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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떻게 삶을 흔들고 갈망하게 하는가

빼뻘에서 마주한 예술의 질문

2018년 가을 한국전쟁과 기지촌을 주제로 한 작업을 지속해오던 당시 나는 고심 끝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기지촌 여성의 몸을 소환하여 망자의 고통을 현재의 ‘나’ – 퍼포머가 입음으로써 기억해내는 영상작업 <몸, 부름, 말> 그리고 연결된 주제의 사진, 텍스트드로잉들을 조심스레 전시에 내놓았던 적이 있다.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단 한 사람의 특별한 서사가 아닌 한국 땅에 수많은 여성의 삶이라는 점, 그 고통이 현재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제대로 문제해결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리서치와 현장 답사를 통해 인식해가면서 예술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몸, 움직임, 바라보기 그리고 연루되기

고헌·임금님 생태움직임연구소 소행성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빈 무대가 될 수 있다. 누군가 이 빈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다른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연극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피터 브룩의 『빈 공간』 첫 구절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미 수십 년 전에 발표된 이 구절을 인용한다. 간결하고 명료한 이 언명은 현대연극에 대한 많은 질문과 답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빈 공간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제거된 텅 빈 공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도를 채워 넣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행하다’와

“사실 내게는 인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트 프로젝트 프리뷰

사실 내게는 인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나를 필요로 하지요. 그래요, 여러분의 미래는 내게 달려 있어요. 내가 흥하면 여러분도 흥합니다. 내가 비틀거리면 여러분도 비틀거리거나 안 좋아지지요. 그러나 나는 영겁의 세월을 존재해 왔어요. 그리고 여러분보다 더 위대한 종들을 먹여 왔어요. 그리고 여러분보다 더 위대한 종들을 굶겨 없애기도 했죠. 내 바다, 내 흙, 내 흐르는 하천, 내 숲 모두 여러분을 데려오거나 데려갈 수 있어요. 여러분이 매일 어떤 삶을 택하든. – ‘말하는 자연(Nature is Speaking)’ (줄리아 로버츠) ,『창의성의 기원』(에드워드 윌슨) 재인용 딱히 할 말이

‘우리’를 도모하는 오늘의 방식

이모저모 도모소 〈슬로우슬로우 탭탭-지팡이 탭댄스〉

“일정 시대”에도, “6.25 사변”에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100세 인생 시대에 머지않아 그 높다란 산등성이의 9부 능선에 도달할 필자의 조모는 요즘 들어 자주 “징역 같은” 매일에 대해 수화기 너머로 토로한다.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곧 일상의 기준을 시시각각 정립하는 과정 속에서, 조모는 직접 대면에 대한 거리낌을 상쇄하고자 얼마 전 오랫동안 써오던 2G 폴더폰을 고화질의 영상통화가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덕분에 울퉁불퉁하게 솟은 곳들을 눌러야만 누군가에게 가닿을 수 있던 감각을 매끈한 평면 위에 놓인 불분명한 경계의 터치감으로 전환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내 힘으로, 네 힘으로 걷는다

회복하는 생활‧회복하는 세상

의기투합 없이 만났기에 기약 없이 헤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꾸려지는 작은 모임 속엔 늘 아픈 사람들이 있었다. 아픔에 대한 말은 대개 간절한 고백의 옷을 입고 등장을 하는 탓에 모두를 그 자신의 아픔 안으로 가둬버리곤 하기에 우리는 종종 곁에 있는 사람의 아픔에 포로가 되어버린다. 타인의 아픔에 휘말리고 부대껴 속절없이 포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시간을, 그러나 존중하고 싶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시간을 견뎌내는 것뿐만 아니라 ‘아픈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길 위에서: 두려움 없이 길을 잃기 위하여

김윤진 안무가·펠든크라이스 무브 대표

걷는다. 길을 걷는다. 인생을 걷는다. 가끔 뛰고, 가끔 멈춰도 어떻든 우리는 삶을 걷는다. 길을 잃어 찾는 사람이나, 두리번거리며 산책하는 사람이나,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 마음은 낮과 밤만큼 다르다. 낮밤의 시공간만큼이나 먼 내 마음의 거리감은 어디서 올까. 길을 잃어 헤매는 나의 두려움을 산책의 즐거움으로 바꾸어 줄 그 비밀의 단서는 어디에 있을까. 안무가, 기획자, 교육자, 그 많은 이름 가운데 이 사람이 있다. 그와의 대화 속으로 단서를 찾아 걸어보자. 선생님을 처음 뵙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아프다는 것, 그리고 돌본다는 것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동물들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앓고 지낸다. 우리가 수많은 병에 걸리지만 일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덕분’이다.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수명 때문이다. 문명이 고도화되고 과학이 발달할수록 신체의 괴로움을 견디어야 하는 시기가 길어진다. 그만큼 병원에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법 그리고 첨단 장비도 동원된다. 그런데 그 시스템은 우리의 건강을 제대로 보살펴주고 있는가. 『아픈 몸을 살다』(아서 프랭크, 봄날의책, 2017)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김영옥, 메이, 이지은, 전희경,

공동체, 주름을 읽고 이름을 기억하기

A.C.클리나멘 ‘빼뻘주름프로젝트’

의정부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기지촌을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고산동 ‘빼뻘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그 이름의 유래에는 주변 배나무밭이 많아서 그렇다는 설과, 뺑이라는 식물이 많아서 그렇게 부르게 됐다는 설, 한 번 들어오면 발을 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세 가지 다 빼뻘을 설명하는 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경기 북부는 문화 소외 지역으로 분류되곤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지역이 희생한 시간이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다. 빼뻘마을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와 함께 자연 형성되었으나 평택으로 기지 이전이

분단된 현실의 평화부터 개인의 평화까지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피스모모 문아영 대표와는 구면이다. 아니, 그냥 구면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겠다. 지난해 초 인스브루크대학 평화학 석사 과정 입학을 기다리면서 전부터 눈여겨보아 왔던 피스모모 평화대학 프로그램에서 자원활동가인 피스 액티비스타(Peace Activistar)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원활동을 하면서 문아영 대표의 강의를 접했고, 마지막 날 뒤풀이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얼마 후 나는 오스트리아로 떠났지만 언젠가는 피스모모와 다시 만나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된 것이다. 단숨에 승낙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움을 표시한 후 자리에 앉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다. 요즘 피스모모가

극복 아닌 공감, 이야기를 멈추지 않기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장애여성 인권운동 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는 몸에 대해서 새롭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탐색 중인 극단 ‘춤추는허리’가 있다. 다양한 몸과 허리로 여러 가지 공연을 즐겁게 보여주겠다는 기조가 담긴 이름이다. 여성의 몸은 건강하고, 젊고, 날씬해야 한다 같은 사회적 통념에 따르자면 휘어지고 비틀거리는 몸은 비정상이 되지만, 극단 춤추는허리는 자신들의 몸으로 정상이라고 치부되는 것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균열을 내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진다. 균열을 큰 구멍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단체들,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가는 방법을 찾고, 실천 중인 여성들로 구성된

[경남 센터] 2019 아르떼 아카데미 ‘몸, 통하기’ 연수 참여자 모집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협력으로 진행하는 2019 아르떼 아카데미 경남센터 협력 연수 참여자를 모집한다. 연수 참여대상은 도내(경남지역) 문화예술교육 활동단체 기획자 등 25명으로 8월 12일(월)부터 8월 14일(수)까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2박 3일에 걸쳐 진행된다. 이번 연수는 ‘몸, 통하기’라는 제목으로 강의와 체험 수업을 통해 몸으로 마음의 소통을 그리며 예술의 다양한 표현방식을 알아보고 창의적인 결과물로 내 안의 예술성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강의 및 워크숍은 이지은(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주강사와 손영민(팩토리 1+1+1 예술감독), 김은경(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부강사가 진행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신청 기간은 7월 17일(수)부터 정원 마감 시까지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서를

‘나’를 드러내는 작은 해방

젠더 감수성과 예술교육 ‘막춤으로 페미니즘–몸의 해방’

여자들이 신나게 춤출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런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내가’ 여자들을 춤추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지난해 7월 여성주의문화운동단체 ‘줌마네’의 한 워크숍에 참여하면서였다. 평균 연령 40대 중반쯤은 될 듯한 스무 명 남짓의 여자들이 아름다운 풍광의 강원도 모처에 모여들었다. 원래 워크숍의 콘셉트는 템플스테이였다. 고요히 자신의 일상을 점검하고, 조금씩 걸으며 주변의 자연과 교감하는 느리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 주변에는 구멍가게 하나, 편의점 하나가 없었기에 술도 마실 수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산책에서 돌아온 여자들은 산골의 풍광이 한눈에 보이는

[충북 센터] 2019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연수 ‘내 안에 숨겨진 예술감성’ 참여자 모집

충북문화재단에서는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잊고 있었던 우리의 상상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자 극단 북새통과 함께 2019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연수 ‘내 안에 숨겨진 예술감성’ 참여자를 모집한다. 1차 연수는 충북도내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 실행자를 대상으로 7월 24일(수), 25일(목) 이틀간 진행되며, 2차 연수는 도내 국·공립 초·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7월 26일(금), 27일(토)에 진행된다. 장소는 충북교육문화원 춤사위마당이다. 극단 북새통 남인우, 김소리 대표와 김진옥 예술교육팀장의 진행으로 감각적인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예술의 창조, 창작, 발견의 내용으로 담았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연수 종료 후에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수료증이 발급된다.

[충북 센터] 2019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연수 ‘삶은 감각이다’ 참여자 모집

충북문화재단은 2019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연수 ‘삶은 감각이다’ 참여자를 모집한다. 이번 연수는 기획자, 예술강사, 그 외 문화예술현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6월 27일(목)~28일(금) 양일간 충주 켄싱턴리조트에서 삶, 공간, 몸, 감각을 주제로 진행된다. 워크숍은 <몸으로 만드는 예술품>(이철성/체험예술공간 꽃밭, 비주얼씨어터 꽃), <브리꼴레르적 사고하기(닭알 착륙작전)>(양재혁/컬쳐커뮤니티동네), <보이스테라피 소리 찾기, 몸 찾기, 맘 찾기>(김진영/보이스씨어터몸MOM소리)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외 네트워킹과 회고 및 토크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수료증이 발급된다. 참여 신청은 6월 21일(금)까지 충북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구글 문서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문의는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043-224-9143, sjy0315@cbfc@or.kr)로 하면 된다. [관련링크] 2019

[인천 센터] 2019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신청

인천문화재단은 ‘2019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참여자를 모집한다. 모집 대상은 삶의 전환을 모색하는 50세 이상 64세 이하 인천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는 5월 15일(수)부터 8월 13일(화)까지 인천문화재단, 식생활교육인천네트워크, 미추홀도서관, 서구평생학습관, 연수문화원에서 강좌가 진행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생애전환 문화예술특강(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 다시 쓰는 생활의 기술(실로 잇는 이야기, “나”로 떠나는 여행, 내 인생의 소울푸드), 읽고 쓰는 몸을 위한 예술(몸의 일기, 사이를 잇는 선 데일리드로잉, 세상과 대화하는 1인 미디어)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료자는 생애전환 문화예술특강 및 차기년도 학습활동 지원에 우선 참여가

‘맨몸’이라는 무한한 작품

예술과 놀이

우리는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마음은 보이지 않기에 잘 몰라도, 겉으로 보이는 몸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해볼까요. 오늘 여러분의 몸은 안녕하신가요? 현대인은 자유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몸을 점점 더 웅크립니다. 엄청난 아이러니입니다. 몸을 웅크리고서는 호기심 가득한 탐험이 어렵습니다. 만약 엄청나게 신나고 근사한 댄스 음악이 흐른다고 해도 몸이 굳어있다면 그 음악의 리듬과 그루브를 충분히 느낄 수 없습니다. 음악뿐 아니라 모든 놀이와 예술활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몸으로 세상을 만나죠. 몸은 자아인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