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 충남 금산에 특별한 다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다방의 주인은 금산의 인삼 시장에서 365일 내내 인삼과 약초를 판매하고 계시는 여사장님들입니다. 자, 그럼 금산 사장님들이 모여 커피와 차가 아닌 ‘인생’을 나누는 ‘배달하는 인생다방’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찾아가는 문화예술 교육’이라는 의미의 ‘배달’

 

5월 29일, 금산수삼센터에서 ‘배달하는 인생다방’을 기획한 숲속마을 작은학교의 박성연 씨와 프로그램에 함께했던 여사장님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프로그램 이름이 ‘배달하는 인생다방’이라고 하니까 다들 차 마시는 다방인 줄 알더라고. 그럼 우린 그런 다방이 아니라고 설명을 열심히 해주지”~ -양미숙 사장님

 


그림1 ‘배달하는 인생다방’ 프로그램 참여소감을 말하는 유재희 사장님(좌)과 양미숙 사장님(우)

 

인삼시장의 사장님들은 시장에서 하루종일 인삼과 약초를 파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장사가 끝나는 7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어머니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이 끝난 후 악기를 배우거나 지역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듣고 싶어도, 시장과 가정에 발이 묶여 있는 어머니들이 시간을 내 찾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어머니들의 고충과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숲속마을 작은학교는 찾아가는 문화예술 교육이라는 의미의 ‘배달’, 다양한 사회계층을 뜻하는 많을 다(多), 실을 내어 옷감을 짜듯이 이들의 이야기를 엮는다는 의미의 자을 방(紡)으로 ‘찾아가는’ 인생다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삼시장 사장님들을 만나왔습니다.

 
 

“선생님들이 멀리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해주는데, 고마워서라도 빠지지 말고 나와야지”

 


그림2 ‘배달하는 인생다방’의 문화예술교육 현장 (사진 제공: 숲속마을 작은학교)

 

“금산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평일 낮에만 해서 가정주부들이 참여하기 좋지, 우리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죠” -유재희 사장님

 

숲속마을 작은학교의 박성연 씨는 사장님들의 시간적, 공간적 어려움에 주목해 일주일에 한 번, 시장이 문을 닫는 7시에 금산수삼센터 2층에 위치한 교육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장사를 마친 사장님들과 간식을 먹기도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면서 사장님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무엇보다 노력을 쏟았다고 전했습니다.

 

“어디 일부러 가서는 못해요. 옷도 입고 세수도 하고 나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근데 선생님들이 멀리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해주는데, 고마워서라도 빠지지 말고 나와야지” -김영자 사장님

 

 

인삼 상인들의 삶과 인삼 이야기를 엮어 실제 장사에 활용하는 브로슈어 제작

 

한국무용도 배워 공연해보고,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서로 소감도 나누고,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는 시간 등 장사가 끝난 후 모여 함께하는 무언가를 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배달하는 인생다방’이 사장님들에게 남긴 것은 인삼과 함께한 삶 이야기를 담아 제작한 브로슈어입니다.

 

“산수삼센터 사업단에서 기타나 풍물 수업을 진행하긴 했지만 개인취미활동 선에서 끝났어요. 우리가 배운 것을 응용해서 공연을 하거나, 브로슈어도 만들어보고… 이렇게 다양하게 해본 프로그램은 처음이었어요”-양미숙 사장님

 

인삼 상인들이 나누는 개인적 생애, 마을과 시장 이야기들은 인삼의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엮어져 인삼과 인생을 담은 스토리텔링으로 발전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역 특산물로만 부각되어 온 ‘인삼’이 금산 고유의 문화콘텐츠로 새롭게 탄생되었고, 여사장님들의 이야기와 함께 버무려져 인삼과 인삼상인의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브로슈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인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분들의 삶이 곧 인삼의 역사고, 금산의 문화지요”

 

‘배달하는 인생다방’을 기획한 박성연 씨는 숲속마을 작은학교의 스토리텔링 강사로 참여해왔었는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금산의 ‘인삼’에 주목했던 이유에 대해 그동안 공부했던 민속학의 영향이 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림3 ‘숲속마을 작은학교’의 박성연 씨(좌)와 ‘배달하는 인생다방’ 다이어리(우)

 

 

“이전에 민속박물관에 연구원으로 있을 때 ‘민속학적 조사방법론’을 공부하면서, 지역의 생업이나 사회조직, 신앙 등을 민속학적으로 접근하는 공부를 했었어요. 그 때 했던 조사 및 연구가 ‘배달하는 인생다방’을 기획하는데 큰 바탕이 되었죠”

 

그래서 박성연 씨는 “금산의 얼굴과 다름없는 인삼의 품종과 경제적 값어치도 중요하지만, 금산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무엇보다 인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분들의 삶에 집중했다고 전했습니다.

 

“인삼을 위해 힘써 온 그분들의 삶이 곧 인삼의 역사고, 금산의 문화를 말해줄 수 있는 자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배달하는 인생다방’에 인삼 상인들이 참여함으로써, 본인의 역사적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곧 금산 인삼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삼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일상의 변화’를 꿈꾸는 금산 인삼시장의 여사장님들 이야기는, 오늘도 금산의 소중한 역사책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숲속마을 작은학교는 2013년엔 ‘이심전심’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대상은 금산에서 약초와 사과 등 특산물을 재배하는 농민들로, 농사의 전 과정과 인생이야기를 엮은 브로슈어와 마을 홍보영상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어머님들 이름으로 장사 안 해요. 아버님들 이름으로 다 하지요. 재배부터 거래활동까지 전부 다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브로슈어에 싣는 일은 크게 본다면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랄까? 그런 것들을 돋보이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마을에 필요한 것들, 마을 소개 영상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박성연 씨

 

 

‘배달하는 인생다방’을 통해 더할 수 없이 가까운 사이가 되다

 

2013년이 된 지금도 “이제 막 재미있어지려고 하는데 끝나버려 아쉽다”면서 여사장님들은 매주 모여 무용을 배우고 브로슈어를 만들던 2012년의 ‘배달하는 인생다방’을 추억하며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림4 배달하는 인생다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장님들의 즐거운 인터뷰

 

다음 주에는 ‘배달하는 인생다방’을 함께 했던 사장님들과 강사들, 박성연 씨까지 모두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일 예정이라고 하시네요. ‘배달하는 인생다방’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매주 만나며 듬뿍 정이 들어버린 사장님들과 선생님들. 이제 서로의 삶을 나누는 더할 수 없이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일상 속의 문화예술, 금산수삼센터 여사장님들의 브로슈어

 

숲속마을 작은학교는 ‘문화예술교육은 지역의 특성과 상황, 교육 참여자의 요구에 맞도록 진행되어야 하며, 교육 참여자의 생활에 적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2012년 ‘배달하는 인생다방’의 여사장님들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브로슈어와 다이어리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을 즐기는 것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사장님들이 문화예술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브로슈어와 다이어리 제작을 기획하게 되었죠. 이 브로슈어 하나가 택배에 들어감으로써 고객과 사장님들 간에 신뢰가 쌓일 수 있도록 돕고 싶었고요. 다이어리도 사장님들이 실용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필요한 기능들을 먼저 여쭤보고 제작했어요” – 박성연 씨

 


금산수삼센터 사장님들의 색다른 명함, ‘배달하는 인생다방’의 브로슈어

 

요즘 금산수삼센터의 인삼 판매는 시장에 와서 사가는 ‘오프라인’ 판매보다, 전화와 인터넷 등 ‘온라인’ 판매가 활발하다고 합니다. 온라인 판매는 고객이 인삼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보지 않고 주문하기에, 상인과 고객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숲속마을 작은학교가 금산수삼센터 여사장님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 제작한 브로슈어는, ‘배달하는 인생다방’을 기억하는 멋진 결과물로 남아 인삼판매 홍보도우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만들어 준 브로슈어를 택배에 넣어 보내니 참 좋아. 전국으로 택배를 보내는데 알음알음해서 연락해 인삼을 주문하시는 분들도 많다보니, 내 얼굴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내 얼굴과, 내 목소리가 담긴 브로슈어는 딱이지요” -유재희 사장님

 

브로슈어 1쪽에는 상점 번호, 연락처와 함께 사장님들의 사진과 한 마디가 적혀 있어 명함으로의 면면을 갖추었으며, 2쪽에는 인삼판매를 시작한 계기부터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인삼판매에 대한 철학과 가족에 대한 사랑까지. 사장님들의 인생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거 내가 쓴 거예요. 난 장사를 시작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이 중요하고 지금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난 양미숙이다’라는 자신감. 그리고 ‘나는 나름대로 사업가고 장사꾼’이라는 당당함이요. 전 지금도 ‘양미숙 씨’ 이렇게 불러주는 게 좋아요.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엄연한 여성 사업가니까요. 이 다음에 내가 수삼센터를 떠나더라도, ‘그 사람 그래도 물건은 좋은 거 팔았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지금도 열심히 노력해요” -양미숙 사장님

 

 

 

충남 숲속마을 작은학교의 ‘배달하는 인생다방’ 프로그램은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진행됩니다.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협력하여 운영합니다. 본 사업은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과 자원의 특성을 살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3년도부터는 지역별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주관하여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총 400여개의 사업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글 | 시민문화예술교육_김은미 리포터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서로를 길들이듯 사람들의 마음과 소통하고, 문화예술로 일상과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곳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