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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간, 다시 질문을 시작하자

‘문화예술교육 전환을 위한 집담회’를 진행하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전환을 위한 집담회’를 운영 중이다. 별도 방청객이 없는 형식의 특성상 외부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4월 여섯 차례에 걸친 집담회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전환을 위한 질문과 의제를 발굴해 5월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 연계 ‘문화예술교육 포럼’에서 나누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도화 이후 남겨진 과제들 20년, 한국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제도·정책 영역 진입 후 지난 시간. 문화예술교육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얼마 전 발간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년 백서」를 보면 예산과 참여 인력, 기관, 시설, 전문인력 등의 양적 성장은 가파르게 이어져 왔다. 그뿐만 아니다.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은

변화하는 세상, 불안을 잠재울 방법

인간의 고유성과 변하지 않는 것들의 가치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작가는 이 작품이 “우리 가운데 살아남을 것은 사랑이다”라는 영국 시인 필립 라킨의 말에 응답하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이 소설이 종국에는 인간의 품위에 대한 확언을 대신해 주기에 이른다. “별과 별자리 이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해석까지 기가 막히게 잘하는

가 닿지 못할지라도, 응원하기 위한 질문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요즘 문화예술 현장에서 질문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때가 있다. 급격하게 산업이나 성과 중심으로 바뀌는 정책 환경 속에서 예산도 줄고 현장이 쪼그라들고 있어 더 그렇다. K-컬처나 관광 등 성과 추수에 대한 기대가 큰 산업은 자주 거론되지만 낮고 깊게 만나야 하는 수고로움이 동반되는 ‘지역’이나 ‘예술’, ‘교육’의 현장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산업이나 경제는 중요해 보이고 기초 예술과 사회적 가치, 공공성의 토대를 만들어 가는 문화와 예술은 그 역할과 쓸모를 다한 것인가 허탈하기까지 하다. AI로 예고되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새삼스레 묻는다, 깨우치듯 배운다

2025 연말특집① 성찰과 배움의 기억

2025년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여전히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불확실한 예산과 제도의 재편, 지역 생태계의 (부)조화와 (불)균형, 기술 환경의 빠른 확장 속에서 예술교육가와 현장의 동료들은 매일의 실천을 통해 균열을 체감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새로운 방식의 배움을 만들어냈다. 각자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2025년을 다시 읽고, 2026년을 준비하기 위한 감각을 깨우고자 한다.   ① 성찰과 배움의 기억 ② 나의 한해를 돌아보기 ③ 새해의 고민과 화두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오래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변화와 관계의 힘을 목격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문화예술교육에서 퍼져나간 작은 파장은 삶의

거울에 비친 대화, 창 너머로 던지는 질문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경계에 갇히지만, 상상은 세계를 두루 품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은 문화예술교육이 지난 스무 해 동안 지켜온 길을 새삼 환기한다. 감각한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힘, 현실의 경계를 넘어 미지의 가능성을 그려보는 능력은 인류의 가장 고유한 본질이다. 지난 20년 동안 문화예술교육은 이 상상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삶들을 이어주며, 사회의 감수성을 조금씩 바꾸어 왔다. 정책 20주년을 맞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두 권의 기획도서를 펴냈다. 『미적 인간을 위한 스무 개의 대화사전』은 오래된 화두를 돌아봤고, 『미라클 퀘스천』은 앞으로 마주할 질문을 탐색했다. 한 권은

잃어버린 어둠을 찾아서

예술의 본질과 마주하며

“우리의 탐험이 끝나는 때는 시작이 어딘지 알아내는 순간이다.” – T.S. 엘리엇 – 예술의 본질에 대한 원고청탁을 호기롭게 받았으나,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자판을 두드릴 수 없는 실어증에 빠져버렸다. 허세 한 번 부려봤다가 된통 독박 쓰게 생긴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 이 참담함, 이 생소한 고통에서 허우적거리는 비루한 정신머리는 자꾸만 도망치려고 한다. 형광등 불빛이 닿지 않는 책상 밑 그늘막으로, 두꺼운 이불 속으로, 어둠으로, 자궁으로 기어들어 가려고 한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내 안의 옹졸함과 편협함 그리고 비겁함이기 때문에 나는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
반드시 필요할까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④

문화예술의 지방분권 흐름이 거센 와중에, 지역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화의 흐름과 더불어 지역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짚어보는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포럼’이 7월부터 11월까지 광역과 기초단위에서 매달 릴레이 방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지방 이양 논의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기초문화예술교육 거점이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마련하였다. 이 포럼의 주요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지방분권 시대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관한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두려움을 떨치고 우물 밖으로 나와야 세상을 바로 보고 비로소, 문제를

꾸밈없는 질문과 성찰이 방향을 만든다

서울시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말과 기록은 플러스마이너스1도씨를 항상 고민하게 한다. 문화예술 분야의 여러 작업자와 협업함에도, 기획을 했다는 이유 혹은 언어화에 좀 더 능하다는 핑계로 우리에게 쓰고 말할 권력이 자주 주어진다. 하지만 한 사람의 발화가 작업 전반을 대표할 때, 필연적으로 비약이 일어난다. 함께 한 이들의 존재, 다른 감각과 해석, 다음 방향에 대한 제안까지, 구구절절 적어도 놓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전체가 합의한 문장이 아니기에 검열이 늘어난다. 낱말 하나하나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품 청소년문화공동체’(이하 ‘품’)의 기록은 29년이 쌓였음에도 여전히 꼼꼼하고 진솔하다. 표현은 대담하고 그때그때의 고민을 거침없이 적는다. 품이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예술가에게

지금 여기, 함께 살아감의 미학

이 글은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 2020.9.14~9.17) 개막식에서 발표한 사이먼 맥버니의 기조발제 를 지면으로 옮긴 것입니다.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언덕을 넘어 저에게 옵니다. 얼굴에 피곤이 가득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의 코로나 상황은 지독한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시기는 이제 넘겼으니, 뭐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점심으로는 계란 토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내 스테이크를 내려놓은 아이들은 다시 뛰어 들어갑니다. 좋은 밤 보내고 계신가요? 여긴 아침이긴 합니다만, 어쩐지 저녁 인사를 드리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조금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어떤 공간, 어떤 시간 여러분들이 언제 이 영상을 보고, 들을지조차 알

세상에 길들지 않는 공부,
서로를 지키는 활동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내가 사는 아파트는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일요일 밤 10시 사이에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을 수 있다. 주말 동안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경비아저씨들이 단도리해놓으면 월요일 이른 아침 묵직한 엔진소리가 다소 시끄러운, 붉은 갈색의 수거 차량이 아파트 단지 입구를 돌며 실어 간다. 매주 보았던 풍경인데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의 박영길 활동가(대표)를 만나고 온 후부터 이 수거 차량의 기계 짓을 베란다 너머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먹는 일에 힘주는 사람들 박영길 활동가는 공룡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2천여 평의 밭을 일구는 일도 그의 담당이다.

품어서 하나의 숲을 만들 듯,
공생하는 예술

박李창식 문화살롱 공 대표

박李창식은 터와 사람을 만나는 퍼포머(Performer)다. 그의 몸과 일련의 예술 활동은 이런저런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향해 열려있는 ‘공(空)’과 같아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잠재성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예술을 통해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실천하듯 공동체 안에 이미 내재된 가치와 사랑을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난한 예술의 여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삶, 가는 곳곳 구구절절한 터의 역사, 그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이자 내부인으로 공동체와 뒤섞여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었고 애씀과 실천을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순례하듯

나의 예술은 지속 가능한가

연속칼럼④ 지탱가능한 예술활동

코로나19로 예측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예술계에도 큰 위기가 찾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도, 예술도 계속된다. 여러 변화와 위기의 순간을 지내온 예술가들이 각자의 삶을 지키고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네 명의 예술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본다.   ① 박찬국 여기서 예술/작가    ② 정진세 극단 문 대표, 극작가‧연출가    ③ 박성선 미리오페라단 예술감독    ④ 이성미 시인‧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질문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의 문이 닫혔다. 영화 촬영이 중단되고 작은 서점의 행사와

끊어진 맥락을 찾아 다시 처음으로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Nostalghia, 1983) 끝부분에는 주인공 고르차코프의 촛불의식이 나온다. 8분 30초 동안 이어지는 이 무의미해 보이는 롱테이크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이 장면을 지금 우리의 문화예술교육 맥락에서 다시 떠올려본다.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어디에서 언제 다시 시작해야 할까.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현병호, 민들레, 2020) 『청소년을 위한 철학교실』(알베르 자카르, 동문선, 1999) 교육은 만남, 소통, 사건이다 교육은 곧 만남이다. 교육의 장에서 학생과 교사, 부모는 만난다. 서로 알게 되고 존중하면서 함께 자란다. 눈빛을 교환하고 표정을 살피면서 몸짓과 말에서 드러난

길 위에서: 두려움 없이 길을 잃기 위하여

김윤진 안무가·펠든크라이스 무브 대표

걷는다. 길을 걷는다. 인생을 걷는다. 가끔 뛰고, 가끔 멈춰도 어떻든 우리는 삶을 걷는다. 길을 잃어 찾는 사람이나, 두리번거리며 산책하는 사람이나,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 마음은 낮과 밤만큼 다르다. 낮밤의 시공간만큼이나 먼 내 마음의 거리감은 어디서 올까. 길을 잃어 헤매는 나의 두려움을 산책의 즐거움으로 바꾸어 줄 그 비밀의 단서는 어디에 있을까. 안무가, 기획자, 교육자, 그 많은 이름 가운데 이 사람이 있다. 그와의 대화 속으로 단서를 찾아 걸어보자. 선생님을 처음 뵙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나는 마을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의 회원이다. 십 년째 문탁을 드나들며 공부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인문학공동체의 공부와 활동은 어떤 것일까. ‘앎과 삶의 일치’ ‘자기 삶의 연구자’라는 모토 아래 우리는 정해진 커리큘럼 없이 동서양의 고전과 사회과학 서적을 용감하게 횡단하며 공부했다. 십 년의 세월은 우리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문탁네트워크가 사랑한 책들』(북드라망, 2018년)로 출간되기도 했다. 제도나 시스템에 따라 학력을 인증해주는 학위나 자격증은 없지만, 우리는 나름의 체계를 갖춰 ‘강좌-세미나-에세이 발표회-인문학 축제’ 등과 같은 공부법과 의례를 만들었다. 문탁은 국가와 시장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며, 마을경제, 마을교육, 마을공유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