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6일(목)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이 개최한 ‘2016 KCP 성과공유회’(이하 성과공유회)가 진행되었다. KCP(KACES Certificate Program, 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는 올해 교육진흥원이 신규 도입한 심화 연수 과정으로, 앞서 5월에 해당 사업을 수행할 디자인, 연극, 음악 분야의 총 3개 연구 단체를 선발했다. 연구를 통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각 분야별 10회에 걸쳐 총 80시간의 연수를 진행했으며, 이날 행사는 그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성과공유회는 3개 단체의 사업 수행 내용을 소개하고 각각의 단체가 수행한 프로그램 일부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행사장인 교육진흥원 12층 KACES Hall은 190여 명의 참가자로 인하여 북새통을 이뤄 해당 연수 과정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자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질문을 끌어내는 과정 중심 교육 모색
디자인 분야-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먼저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정의철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진행한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이 소개되었다. 그는 기존 미술 교과 과정을 분석한 후 디자인 기반 문화예술교육의 방향 설정을 모색하고, 해당 분야의 교육 관련 주제에 관한 이슈 등을 고찰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설계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창의적인 사고력을 기반으로 과정 중심의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 요구하는 결과주의에 대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해결되지 않았음을 언급하면서도, 디자인 교육을 통한 근본적인 사고의 과정, 즉 질문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은 디자인 교육을 다섯 가지 활동(탐색·체험-발견·인식-발상·상상-소통·공유-통합)으로 구분하고 이것을 디자인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사물, 공간, 사회라는 영역과 연결해 전체 틀을 만든 후 세부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야말로 ‘생각지도’의 좌표를 세우고 이 좌표를 따라 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한 셈이다. 또한, 기존의 미술 교과 과정이 주로 시각을 기반으로 체험과 표현에 한정하는 부분이 많은 것을 극복하기 위해 촉각이나 오감을 사용하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주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철 교수는 디자인 교육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사고 과정을 형성하는 데 그 역할이 강조되는 추세임을 인식하면서 이와 관련한 검증된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 초중고 교육 현장에 관한 명확한 이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덧붙였다.
이날 진행된 ‘UX 공감 디자인 워크숍’은 사용자와 공감을 통해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과정으로 연수 과정에서 참여자의 높은 만족도를 얻어 이번 성과공유회에서 소개하게 된 프로그램이다. 인터뷰를 매개로 디자인 교육의 다섯 가지 활동을 모두 접목한 과정인데, 질문하고 답하는 속에서 디자인적 사고방식을 키워나가는 감각과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날 체험 프로그램에는 디자인 전공자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교육자도 참여해 영역 간의 융합 과정으로 접목할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연계 강화와 연수 과정 세밀화
연극 분야-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연극 분야 연구를 진행한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는 민간에서 20여 년을 활동해온 단체로 신체극과 아동극을 기반으로 하는 극단 사다리와 협업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일찍이 연극놀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단체의 프로그램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체험함으로서 단체의 역량과 노하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사례를 발표한 김선 책임연구원은 집중적인 단계별 연수 과정을 설계하기 위해 구성주의적 교수법을 도입해 연극 분야 문화예술교육자 등 연수 참여자의 자기 주도적 학습 태도를 제공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또한 멘토링 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활동해온 ‘선배’ 문화예술교육자와의 개인별 고민 상담과 위로나 격려까지도 교육 과정에서 주요한 영역으로 다뤄졌다.
교육 내용은 연극놀이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문화예술교육자가 연극놀이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형별 구조와 방법론이 진행되었으며 자신의 연수 과정을 기록하는 성찰일지를 통해 매 과정의 느낌과 내용을 점검하는 활동이 병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차는 마포구에 위치한 초등학교로 현장실습을 나가 교육 과정에서 계획한 수업 내용을 팀별로 진행했다. 1, 2차에 거쳐 총 48명이 연수에 참여했고 강사진은 전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책임연구원과 공동연구원 세 명이 커리큘럼을 관장했으며, 현장 경력 15년 이상의 실습 강사가 연극놀이 체험 수업을 진행했다. 네 명의 참여자가 한 팀을 이루는 모둠별로 강사가 한 명 씩 배정되어 현장실습 멘토링과 모니터링을 담당했고, 이외에도 두 명의 담임강사가 참여자의 자기성찰 시간과 연수생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선 책임연구원은 연극놀이 전문가 양성 과정을 통해 유기적이며 통합적인 현장 연계를 강조한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했으며, 연수 내용뿐 아니라 연수 운영방식과 교수 방식이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했다. 프로그램 체험에서는 연극놀이 수업의 다양한 방법론을 소개하면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노하우를 제공했다. 천이나 신문지 등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특히 연극놀이 입문자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탐색-변형-역할과 이야기’ 구조로 전개하는 수업 모델이었다. 일반적인 놀이발달 단계를 이용해 수업 대상자가 소재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탐색하면서 연극놀이 활동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질문과 수업 과정의 특성을 공유했다.
문화예술교육자의 감수성과 역량 강화
음악 분야-한국오디에이션교육연구소
‘오디감수성’을 소개한 노주희 한국오디에이션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997년부터 ‘뮤직센터’를 운영하면서 “영·유아 어린이의 행복한 음악적 삶”을 실현하기 위해 축적한 음악 교육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의 목적에 적합한 10회의 커리큘럼을 소개하고 문화예술교육자의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이는 음악 교육에서 문화예술교육자의 감수성 함양과 역량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영·유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학습자 중심의 교육관이 확립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오디감수성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두 명의 강사가 진행하며, 내용은 노래를 가르치기 위한 활동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양한 활동 영역이 결합한다. 노주희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수업 과정을 음식에 담긴 그릇에 비유하면서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여러 그릇을 활용해 수업 대상자에게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맛있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한 활동 영역은 동작, 소품, 악기, 이야기가 있는 음악놀이로 나뉘는데 특히 ‘이야기가 있는 음악놀이 과정’이 집중적으로 소개되었다. 또한, 음악 전공자를 비롯한 복지시설이나 특수시설의 기관 종사자, 대학 교수, 초·중·고 강사 등 연수 참가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해 수업 내용을 업데이트해서 지난 과정을 복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한다.
오디 감수성 프로그램 체험은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라는 동화책을 매개로 ‘음악으로 읽는 그림책’ 과정을 소개했는데, 기존 텍스트에 담긴 의미뿐만 아니라 음악적 감수성으로 포착해낸 의미들은 음악놀이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했다. 노주희 책임연구원은 “이야기가 있는 음악놀이 이외의 다양한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하며, 한국의 전래동화를 접목한 음악 감수성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단체의 성과공유 발표 이후 참가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사례 내용에 관한 질문과 함께 현장에서 안고 있는 한계점, 특히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의 예술교육에 관한 이해 확산을 어떻게 끌어낼지에 관한 화두가 제기되기도 했다. 안산 ‘아름다운 배움’에서 2년 째 활동하고 있는 안용세 연극놀이 강사는 이번 연수를 통해 예술교육에 관한 명확한 비전과 미래상을 세우고 자신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게 되었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물론 이 뿌리의 단단함은 10년 이상 활동해온 문화예술교육자에게도 적용되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함께 연수 과정에 참여한 선배들을 보면서, 오래 활동해온 문화예술교육자 및 전문가들이 다시 초심으로 되돌아가서 자신을 환기하는 과정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김선 책임연구원도 “이번 연수 과정 참여자들은 자신의 교육방법론을 점검하고 향상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를 갖추고 있었다”고 했다.
경력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문화예술교육자의 이러한 목마름은 성과공유회를 찾은 참가자 대부분이 안고 있다는 것을 현장 열기에서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성혜 원장은 KCP 수료식 현장에서 만난 우수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을 상기하면서 차기 연도에도 KCP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 KCP 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
우수 교육 프로그램은 대상과 방법을 다각화하여 보다 전문적인 교육 방법론을 도입한 심화 교육 과정이다. 큰 시각에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확산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시행한 ‘2016 우수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의 일환으로 3개 전문 기관을 선정하여 디자인, 연극, 음악 분야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였다.
염혜원
염혜원
자유기고가. 연극을 공부했고 월간 [한국연극], 국립오페라단,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으며,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고, 『연극 속의 청소년극, 청소년극 속의 연극』(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등을 기획·편집했다.
byeyum@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