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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기사

기술복제시대의 음악 – <피아니스트의 전설>
최유준 음악평론가의 무지카시네마(2)

20세기 초반 벤야민이 영화라는 새로운 복제예술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영화는 ‘진품명품’의 아우라(aura)가 없다는 것, 즉 서울의 극장에서나 미국 할리우드의 극장에서나 어디서건 질적으로 전혀 차이가 없는 영화가 상영될 수 있다는 민주적 특성이 첫째요, 특유의 편집을 거쳐 움직이는 몽타주 화면이 관객들의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둘째 이유였다. 음악도 그럴까? 음악이 음반이나 라디오로 무한 복제되어 청중에게 전달될 때, 벤야민이 영화에서 기대한 그러한 잠재력이 실현될 수 있을까?   실상 20세기의 음악은 복제기술에 지배당했고, 장르를 불문한 ‘음반의 시대’가 되었다. 영화

메모로 엮어보는 일상

또다시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다들 꿈결같은 주말을 보내고, 피로에 지친 몸으로 출근해서일까요? 사무실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월요일 아침을 맞은 직장인들의 솔직한 소감은 과연 어떨까요? 그래서 작은 메모지에 나의 속마음을 끄적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소통이 필요한 우리들에게 포스트잇은 소박하지만 마음을 담기에 충분한 도구가 됩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시간이 부족한 우리들. 그런 우리들을 위해 작가 앨리스 카이퍼즈는 소중한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생기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소설 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싱글맘인 엄마와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인재를 키우는 소니 픽쳐스의 문화예술교육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예술교육의 중요성   ‘로스앤젤레스’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리우드’를 떠올릴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유명한 로스앤젤레스는, 실제로 영화나 방송 제작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과 매년 27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돈이 지역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2년 오티스 보고서 (Otis Report)1 에서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창조적 산업군으로 예술과 디자인을 꼽았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끄는 영화 제작사 스튜디오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미래의 인재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 갈거라 믿기에, 로스앤젤레스 내 유명 공립학교나 예술교육 관련기관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놀기? 2013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왁자지껄 도서관 – 문학 놀이를 품다’_정독도서관

  똑똑 수수깡이 부러지는 소리, 슥슥 색칠하는 소리, 사각사각 색지를 오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도서관의 정적을 깨는 아이들의 웅성웅성 떠들고 웃는 소리도 이어 들려옵니다. 소란스러움이 새어나오는 정독도서관 ‘지혜의 숲’ 교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일주일 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재미있는 일 있었는지 ‘이야기’ 해줄래요?   수업 시작 전, 백선희 강사와 아이들이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   아이들이 모이자 정독도서관 ‘지혜의 숲’ 교실이 한층 소란스러워집니다. 백선희 강사가 일주일 만에 만난 아이들에게 ‘그동안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를 묻자, 친구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도

철학자의 여행법

여행을 가려거든 연인 말고 친구와 가거라 미셸 옹프레 저 | 강현주 역 세상의 모든 길들 | 2013.03.15   미셸 옹프레가 쓴 의 원제는 ‘theorie of voyage’, 그러니까 ‘여행의 이론’쯤 되겠다. 여행기니 가이드북이니 하는 말은 들어봤어도 ‘이론’은 처음이다. 백번 양보해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까지는 인정하더라도 여행에 대해 무슨 ‘이론’이 필요하단 말인가. 목적지를 정하고, 일정을 예약하고, 짐을 꾸리고, 여행지를 방문하는 그 단순한 일에 무슨 이론적 고찰이 개입될 수 있나. 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전 국민의

애국가(愛國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_김병오 음악학자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애국가’를 먼저 감상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이전의 일이었는데, 헐리웃영화를 보든 성인영화를 보든 영화가 시작되기에 앞서 관람객들은 일제히 기립하여 ‘애국가’ 앞에 경의를 표해야만 했다. 해질녘 태극기를 내릴 때,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가슴에 손을 올려야 했던 것도 마찬가지. 행여 좋은 의도였다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그다지 유쾌한 경험을 주지는 못한 제도였다. 개인 양심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도록 강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서울시청앞 국기 하기식 풍경 [출처: 경향신문]   아직도 우리는 스포츠 경기 시작 전이나 각종 민간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경우가

르떼의 찬란한 시 창작 이야기

범우주적 존재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시를 써보았다는 르떼!   지난 주 르떼는 시인 이병률 명예교사와 함께 충남 공주에 다녀왔다고 하네요. 시인이 된 르떼는 무얼 느꼈을까요?   푸른 숲과 맑은 공기에 저절로 시상이 떠올랐다는데요. 아름다운 산골에서 문학의 세계에 푹 빠졌던 르떼의 찬란한 시 이야기가 지금부터 펼쳐집니다.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우리집에 놀러와~” 르떼 집 주소 http://www.facebook.com/artejockey  

세계와 함께한 일주일_2013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5월 넷째 주마다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상기하고 함께 즐기고자 만들어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2010년에 서울에서 열린 2차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세계대회 이후로, 2011년 ‘서울 어젠다’ 채택과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지정, 2012년과 2013년의 1~2차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기념행사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서로 도우며 쉼 없이 달려왔다.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 우리만의 축제가 아닌, 사람들의 기억에서 또 현장에서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생각하는 시간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2013년 5월 넷째 주를 전후하여 세계 각지에서 열린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들을 모아보았다.     문화예술교육 분야 국제 협회     세계예술교육연맹(WAAE) ㅡ5월

인생극장 버금가는 신규강사의 좌충우돌 ‘예술강사 성장기’ 들어보실래요?

  사투리로 걸쭉하게 싸우는 두 아이를 말리다가 같이 싸우고, 엉엉 울어버린 후로 아이들과 부쩍 친해졌다는 이야기, 연수를 받다가 생애 최초로 쌍코피를 보고 말았다는 이야기, 교사 평가 꼴찌에서 1등 된 짜릿한 역전 스토리까지. 신규 예술강사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습니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김서은 강사(국악, 인천)와 임한나 강사(연극, 경기)의 예술강사 생활의 첫 시작과 지금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바람까지. 여러분도 함께 들어보실래요?     예술강사의 호된 신고식 ‘첫 수업’ 이야기 “남자아이 둘이 싸우고, 말리고 말리다 결국 저까지 같이 싸우고 엉엉 울었어요”  

우리를 가르치는 시간

어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내일의 불안을 덜어주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     J. 페페 저 공감의 기쁨 | 2013.04.01     빵 굽는 사람 중에서도 장인 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날마다 다른 식빵의 질감과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가 내리는 날의 식빵, 건조한 날의 식빵, 몹시 추운 날의 식빵, 그리고 어떤 메이커의 식재료를 사용했을 때의 각각 다른 식빵. 슬프고 괴로운 마음으로 구워낸 식빵과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구워낸 식빵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요즘 내가 인물드로잉을 배우고 있는 선생님은 우리가 흔히

작가와 예술가들이 전쟁 발발에 열광했던 이유
김남시 문화예술이론가_세계 1차 대전과 예술가들

1914년 여름, 전쟁이 선포되었을 때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은 이런 글을 발표했다.   “전쟁 발발 소식에 시인의 가슴이 얼마나 크게 타오르는가? 우리는 전쟁을 믿지 않았다. 우리의 정치적 통찰력은 유럽 파국의 필연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덕적 존재로서 우리는 가슴 깊은 곳에서 지금의 세계, 지금 우리의 세계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평화의 세계를 우린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세계는 구더기와 정신의 해충들로 들끓고 있지 않던가? 썩어가는 문명의 물질들이 발효해 악취를 풍기고 있지 않던가? 이 지긋지긋한 평화의 세계가 붕괴하는

사소한 것들로 펼쳐보는 상상력

그냥 흩트려 놓으면 옷, 수건, 이불더미에 불과할 집안의 사소한 것들을 한두 번 접어 이곳 저곳에 슬쩍 놓았더니 동화책 속 한 장면이 짠!   매일 덮고 자던 파란색 이불이 드넓은 하늘과 망망대해가 되고 빨간 손수건은 돛이 되어 바람에 나부낍니다. 두둥실 하늘을 떠다니는 뭉게구름은 하얀 수건들.   우리도 오늘은 무심코 내팽개쳐둔 옷가지 주섬주섬 주워서 한 장면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미국의 일러스트 작가이자 엄마인 Adele Enerson은 자신의 아기 Mila가 낮잠을 자는 동안 담요와 쿠션 등의 생활 소품을 이용해 아기의

‘Createquity.com’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가득!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책 외에도 사람들의 글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의 큰 이점이다. 물론 그만큼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범람하기도 하지만, 종종 꽤 괜찮은 글들을 먼 거리에서 그것도 무료로 만나게 될 때는 새삼 인터넷에 감사하게 된다. 오늘은 조금 어깨에 힘을 빼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문화예술분야 지식친목계’ 같은 웹사이트로 놀러 가보자.   뉴욕에 소재한 프랙쳐드 아틀라스(Fractured Atlas)라는 예술가 지원 비영리 공공기관의 연구부장으로 있는 이안 데이비드 모스(Ian David Moss)는 2007년 10월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인삼, 문화콘텐츠가 되다! 인삼상인들의 향기로운 문화예술교육_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 충남 금산 ‘배달하는 인생다방’ 프로그램

  인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 충남 금산에 특별한 다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다방의 주인은 금산의 인삼 시장에서 365일 내내 인삼과 약초를 판매하고 계시는 여사장님들입니다. 자, 그럼 금산 사장님들이 모여 커피와 차가 아닌 ‘인생’을 나누는 ‘배달하는 인생다방’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찾아가는 문화예술 교육’이라는 의미의 ‘배달’   5월 29일, 금산수삼센터에서 ‘배달하는 인생다방’을 기획한 숲속마을 작은학교의 박성연 씨와 프로그램에 함께했던 여사장님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프로그램 이름이 ‘배달하는 인생다방’이라고 하니까 다들 차 마시는 다방인 줄 알더라고. 그럼 우린 그런 다방이 아니라고 설명을

이야기의 기원

인간은 왜 스토리텔링에 탐닉하는가   브라이언 보이드 저 | 남경태 역 휴머니스트 | 2013.01.28   사무실 인근 홍대 뒷골목에는 갖가지의 그래피티(graffiti)와 낙서가 남겨져 있다. 간밤에 어떤 낙서가 늘어났는지 살펴보는 것이 출근길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다른 날에 같은 글씨로 쓰인 낙서 시리즈는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들려주기도 한다. 누구를 향한 커뮤니케이션일까? 오늘 만난 스토리텔링은 아마도 헤어진 애인에게 하는 이야기인 듯싶다. 언젠가 케이블 채널에서 본 프랑스 쇼베(Chauvet) 동굴의 벽화가 홍대 뒷골목의 그래피티 예술 작품 위로 오버랩 되기도 한다. 3만 2천 년 전의 조상들도 동굴 벽에

차이의 시대, 평화의 가능성_정수경 미술이론가

6월 6일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귀를 파고드는 사이렌 소리가 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을 추도하고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는 1분간의 묵념 시간을 알리는 사이렌이다. 한반도를 휩쓴 전쟁의 달 6월은 그렇게 전쟁과 평화를 되새기하며 시작되곤 한다.   평화를 뜻하는 영어단어 ‘peace’의 어원은 로마어 ‘pax’다. 자연 ‘pax romana’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이 말이 가리키는 바, 고대 로마제국 역사상 가장 평화로웠던 시기의 원리는 두 가지다. 정복전쟁의 최소화, 그리고 이민족에 대한 적극적인 동화정책. 하지만 이 팍스 로마나가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평화의 상태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