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 트렌드 잡지 모노클이 지난 2012년 1월 발표한 ‘소프트 파워’ 조사에서 영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최근 핫이슈인 ‘싸이’, ‘K-Pop’에 힘입어 전년 조사보다 3단계 상승한 1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보다 한참 앞서있다 평가받는 소프트 파워 강국인 영국에는 어떤 디테일들이 숨어있을까?

 

 

공연의 장을 넘어 꿈을 키우는 교육의 장으로,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지난 12월 15일 영국 런던의 셰익스피어글로브 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활동한 소설가 로버트 그린(Robert Green)의 작품 ‘판도스토(Pandosto)’를 주제로 각기 다른 3편의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본 공연은 셰익스피어글로브 극장 교육프로그램의 결과 발표회로 극장이 위치한 런던 서더크(Southwark) 지역에 거주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 10세~25세 젊은이들에게 매 기수별 10주간 제공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결과물이다. 단순 연기뿐만 아니라 무대 매니지먼트, 무대 디자인, 글짓기 등 연극을 매개로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데다가 참가비까지 무료여서 참여하는 학생들 및 학부형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것은 셰익스피어글로브 극장이 위치하고 있는 ‘서더크’만의 지역적 특색 때문이기도 하다. 서더크지역은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중세 시대부터 다양한 인종과 계층이 밀집하여 거주하고 있다. 이들을 하나로 만드는데 펍과 연극이 큰 역할을 했던 과거처럼 셰익스피어글로브 극장은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서더크 지역 프로그램 http://www.shakespearesglobe.com

 

 

 

디지털 아트에서 패션까지, 재미있는 놀이터로 진화 중인 박물관,
Victoria and Albert Museum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이하 V&A)은 시민들이 박물관을 친구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성인, 청소년, 학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창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이 참여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서부터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 프로그램 등 가짓수도 여러 가지이다.

 

 

V&A는 고대부터 근현대 작품 컬렉션 외에도 현대예술을 포괄하고자 디지털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활발하다. 매년 ‘V&A Digital Design Weekend’를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 행사에는 36명의 디지털 예술가들이 박물관에서 각기 다른 퍼포먼스를 마련하고 있다. 작년에는 맛(taste)에 반응하는 박테리아를 활용한 연주, 상대의 리액션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로봇, 움직임을 감지하여 소리를 내는 504개의 작은 전자악기를 디스플레이하는 등 대중의 눈길을 끄는 이벤트가 다양하게 준비되었다.

 

또 매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창작 프로그램들을 한자리에 모아 시연, 체험, 강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는 Creative Quarter가 열리는데, 2012년에는 디자이너 폴 스미스와 알렉산더 맥퀸의 여성라인 수석디자이너 크리스틴 넬슨의 강연 등 패션, 건축, 디자인 분야의 저명인사의 강연이 10개가 시간별로 진행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V&A 창작 프로그램 http://www.vam.ac.uk

 

 

 

어른들을 위한 인문예술프로그램,
The School of Life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알랭 드 보통, 2008년 그는 자신의 작품을 회고하면서, 책을 넘어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더 스쿨 오브 라이프’를 설립하였다. ‘더 스쿨 오브 라이프’는 설립 이후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하지만 스스로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집단지성 방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저녁 운영되는 수업은 20명에서 25여명, 주말 프로그램은 40여명, 1년에 한두 번 진행하는 수업은 430~45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로 진행하게 된다. 스쿨 오브 라이프의 수업은 개설되자마자 바로바로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다. 현재 총 16명의 강사들이 수업을 운영하고 있고 강사들은 보통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한 달에 2~3가지 다른 방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더 스쿨 오브 라이프의 강좌 리스트(일부)

 

  -당신이 사랑하는 직업을 찾는 법

  -더 나은 대화를 하는 법

  -나의 잠재능력을 깨닫는 법

  -셜록홈즈처럼 생각하는 법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법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법

  -연인의 관계를 오래도록 지켜주는 법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

 

아르떼365가 방문하였던 때에 마침 인생학교 시리즈의 저자 John-Paul Flintoff의 ”How to be creative“의 강의가 열렸는데, 강사가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정보를 습득하기보다는 수강생들이 강의에 참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며 다 같이 결론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강의에 참여하는 수강생들 대부분이 개인적으로 신청하였다는 것.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처음 보는 이들과 금방 친구가 되는 모습은 한국인에겐 조금 낯선 상황이었다.

 

스쿨 오브 라이프의 성과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현재 미국에 지사가 설치되었다. 2013년 상반기 중 오스트리아와 브라질에도 분점이 설립될 예정이며, 오는 5월 한국에서도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정리 | 대외협력팀 오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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