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공존'

최신기사

무심한 공생을 위해, 초록은 생각하지 마?

오늘부터 그린㉛ 일상에서 행동하는 작업

새는 살만한 곳에 산다 <렛츠 버딩!(함께 새 하는 중!)>(2022)은 탐조(birding)로 도심에 거주하고 있는 구체적인 새를 만나고, 의도된 오역/어설픈 ~되기(새 하는 중)의 시도를 통해 자신과 새의 (이미 있는) 연결성을 발견해 내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성북천에서 만난 한 오리(한동안 흰뺨검둥오리로 오해했던, 하지만 청둥오리 암컷이었던)와의 조우였다. 어느 날 약속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성북천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에 흔한 오리가 한 마리 있었다. 도착하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며 별생각 없이 오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질문이 들었다. ‘여긴 인공하천인데, 쟤네

자연을 소유하지 않고 연구하기

오늘부터 그린㉚ 생태적 자연 관찰과 연구

매일 숲에 간다. 며칠 전부터 꽃피운 석산에 다가가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한다. 꽃봉오리를 발견한 늦여름부터 늘 그래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꽃잎 색이 옅어졌고, 떨어진 수술도 있다. 나는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다. 매일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나의 일이다. 식물세밀화는 식물종의 형태적 특징, 특히 분류키를 드러내야 하는 그림이다. 식물의 형태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생식기관이다. 꽃과 열매 그리고 씨앗. 나는 식물의 꽃이 피고 열매 맺은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내게 한 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의 개화, 결실 시기가 자꾸만

이름보다 오래된

오늘부터 그린㉘ 생명과 교감하고 공존하기

어느 이른 아침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 사슴과 마주쳤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마주한 사슴은 몹시 다급하고 이상하리만치 간절한 눈빛이었다. 무언가 망설이듯 머뭇거리던 사슴은 이내 사라졌고, 잠시 후 흰 개 몇 마리가 나타났다. 쫓기고 있었구나! 종일 사슴의 잔상이 마음에 남아 뒤숭숭한 기분이었다. 반쯤 얼이 빠져 있던 나에게 누군가 물었다. 노루였어? 아니면 고라니? 그제야 둘 다 이름만 익숙할 뿐 서로 무엇이 다른지 조금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신비를 하나의 단어로 덮어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름을 안다는 것 내가 아침에

가꾸고 돌보며 찾아낸 공존의 언어

예술가의 삶과 돌봄

말라 죽어 가던 새싹에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한 물과 거름을 주거든 그 식물은 제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아름다움과 향기를 얻고 배를 채운다. 올해의 수고로 어쩌면 이듬해에 향긋한 꽃과 실한 열매를 또 한 번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아이는 자기 자신은 상상도 못 할 만큼의 힘차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데, 이는 아이를 돌보는 가족 구성원에게 있어 값을 매길 수 없는, 대체 불가 에너지로 환원된다. 아이를 돌보아 받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지금까지

손 내밀고 손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은 변화한다. 작년 12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발표되었다. 이번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팬데믹과 인공지능의 발전 등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은 한 개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역량인 창의성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을 ‘포용성’이라는 낱말로 표현하고 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사계절출판사, 2018) 『입 없는 아이』 (박밤, 이집트, 2020) 존중의 관계를 맺는 최선의 방법 학교와 사회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 정체성을 품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단적으로 16만

온전한 교감으로 깨우는 생태적 본능

강술생 생태미술가

“생태미술가이신 강술생 작가님을 아시나요? 지난 전시에서는 수확한 씨앗의 수를 일일이 세셨대요.” 여느 때보다 강렬한 초대 전화를 받았다. 마음은 어쩐지 고요해졌다. 수확한 열매의 씨앗을 일일이 헤아리는 건 어떤 마음일까. 감사의 의식일까? 염원의 방식일까? 끝없이 떠오르는 물음이 내심 반가웠다. 검색창에 ‘생태미술’, ‘강술생’을 번갈아 입력하며 만남을 고대했다. 생태적 경험이라곤 베란다에 키우고 있는 깻잎, 호박, 미나리가 전부인 나지만,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설렜다. 한여름처럼 뜨겁던 5월의 어느 날, 강술생, 김미숙 작가가 함께 발표한 전시 《108 walking

쓸모 이상의 상상,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예술가의 감성템⑭ 철물, 탐조, 쌍안경

흥미진진한 가능성 – 철물 어린 시절 살던 집에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붙박이장이 있었다. 성인 한 명이 웅크리고 들어갈 크기의 작은 창고였는데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면 못, 나사, 철사와 끈은 물론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데 필요한 톱, 망치, 끌과 같은 수동 공구와 전동드릴, 직쏘(전동톱의 일종)와 같은 전동 공구가 들어있었다. 그 외에도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부속품이 많았다. 어린 나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가끔 붙박이장을 열어 보고는 했다. 이것저것 꺼내다 못과 톱날에 찔리고 긁히기도 했지만 그곳은 그 어떤 장난감보다 흥미진진한

상상하고 헤아리며 공존을 터득하는 대화

어쩌다 예술쌤㉑ 예술교육실천가의 생태 전환 일기

요즘 내가 제일 재밌어하는 것은 도시에서 만나는 동물들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길을 가다가 날아가는 까치에게 어디 가느냐 묻고, 참새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치면 무얼 먹고 있는지 묻는다. 가끔은 수풀 속에 숨어 있는 고양이와 비슷한 눈높이로 앉아 ‘뭐해?’하고 묻는다. 그리곤 귀여운 상상에 빠진다. 까악ㅡ까악ㅡ 하고 지나가는 까치는 ‘나 지금 바빠! 나중에 얘기해!’라고 말하는 것 같고, 참새들은 ‘오늘 여기 쌀알이 엄청 많아! 너는 아침 먹었어?’라고 되묻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내가 이렇게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하는 사람이 된 데에는 개인적인 생태

인식의 포문을 여는 ‘도입 장인’

아트로협동조합의 문화다양성 활동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트로협동조합(이하 아트로)은 ‘일상 속 문제를 문화예술로 해결하고자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한다’라는 모토가 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딴지 걸 거리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단다. ‘뭔데 어떻게 해결을 해?’ 이런 약간의 논쟁적 뉘앙스 말이다. 그래서 그들 간에 이 모토를 두고도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참고로 아트로 조합원들은 대표로서 각각의 역할을 동등하게 하고 있으며, 토론을 즐긴다. 아트로에 생기는 각종 이슈마다 각자 최선의 논리로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의 타협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누군가는 ‘해결’이라는 단어를

불안 아닌 평안, 고립 아닌 공존

예술로 연대하는 공존-솔리다르코

모든 것이 멈추고 고립된 상황에서 힘없는 존재들의 삶은 더 큰 위협을 받는다. 예술가라는 존재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낯선 삶,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불안함 속에 있는 난민 예술가에게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진 여러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2021년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며 한국 예술가와 한국에 살고 있는 난민 예술가들이 만남과 교류를 위해 ‘예술로 연대하는 공존(Solidary Art of the Coexistence)-솔리다르코’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불안한 시절, 예술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삶은 어떻게 지속되는가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한 이 만남의 기원은 10년이라는

예술과 공존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찾아서

2021년 [아르떼365] 독자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 팬데믹을 관통하는 지난 2년여 동안 비대면·비접촉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가속화를 불러일으켰고, 문화예술(교육) 환경 역시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면서 예술의 힘과 가치를 되새기는 전환을 모색했다. [아르떼365]는 2021년에도 이러한 변화를 담아내고 연결과 소통을 강화하고자 노력했다. [아르떼365]를 통해 전해지는 변화를 독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을까? 2021년을 돌아보고 2022년을 준비하기 위해 콘텐츠 만족도를 포함한 ‘독자 설문조사’를 2021년 12월 14일부터 17일간 진행했다. 설문조사 개요 • 조사기간 : 2021.12.14.(화)~12.30.(목) (17일간) • 조사대상 : [아르떼365] 독자 • 응답자수 : 2,246명 • 조사방법 : 온라인 설문조사

길 끝에서 새 길을 튼다

2021-2022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② 2022 도전과제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에서 유행한지 벌써 2년여 시간이 흘렀다. 비대면·비접촉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가속화를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한편으로는 만남과 감각의 소중함이 대두되면서 지역과 생활권 문화예술에 관한 논의와 담론이 형성되었고, 예술과 기술, 인간과 동물, 생태와 기후환경, 소수자 공존에 관한 고민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공공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어 갔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아르떼365]가 필자로, 인터뷰이로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적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하며 각자의 다짐을 들어보았다.   ①

새로운 꿈을 꾸듯,
예술의 기운을 전합니다

2022년 예술가의 새해 소망

구지민 방영경 이승연 이영연 최제헌 [아르떼365]는 임인년(任寅年) 새해, 문화예술(교육)에 바라는 바와 예술적 소망을 이미지로 전달하는 ‘연하장’을 기획했다. 각자의 현장에서, 각자의 매체로 전달하는 시각 이미지는 긴 텍스트로 이뤄진 글과는 또 다른 감동과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아르떼365]에서 필자로, 인터뷰이로, 사례의 주인공으로 함께 했던 시각 예술가 5인이 건네는 새해 인사는 오픈소스로 독자가 직접 출력하여 연하장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 사과파이 | 구지민 2022년, 예술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기를. 지속가능한 삶을 탐구하는 실용적인 교육이 되기를. 길어지는 팬데믹 속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힘을

많을수록 빈곤하고 적을수록 풍요롭다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이 무슨 요상한 말일까? 더 많이 가져야 안전하고 행복한 시대에, 적을수록 풍요롭다니. 심지어 많을수록 빈곤하다니. 경제가 성장해야 생활이 안정되고, 그래야 문화예술도 꽃핀다는 것이 상식인데 빈곤을 강요하다니. 그런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제성장이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온 건 맞지만 모두를 풍요롭게 만든 건 아니다. 북반구의 풍요는 남반구의 희생을, 도시의 풍요는 농촌의 희생을, 자본가의 풍요는 노동자의 희생을, 건물주의 풍요는 세입자의 희생을 요구했다. 우리는 풍요로울수록 점점 더 불평등해졌고 특정한 문화가 다양한 문화들을 집어삼켰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마야 괴펠, 나무생각, 2021) 『적을수록 풍요롭다 –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제이슨

회복하는 예술을 향한 희망과 다짐

2020-2021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➁ 2021년 도전 과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올해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문화예술(교육) 분야 역시 큰 위기와 도전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올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주목했던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또한 다가오는 2021년을 준비하며 고민을 나눠야 할 주제와 과제는 무엇일까? 2020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편집위원으로, 필자로, 인터뷰이로 [아르떼365]가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최선을 다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2020년 이슈와 평가    ② 2021년 도전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예술가에게

지금 여기, 함께 살아감의 미학

이 글은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 2020.9.14~9.17) 개막식에서 발표한 사이먼 맥버니의 기조발제 를 지면으로 옮긴 것입니다.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언덕을 넘어 저에게 옵니다. 얼굴에 피곤이 가득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의 코로나 상황은 지독한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시기는 이제 넘겼으니, 뭐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점심으로는 계란 토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내 스테이크를 내려놓은 아이들은 다시 뛰어 들어갑니다. 좋은 밤 보내고 계신가요? 여긴 아침이긴 합니다만, 어쩐지 저녁 인사를 드리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조금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어떤 공간, 어떤 시간 여러분들이 언제 이 영상을 보고, 들을지조차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