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잘 팔리는 마을보다 잘 살 수 있는 마을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디자인, 커뮤니티 디자인

야마자키 료 지음 | 민경욱 옮김
안그라픽스 | 2012.11.12

 

 

커뮤니티와 디자인은 선뜻 분명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마을을 우리가 디자인한다’라고 바꾸어 말하면 좀 이해가 쉽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소상하게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는 해체되고 있다. ‘마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활 단위는 여전히 사전적 의미로 건재하지만 왕성한 소통으로 성장하고 있는 커뮤니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극단적인 도시화로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고향 마을’이라 부를 수 있는 소속감 강한 커뮤니티를 체험한 적이 없다. 그래서 커뮤니티라는 것이 온라인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마을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삶의 공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을 소비하고 있다. 이 책은 변화된 커뮤니티가 내포하는 문제에 대해 디자인은 어떤 답을 내 놓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좋은 물에 물고기가 모이듯 좋은 디자인의 커뮤니티에는 사람이 모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이고 있다. 결국 디자인은 건강한 커뮤니티를 재건하는데 주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디자인은 design이라고 쓴다. de-sign이란 단순히 기호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사인(sign)에서 벗어나(de), 과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리라.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은 바로 그런 디자인이다.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중심 시가지의 쇠퇴, 한계 취락, 삼림 문제, 무연고 사회 등 사회적인 과제를 아름다움과 공감의 힘으로 해결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제에 직면한 우리 스스로가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 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커뮤니티 디자인의 임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p.257

 

상황의 변화에 맞게 커뮤니티도 리디자인 되어야 한다. 수 천년 유지된 우물과 성황당 나무그늘은 그 고유의 용도가 사라졌고 집주인 없는 폐가도 도처에 살고 있고 전통적인 농업과 현대식 기업농이 혼재되어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거기에 사는 사람’들 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의 과제의 본질 역시 주체가 발언권을 얻어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그 디자인을 누려야 하는 것도 그들 자신이니까. 내가 살 공간에 내 기호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집주의 의식과 다를 바가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큰 규모의 집단적 개발계획에 충실하다 보니 이 원칙이 은근슬쩍 뒤로 밀려 왔던 것도 사실 아닌가!

 

우리들이 마을에 들어가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외부 사람은 언젠가 그곳을 떠난다. 차라리 그 마을에서 우리와 뜻이 같은 사람들을 찾아내어 그 사람들과 활동의 참맛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주체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활동은 스키나 테니스를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을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마을을 이용해’ 내가 즐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p.89

 

개발 논리가 앞서면 커뮤니티의 디자인은 상품성이 중요해진다. 그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우선은 ‘주민’을 위한 삶의 공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상품성보다는 삶의 질을 선택하라는 조언이다. 원래 커뮤니티는 끼리끼리 문화가 아닌가. 그러니 그 문화가 반영된 디자인을 채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맞춰진 디자인은 부자연스럽고 생명력도 약하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그 마을의 경쟁력과도 관계가 있다. 하지만 우선권은 잘 살 수 있는 공간 만들기를 주도적으로 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디자인은 우리 사회 문제에 많은 답을 줄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을 통감하게 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커뮤니티 디자인은 결과보다 소통의 과정이 더 중요하고 디자인 전 과정에 구성원이 주체로서 참여해야 하며 그 결과물 역시 그들의 책임이라는 말이 된다. 따라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소통의 과정에서 탄생하고 그것은 하나의 치유의 과정도 된다는 메시지이다.

 

모두에게 봉사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1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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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hk,Chan Moo 2013년 02월 13일 at 1:58 PM

    Communty Design이 있는가? 마을은 다 깨고 이제 안심형 재건을 하잔다고 지자체에서 하는데?
    과연 ? 얼마나 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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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hk,Chan Moo 2013년 02월 13일 at 1:58 PM

    Communty Design이 있는가? 마을은 다 깨고 이제 안심형 재건을 하잔다고 지자체에서 하는데?
    과연 ? 얼마나 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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