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로 걸쭉하게 싸우는 두 아이를 말리다가 같이 싸우고, 엉엉 울어버린 후로 아이들과 부쩍 친해졌다는 이야기, 연수를 받다가 생애 최초로 쌍코피를 보고 말았다는 이야기, 교사 평가 꼴찌에서 1등 된 짜릿한 역전 스토리까지. 신규 예술강사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습니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김서은 강사(국악, 인천)와 임한나 강사(연극, 경기)의 예술강사 생활의 첫 시작과 지금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바람까지. 여러분도 함께 들어보실래요?
예술강사의 호된 신고식 ‘첫 수업’ 이야기
“남자아이 둘이 싸우고, 말리고 말리다 결국 저까지 같이 싸우고 엉엉 울었어요”
‘예술강사로서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 김서운 강사(좌)와 임한나 강사(우)
“대학 졸업하고 관현악단에 있었는데, 슬슬 주위 친구들이 레슨을 시작하는 거예요. 저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주위 선생님들이 예술강사를 추천해주셨어요. 당시에는 ‘이 일을 시작하면 연주자와는 멀어질 수 있겠구나’ 했어요. 하지만 내가 잘 아는 음악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김서은
“전 오로지 배우 하나만 생각했었는데, 교수님께서 배우만 하면 현실적으로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예술강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하셨죠. 지금 배우활동과 병행하고 있는데, 솔직히 힘에 부치기도 해요. 다행히 지금 제가 소속되어있는 극단(극단 노을)의 특성상 교육 사업을 많이 운영하기도 하고, 단원들의 반 정도가 예술강사를 하며 밥을 먹고 있는 실정이라서 지금까지 강사와 배우를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임한나
전문 ‘예술가’로 오로지 예술활동에만 몰입하다가 ‘교육자’로서의 낯선 역할을 감당해야하는 ‘예술강사’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임한나 강사도 첫 학교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임한나 강사가 처음 나가게 된 학교는 전라도에서 한참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암태도’라는 섬에 있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갔건만, 아이들의 반응은 차갑고 무심했습니다.
학교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양호선생님은 “길어야 1년 후에 떠날 선생님이라는 걸 아이들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정을 주지 않는 거예요”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노력으로 다가가면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 줄거야”라는 생각으로 힘쓰던 중, 사건은 터지고 말았습니다. CBD oil is a type of cannabis extract. It is extracted from the cannabis plant and may contain other substances, such as THC. It seems that CBD oil has been used for centuries, with written records suggesting that it was used in China in 2700 BC to treat various ailments. In the 1800s, scientists started using CBD to study its effects on animals and humans. In 1937, scientists began studying CBD to see if it could be a medical treatment for epilepsy.
수업 중에 남자 아이 둘이 싸움이 붙었고,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무섭게 싸우는 아이들을 떼어놓으려 해도 제지가 안 되었다고 합니다. 말리고 말리다 같이 싸우고, 결국엔 아이들을 얼싸안고 엉엉 울어버린 임한나 강사. “반 아이들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정말 끝났어”라며 당시엔 무척 낙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내내 차가웠던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실감했다는 그 사건으로 아이들에게 주었던 마음을 두 배, 세 배로 돌려받으며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연필을 많이 쓰는데, 지우개는 들고 다니지 않아 아이들에게 많이 빌렸어요. ‘나 지우개 좀 빌려줘’ 이 말을 정말 많이 했는데, 마지막 수업 시간에 선물을 받았어요. 근데 선물 상자 안에 지우개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거예요. 아이들 모두가 지우개를 하나씩 사와서 각기 다른 모양의 지우개가 가득했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휴대폰이 망가졌을 때 ‘어떡하지’하고 내뱉은 말을 기억하고는 휴대폰을 그림으로 그려준 이야기, 평가 수업 때 발표를 자청하던 아이들의 모습까지. 임한나 강사는 아이들로부터 받은 기상천외한 선물들이 참 많다는 자랑과 함께, 예술강사 활동을 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아이들로부터 에너지와 기쁨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아이들과 함께 한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할 계획이라면서, 영화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표시했습니다.
“배우로 연기를 하다보면 지칠 때가 많은데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치유를 받아요. 요즘 저는 아이들과 있었던 이야기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요. 영화를 준비하는 데 시간과 비용도 많이 필요할 것 같지만, 아이들이 직접 연기도 해서 참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예술강사로서 첫 걸음을 뗀 지 3년. 나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임한나 강사가 공개한 아이들의 휴대폰 그림(좌)과 ‘한나 선생님 남자친구 생기기’ 희망을 적은 희망나무 편지(우)
예술강사로서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두 사람도 변화하고 성장했습니다. 김서은 강사는 예술강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교육자로의 역할’이 익숙하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차근차근 방법을 찾아가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예술강사 시작할 때에 비하면 용 된 것 같아요. 처음엔 제가 갖고 있는 음악적 전문성을 전달하는 방법이 서툴렀어요.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가던 중 평가 날짜가 잡혔어요. 처음 6학년 아이들을 맡았는데, 사춘기가 와서 교실이 고요해보였지만 태풍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이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수업 평가를 받았는데 거의 꼴찌를 했어요. ‘2년 연속 하위평가면 강사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 라는 공지를 받고 발을 동동 굴렀죠. 절박한 심정으로 수업에 스토리를 담아보기 시작했어요. 판소리에 심청가, 흥부가가 있으면 그 스토리를 들려주고, 단원 사이에 연관성을 지으면서 여러 가지를 접목시키는 수업을 했죠. 아이들 반응도 좋았고 그 때 두 번째 평가를 받았는데, 전체 1등을 했었어요!” -김서은
임한나 강사는 아이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예술, 그 전문성을 전달해주는 과정에 어려움을 느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술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갈수록 욕심이 생겨요. 처음에는 연수 때 받은 교재를 보고 그대로 따라했었는데, 지금은 수업 방법을 스스로 창조하고, 실험해보는 등 주체적으로 하고 있어요. 연기할 때 캐릭터를 만드는 것처럼, 수업 내용을 통합해보기도 하고 시도해보고 있어요” -임한나
“학생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해요.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에요. 처음에는 솔직히 아이의 단점을 찾아야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이들이 칭찬받으면 쑥스러워 하지만 예술에 더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돼요” – 김서은
3년차 예술강사로서의 고민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
김서은 강사의 국악 수업 모습. 진지하고 해맑은 모습의 아이들
“예술강사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2년 연속 하위평가를 받으면 안 되는 긴장감과 불안감… 제 자존감에 대한 회의까지 들기도 해요. 저의 경우 다행히 잘 풀려서 예술강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원히 할 수 있는 직업인지에 대한 걱정이 커요” -김서은
“저는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배우의 역할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했어요. 예술강사가 나를 잡고 있으니까 완전히 몰입이 안 되는 거예요. 극단에서는 배우로서 정체성을 찾으려면 예술강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날카로운 조언을 하기도 했어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겠지만, 언젠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시점이 올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임한나
김서은 강사는 예술강사들에겐 예술에 대한 응어리 같은 것이 있다면서, 많은 예술강사들이 ‘예술가’와 ‘교육자’ 사이에서 적잖은 갈등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예술강사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임한나 강사는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오히려 선생님을 챙겨주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변화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만 둘 수가 없다고 합니다.
“최근에 한 아이가 ‘살기 싫다’는 내용의 쪽지를 제 손에 쥐어줬어요. 또 다른 한 아이는 ‘희망나무’ 수업을 하는데 나무를 새까맣게 칠하고 울고 있었어요. 고작 열 살인 아이가 뭐가 그렇게 힘들까요?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지 고민이 돼요. 아이들이 제게 마음을 연 것이 고맙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결할지 잘 몰라서 짐이 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예술치료에 관해 더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연수에도 이런 아동심리치료에 관한 부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극작이나 연출 공부만 생각했을 텐데, 요즘엔 아동심리치료나 연극치료를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배우와 예술강사, 둘 다 포기하기 어렵지만요” -임한나
계속되는 아이들과의 만남. “이런 예술강사가 되고 싶어요”
2년차 예술강사로서 느끼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고 있는 두 강사
“처음에는 나를 무서워해서 낙오하는 아이가 한명도 없이 수월하게 수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아이들이 전부 수업태도도, 예의범절도 좋았으면 했고요. 악기를 연주할 때 아이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혼란스러워져서, 지금도 그런 바람을 버린 건 아닌데요. 이제는 아이들이 더 국악시간을 재미있어하고, 저를 통해 음악이라는 친구를 만들어서 제가 곁에 없더라도 음악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김서은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지금처럼 같은 눈높이에서 고민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요. 아이들이 절 편하게 느끼도록 우리만의 인사 같은 것을 만들어요. 개그콘서트 유행어처럼 ‘다음에 만나요를레이오!’,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람쥐!’ 같은 재밌는 인사구호도 만들고요. 소통이 먼저 이루어져야 연극이라는 장르로 아이들을 더 잘 초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임한나
두 강사 모두 ‘수업을 통해 한 아이를 변화시키고, 한 가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예술’로 아이들로부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모든 걸 쏟아내며 성장하고 있는 예술강사들. 예술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 그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술강사로서의 시작’을 함께한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 프로그램! 이랬으면 좋겠어요!
아르떼 아카데미에는 예술강사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여러 연수 과정과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날 두 선생님에게 뼈와 살이 되었던 연수 프로그램과 기억에 남는 연수 프르그램은 무엇이었는지 살짝 물어보았습니다.
두 분 모두 예술강사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교육과정 변화에 맞춘 시의성 있는 연수 프로그램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한나 강사는 어떤 주제를 뽑아서 동료들과 수업지도안을 만들었던 연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습니다. 요즘은 동료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실제 수업에 적용하고, 계속 새로운 수업을 만들어가는 시도가 흥미로워지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작년에 ‘가족’이라는 주제를 뽑아서 3차까지 지도안을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연수 과정이 있었는데요. 지도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지만, 아이디어를 내놓고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창의적이었어요. 마지막 연수 때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과 어떤 수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에 대한 지도안을 만들어보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 지도안을 가지고 실제 수업에 적용해보고 그 후기를 다른 선생님들과 공유하기도 했는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임한나
김서은 강사는 계속 바뀌는 교과서 내용에 따라 진행되는 연수 프로그램이 사소하지만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국악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계속 바뀌거든요. 그에 맞는 연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가 전공하지 않은 악기가 교과서에 나오면 개인적으로 준비할 때도 있지만, 연수과정에 있는 걸 선택해서 들을 땐, 확실히 도움이 되죠” -김서은
두 사람 모두 연수 후 뒤풀이를 하면서 동료들과 만나 편안하게 수업과 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시간이 연수 프로그램 못지않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는데요. 같은 분야의 예술강사들 간의 교류보다는 국악, 연극, 무용, 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강사들과 서로 친해지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연수 후 뒤풀이 시간에 선생님들끼리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연수 때 만나면 밤새도록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동료들이 공감을 해주고, ‘이렇게 한 번 해봐’라고 자신의 경험에서 우려 나온 조언도 해주는데, 그게 많이 도움이 돼요. 다른 분야의 선생님들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은데, 앞으론 그런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임한나
마지막으로 임한나 강사는 “요즘 제가 많이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인, 아이들의 아픔이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심리치료나 예술치료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예술강사들이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심리 치료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희망사항을 전했습니다.
김서은 강사는 지난 연수 때 쌍코피를 흘린 사연을 전하며, “연수 때 30분이라도 스트레칭하는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컨디션이 좋아야 연수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너무 힘들 땐 수업 내용이 귀에 잘 안 들어오잖아요”라면서 조금은 넉넉한 연수 일정에 대한 바람을 전했습니다.
글 | 문화예술교육 아르떼아카데미 리포터_정혜정
문화예술교육과 여러분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다리를 건너며 생기는 풍성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뉴스레터를 통해 예고해드렸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 왁자지껄 도서관’은 6월 27일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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