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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전쟁_건축가 구승회①

겨울이 물러나고 있다. 여전히 추운 기운은 입김이 나게 하지만 조금씩 봄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겨울이 끝나가는 것은 그림자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도시 안의 높은 빌딩들 사이에 있다 보면 이런 그림자의 길이는 눈에 띄게 느껴진다. 햇살이 닿지 않던 곳에 어느 날 갑자기 반가운 따스함이 손을 뻗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작은 공터에 선다. 높은 아파트의 그림자가 조금 물러난 곳에 햇살이 닿는다. 바닥을 덮은 벽돌도 제 색을 띠기 시작한다. 잠깐 담배를 피우는 동안 얼굴 가득 햇빛을 받으며

“네가 싫어하는 걸 그려볼까?”

쭈뼛쭈뼛. 좋아하는 걸 그려보자고 했더니 아이는 머뭇거리기만 하고 좀처럼 그림을 시작하지 못합니다.   “그럼 네가 싫어하는 걸 그려볼까?”   그러자 아이는 서슴없이 펜을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금세 ‘기말고사’에서 3점 맞은 시험지를 그렸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림에서 예술가 선생님은 아이를 칭찬해주었습니다. 아이는 되려 당황하며 그 칭찬의 말을 믿기 힘들어했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선생님께 ‘일곱 살보다도 그림을 못 그린다’는 소리를 들었던 모양입니다.   예술가와 어린이가 함께하는 우락부락 캠프에서는 어린이만 새롭고 즐거운 예술 체험을 하는 건 아닙니다. 보고, 듣고, 느낀

아태지역 문화예술교육 트렌드 한 눈에 보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아태지역 주요 문화예술교육 기관별 정보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가간 문화예술교육 협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태지역 문화예술교육 주요정책∙연구의 관측소 역할을 하고 있는 옵저버토리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 키워드를 살펴보자.     아태지역 문화예술교육 키워드   한국은 2010년부터 유네스코 방콕 사무소와의 MoU체결을 통해 아태지역 옵저버토리 회원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후 매년 회원기관 연례회의에 참석하여 호주,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르 등 총 6개 회원기관의 국가별 주요 문화예술교육 주요이슈 및 활동성과를 검토하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정리한 아태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아이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는 문화예술교육
꿈의 오케스트라 & 창의교육센터

이번 주에는 꿈의 오케스트라TF팀 노현실 팀장과 창의교육센터 유유미 팀장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와 창의교육센터는 문화예술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지역 거점기관이나 학교현장을 통해 더 가까이 다가가 문화예술교육을 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지역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공동체와 소통하며 성장하는 엘시스테마 교육을 한국에 도입하고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에 대해서 먼저 알아볼까요?   싣는 순서: 꿈의 오케스트라 / 창의교육센터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공동체와 소통합니다_꿈의 오케스트라 TF팀 노현실 팀장 인터뷰         Q1. 최근 몇년 아동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금 필요한 건 잘 팔리는 마을보다 잘 살 수 있는 마을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디자인, 커뮤니티 디자인 야마자키 료 지음 | 민경욱 옮김 안그라픽스 | 2012.11.12     커뮤니티와 디자인은 선뜻 분명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마을을 우리가 디자인한다’라고 바꾸어 말하면 좀 이해가 쉽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소상하게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는 해체되고 있다. ‘마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활 단위는 여전히 사전적 의미로 건재하지만 왕성한 소통으로 성장하고 있는 커뮤니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극단적인 도시화로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고향 마을’이라 부를 수 있는 소속감 강한 커뮤니티를 체험한

공주의 색, 왕자의 색 그리고 좋아하는 색_미술평론가 공주형④

몇 해 전 일입니다. 초등학생인 큰 아이가 크게 칭찬받을 일을 해 소원을 물었습니다. 네일숍에 가는 것이랍니다. 예상 밖의 답안에 적잖이 놀랐지만, 엄마 체면에 말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알록달록 손톱에 색을 칠하고 학교에 가는 것이 썩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아이가 쉽게 수긍을 합니다. 그래서 나온 타협안이 방학 중 어느 한 날 네일숍에 들르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그날, 유치원생 둘째까지 데리고 아파트 상가 네일숍에 갔습니다. 네일숍이 처음이었습니다. 이용 방법도 요금도 잘 몰랐지요. 쭈뼛거리는 사이 네일 아티스트가 둘째 앞으로

어른의 그림일기 Daily Drawing

하루의 인상 깊은 장면을 일기장 위에 슥슥 그리던 어린 시절.   방식이나 법칙 같은 건 잘 알지 못해도 떠오르는 그대로 자유롭게 그려내던 그때야말로 나의 세계를 멋지게 표현해내는 화가가 아니었을까요?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글로, 사진으로 남기듯 오늘은 그림 한 장,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원래 일찍 일어나지 않는데 무려 9시 30분에 눈을 떴어요. 어제 차를 놓치는 꿈을 꾸고는 왠지 찜찜해서 일어난 건데… 환기하려고 창문을 여는 순간 무슨 약속이나 한 듯 까치가 한 마리 창문 바로 앞으로 지나갔어요. 너무

영국,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다

    영국의 유명 트렌드 잡지 모노클이 지난 2012년 1월 발표한 ‘소프트 파워’ 조사에서 영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최근 핫이슈인 ‘싸이’, ‘K-Pop’에 힘입어 전년 조사보다 3단계 상승한 1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보다 한참 앞서있다 평가받는 소프트 파워 강국인 영국에는 어떤 디테일들이 숨어있을까?     공연의 장을 넘어 꿈을 키우는 교육의 장으로,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지난 12월 15일 영국 런던의 셰익스피어글로브 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활동한 소설가 로버트 그린(Robert Green)의 작품 ‘판도스토(Pandosto)’를 주제로 각기 다른 3편의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문화예술교육 국제교류, 내실을 기하고 외실을 다지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제교류팀 김자현 팀장 인터뷰

    이번 주에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이 어떻게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은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은 개최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쉽을 꾸준히 확장해나가고 있는데요, 올해는 어떤 방향으로 국제교류사업이 진행될까요? 지금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제교류팀 김자현 팀장과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Q1. 2010년 한국에서 개최된 제2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서울 어젠다가 채택되고 5월 넷째 주가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으로 선포되어 매년 행사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전반의 비약적 확대발전과 그 성과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공유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텐데요. 올해 국제교류 사업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A.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경우,

패션을 통해 세상을 읽다

패션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해리엇 워슬리 지음 | 김지윤 옮김 | SEEDPOST | 2012.01.18     당신이 오늘 입었을지도 모르는 하의실종 패션은 원래 여름용 패션이었다. 겨울에도 자연스럽게 입게 된 이유는 뭘까? 패션의 작동원리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패션의 역사는 유럽과 미국, 일본을 거쳐 아시아권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명품이라 칭하는 패션 디자인의 트렌드는 노골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이 접목되어 있고 유명 디자이너 중 동양계 디자이너의 비중도 따라서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K-pop에 이어 패션디자인 한류가 주목 받는

완벽한 사랑, 완벽한 미술 – 현대미술과 감상_미술평론가 강수미⑥

여기 사랑의 상처가 두려워 관계를 시작할 때부터 그 같은 사랑의 속성을 기꺼이 인정하는 연인이 있다. 여기 언젠가 닥칠 상실에 대한 공포로 애초에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으려는 젊은이가 있다. 또한 여기의 그는 인간이라면 거스를 수 없는 죽음과 소멸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으로 어떤 확고부동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있음과 사라짐, 생성과 해체가 반복되는 쪽을 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회적으로 금기시 됐던 자신의 사랑에 전적으로 열중했고, 원하는 누구나에게 나눠줄 수 있을 만큼 무한히 풍요로운 무엇을 가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사라짐으로써 지속적으로 부활하고 파괴됨으로써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
Lunch Hour NYC

여기 Lunch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있습니다. 그저 ‘매일 먹는 정오즈음의 식사’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인데 알고보니 의외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어요.   이를테면 영국의 전통을 따르는 뉴욕시민들은 지금의 점심시간에 느긋하고 넉넉한 ‘dinner’를 즐겼다고 하는데요.   한낮의 dinner라,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VideoNYPL’s Lunch Hour NYC [youtube_sc url=http://www.youtube.com/embed/wbBzU3i31oo class=”media_video”]     시끌벅적하고 북적거리는 점심시간의 풍경은 지난 150년간 뉴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되어 왔습니다. 하루 세 번의 식사 중 가장 미국적인 식사시간, ‘점심’은 바로 이곳 뉴욕에서 현대적 정체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식민지 시대,

투푼가토Tupungato의 포도향 예술교육

    아르헨티나 중앙부에 위치한 멘도사(Mendoza) 주 남단에는 투푼가토(Tupungato)라는 작은 산악도시가 있다. 안데스 산맥에 위치하며 칠레 수도 산티아고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투푼가토 화산 아래 해발 1000m 고지대에 위치하며, 2800명 가량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지역 특성상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지만, 관광업이나 포도재배가 주 소득원이다. 아르헨티나의 포도밭 중 해발고도가 가장 높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도밭 중 하나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도시에서 생산되는 ‘파울라’라는 아름다운 맛의 와인만큼이나, 2012년부터 지역주민들의 삶에서 향기가 맴돌기 시작하고 있다. 2012년 5월, 멘도사 주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 R&D,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준비합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개발팀 황지영 팀장 인터뷰

  문화예술교육에도 R&D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또 미래를 위한 더 구체적인 사업의 방향과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자료들이 필요한데요, 바로 이런 작업들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개발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 진흥원 교육개발팀 황지영 팀장 인터뷰를 통해 들어볼까요?     Q1. R&D라고 하면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현재의 방향성을 살피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들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특별히 문화예술교육 영역에서는 어떤 것 들을 중점을 두고 진행이 되나요?   A. 문화예술교육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당위성을 마련하는 것이

이야기의 힘,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이야기가 가진 특별한 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다 EBS 다큐프라임 「이야기의 힘」 제작팀지음 황금물고기 | 2011.9.30     문학, 교육학 등 인문학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던 스토리텔링이 언제부터인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야기로 마케팅 하는 기법’이란 의미로 자주 쓰인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는 물건에 얽힌 이야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해 왔는데 말이다.   고대 유물들이 천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희소성을 떠받치는 서사적인 ‘이야기’가 있어서다. 그 유물을 어디서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가 유물의

장자, 천뢰天籟의 소리를 듣자
_동양철학자 신정근⑤

노자는 대음희성大音希聲을 통해 제도화되고 양식화된 음악이 사람의 진실한 마음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존의 음악에 빠진 사람들에게 “그것이 과연 진정한 음악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셈이다. 그는 이렇게 커다란 충격을 주어 사람들로 하여금 음악의 정체를 새롭게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것이다. 음악 예술에서 공자가 치유를 강조하는 반면 노자와 장자는 충격을 내세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이 전부가 아니다. 그들은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계속해야 한다. 그들은 이어서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노자는 “그건 음악 하는 사람들이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