한 사람에게 인생이 전투로 느껴지는 것에 대해선 거북함보다는 공감이 앞선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는 데이터기술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면서 알고리즘으로 삶의 전략을 제시한다.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봄 직한 37%의 규칙을 데이터와 실제 사례를 설명하면서 스스로 판단과 결정을 위한 도구가 알고리즘에 있음을 말하는 방식이다.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은 규칙성을 만들기 전까지 무의미하다. 즉, 쓸 수 있는 정보를 어떻게 가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확보가 아니라 정렬을 필요로 한다. 업데이트되지 않은 데이터는 수많은 실수를 자아내곤 한다. 즉, 어떤 데이터를 빠르게 버릴 것인가에 따라 실수가 줄어든다. 문제해결에 있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가공된 데이터를 최단 시간에 계산하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이라고나 할까. 이 지면의 독자들 다수가 교육종사자 이거나 교육기획자라고 생각하고 몇 자 적는다면, 우리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전체 세팅 값을 두고 정책사업을 만들거나 교수설계를 시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진다. 학습자의 요구에 대응하거나, 필요를 우선하는 경우 역시 데이터화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입력(input)이 가능할 때 원하는 결과를 낼 것인가에 집중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입출력이 계산처럼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결정론적 알고리즘이 무작위적 우연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상호작용하는 정보의 순환과정과 연결성으로 다른 가능성을 열어둔다.
클라우드 영주를 모시는 테크노퓨달리즘
맥락을 삭제하고 가져온 문장은 읽는 이에게 해석의 다양성을 제공하지만, 의미 왜곡이나 발상의 오류가 발생한다. 바우하우스(Bauhaus)를 설립한 발터 그로피우스는 ‘기술은 예술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예술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했다고 한다”는 건 무책임한 인용이다. 발터 그로피우스가 실제로 동료와 나눈 대화였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다. 다만 유사한 표현으로 1923년 바우하우스의 슬로건에 예술과 기술의 통합이 등장한다. 개념-도구-장치-관계를 설득하기 위해서 굳이 발터 그로피우스가 등장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존경받거나 성공한 누군가의 명언으로 들어야 할 명분이 만들어지고 나면 내용과 무관하게 소비된다. 심지어 온라인 검색에 의존할 경우 언론사의 기사나 칼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마치 도끼를 건네는 산신령처럼 ‘네가 찾는 게 이것이냐’의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이미 우리는 진위 혹은 원본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수고하는 시간이 아깝고 피곤하다. 문제는 타인의 텍스트를 규격화된 장에서 생산·판매·소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인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짜놓은 판’ 위에서 ‘정해진 룰’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가짜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나, 유사 과학의 맹신 따위의 문제라기보다 구체화된 생활양식 전반에 스며들고 있는 알고리즘에 길들여진 것에 가깝다.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 수십 년간의 데이터로 쌓이고, 통계가 나오면서 예측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를 통해 분명 편리해지고 효율성을 획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현재는 소비형태와 문화가 다양성을 잃는 방향으로 향해야 최상의 판매와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머신러닝을 통해서 들켜버리고 말았다.
『테크노퓨달리즘』은 지배와 피지배의 역학관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른바 정보독점의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색적으로 퓨달리즘(feudalism)으로 치환하여 자본의 극단에 놓은 지대독점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관한 이야기(실제로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의 전개다)를 풀어낸다. 언택트 시대가 본격 적용된 온라인상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방대하게 수집한 빅테크 기업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으로) 영토를 만들어낸다. 이들이 클라우드 영주다. 그들은 ‘우리의 집에 놓이는 것, 그래서 우리의 관심을 더 가져가는 게 진짜 목적이다. 우리의 주의를 붙잡아놓고, 우리에게 그들의 상품을 파는 건 여전히 구식 장사를 하는 가신 자본가(클라우드 영주에게 종속된 자본가를 의미)들인 것. 클라우드 영주들의 투자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내에서의 경쟁을 지향하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다. 비약이 섞여 있기도 하지만 자본가를 종속시키며 영토전쟁을 벌인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영주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것도 부인하긴 힘들다.
인간은 예측 가능한 상황을 안전으로 규정한다. 예측 불가능은 위험 혹은 피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마련이다. 현재 우리 삶에 적용된 알고리즘은 정보과학으로 예측 가능성을 최상위 단계로 끌어올리는 시도쯤으로 해석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두 권의 책을 병렬로 소개하는 이유는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최적의 도구가 될 것인가, 예측 가능성을 도구로 삼아 디지털 농노가 탄생한 예측 불가한 세상인가를 비교해 볼 수 있어서다. 또 어쩌면 이런 가능성과 경고가 균형감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탕
김탕
유스보이스 이사. 다큐와 사진 작업하며 살다 재능에 한계를 느꼈지만, 시절이 수상하다는 둥 핑계를 대고 교육기획자로 전업한 것 같음. 간혹 예술로 해프닝을 만들기도 하는 기획자.
zoinno@yahoo.com
이미지 제공_청림출판, 21세기북스
3 Comments
  • author avatar
    김다시 2025년 04월 08일 at 10:30 AM

    AI가 대세라고 해도 나와는 상관없겠지~ 하고 살고 있었지만 읽고 배우면서 점점 더 생각이 많아집니다. 알고리즘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 알고리즘을 어떻게 잘 이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겠네요. 이제 더 이상 빅데이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 author avatar
    김양남 2025년 04월 09일 at 11:58 AM

    알고리즘 시대의 선택: 도구인가, 노예인가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잘 보고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04월 09일 at 2:26 PM

    알고리즘 시대의 선택: 도구인가, 노예인가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기대만점이네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3 Comments
  • author avatar
    김다시 2025년 04월 08일 at 10:30 AM

    AI가 대세라고 해도 나와는 상관없겠지~ 하고 살고 있었지만 읽고 배우면서 점점 더 생각이 많아집니다. 알고리즘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 알고리즘을 어떻게 잘 이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겠네요. 이제 더 이상 빅데이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 author avatar
    김양남 2025년 04월 09일 at 11:58 AM

    알고리즘 시대의 선택: 도구인가, 노예인가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잘 보고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04월 09일 at 2:26 PM

    알고리즘 시대의 선택: 도구인가, 노예인가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기대만점이네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