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오후 염리동 골목에 들어서니 가슴 한쪽이 아련해져 온다.염리동, 대흥동 골목을 누비고 다니던 내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 시절 이 골목은 다방구, 사방치기, 고무줄, 숨바꼭질 등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놀이터였다. 어쩌다 홀로 집에 있는 날에는 안방에 붙어있는 다락방이 놀이터가 되었다.다락방에서 할머니가 숨겨놓은 커피 맛 사탕 한 알을 까먹으며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인형놀이를 했다. 그러다 할아버지의 필사본인 『구운몽』을 뒤적거리며 단잠이 들곤 하였다.